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철학의 논리적 사고를 좋아한다면 대학 수학에도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수능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대학 수학은 의외로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고교수학과 대학수학의 차이점은 '증명의 중요성'
저는 경제학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해 수리과학을 부전공하고 있습니다. 수리과학을 부전공하면서 느낀 중고등학교 수학과 대학 수학의 가장 큰 차이점은 ‘증명의 중요성’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 수학 공부는 문제 풀이와 채점의 연속입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공식을 활용해 계산할 것을 요구하죠. 대학에서 수학은 공식 활용보다 공식과 명제를 증명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고등학교에서도 증명의 한 방법인 귀류법과 수학적 귀납법을 배우기는 하지만, 관련된 문제는 수능에서 고작해야 4점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면 대학에서는 산수의 중요성이 100점 만점에 4점 정도로 낮아지고, 증명 능력의 비중이 96점으로 높아집니다.

따라서 수학 문제 풀이가 재미있어서 적성에 맞는다고 느껴 수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한 번쯤 다시 고민해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식을 활용한 문제 풀이를 즐거워하는 성향은 수학자보다 공학자의 자질에 더 가깝습니다. 공학 계열 학과에서 개설하는 수학 과목이나 수학과의 비전공생용 수업을 수강하면 고등학교 때와 비슷하게 문제 풀이에 치중한 강의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수리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해석개론을 미리 공부해보기를 추천합니다. 해석개론은 서울대 기준 2학년 과목이고, 졸업하기 위해 반드시 들어야 하는 전공필수 과목 중 하나입니다. 사전 지식이 비교적 많이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수학 공부를 해나가는 데 필수적인 핵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이 과목은 ‘1과 0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자연수란 무엇일까’와 같이 수학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 정의와 증명을 다룹니다. 중고등학교 수학과 대학 수학의 차이를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과목이지요. 중반부의 리만-스틸티어스 적분과 같은 내용을 이해하려면 고등학교 2학년 수학까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그전까지 내용은 공부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며 수학이 철학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철저하게 논리적 기반 위에서 하나의 정리를 증명하기 위해 전제와 추론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과정은 마치 철학적 사유와 비슷합니다. 두 학문 모두 명확한 언어와 엄격한 사고를 요구하며 추상적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철학의 논리적 사고를 좋아한다면 대학 수학에도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수능 수학 문제 풀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대학 수학은 의외로 잘 맞을 수 있습니다.

이지원 서울대 경제학부 2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