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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이로 인해'와 '이에 따라' 구별하기

    “정부가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임대소득 연 2000만 원 이하 수십만 은퇴 생활자의 세 부담을 원안보다 70~90%가량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로 인해 월 100만 원의 임대소득을 올리는 은퇴자의 세 부담은 원안(92만 원)에서 80% 가까이 줄어든 연 17만 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세금에 따라 자산 이득이 급변하는 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라 집주인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반복된다. 예전에 있었던 ‘2·26 임대시장 선진화 대책’도 그중 하나였다. 올바른 방향이었지만 주택시장이 불안한 봄 이사철에 이를 발표해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역풍을 맞았다. 결국 보완 대책이 나오게 됐다.‘이로 인해’는 ‘이로 말미암아’란 뜻이를 전한 한 언론 보도 문장엔 주목할 만한 표현이 들어 있다. ‘이로 인해’가 그것이다. 이 말이 어색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에 따라’가 좀 더 적합한 말이다. 이들을 구별해 써야 고급 한국어 구사가 가능하다.‘이로 인해’와 ‘이에 따라’는 비슷한 듯하지만, 논리적 쓰임새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이로 인해’는 ‘이로 말미암아’란 뜻이다. ‘인(因)’이 ‘말미암다’로 새기는 글자다. ‘말미암다’는 ‘어떤 현상이나 사물 따위가 원인이나 이유가 되다’란 뜻이다. “정치적 음모로 말미암아 사건이 파국으로 치달았다/대도시에서 스모그로 말미암아 많은 시민이 사망했다”처럼 쓴다.‘말미암아’ 자리는 ‘인해’와 등가로 대체된다. ‘-로 말미암아’ 대신 ‘때문에’를 써도 된다. 즉 ‘이로 인해’는 ‘어떤 현상이

  • 영어 이야기

    주식을 공개매수할 땐 'tender offer'

    Hong Kong-based private equity firm Affinity Equity Partners is set to extend its tender offer for South Korean food container maker Lock&Lock shares. Affinity failed to secure more than a 30% stake in the company through a first-round bid due to the offer price being lower than minority shareholders’ expectations.Affinity had planned to buy a 30.33% stake in Lock&Lock through the first-round bid between April 18 and May 14 to delist the company from the Korean stock market.According to Lock&Lock’s regulatory filing, Affinity started a second-round tender offer on May 16 to buy an additional 14.53% stake, or 6.29 million shares in the Korean company for 55.1 billion won ($40.9 million). Currently, it owns 85.45% of Lock&Lock.The share offer price is 8,750 won apiece, the same as the one in the first round. It is 1.4% higher than Lock&Lock’s closing price on the main Kospi bourse on May 14.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밀폐용기 제조사인 락앤락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 기간을 연장했다. 어피너티는 1차 공개매수에서 락앤락의 30% 이상 지분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공개매수 가격이 소액주주들이 기대한 가격보다 낮았기 때문이다.어피너티는 4월 18일부터 5월 14일까지 1차 공개매수 기간 동안 추가적으로 락앤락 지분 30.33%를 확보해 상장 폐지할 계획이었다. 현재 어피너티의 지분율은 85.45%다.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어피너티는 추가로 락앤락 지분 14.53% 또는 629만 주를 551억원에 매입하기 위해 5월 16일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5월 14일 종가보다 1.4% 높은 주당 8750원으로, 1차 공개매수와 동일하게 책정됐다. 해설밀폐용기 제조사 락앤락의 대주주는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입니다. 어피너티가 공개매수를 통해 락앤락의 잔여 지분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唯唯諾諾 (유유낙낙)

    ▶ 한자풀이唯: 오직 유  唯: 오직 유  諾: 대답할 낙  諾: 대답할 낙어떤 요구를 저항 없이 바로 승락하다상대에게 잘보이기 위해 시비를 따지지 않음 - <한비자>한비자(기원전 280~233)는 춘추전국시대 법가의 대표적 인물이다. <한비자>에는 팔간(八姦) 편이 있는데, ‘여덟 가지 간악함’이라는 뜻으로 국가나 군주의 권력을 위협하는 음모를 설명하고 있다.귀부인이나 총애하는 여인처럼 한 침상을 쓰는 자들(同床), 근신이나 광대처럼 군주 곁에서 모시는 자들(在旁), 군주가 친애하는 친인척이나 조정 관리들(父兄)로 인한 음모, 군주가 누각이나 연못을 꾸미거나 어린 미녀나 동물을 애호하는 데 빠져 재앙을 키우는 것(養殃), 간신이 백성에게 선심을 써서 군주보다 인기를 얻는 것(民萌), 변설과 말재간으로 군주를 흔드는 것(流行), 간신이 자기 무력을 키워 군주의 위엄을 넘보는 것(威强), 주변국을 이용해 간신이 다른 군주에게 아부하여 대국을 섬기게 만들고 자기 권세를 군주보다 키우는 것(四方) 등 여덟 가지다.그중 재방(在旁)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무엇을 재방이라 하는가. 광대(優笑)나 난쟁이(侏儒), 좌우의 근신처럼 군주의 곁에 머무는 자들이다. 이들은 군주가 명하지 않아도 ‘예, 예’ 하고 시키지 않아도 ‘알겠습니다’ 한다. 미리 생각하여 군주의 뜻을 받들고 군주의 안색을 살펴 군주의 마음보다 앞서는 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똑같이 응하고 대답하며 똑같은 말과 똑같은 술수로 군주의 마음을 움직이는 자들이다. 신하가 금옥(金玉)이나 애호하는 물건으로 이들을 사적으로 섬기고 밖으로 이들을 위해 불법을 행하여 군주에게 나쁜

  • 학습 길잡이 기타

    문제를 '이해-계획-실행-검토' 단계로 풀면 사고력 향상

    학교마다 약간씩 다르겠지만, 기말고사 준비로 바쁠 때입니다. 시험 준비를 하다 보면 공부의 내적 의미를 찾지 못하고 목표 점수를 얻기 위한 외적 보상에 매달리기 쉽습니다. 이런 과정은 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주기에, 이를 바라보는 교사로서 모순된 감정의 시선을 갖곤 합니다.수학 문제를 기계적 적용 방법이나 유형을 암기해 푸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수학 실력을 쌓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적절한 방법을 구상하고, 이해한 지식을 조합해 논리적으로 추론·계산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내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결론적으로는 문제 풀기 자체가 흥미로워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상위권인 학생은 상위권대로, 하위권인 학생은 하위권대로 고충이 있습니다. 수학을 하나의 RPG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 레벨 디자인이 아주 잘되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는 질문은 학년과 성적을 가리지 않고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 풀이의 방법론적 접근을 ‘발견술’이라고 합니다.발견술은 영어로 ‘Heuristics’로 번역되며, 경험적 방법이란 뜻으로 해석됩니다. 경험적이라는 부분 때문에 수학적 문제해결 방식과 조금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 계산과정이 아닌 문제를 파악하고 어떻게 풀지에 대한 전략 수립 과정에서는 이런저런 시도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자연스러운 부분입니다.본격적으로 이야기해봅시다. 문제를 푼다는 것 자체를 고민한 학생은 많이 없을 텐데요,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크게 이해-계획-실행-검토 단계로 구분할 수

  • 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주요 상위권대, '중복조합' 출제 빈도 계속 늘어

    확률과 통계는 주요 상위권 대학의 경우 교과 과정을 준수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인 만큼 출제 빈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그러면서 이전에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유형들도 자주 출제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중복조합이다. 중복조합은 경우의 수, 순열, 조합의 개념을 모두 평가할 수 있는 유형이므로 올해도 출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 확률과 통계 대비 포인트 ◀1. 고1 수학의 <경우의 수> 단원을 확실하게 복습할 것.2. 확통 교과서 또는 EBS 교재(확통 특강 - Level 1,2 위주) 등을 활용하여 개념 학습3. 위 출제문항 분석표의 확통 기출문항을 예시답안을 참조하여 반복 풀이할 것.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우리 어법 66년간 왜곡해온 민법 조항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민법 제2조 1항의 규정이다.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가 여럿 있다. 이 말이 드러내는 가치도 그중 하나다.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한 명으로서 상대방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성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용어지만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말이다. 줄여서 ‘신의칙(信義則)’이라고도 한다. ‘신의에 좇아’는 우리말에 없는 표현그런데 이 조항의 문장, 사실은 어색하다. 어째서일까? 동사를 잘못 썼기 때문이다. ‘좇다’는 ‘(무언가를) 따르다’란 뜻이다. ‘의견을 좇다/관례를 좇다/유언을 좇다’처럼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타동사다. 그런데 신의칙을 담은 문장에선 ‘신의를 좇아’가 아니라 ‘신의에 좇아’로 돼 있다. 우리는 타동사를 ‘밥을 먹다’ ‘노래를 부르다’처럼 쓰지 ‘밥에 먹다’ ‘노래에 부르다’라고는 절대 안 한다. 그러니 ‘신의를 좇아’라고 고쳐 써야 한다. 굳이 문법을 들먹이지 않아도 너무나 명백한 오류다.우리 민법에 누구나 알 만한 이런 오류가 아직도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민법이 1958년에 제정 공포됐으니 만 66년 되도록 잘못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셈이다. 제정 당시 일본 민법을 베껴 기계적으로 옮기다 보니 우리말답지 않은 표현이 됐다는 게 국어학자 김세중 박사의 설명이다.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장을 지낸 김 박사는 근래 몇 년을 민법을 비롯해 법조문의 우리말 오류에 천착해 있는 사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한자어 '백(白)'이 만들어낸 우리말 가지들 (2)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철저히 실패했다. 그 원인이 이번 회고록에서 백일하에 드러났다.”지난달 나온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이 일파만파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 관심은 이 문장에 쓰인 ‘백일하’라는 말에 있다. ‘백일하(白日下)’는 주로 ‘백일하에~’ 꼴로 쓰여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도록 뚜렷하게’란 뜻을 나타낸다.‘백주(白晝), 백일(白日)’은 곧 ‘대낮’‘백(白)’은 다양한 의미로 우리말 곳곳에 자리 잡아 풍성한 단어군을 이루는 데 기여한다. 한자 白은 어원적으로 촛불을 그린 것으로 보는 설이 유력하다. 그래서 본래 ‘밝다, 빛나다’란 뜻을 갖고 있다. 이런 의미가 담긴 말이 ‘백일(白日)’이다. ‘환히 밝은 낮’을 나타낸다. 순우리말로는 ‘대낮’ 또는 ‘한낮’이다.‘백일’은 요즘 단독으로 잘 쓰이지 않지만 ‘청천백일(靑天白日)’에서 그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하늘이 맑게 갠 대낮’을 가리키는 말이다. 또 ‘백일하’에도 그 쓰임이 남아 있다. ‘아래 하(下)’와 어울려 밝은 대낮 아래, 즉 ‘온 세상이 다 알도록 분명하게’란 뜻으로 확장됐다.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관련해 항간에 “백주대낮에 쓰레기 더미와 삐라가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때의 ‘백주(白晝)’도 ‘백일’과 같은 말이다. 원래 “백주에 대로(大路)에서 끔찍한 사건이 터졌다”처럼 쓰이는 이 말은 순우리말로 하면 ‘대낮에 큰길에서~’가 된다. 이를 줄여 “백주대로에서~”처럼 쓰기도 한다. 그런데 이 말을 착각해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자유주의 대 공동체주의' 등 깊이 알고 있어야

     ■ 빈출 주제(1) - 개인과 사회의 관계지난호에(5월 27일자 15면) 논술고사에서 출제되는 대표적 주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다루면서 그 관계를 규정하는 사회명목론과 사회실재론의 입장 간 대비되는 특징을 살펴봤습니다. 이 관계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안정 중 무엇을 중요시할 것인가(자유주의 vs. 공동체주의), 효율성과 형평성 중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가, 사회정의의 핵심을 과정의 공정성과 결과의 공정성 중 어디에 둘 것인가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주제들은 깊이 이해해두고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이해가 비슷한 주제에서 깊이 있는 시각과 통찰력으로 드러날 테니까요. 그럼 이번에는 논술형으로 만든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문제] 제시문 <1>~<4>를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상반된 입장으로 분류한 후 그중 적절한 것을 활용해 <자료>의 갑이 가지고 있는 관점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갑의 관점으로 아르바이트 청소년 부당 대우 문제를 볼 때 나타날 수 있는 한계를 서술해보시오.<1> 콩트에 따르면 비록 사회학이 위계상 그에 앞선 다른 과학들과 구분되는 특수한 방법론적 특성을 지녔다 하더라도, 역시 앞의 여러 과학에 의존하는 것이다. 특히 위계상 바로 아래에 있는 생물학에 매우 많이 의존한다. 생물학이 다른 자연과학 분야와 구분되는 점은 그것의 전체론적(holistic) 성격에 있다. 각 요소를 분리시킴으로써 발전되어온 물리학이나 화학과 달리, 생물학은 유기적 전체를 연구함으로써 발달한 것이다. 그리고 사회학이 생물학과 공유하고 있는 점은 바로 이 유기적 측면과 유기적 단위에 대한 강조다. 사회를 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