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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甕裏醯鷄 (옹리혜계)
▶한자풀이甕: 항아리 옹 裏: 속 리 醯: 식혜 혜 鷄: 닭 계항아리 속에서 태어난 초파리라는 뜻으로식견이 좁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것을 비유 -<장자>옹리혜계(甕裏醯鷄)는 ‘항아리 속의 초파리’라는 뜻으로 식견이 좁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항아리 속에서 태어난 초파리가 그 안을 하늘로 여기는 것처럼 생각이나 앎이 좁고 편향됨을 비유한다.출전은 <장자> 전자방이다. 전자방 3장에는 공자가 노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큰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가 가장 신임한 제자 안회가 노자와의 만남이 어떠했는지를 묻자 공자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내가 도(道)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항아리 속 초파리의 수준일 뿐이었다. 노담(老聃: 노자) 선생이 항아리 뚜껑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하늘과 땅의 위대함과 완전함에 대해서 알지 못했을 것이다(丘之於道也 其猶醯鷄與 微夫子之發吾覆也 吾不知天地之大全也).”2장에서는 남쪽 나라의 현인인 온백설자(溫伯雪子)가 공자가 예의에는 밝아도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는 서툴다면서 유가(儒家)의 형식주의를 비판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의 비판이 무색할 정도로 공자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식견의 좁음을 비유하는 사자성어는 많다.작은 연못에 사는 도롱뇽이라는 뜻의 척택지예(尺澤之鯢), 변방의 작은 나라일 뿐인 야랑(夜郞)이 스스로를 크다고 여겼다는 뜻의 야랑자대(夜郞自大), 우물 안 개구리라는 뜻의 정저지와(井底之蛙)도 뜻이 유사하다. 우물 속에 앉아서 하늘을 본다는 뜻의 좌정관천(坐井觀天) 정중관천(井中觀天), 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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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중앙대, 고3 응시 창의형…가천대, 한의예·약학 신설
2027학년도 수리논술의 주요 변경 사항으로는 중앙대에서 수능 전에 고3만 응시할 수 있는 전형인 논술 창의형 신설과 가천대 한의예과·약학과 논술 신설을 들 수 있다. 이 밖에 연세대에서는 2025년에 폐지된 과학논술이 부활하고, 상경계열의 응용통계학과가 인문논술에서 수리논술로 전형이 바뀌었다. 한양대는 논술 반영 비율을 100%로 변경하고, 홍익대는 수능최저를 완화한다. 그 외 대학은 대체로 변경 사항이 없거나 논술 모집 인원 및 내신 반영 비율에서 약간의 변경 사항이 있다. 대학별 내신 반영 비율 및 세부 변경 사항은 오른쪽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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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카메라 고정에 삼각대 쓰는 이유는?
그 어떤 거친 땅 위에 무심코 툭 던져놓더라도, 마치 땅과 한 몸이 된 것처럼 흔들림 없이 착 달라붙는 ‘마법의 의자’를 만들고 싶다면, 우리는 과연 다리를 몇 개로 설계해야 할까요? 이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학생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4개요!”라고 대답합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앉는 의자도, 카페의 테이블도, 집 안의 식탁도 모두 다리가 4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경험 속에서 숫자 ‘4’는 튼튼함과 안정감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수학의 눈으로 냉정하게 바라보았을 때, 정답은 4개가 아닙니다. 오히려 다리 4개는 평평하지 않은 땅 위에서 필연적으로 덜컹거릴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이 기하학적 수수께끼의 정답은 과연 무엇일까요?이에 대한 답은 중학교 1학년 기하학 파트에서 배우는 평면의 결정 조건에 있습니다. 평면의 결정 조건이란 공간상에서 평면이 단 하나로 정해지기 위한 조건을 말하는데, 교과서에는 다음 네 가지 경우가 나옵니다.첫째, 한 직선 위에 있지 않은 서로 다른 세 점.둘째, 한 직선과 그 직선 밖의 한 점.셋째, 한 점에서 만나는 두 직선.넷째, 평행한 두 직선.이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첫 번째 조건인 한 직선 위에 있지 않은 세 점입니다. 의자의 다리 끝을 점이라고 생각해봅시다. 다리가 3개라면, 다리 끝점 3개는 수학적으로 무조건 단 하나의 평면을 만들어냅니다. 지면이 아무리 울퉁불퉁해도, 이 세 점을 동시에 포함하는 평면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3개의 다리는 언제나 땅에 착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거친 산악 지형에서 사진작가들이 다리가 4개인 테이블 대신, 다리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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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피파'를 통해 본 우리말 세 얼굴
“한국은 6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결과 멕시코, 남아공 등과 함께 A조에 속했다. FIFA는 이날 ….”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 리그 상대가 결정됐다.” “피파(FIFA·세계축구연맹)는 … 신설된 ‘피파 평화상(FIFA Peace Prize)’을 트럼프에게 수여한다고 밝혔다.” 얼마 전 내년 북중미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 본선 조 추첨 결과가 발표됐다. 각종 언론이 전한 관련 기사에는 우리말에서 외래 고유 명칭을 옮기는 여러 방식이 드러나 주목을 끌었다.‘에프아이에프에이’ 사전에서 버려야‘FIFA’ ‘국제축구연맹’ ‘피파’는 우리말 안에서 동일한 국제기구를 나타내는,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말이다. FIFA는 영문 약어(애크로님)이고, 국제축구연맹은 우리말 번역어, 피파는 영문 약어를 한글로 읽은 명칭이다. 영문 약어 중 피파나 나토(NATO) 등 단어처럼 읽을 수 있는 것을 ‘애크로님(acronym)’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WTO(세계무역기구)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처럼 단어화해 읽을 수 없는 것을 ‘이니셜(initial)’이라고 한다. 이들은 더블유티오, 오이시디 식으로 영문 글자를 하나하나 읽어야 한다.애크로님은 원래 단어처럼 읽는 것인데,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선 ‘FIFA’를 ‘피파’뿐 아니라 영문 글자대로 읽은 ‘에프아이에프에이’도 함께 표제어로 올려놓았다. 이는 ‘피파’가 단독으로 우리말 단어로 자리 잡기엔 아직 언어 세력이 충분치 않다고 보았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사전 편찬자의 개별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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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도박에 큰 돈을 쓰는 사람 'high roller'
한국의 주요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드롭액(게임 칩 구매액)이 2분기에 3조42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제주, 서울, 인천, 부산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의 2분기 드롭액은 1조84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수치다.5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자는 163만9387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14.9%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중국인 방문객이 전체의 30%를 차지했다.유진투자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중국인 방문객 수의 꾸준한 증가가 올해 하반기 실적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파라다이스 관계자는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늘어나면서 우리 카지노에서도 일반 이용객뿐 아니라 VIP 고액 고객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해설영어에서 온 단어 롤러(roller)는 회전하는 원통형 도구를 의미합니다. 컨베이어 벨트가 계속 움직이도록 아래에서 바퀴처럼 돌아가는 장치나 물건을 쉽게 옮기기 위해 받침대처럼 사용하는 굴림대 역시 롤러라고 부릅니다.위 예문에서 roller는 ‘도박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high roller는 ‘도박에서 큰돈을 쓰는 사람’을 의미하고요. roller의 동사 원형인 roll은 ‘굴리다’라는 의미 외에도, 종이나 옷감처럼 길쭉한 것을 둥근 형태로 감아 만든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지폐 여러 장을 돌돌 말아놓은 모양을 a roll of money, 즉 흔히 말하는 돈다발이라고 하지요.카지노에서 많은 돈을 베팅하려면 두툼한 지폐 다발을 가지고 있어야겠지요. 이것을 높이로 비유해 다른 사람보다 높은 지폐 다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high roller라는 표현이 생겼다고 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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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대대적으로' 라고 할 땐 'in force'
Squid Game has returned in force. Its second and third seasons landed at No. 2 and No. 3 on Netflix’s most-watched show list in the January-June period.The two seasons, released in December 2024 and June 2025, drew 117 million and 72 million views, respectively.Squid Game remains Netflix’s most-watched non-English series globally since its release in 2021.Other Korean TV content also shone. The drama series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garnered 35 million views, followed closely by The Trauma Code: Heroes on Call Season with 34 million views.Thanks to the global rise of K-content, non-English titles account for more than one-third of all viewing on Netflix in the first half of this year.Both Weak Hero: Class 1 (22 million views) and Weak Hero: Class 2 (20 million views) also attracted large audiences.‘오징어 게임’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돌아왔다. 올해 1~6월 기준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프로그램 순위에서 ‘오징어게임 2’와 ‘오징어게임 3’이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시즌1과 2는 각각 2024년 12월과 2025년 6월에 개봉된 후 각각 1억1700만 회와 7200만 시청 횟수를 기록했다.‘오징어 게임’은 2021년 공개 이후 지금까지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비영어권 시리즈로 남아 있다.다른 한국 TV 콘텐츠도 빛을 발했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는 3500만 회의 시청 횟수를 기록했고, ‘중중외상센터’가 3400만으로 뒤를 이었다. ‘약한영웅 클래스 1’ ‘약한영웅 클래스 2’ 역시 각각 2200만 회와 2000만 시청 횟수를 기록하며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았다.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 전체 시청 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비영어권 작품이 차지했다. 해설 올해도 한국 드라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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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제시문 이해, 관점 비교, 문제 해결…3단계 평가
아주대학교 인문논술은 매년 비교적 안정적인 출제 경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글을 많이 쓰는 대학의 논술과 달리, 아주대는 제시문 이해, 관점 간 비교, 문제 해결 적용이라는 세 단계를 요구하며, 각 단계에서 평가 요소가 분명하게 드러나지요. 그래서 준비가 잘된 학생이라면 실력 차가 금방 드러나는 시험이기도 합니다. 이번 2026학년도 모의논술을 통해 아주대 인문논술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짚어보고, 실전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 좋을지 안내하고자 합니다.우선 아주대 인문논술의 일반적 특성을 살펴보죠. 아주대는 제시문을 비교적 길게 제시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짧은 분량 안에서 핵심을 추출하고 구조화하는 능력을 요구합니다. 정답이 모형화되어 있지 않더라도, 제시문은 언제나 ‘논점이 분명한 관점 서술형’으로 구성됩니다. 특히 다음의 세 가지 능력을 중시합니다.1. 정확한 제시문 이해 능력핵심 개념을 왜곡하지 않고 정리하는 능력입니다.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정상성 개념 등은 교과서적 정의와 논리 구조를 그대로 반영해야 합니다.2. 관점 비교·대립 구조화 능력아주대 문제는 대부분 “두 관점 혹은 세 관점을 나누어 갈등을 설명하라”, “분배 기준별로 입장을 정리하라”처럼 구조적 비교를 요구합니다.3. 문제 해결 및 견해 제시 능력제시문을 단순 요약하는 수준이 아니라, 주어진 사회적 이슈를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해결방안을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합니다. 즉, 활용-적용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이 특징은 2026학년도 모의논술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아래에서 해당 문제를 약식 제시문으로 재구성해 소개하겠습니다.아래는 제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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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故 이순재 선생이 남긴 우리말 숙제
“부끄러운 연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다그친 일화가 여럿이다. 대사를 암기할 때 그는 완벽을 목표로 했다. 사전을 펼쳐 들고 ‘정(丁) 씨는 단음으로, 정(鄭) 씨는 장음으로 발음한다’는 그 앞에서 동료들은 혀를 내둘렀다.” ‘국민 배우’ 이순재 선생이 지난달 27일 91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영원한 현역’으로 연기 열정을 불태웠던 그를 소개하는 일화 가운데 한 신문의 ‘정(丁) 씨와 정(鄭) 씨의 발음 구별’ 대목은 유독 눈에 띈다. ‘정(丁)’ 씨는 단음, ‘정(鄭)’ 씨는 장음모국어 화자 중에서도 이를 구분하는 이들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말에서 장음과 단음을 구별하지 않고 쓰는 게 아무렇지도 않게 됐다. 어릴 때는 [눈(目)]과 [눈:(눈)], [밤(夜)]과 [밤:(栗)], [말(馬)]과 [말:(言)]이 단음이냐 장음이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는데, 요즘은 그조차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표준발음법에서는 모음의 장단을 구별해 발음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표준발음법 제6항). 이는 수백 년 동안 국어에서 지켜온 규칙으로, 장단에 따라 뜻이 구별되는 단어 쌍이 있기에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그중에서도 성(姓)씨의 장단음 구별은 특히 어렵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김(金) 씨는 단음이고, 이(李) 씨는 장음이다. 그다음으로 많은 박(朴) 씨를 비롯해 조(曺) 씨는 짧게, 송(宋) 씨와 조(趙) 씨는 길게 발음해야 한다. 한글로는 같아도 임(林) 씨는 단음이고 임(任) 씨는 장음이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서는 장음으로 소리 나는 표제어에 대해 발음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