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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각기 다른 분야 이론도 상호 영향 주고받아

    ‘수반’이라는 개념은 어떤 속성들과 다른 속성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용어인데, 윤리학 분야에서 논의되기 시작해 다른 분야로 확산했다. 수반론에 따르면 도덕적 속성과 비도덕적 속성(자연적 속성)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자는 선한 사람이다”라고 말하면서 공자와 동일한 상황에 부닥쳐 있고 그와 동일하게 행동하지만 선한 사람이 아닌 그런 사람이 있다는 주장은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도덕적 속성은 비도덕적 속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비도덕적 속성에서 동일한 두 개인은 도덕적 속성에서도 동일하다.이러한 논의의 영향을 받아 미학에서도 미적 속성과 비미적(非美的) 속성 사이에 미적 수반이 존재한다고 보는 미학자들이 나타났다. 시블리에 따르면 미적 속성은 감상자가 미적 감수성을 발휘해야 지각할 수 있는 속성이고, 비미적 속성은 시각과 청각 등의 지각 능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지각할 수 있는 속성이다. 미적 수반이란 한 작품의 미적 속성이 그 작품의 비미적 속성에 의존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즉 미적 수반론은 비미적 속성의 차이 없이는 미적 속성의 차이도 없다고 본다.미적 수반론은 미적 판단의 정당화 문제에 대해 미적 실재론*자들에게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미적 실재론자는 ‘운명 교향곡’은 장엄하다는 미적 판단을 정당화하는 데 수반 관계를 이용할 수 있다. 장엄함이 느린 리듬이나 하강하는 멜로디 등의 비미적 속성에 수반하는데, 그 비미적 속성이 ‘운명 교향곡’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미적 실재론: 미적 속성이 대상에 객관적으로 실재한다고 보는 이론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必作於細 (필작어세)

    ▶한자풀이必: 반드시 필    作: 지을 작    於: 어조사 어    細: 가늘 세모든 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작은 것을 놓치지 않아야 큰일이 안 생긴다  - <도덕경>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이고, 대해(大海)도 시작은 물 한 방울이다. 등고자비(登高自卑), 높은 곳에 닿으려면 낮은 곳부터 올라야 한다.도가(道家)의 이치를 담은 <도덕경>에는 노자의 정언약반(正言若反)식 문구가 많다. ‘빛나도 눈부시지 마라’, ‘곧아도 찌르지 마라’, ‘진짜 크면 소리가 없다’ 등 바른말은 반대인 듯이 들린다는 것이 정언약반식 화법이다.<도덕경> 63장에는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시작되고(天下難事 必作於易), 세상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부터 일어난다(天下大事 必作於細)”는 구절이 있다. 뒤에는 “이런 이치로 성인은 끝내 일을 크게 벌이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에는 큰일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개 쉽게 하는 승낙에는 믿음이 부족하고, 사태를 너무 쉽게 보면 반드시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이런 까닭으로 성인은 오히려 모든 일을 어렵게 대한다. 그래서 종래 어려움이 없게 되는 것이다.” 노자의 정언약반식 어법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필작어세(必作於細)는 모든 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뜻으로, 작은 일을 쉬이 여기지 않아야 큰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노자는 “작은 것을 크게 보고, 적은 것을 많게 보며, 어려운 일을 하려는 자는 쉬운 일부터 하고, 큰일을 하려는 자는 작은 일부터 한다”고 했는데, 위의 문구와 뜻이 일치한다. <도덕경> 15장에는 성인의 형상을 &ldquo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배울 땐 '케인즈', 쓸 땐 '케인스'의 모순

    “영국의 경제학자ㆍ철학자(1723~1790). 고전파 경제학의 창시자로, 중상주의적 보호정책을 비판하고 자유경쟁이 사회 진보의 요건임을 주장하면서 산업혁명의 이론적 기초를 다졌다.” <국부론>의 저자이자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를 국어사전은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올해 작은 정부와 자유를 강조하는 시장론자들에게 특히 자주 소환됐다. 올해가 그의 탄생 300주년 되는 해였기 때문이다.‘아담 스미스→애덤 스미스’로 바뀌어그와 대조적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주장하며 큰 정부의 필요성을 강조한 사람이 ‘존 메이너드 케인즈’다. 그는 올해 탄생 140주년을 맞았다. ‘아담 스미스’와 ‘케인즈’. 외래어 표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이미 이들 표기의 오류를 알아챘을 것이다. 바른 표기는 ‘애덤 스미스’, ‘케인스’다.지금 쓰고 있는 외래어 표기법은 문교부(현 교육부)에서 1986년 1월 개정 고시했다. 새로 만든 표기법에 따른 ‘외래어 표기 용례집’을 그해 6월 배포하며 구체적 표기 사례들을 제시했다. 당시 외국 지명 5200개, 인명 1800개 등 모두 7000여 개 표기를 새로 선보였다.그동안 써오던 ‘아담 스미스’가 ‘애덤 스미스’로 바뀐 것이 이때다. ‘아브라함 링컨’은 이날 이후 ‘에이브러햄 링컨’이 됐다. <달과 6펜스>의 저자 ‘서머셋 모옴’은 ‘서머싯 몸’으로, 변형생성문법의 창시자인 세계적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는 ‘노엄 촘스키’로 바뀌었다. 발음부호를 고려하고 현지 발음에 가깝게 적는다는 외래어 표기 정신을 반영한 것

  • 영어 이야기

    중요한 직책을 맡기기 위해 훈련시키다 'groom'

    Shin Yoo-yeol, the eldest son of Lotte Group Chairman Shin Dong-bin, was promoted to lead the group’s new division to be launched within its holding company Lotte Corp., tasked with finding new growth drivers, during its regular executive reshuffle on Wednesday.With the promotion, the junior Shin has become the first third-generation family member of the South Korean conglomerate to take a senior manager role at its headquarters. He will also assume an executive position at both Lotte Corp. and Lotte Biologics Co.The 37-year-old son of the group chairman has been groomed for top manager roles mostly in Japan. Lotte Group, focused on food, retail and chemicals, is pivoting toward biopharma, healthcare and IT, respectively with Lotte Biologics, Lotte Healthcare and Lotte Data Communication Co. set to take central roles.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씨가 지난 수요일 발표한 정기 임원 인사에서 지주회사인 ㈜롯데에 만들어지는 신사업부를 이끌 실장으로 승진했다.이번 승진으로 신유열 씨는 롯데그룹 창업자 집안 3세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본사에서 임원으로 일하게 되었고, 아울러 ㈜롯데와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도 임원 자리를 맡을 예정이다.37세인 신유열 씨는 주로 롯데 일본 지사에서 일하며 롯데그룹 최고 관리자 자리를 맡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식품, 유통, 화학에 주력해온 롯데그룹은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헬스케어, 롯데정보통신을 주요 계열사로 거느리고 바이오, 헬스케어, IT 사업 등을 중심으로 성장을 꾀하고 있다.해설연말이 되면 각 기업들은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합니다. 올해 롯데그룹 정기 인사에서 창업주의 3세대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승계 준비를 시작했다는 기사의 일부입니다.예문 아랫부분에 ‘훈련을 받다’는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승어부'<勝於父>와 '불초'의 깊은 의미

    “승어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고 합니다. 저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습니다.” 2020년 10월 28일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영결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의 60년 지기로 알려진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은 추도사를 읽어내려갔다. 우리 관심은 그중 한 대목에서 나온 ‘승어부(勝於父)’에 있다. ‘승어부하다’란 동사로도 쓰이는 이 말은 ‘아버지보다 낫다’는 뜻이다. 에 올라 있는 우리말이다.‘승어부’는 남이 칭찬으로 해주는 말이 말을 가슴에 담아두었던 이재용 삼성 회장은 그해 말 세밑,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의 최후진술에서 다시 ‘승어부’를 끄집어냈다.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봅니다. … 국민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입니다. … 이것이 이뤄질 때 저 나름대로 승어부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도사의 ‘승어부’를 차용했다. 이건희의 승어부를 계승해 이재용의 승어부를 이루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셈이다. 당시 언론에서 이 말을 받아 ‘이재용의 승어부’니, ‘승어부 선언’이니 하며 크게 보도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이재용의 ‘승어부’와 추도사에 나온 그것은 맥락이 좀 다르다. 우리가 이 말에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승어부’는 우리말에서 독특한 용법을 보이는 말 중 하나다. 일상의 말은 아니고, 이른바 고급 어휘다. 언론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이 말을 써왔다. 그런 까닭에 말의 의미와 쓰임새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1920년대 국내 신문에 등장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 영어 이야기

    흐름이 툭하고 끊어지다 'snap'

    South Korea’s factory activity waned last month, snapping its recovery streak in the previous two months largely due to a drop in chip production and shipments and leading the country’s overall industrial output to slow, government data showed. As the country’s retail sales and facility investment also contracted in the month, concerns are growing about the outlook of Asia's fourth-largest economy. According to data released by Statistics Korea on Thursday, the seasonally adjusted mining and manufacturing output in October dropped 3.5% from the previous month, snapping its growth streak in September and August with gains of 5.3% and 1.9%, respectively. Retail sales, a gauge of private consumption, also shrank 0.8% over the same period, reversing the direction just one month after snapping the three-month losing streak in September. Chip shipments decreased 29%, but chip inventories declined 9.6% on the double-digit fall in chip output. 지난달 한국 산업 생산이 감소세로 돌아서 이전 두 달 동안 보이던 회복 흐름이 중단됐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 생산 감소는 주로 반도체칩 생산 및 출하량 감소로 인한 것이며, 이는 국가 전체 산업 생산량 둔화로 이어졌다. 같은 달 국내 소매판매와 시설 투자도 위축되면서 아시아 4위 경제대국의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목요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계절 조정을 거친 10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3.5% 감소했다. 8월 1.9%, 9월엔 5.3% 각각 증가하던 수치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민간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도 같은 기간 0.8% 감소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끊었던 9월 기록이 불과 한 달 만에 역전됐다. 반도체칩 출하량도 29% 줄었지만, 생산량 두 자릿수 감소로 인해 칩 재고는 9.6%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해설산업활동은 한 국가가 일정 기간의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유형별 의미 이해해야 정확한 답 쓸수 있어

    어느덧 겨울이 되었고, 생글생글의 2023년도 인문논술 연재가 마무리 시점에 접어들었습니다. 누군가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입시 생활을 정리하고 있을 테고,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겠지요. 올 한 해 열심히 달려온 수험생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먼저 전하며,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학생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냅니다. 생글생글 독자 여러분께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매년 새로운 테마를 준비해왔고, 2023년도에는 논술에서 가장 많이 출제되는 유형을 두 줄기로 묶어 해법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지금까지 다룬 유형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다룬 6개의 유형은 위와 같습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유형의 ‘뜻’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논술·구술의 답안에서 써야 할 내용은 번호를 붙여두었습니다. 유형 목록의 뜻을 수첩에 적어서 논제의 물음에 적용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럼 더 정확히 출제 문제의 의도를 이해하고 답을 풀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논술 답안을 기계적으로 유형화해 공부하지 말고, 물음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정석적 공부를 하세요. 그래야 장기적으로 더 단단해집니다. 아래는 이 유형 중 일부를 종합한 문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두 제시문의 ‘비교’, ‘요약’을 바탕에 둔 ‘적용 설명’, 그리고 “주장을 논하시오”에 담긴 ‘비판’과 ‘대안 제시’입니다. 제시문이 길지 않고 생각할 것이 많은 문제입니다. 차분히 생각하며 답을 작성해보고, 다음 호의 답안과 비교해보세요.[논제] 다음 제시문 [나]와 [다]를 비교해 핵심 논지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라]를 설명한 후, [나], [다], [라]를 참고해 [가]의 주장을 논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未曾有 (미증유)

    ▶ 한자풀이 未: 아닐 미 曾: 일찍 증 有: 있을 유 '일찍이 있지 않았던 일'이라는 뜻으로 유례가 없이 처음 벌어진 현상 - 능엄주(楞嚴呪)는 대불정여래 깨달음의 공덕을 설한 427구(句)의 주문(呪文)이고, 은 이를 토대로 한 불교 경전이다. 에는 “부처의 설법을 듣기 위해 모인 승려들이 미증유함을 얻었다(法筵淸衆, 得未曾有)”라고 했고, 또 다른 불교 경전인 에도 수장자(手長者)가 지켜야 할 여덟 가지 미증유의 법에 대한 설명이 있다. 이처럼 불경에 자주 보이는 미증유(未曾有)는 부처의 공덕을 찬탄하거나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일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되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이전에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는 뜻으로 두루 쓰인다. ‘미증유의 참사’, ‘미증유의 신기술’과 같은 표현을 예로 들 수 있다. ‘미상유(未嘗有)’라고도 한다. 아직 맛도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난 시대에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전대미문(前代未聞), 이전 사람이 아직 밟지 않았다는 전인미답(前人未踏)도 미증유와 뜻이 같으며 어떤 일을 처음으로 해내거나 아무도 가보지 않은 단계에 도달하는 행위 등을 가리킨다. 파천황(破天荒)은 천지가 아직 열리지 않은 혼돈의 상태인 천황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뜻으로 미증유와 쓰임이 유사하다. 당말 오대의 사회 풍속과 문인들의 일화를 모은 에는 “형주(荊州)에서는 매년 과거 시험에 많은 사람을 응시시켰으나 급제자가 없어 이를 천황(天荒)이라 일렀는데, 유태라는 자가 급제해 천황을 깨뜨렸다(破天荒)”고 했다. 벽성(僻姓)이나 무반향(無班鄕)에서 인재가 나와 본디의 미천한 처지에서 벗어나는 일을 했음을 뜻하는 파벽(破僻)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