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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제시문의 공통 주제, 결론을 먼저 파악해야

    지난 호에서 인간의 합리성을 주제로 여러 견해를 다뤄보았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논술 문제 형식으로 전환해 답안을 구상해보겠습니다. 아래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해보세요. 답안을 한 번 써 본 후 해설을 읽어보면 더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논제] 제시문 를 바탕으로 제시문 와 의 주장을 평가하시오. (700자 내외) 시장사회는 단순히 물건을 상품으로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본성과 사회 질서에 관한 그 나름의 문화와 사상을 만들어냈다. 밀은 세계를 보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단순한 가정을 통해 인간의 상호작용과 행동 방식에 깊숙이 숨어 있는 진실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었다. 밀은 일반적으로 인간이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 즉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최선의 방식으로 자원을 사용한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가정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을 통해 호모에코노미쿠스, 바로 경제적 인간이 탄생한다. 이러한 가정은 21세기 경제사상의 거인 중 한 명인 게리 베커가 수용한다. 게리 베커는 “경제학적 접근이 인간의 모든 행동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라고 주장했다. 베커는 모든 영역에 경제적 사고의 도구를 적용한다. 그의 경제학적 방법론은 세 가지 개념을 전제한다. 첫째, 모든 존재는 극대화를 지향한다. 사람, 정부, 기업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최선으로 활용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하는 호모에코노미쿠스라고 간주할 수 있다. 둘째, 호모에코노미쿠스적 행위는 시장 메커니즘 아래에서 일어난다. 셋째, 호모에코노미쿠스는 어떤 사회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같은 것을 선호한다. 그는 합리적 선택에 관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토포악발 (吐哺握髮)

    ▶한자풀이吐: 토할 토  哺: 먹을 포  握: 쥘 악  髮: 터럭 발먹던 것은 뱉고 감고 있는 머리를 거머쥐다인재를 얻기 위해 애쓰는 것을 비유하는 말 -<한시외전(韓詩外傳)>주(周)나라는 무왕(武王)이 은(殷)나라 주왕(紂王)을 멸하고 세운 나라다. 무왕의 치세로 혼란한 정세는 점차 회복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무왕이 질병으로 죽고 나이 어린 성왕(成王)이 제위에 오르자, 무경과 관숙 등이 반란을 일으키는 등 정세는 다시 혼탁해졌다.이 같은 혼란을 정비하고 주 왕조의 기반을 굳건히 다진 인물이 주공단(周公旦)이다. 공자가 평생 흠모한 주공단은 무왕의 아우이자 성왕의 삼촌으로 권좌를 넘보지 않는 충직한 섭정을 펼쳐 흔들리는 나라를 바로 세웠다. 주공은 주왕실의 일족과 공신들을 중원 요지에 배치해 백성들을 다스리게 하는 대봉건제를 시행해 주왕실의 수비를 공고히 했다. 주위에서 주공을 왕위에 올리려 했지만 주공은 단칼에 거절하며 조카 왕에 대한 충심을 잃지 않았다. 공자는 주공의 이런 마음을 높이 샀다.주공이 노(魯)나라 땅에 봉해져 집을 떠나는 아들 백금(伯禽)에게 말했다.“나는 한 번 씻을 때 세 번 머리를 거머쥐고(一沐三握髮), 한 번 먹을 때 세 번 음식을 뱉으면서(一飯三吐哺) 천하의 현명한 사람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주공은 아들에게 나라를 살피는 일은 잠시도 쉴 틈이 없고 훌륭한 인재를 얻으려면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는 <한시외전>에 나오는 이야기다.토포악발(吐哺握髮)은 먹던 것을 뱉고 감고 있던 머리를 거머쥔다는 뜻으로, 현사(賢士)를 얻기 위해 정성을 다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훌륭한 인재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수탁받다'란 말은 없어요

    점입가경, 가관, 천고마비, 청천벽력, 요령, 횡설수설, 장광설, 엉터리, 주책, 독불장군…. 전혀 연관성이 없는 말들을 나열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의미변화를 일으킨 말이란 점이다. 특히 그것도 거의 정반대 쓰임으로 굳어진, 독특한 우리말 유형에 해당하는 말들이다.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닿는 대로 다시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이 중 ‘점입가경’의 중복표현 여부에 대해 살펴보자. ‘갈수록 점입가경’은 중복 표현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들어갈수록 점점 재미가 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더욱 꼴불견일 때 “점입가경이다”라고 한다. 이를 흔히 “갈수록 점입가경이다”라고 하기도 한다. 대개는 무심코 이렇게 말하지만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쓰기도 한다. 점(漸)이 ‘차츰, 점점’이란 뜻의 말이다. 그러니 앞에 ‘갈수록’을 붙이는 것은 중복 표현 아니냐는 지적이다.“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같은 표현은 ‘겹말’을 얘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대표 사례다. 겹말이란 처갓집이나 전선줄, 고목나무, 역전앞, 전단지, 동해바다와 같이 같은 뜻의 말이 겹쳐서 된 말이다. 사전에서는 이들 가운데 단어화한 말을 따로 올려 공식적으로 표준어 대접을 하고 있다. 처갓집을 비롯해 전선줄, 고목나무 따위가 그것이다. 이에 비해 역전앞, 전단지, 동해바다 같은 말은 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같은 유형의 말이지만 아직 단어로 처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들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쓴다면 ‘오류’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런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白龍魚服 (백룡어복)

    ▶한자풀이白: 흰 백  龍: 용 룡  魚: 물고기 어  服: 입을 복흰 용이 물고기 옷을 입는다는 뜻으로신분이 높은 자가 서민복을 입고 미행함-<사기(史記)>오(吳)나라 왕이 백성들과 함께 술을 마시려고 하자 옆에 있던 오자서(伍子胥)가 이를 말렸다.“옛날에 하늘에 있던 흰 용이 지상으로 내려와 차가운 연못에서 물고기로 변해 있었습니다. 이때 어부 예저(豫且)가 용의 눈을 쏘아 맞추니 용은 하늘로 올라가 하느님에게 이를 고하였습니다. 하느님이 용에게 ‘너는 그때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었느냐’라고 물으니 용이 대답하기를 ‘저는 그때 찬 연못에서 물고기로 변해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하느님이 다시 ‘연못에 있는 물고기는 사람들이 잡으라고 있는 것이니 그 어부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고 오히려 너에게 잘못이 있느니라’라고 했습니다. 지금 모든 것을 버리시고 미천한 백성들과 어울려 술을 마신다면 예저와 같은 이가 나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오자서의 간언을 듣고 왕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사기> 오자서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백룡어복(白龍魚服)은 흰 용이 물고기 옷을 입는다는 뜻으로, 신분이 높은 사람이 서민의 옷을 입고 미행(微行)하는 것을 이른다. 미행은 일부러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무엇을 살피기 위해 남모르게 다니는 것을 가리킨다. 조선시대 암행어사를 연상하면 된다. 외교 사절이나 국가원수가 신분을 알리지 않고 사적으로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위 고사에서 용은 신분이 높은 사람, 어부는 평민을 이르는 말이다. 구중궁궐(九重宮闕)에 사는 왕이 신하들이 전하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천고마비, '위기의 계절'서 '풍요의 계절'로

    “세호 여자친구와 우리 부부가 같이 골프를 치러 갔었다. 여자분이 키가 엄청 크시고, 얼굴이 가관이더라.” “그렇게 표현하는 게 아니야! 여러모로 부적절해. ‘가관’은 비아냥대는 거야.” “재준이랑 오랫동안 친했잖아. 이 친구의 ‘가관’은 칭찬이다. 우리가 한라산에 같이 갔었는데 재준이가 한라산의 멋진 절경을 보더니 ‘야, 가관이다!’라고 하더라.” 지난달 개그맨 조세호 씨의 결혼식이 화제 속에서 치러졌다. 그가 지난 7월 한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절친으로 알려진 이들과 함께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반대되는 쓰임새로 의미변화 이뤄이 대화에서 주목할 것은 ‘가관’이다. 지난호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말은 ‘옳을 가(可), 볼 관(觀)’, 즉 경치가 꽤 볼 만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꼬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원래 칭찬을 나타내던 게 지금은 반대로 비웃음을 담은, 놀림조의 말로 쓰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세호 씨와 친구들이 나눈 대화는 우리말 이해도가 꽤 높은 수준임을 드러낸다. 동시에 지난호에서 살핀 ‘점입가경’(① 갈수록 점점 더 좋거나 재미가 있음 ② 갈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꼴불견임)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 끝자락에 음미해볼 만한 우리말이다.‘점입가경’은 중국 동진(東晉)의 화가 고개지에게서 유래한 사자성어다. 그는 사탕수수를 먹을 때 항상 뿌리에서 먼 데서부터 씹어먹었다. 그 이유를 그는 “갈수록 단맛이 강해지기 때문(漸入佳境)”이라고 했다. 이때부터 경치나 문장, 또는 어떤 상황이 갈수록 재밌어지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하지만 이 말도 요즘은

  • 영어 이야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neck and neck'

    Blackpink Ros's single APT. has debuted at No. 8 on the Billboard Hot 100. With the title, a collaboration with American singer and songwriter Bruno Mars, Ros became the first female K-pop artist and the fifth K-pop singer to reach the top 10 of the weekly chart after BTS and Psy.Last year, Jimin and Jungkook of the boy group BTS joined the top 10 of the Billboard Hot 100, with their solo singles Like Crazy and Seven, respectively.Ros’s APT. is neck-and-neck with Billie Eilish's Birds of a Feather (ranked third) and Sabrina Carpenter's Espresso (ranked fifth) on the charts. It nudged out Taste, another title from Carpenter, in ninth place.Pop music critics said Ros’s successful solo debut demonstrated K-pop's ascent to become a mainstream music genre beyond a fandom-based culture.블랙핑크의 로제가 ‘아파트(APT.)’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 100’에 8위로 데뷔했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로 로제는 K팝 여성 가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주간 차트 10위권에 진입했다. K팝 가수로는 다섯 번째다.작년 BTS 지민과 정국은 싱글 ‘Like Crazy’와 ‘Seven’으로 빌보드 핫 100에 각각 10위권에 올랐다.‘아파트’는 빌리 아일리시의 ‘버즈 오브 어 페더(Birds of a Feather)’(3위), 사브리나 카펜터의 ‘에스프레소(Espresso)’(5위) 등 쟁쟁한 노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카펜터의 또 다른 곡 ‘테이스트(Taste)’(9위)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대중음악 평론가들은 로제의 성공적 솔로 데뷔가 K팝이 팬덤 중심의 문화를 넘어 주류 음악 장르로 자리매김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해설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노래 ‘아파트(APT.)’가 연일 화제입니다. 지난 10월 1

  • 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킬러문항 구분이 합격 관건…반복 풀이 필수

    2025학년도 논술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약술형 논술의 정착 및 확대라고 볼 수 있다. 1012명을 약술형 논술로 선발하는 가천대를 비롯해 13개 대학에서 총 3342명을 선발하는 등 2025학년도 논술에서 약술형 논술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약술형 논술을 대표하는 가천대의 경우 자연계열 기준으로 수학 9문항이 출제되는데 이 중 7문항 정도가 평균 합격선이다. 따라서 2~3문항의 킬러 문항을 제외한 평이한 문항을 확실히 맞힌다면 합격이 가능한 구조다. 그러나 짧은 시험 시간을 고려할 때 합격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반복된 풀이 훈련이 필수다.

  • 학습 길잡이 기타

    상황 변화를 직관적으로 전달하죠

    수학에서 그래프를 그리는 것과 그려진 그래프를 이해하는 것은 둘 다 매우 중요합니다. 두 과정은 마치 그리는 사람과 이해하는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는 수학적 개념이나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므로,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공유하는 데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예를 들어, 큰 그릇에 물을 담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일정한 속도로 물을 담다가 중간에 더 빠른 속도로 물을 붓는다면, 이 변화 과정을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그런데 여기서 어떤 것을 중점으로 두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래프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이 차오르는 높이의 변화에 초점을 맞출 겁니다. 그렇게 되면 처음에는 우상향하는 직선의 모습으로 그려지다가 어느 순간 기울기가 큰 직선 모양으로 바뀌겠죠.하지만 조금 특이한 경우에는 물의 높이보다 그 순간에 쏟아지는 물의 양을 기준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그래프는 어떻게 될까요? 앞서 말했듯 일정한 속도로 물을 담는다는 것은 순간에 쏟아지는 물의 양이 일정하다는 의미이므로, 그래프는 처음 어느 정도까지는 위로도 아래로도 움직이지 않고 평평한 모양으로 그려질 겁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빠른 속도로 물을 부을 때 순간적으로 그래프는 더 위로 올라간 뒤 역시 그 지점에서 평평한 모양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이를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고 그래프로 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래프를 그리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그래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면 처음에 말한 대로 상황을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글로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