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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與世推移 (여세추이)

    ▶한자풀이 與: 더불 여 世: 인간 세 推: 옮길 추 移: 옮길 이 세상의 변화에 맞춰 변화해가다 시대의 흐름에 융통성 있게 적응함 -한자풀이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에서 한때 삼려대부의 지위까지 올랐던 굴원은 제(齊)와 동맹해 강국인 진(秦)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적들의 모함을 받아 좌천되었다. 결국 굴원의 간언을 무시하고 제나라와 단교하며 친진(親秦) 정책을 편 초의 회왕은 장의의 모략에 빠져 진에 사로잡혀 객사했다. 경양왕이 즉위한 뒤 굴원은 다시 조정으로 돌아왔으나 회왕을 객사하게 한 자란이 재상이 되자 그를 비판하다 다시 유배됐다. 굴원은 를 지어 자신의 심정을 나타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굴원이 쫓겨나 강과 못 사이를 거닐면서 시(詩)를 읊조릴 적에 안색이 초췌하고 몸이 수척해 있었다. 어부(漁父)가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삼려대부가 아니시오? 무슨 까닭으로 여기까지 이르렀소?” 굴원이 대답했다. “온 세상이 혼탁한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뭇 사람이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 추방을 당했소이다.” 어부가 이에 말했다. “성인은 사물에 얽매이거나 막히지 않고 능히 세상과 추이를 같이한다오(聖人不凝滯於物而能與世推移).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혼탁하면 어찌 그 진흙을 휘저어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고, 뭇 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으면 왜 그 술지게미 배불리 먹고 박주(薄酒)나마 마시지 않고 어찌하여 깊은 생각과 고상한 행동으로 스스로 추방을 당하셨소?” 굴원이 답했다. “내 일찍이 듣기로, 새로 머리를 감은 자는 반드시 관(冠)의 먼지를 털어 쓰고, 새로 목욕을 한 자는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 하였소. 어찌 이 깨끗한 몸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모닥불'에 밀려난 '화톳불'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 10월 24일)’이 지나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어느새 ‘입동(立冬, 11월 8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있다. 절기상으론 이미 겨울의 문턱에 다가섰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이맘때 더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 ‘불멍’이다. 타오르는 불꽃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게 불멍이다. 불멍은 이른바 ‘멍때리기’의 원조로 10여 년 전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신조어다. 아직 정식 단어도 아닌 이 말이 물멍, 비멍, 눈멍, 숲멍, 달멍 등 다양한 ‘멍’ 파생어를 쏟아냈다. 그만큼 생산성이 큰 말이다.캠프파이어는 모닥불? 화톳불?불멍과 함께 늘 따라다니는 게 ‘캠프파이어’다. 캠프파이어는 외래어지만 국어사전에 오른 정식 단어다. 우리말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엉뚱한 ‘수난’도 겪었다. 국립국어원에 의해 순화 대상으로 꼽혀 2019년 12월 ‘모닥불놀이’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체어도 우리말에 자연스레 스며들지 못했다. 활용도가 떨어져 언중의 선택을 받지 못한 셈이다. 본래 ‘모닥불’은 살갑고 멋들어진 우리 고유어다. 이게 ‘모닥불놀이’에서 막혀 더 이상 그 말맛을 살리지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렇게 된 데는 다듬은말이 인위적으로, 일방적으로 생겨났다는 데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캠프파이어 문화가 없었다. 당연히 모닥불 피워놓고 하는 모닥불놀이도 없었다. 없던 ‘놀이’를 말만 억지로 우리 것으로 바꾸려다 보니 어색함이 생겼다. 모닥불놀이가 잘 쓰이지 않게 된 까닭이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모닥불놀이’는 아직 정식 단어로 사전에 오르지 못했다. ‘캠프파이어’는 누구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수단(방법)과 결과(목표)를 말하는 문장 구조는?

    < 18세기 이후 … 상민층에서는 ‘유학(幼學)’ 직역을 얻고자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 유학 직역의 획득은 제도적으로 양반이 되는 것을 의미하였으나 그것이 곧 온전한 양반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양반 집단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유교적 의례의 준행, 문중과 족보에의 편입 등 다양한 조건이 필요했다.(중략) 신분 세습을 비판한 유형원은 현명한 인재라도 노비로 태어나면 노비로 살아야 하는 것이 천하의 도리에 어긋난다고 보고, 노비제 폐지를 주장했다. … 그는 과거제 대신 공거제를 통해 도덕적 능력이 뛰어난 자를 추천으로 선발하여 여러 단계의 교육을 한 후, 최소한의 학식을 확인하여 관료로 임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중략) 정약용은 신분제가 동요하는 상황에서 … 도덕적 능력의 여부에 따라 추천으로 예비 관료인 ‘선사’를 선발하고 일정한 교육을 한 후, 여러 단계의 시험을 거쳐 관료를 선발할 것을 제안했다. ㉡사 거주지에서 더 많은 선사를 선발하도록 했지만, 농민과 상공인에게도 선사의 선발 인원을 배정하는 등 노비 이외에서 사 집단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중략) 유형원은 다스리는 자인 사와 다스림을 받는 민의 구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천하의 이치라고 보고 ㉢도덕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로 지배층인 사를 구성하고자 했다. > 14.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 신분적 정체성을 지키려는 양반층의 노력이고, ㉡은 이러한 양반층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이다. ② … ③ ㉠은 상민층이 … 양반으로 인정받는 것을 억제하는 장치이고, ㉢은 능력주의를 통해 인재 등용에 신분의 벽을 두지

  • 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미분가능하면 연속'의 잘못된 이해

    예시 논제 1번처럼 미분 가능성을 묻는 문제에서 상당수 학생이 연속성을 조사하는 과정을 먼저 기술하고, 이어서 미분 가능성을 조사하는 순서로 답안을 작성한다. 이는 ‘A이면 B이다’를 ‘A가 되려면 먼저 B가 되어야 한다’로 잘못 이해한 경우인데, 논리 관계로 보면 B가 필요조건이므로 B가 되더라도 A와는 관계가 없다. 즉, 연속이지만 미분 가능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미분 가능성을 묻는 논제에서 연속성을 조사하는 과정은 채점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예시 논제 1번의 경우 미분계수를 바로 조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포인트미분가능하면 연속이다. (0) ∴ 미분가능하려면 먼저 연속이 되어야 한다. (0) ∴ 연속을 먼저 조사한다. (×) (연속이지만 미분가능하지 않을 수 있음) ⇒ 미분계수를 바로 조사한다. (0) A이면 B이다.(0) ⇒ B는 필요조건 즉, B이지만 A가 아닌 경우가 있을 수 있다.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우리말 좀먹는 군더더기 '~바 있다'

    1926년, 일제의 억압에 신음하던 우리 민족은 조선어연구회(한글학회의 전신)를 중심으로 ‘가갸날’(한글날의 초기 명칭)을 제정했다. 우리말을 지켜내고 민족정신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우리 조선 문자는 세종대왕 훈민정음 서(序)에도 있는 바와 같이 ‘使人人易習 便於日用耳·사인인이습 편어일용이: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할 따름이니라)’라는 한 구절이 우리가 자부하는 바와 같이 명실이 상부하게 세계 문자 중 탁월한 바이 있다.” 조선일보는 이듬해 두 번째 가갸날을 맞아 10월 25일 자에 ‘가갸날을 기념하여’란 제목의 기획 기사를 실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예문에 잇따라 세 번 나오는 ‘~ㄴ 바’의 쓰임새다. 이 말은 우리말에서 어떻게 군더더기 신세가 됐을까. 문장 늘어지고 글 흐름 어색해져‘~ㄴ 바’는 순우리말이다. 예문에서도 확인되듯이 예전엔 지금보다 훨씬 자주 쓰였다. 특히 20세기 초 우리말 문장이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던 때, 예사롭게 쓰였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리 활발한 쓰임새를 보이는 것 같지 않다. 아마도 일상의 말이 아닌, 입말보다 글말에서 주로 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비슷하게 쓰이는 ‘것’에 밀려 글말에서도 세력이 많이 약해졌다. 그런 만큼 역설적으로 이 말의 남용은 글의 흐름을 더 어색하게 만든다. ‘~ㄴ 바’는 앞에서 말한 내용 자체나 일 따위를 나타내는 말이다.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해라.” “나라의 발전에 공헌하는 바가 크다.” “내가 알던 바와는 다르다.” 이런 쓰임새는 비교적 자연스럽다. 다음 문장에선 좀 다르다. “그는 세계대회에 여러 차례 출전한 바 있다.” “000 정부

  • 영어 이야기

    on the market과 in the market의 차이는?

    South Korea’s Mirae Asset Global Investments Co. is seeking to sell off HI Investment & Securities Co. headquarters, sources familiar with the matter said on Thursday. The property, located in Seoul’s financial hub, the Yeouido district, has 19 stories above ground and seven underground with 49,826 square meters of gross floor area. Market insiders speculate the selling price will be in the early 400 billion won range, given the current high interest rate. Mirae Asset bought the office building at 240 billion won in 2011, via Mirae Asset Maps Frontier Private Real Estate Trust No. 29, which manages capital from Korean institutional investors including National Pension Service (NPS). The property’s name was Hana Securities Building at the time. The office was renamed as HI Investment & Securities Building in late 2021. More landmarks buildings in Yeouido are on the market.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하이투자증권 본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이 목요일 밝혔다. 서울의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에 위치한 이 건물은 연면적 49,826㎡, 지상 19층, 지하 7층 규모다. 시장에서는 현재 높은 금리를 감안할 때 매각 가격이 4000억 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자본을 관리하는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사모부동산신탁 29호를 통해 2011년 2400억 원에 하이투자증권 사옥을 매입했다. 당시 해당 건물의 이름은 하나증권빌딩이었다. 2021년 말 하이투자증권빌딩으로 사옥 명칭이 변경됐다. 이 밖에도 여의도의 더 많은 랜드마크 빌딩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해설하이투자증권 본사 사옥을 비롯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여러 건물들이 매물로 나와 있다는 기사의 일부입니다. 예문 아랫부분에 ‘매물로 나온’의 뜻을 지닌 ‘on the market’이라는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문장 의미를 파악하고, 상위 개념 생각하는 훈련을

    조선 왕조의 기본 법전인 에 규정된 신분제는 신분을 양인과 천인으로 나눈 양천제이다. 양인은 … 납세와 군역 등의 의무를 져야 했다. … 양반이 16세기 이후 … 양인은 사회적으로 양반, 중인, 상민으로 분화되었다. 이러한 법적, 사회적 신분제는 갑오개혁으로 철폐되기 이전까지 조선 사회의 근간이 되었다. (중략) 영조 연간에 편찬된 법전인 에서는 노비가 속량할 수 있는 값을 100냥으로 정하는 규정을 둠으로써 속량을 제도화했다. 이는 국가의 재정 운영상 노비제의 유지보다 그들을 양인 납세자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몰락한 양반들은 노비의 유지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몸값을 받고 속량해 주는 길을 선택했다. (중략) 유학은 군역 면제라는 특권이 있어서 상민층이 원하는 직역이었다. 유학 직역의 획득은 제도적으로 양반이 되는 것을 의미하였으나 … 곧 온전한 양반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략)조선 후기에는 … 양반의 하한선과 비(非)양반층의 상한선이 근접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양반들이 비양반층의 진입을 막는 힘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지만, 비양반층이 양반에 접근하고자 하는 힘은 더 강하게 작동했다. 유학의 증가는 이러한 현상의 단면을 보여 준다. 12. 보기를 읽고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의 규정을 적용받아 속량된 사람들은 납세의 의무를 지게 되었다. ② 반포 이후 갑오개혁까지 조선의 법적 신분제에는 두 개의 신분이 존재했다. ③ 조선 후기 양반 중에는 노비를 양인 신분으로 풀어 주고 금전적 이익을 얻은 이들이 있었다. ④ 조선 후기 ‘유학’의 증가 현상은 의 신분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현상을 보여 주는 것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功虧一簣(공휴일궤)

    ▶ 한자풀이 功: 공 공 虧: 이지러질 휴 一: 한 일 簣: 삼태기 궤 쌓는 공이 한 삼태기로 이지러지다 거의 성취한 일을 중지해 모든 게 헛됨 - 세상사 시작만큼이나 끝이 중요하다. 곧은 뜻도 끝에서 휘고, 태산만 한 꿈도 끝에서 밤톨만 해지는 일이 허다하다. 십 리 길도 한 걸음이 모자라면 닿지 못하고, 아홉 길 산도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면 완성되지 못한다. 마지막 1% 부족으로 99%가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아홉 길 산을 쌓는데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 공이 한꺼번에 무너진다(九功虧一).’ 여포 편에 나오는 말로, 공휴일궤(功虧一)는 쌓는 공이 흙 한 삼태기 부족으로 이지러진다는 뜻이다. 거의 성취한 일을 중지해 기존의 공이 허사가 됨을 이르는 말이다. 주(周)나라 무왕이 은(殷)나라 주왕을 무찌르고 새 왕조를 열자, 여(旅)라는 오랑캐 나라에서 ‘오(獒)’라는 진기한 개를 선물로 보냈다. 오는 키가 넉 자나 되는 큰 개로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들어 무왕이 소중히 여기자 동생인 소공 석(奭)이 왕이 혹여 개에 마음이 끌려 정치를 등한시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이를 일깨워 말했다. “임금 된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시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방심하면 마침내 큰 덕을 해치게 된다. 예를 들어 흙을 가져다가 산을 만드는데, 이제 조금만 더 쌓으면 아홉 길 높이에 이르게 되었을 때, 이제는 다 되었다 하고 한 삼태기의 흙을 쌓는 데 게을리하게 되면 지금까지 해온 일이 모두 허사가 된다.” ‘아홉 길 산을 쌓는데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 공이 한꺼번에 무너진다’는 공휴일궤는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조금만 마무리를 잘 하면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