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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黑白顚倒 (흑백전도)

    ▶한자풀이黑: 검을 흑白: 흰 백顚: 엎드러질 전倒: 넘어질 도검은 것과 흰 것이 거꾸로 되다옳고 그름이 뒤집힌 상황을 이름-굴원의 시 <회사>전국시대 초(楚)나라의 굴원은 유배지에서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한탄하며 멱라수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그가 죽기 전에 자신의 심경을 담아 지은 작품이 바로 <회사>다. 시구에는 간신배들이 활개 치는 세상을 탄식하는 내용이 나온다.“흰 것이 변하여 검은 것이 되고, 위가 거꾸로 아래로 되었네(變白以爲黑兮 倒上以爲下). 봉황은 조롱 속에 갇히고, 닭과 꿩이 하늘을 나네.”여기서 유래한 흑백전도(黑白顚倒)는 문자 그대로 흑과 백이 뒤바뀌었다는 말로, 옳고 그름이 뒤집힌 부조리한 상황을 비유하거나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하고 흰 것을 검다고 말하는 것처럼 고의로 옳고 그름을 흐리게 해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한다. 전도흑백(顚倒黑白), 반백위흑(反白爲黑), 전도시비(顚倒是非)도 같은 뜻이다.후한 시대 안제(安帝) 때의 양진(楊震)은 번풍과 주광 등 탐관오리의 행태를 고발하는 상소문에서 “흰 것과 검은 것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고, 맑음과 탁함이 그 근원을 같이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는데, 이 또한 뜻이 흑백전도와 맞닿는다. 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나무라는 것을 일컫는 적반하장(賊反荷杖)도 뜻이 같다.주인과 객의 위치가 서로 뒤바뀌었다는 주객전도(主客顚倒), 객이 도리어 주인 노릇을 한다는 뜻으로 부차적인 것을 주된 것보다 오히려 더 중요하게 여김을 이르는 객반위주(客反爲主), 일의 처음과 끝이 뒤바뀌었다는 본말전도(本末轉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우리말의 다양성 잡아먹는 '굉장히'

    ““얼마나 다쳤어?” “굉장히 다쳤어요.” “굉장히가 얼마만큼이지?” “글쎄, 굉장히 다쳤대요.” 아마 죽기 직전의 상처면 한 바늘 꿰맬 정도에서부터 모두 ‘굉장히’인지도 모른다.” 우리말에서 ‘굉장하다’가 무소불위의 힘으로 그 쓰임새를 넓혀간 지는 꽤 오래됐다. 1977년 12월 5일 자에서 한 신문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말끝마다 ‘굉장히’를 ‘굉장히’ 많이 쓰고 있다며 우리말 세태를 비판했다.토박이 정도부사 써야 우리말 살아‘굉장하다’의 오남용이 우리말에 끼치는 폐해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 호에서 살펴봤듯, 우리말의 ‘논리적·합리적 표현’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크고 대단한 기세를 나타내는 ‘굉장(宏壯)’을 좋고 슬프고 하는 감성어와 결합함으로써 ‘언어적 자연스러움’을 떨어뜨린다. 심지어 “굉장히 작다” 식으로 의미영역이 반대인 말과 함께 쓰기도 한다.다른 하나는 ‘굉장하다’의 남발이 수많은 토박이말 어휘를 잡아먹어 우리말의 다양함과 풍성함을 해친다는 것이다. 우리말에 ‘보통보다 훨씬 더’라는 강세 어감을 드러내는 말이 꽤 많다. ‘매우, 무척, 아주, 되게, 몹시, 엄청, 무지, 너무, 하도, 사뭇, 퍽, 꽤, 제법, 자못, 대단히, 정말, 참, 상당히, 진짜로, 많이….’ 이들은 모두 정도부사로, 영어의 ‘very’에 해당하는 어감을 전달할 수 있다.정도부사란 수식받는 말의 정도를 한정하는 부사로 강세 어감을 나타낸다. ‘철수는 매우 멋있다’에서 ‘매우’, ‘정상까지 너무 멀다’에서 ‘너무’가 그런

  • 영어 이야기

    낙수효과 'trickle-down effect'

    LG Electronics eyes 1 trillion won in global built-in appliance sales in three years by winning the hearts of consumers in Europe.Europe is the world’s largest built-in kitchen appliance market dominated by well-known regional brands Miele, Boscha and Electrolux.The total sales in the European built-in kitchen appliance market stood at $21.2 billion in 2023, controlling 42% of the global built-in appliance market.LG, which is also the world’s No. 1 home appliance maker, will strive to meet its goal in Europe with both premium Signature Kitchen Suite built-in appliances and LG-branded mass-market built-in lineups.In the long run, it is easier and faster to penetrate a new market with high-end products and premium brand image first, which can create a trickle-down effect leading to a growth in mass-market product sales later.LG전자는 유럽 소비자 공략을 통해 향후 3년 내 글로벌 빌트인 가전 부문에서 매출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유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빌트인 주방 가전 시장으로 밀레, 보쉬, 일렉트로룩스와 같은 잘 알려진 지역의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다. 2023년 유럽 빌트인 주방 가전 시장의 총매출은 212억 달러로, 전 세계 빌트인 가전 시장의 42%를 차지했다.세계 1위 가전업체인 LG전자는 ‘시그너처 키친 스위트’ 프리미엄 제품과 대중 시장을 겨냥한 LG 브랜드 빌트인 제품을 앞세워 유럽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 판매 목표 달성에 나설 계획이다.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제품과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먼저 구축하는 것이 신규 시장 진입에 유리하다. 이후 대중 제품의 판매 확대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해설최근 인테리어와 가전제품 분야에서 ‘빌트인(Built-in)’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우리말로는 ‘붙박이’에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惡事千里 (악사천리)

    ▶한자풀이惡: 악할 악  事: 일 사  千: 일천 천  里: 마을 리나쁜 일은 천 리를 달린다는 뜻으로안 좋은 소문은 금세 멀리까지 퍼짐 -<북송쇄언>악사천리(惡事千里)는 ‘나쁜 일은 천 리를 달린다’는 뜻으로, 나쁜 소문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멀리까지 금세 퍼짐을 이르는 말이다. 악사행천리(惡事行千里), 악사전천리(惡事傳千里)로도 쓴다. 중국에서는 속담처럼 사용해온 말로, 앞에 호사불출문(好事不出門, 좋은 일은 문밖으로 퍼져나가지 않음)이 붙어 대구를 이룬다.이 말은 송나라 때 손광헌(孫光憲)이 지은 <북송쇄언>에 나오는 “이른바 좋은 일은 문밖으로 퍼지지 않고, 나쁜 일은 천 리를 간다고 하였으니, 선비와 군자가 그것을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所謂好事不出門 惡事行千里 士君子得不戒之乎)”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 같은 송나라 때 도원이 지은 <경덕전등록>의 선문답에도 “어떤 승려가 소종선사에게 ‘달마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인지요’라고 물으니, 소종선사는 ‘호사불출문, 악사행천리’라고 대답하였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악사천리는 <수호지> <서유기> 등 중국의 대중소설에도 자주 나온다. 우리말 속담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와 의미가 비슷하다.소문과 관련된 사자성어는 많다. 유언비어(流言蜚語)는 아무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이나 풍설을 이르는 말이고, 도청도설(道聽途說)은 길거리에 떠돌아다니는 말을 이른다. 거리나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이르는 가담항어(街談巷語), 아무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을 이르는 부언유설(浮言流說)도 뜻이 같다. 낭설(浪說)은 터무니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굉장히 작다"는 말이 성립할까?

    ‘4월의 신랑’이 된 코요태 김종민이 지난달 연예가에 화제를 뿌렸다. 결혼식 당일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가 한 말이 우리말과 관련해 해묵은 생각거리를 불러들였다. 이날 김종민은 주변 지인들의 반응을 묻는 말에 “동료들 반응이 달랐다. 결혼하신 분들은 ‘굉장히 기뻐하고’ 축하를 많이 해주셨다”고 답했다.‘굉장히’는 ‘크고 씩씩하게’라는 뜻눈길이 가는 부분은 ‘굉장히 기뻐하고’이다. 이는 보통 이상으로 기쁘다는 뜻이다. 이런 표현을 하도 많이 써서 어색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어원적·의미적으로 보면 이 말은 상당히 비논리적 표현이다. 본래 ‘굉장’은 외적 양태를 나타내고, ‘기쁘다’는 내적 감정을 드러내는 말이라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지금도 이 말은 용법상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말의 이런 흐름을 그냥 지켜봐도 괜찮을지 고민해볼 만하다.우선 ‘굉장(宏壯)히’는 ‘아주 크고 훌륭하게, 보통 이상으로 대단하게’라는 뜻으로 쓰는 부사다. 이 말의 원래 쓰임새는 어근인 ‘굉(宏, 크다/넓다)’과 ‘장(壯, 씩씩하다/굳세다)’에서 나왔다. 특히 ‘장(壯)’ 자는 ‘나뭇조각 장(爿)’과 ‘선비 사(士)’가 결합한 모습인데, 이는 예부터 굳세고 씩씩한 남자를 가리켰다. 나이로 치면 30세 이후의 남자다. 지금도 ‘장년(壯年)’을 ‘서른에서 마흔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을 가리키는 것은 이 말이 거기서 연유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생 중 가장 기운이 왕성하고 활동이 활발한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그래서 ‘굉장하다&rsq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죽음에 대한 실존적 고민이 삶의 본질 결정"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여, 아카이아인(人)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자여, 나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에게 물어보러 왔소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바위 많은 이타케에 닿을 수 있겠는지, 그가 혹시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해서 말이오. 나는 아직도 아카이아 땅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내 자신의 나라를 밟아보지도 못한 채 끊임없이 고통만 당하고 있소. 그러나 아킬레우스여, 그대로 말하면 어느 누구도 일찍이 그대처럼 행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오. 그대가 아직 살아 있을 적에 우리들 아르고스인들이 그대를 신처럼 공경했고, 지금은 그대가 여기 죽은 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통치자이기 때문이오. 그러니 아킬레우스여, 그대는 죽었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시오.”이렇게 내가 말하자 그(아킬레우스)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대답했소.“죽음에 대하여 나를 위로하려 들지 마시오, 영광스러운 오뒷세우스여. 나는 죽은 자들 모두를 통치하느니 차라리 시골에서 머슴이 되어 농토도 없고 가산(家産)도 많지 않은 다른 사람 밑에서 품팔이를 하고 싶소. 자, 그대는 내 의젓한 아들 소식이나 전해주시오. 그 애는 제일인자(第一人者)가 되기 위하여 전쟁터로 나갔소? 아니면 그러지 않았소? 그리고 나무랄 데 없는 내 아버지 펠레우스에 관해서도 들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오. 그분께서는 아직도 뮈르미도네스족(族) 사이에서 명예를 누리고 계시오? 아니면 노령(老齡)이 그분의 손발을 묶었다고 해서 헬라스와 프티아에서 사람들이 그분을 업신여기고 있소? 나는 더 이상 햇빛 아래서 그분을 보호하지 못하며, 넓은 트로이아에서 가장 용맹한 적들을 죽이고 아르고스인들을 지

  • 학습 길잡이 기타

    π 적극적으로 사용한 오일러, 대중화 이끌었죠

    오늘은 수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기호 π(파이)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리가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이 기호를, 다시 생각해보면 ‘왜 이렇게 쓰게 되었지?’ 하고 새삼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π를 처음 배우는 건 초등학교에서지만, 기호로서 π를 배우는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입니다. ‘원의 둘레와 지름의 비율’이라고 간단히 배우지만, 사실 옛날에는 이를 표현하는 방법이 제각각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따로 기호 없이 “원의 둘레는 지름의 약 22/7배쯤 된다”고 설명했고, 중세 유럽에서는 “proportio circumferentiae ad diametrum”처럼 라틴어 문장으로 길게 표현했습니다. 17세기에는 c(둘레, circumference)와 d(지름, diameter)를 사용해 c/d처럼 직접 분수 형태로 나타내는 방식도 있었지요.이런 혼란을 정리한 사람이 바로 1706년,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존스(William Jones)입니다. 그는 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π를 원주율을 나타내는 기호로 사용했습니다. 왜 하필 π였을까요? π는 그리스어 ‘periphery(둘레)’의 첫 글자이기 때문입니다. ‘원의 둘레’와 관련된 비율이니, 둘레를 의미하는 단어의 첫 글자를 따온 것이지요.하지만 당시에는 π가 금방 대중화되지 않았습니다. π를 전 세계 수학자에게 널리 퍼뜨린 인물은 바로 수학의 거장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입니다. 오일러는 특히 자신의 논문과 저술에서 원주율을 간결하고 일관되게 표현하기 위해 π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오일러는 삼각함수와 원주율을 연결 지은 공식, 예를 들어 오일러 공식인 같은 식을 통해 π를 자연스럽게 수학의 중심 개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