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각은 다리를 받치는 기둥을 말한다. 교각 상판 구조물이라면 다리 기둥, 즉 교각 위에 얹어놓은 보의 일종이다. 교량은 보통 완성된 다리를 가리킨다.

‘교각’이 그리 어려운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정확히 쓰지 않아 정보전달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통사고 기사에서 특히 그렇다. 지난해 12월 21일 충남 공주시 대전·당진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유조 차량 사고에서도 같은 오류가 반복됐다. 이 사건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던 탱크로리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다리 난간에 부딪혀 4000L가량의 기름이 유출됐다. 많은 언론이 이를 “교각에 부딪혀…” 식으로 표현했다. 다리 위를 달리던 차량이 ‘교각’에 부딪힐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교각 붕괴’와 ‘교각 상판 구조물 붕괴’는 전혀 다른 말이라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
‘교(橋)’와 ‘각(脚)’은 순우리말로 둘 다 ‘다리’다. 형태는 같지만 서로 다른 말이다. 교(橋)는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에 음을 나타내는 ‘높을 교(喬)’로 이뤄졌다. ‘나무로 만든, 물 위를 건널 수 있도록 높게 세운 시설물’임을 나타낸다. 각(脚)은 몸통 아래 허벅지부터 발까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뜻을 나타내는 ‘육달월(月)’ 변을 염두에 둬야 한다. 육달월은 고기 육(肉) 자가 변형된 것으로 같은 글자다. ‘다리 각’을 비롯해 ‘배 복(腹)’, ‘허파 폐(肺)’, ‘밥통 위(胃)’, ‘살찔 비(肥)’ 등 우리 몸과 관련 있는 글자에는 모두 육달월 변이 들어가 있다.글쓰기의 시작은 정확한 단어 선택‘교량(橋梁)’은 시내나 강을 사람이나 차량이 건널 수 있게 만든 다리를 말한다. ‘다리 교(橋)’에 ‘들보 량(梁)’이 결합했다. ‘들보’란 칸과 칸 사이의 두 기둥을 건너질러 중심축을 잡는 나무를 가리킨다. 집을 지을 때 여러 개의 들보를 설치하는데 그중 가장 큰 들보가 ‘대들보’다. 여기서 의미가 확대돼 ‘한 나라나 한 집안 또는 한 단체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됐다.
‘동량(棟梁)’도 비슷하다. 마룻대(棟)와 들보(梁)를 아울러 이른다. 이 역시 의미가 확대돼 ‘마룻대와 들보로 쓸 만한 재목이라는 뜻으로, 집안이나 나라를 떠받치는 중대한 일을 맡을 인재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장차 나라의 동량이 될 어린이들”처럼 쓰인다.
‘난간(欄干)’은 층계, 다리, 마루 따위의 가장자리에 일정한 높이로 막아 세우는 구조물을 나타낸다. 사람이 떨어지는 것을 막게 설치한다. 다리 위 교통사고는 이 난간에 부딪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교각에 부딪혔다”고 쓴다면 말의 뜻을 정확히 모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