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prime number)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수학의 개념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소수는 우주 어디에서든 지적 생명체가 있다면 그들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수학적 개념이다. 소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주적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언어일지도 모른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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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 소수(素數). 이 단순한 정의 속에는 수학의 신비와 미해결된 수많은 문제가 숨어 있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소수(小數, decimal)는 분수를 십진법으로 표현하는 것이었지만, 중학교에 올라가 마주한 소수(素數, prime number)는 전혀 다른 세계의 개념처럼 느껴졌다. 숫자 대신 문자가 등장하고, 3.14 대신 ‘파이(π)’를 사용하며, 익숙했던 소수와 완전히 다른 ‘나누어지지 않는 수’를 배우는 순간, 나는 이 새로운 개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면 소수란 무엇일까?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 그것이 바로 소수다. 하지만 이 단순한 규칙을 따르는 숫자들이 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가질까? “이 소수는 대체 어디에 쓰이는 걸까?” 세상의 모든 것이 실용적인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나에게, 그리고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지난 칼럼에서 건축물에서 공진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소수 간격을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 흥미롭게도, 이 개념은 무선통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무선 주파수가 겹치면 서로 다른 신호 간 간섭이 발생해 통신 품질이 저하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수를 기반으로 채널을 할당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소수 간격으로 주파수를 배치하면 특정 신호들이 배수 관계를 이루지 않게 되어, 서로 간섭 없이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와이파이, 휴대전화 통신, GPS 신호 등에서 필수적인 원리로 작용한다.

소수는 지구상의 통신을 안정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주 신호를 분석하는 데에도 소수가 활용된다. 최근 리메이크해 개봉한 영화 ‘컨택트’는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해 신호를 분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속 연구자들은 우주에서 감지되는 전파 신호를 분석하는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신호는 일반적으로 주기적이며 특정한 배수 관계를 가진다. 예를 들어, 항성에서 방출되는 전파나 중성자별(펄서)의 신호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연구팀은 기존의 자연 신호와 전혀 다른 패턴을 지닌 특이한 신호를 감지한다. 분석 결과, 이 신호는 소수의 배열로 이루어져 있었다. 자연에서는 쉽게 발생하지 않는 이러한 신호 패턴은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진은 판단한다. 소수는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 보편적인 수학적 개념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이것이 외계 문명이 보낸 메시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짓고 교신을 시도한다. 나아가 그들과의 만남을 준비하며 이를 위한 우주선 제작에 돌입한다.

영화 속 이야기가 허구라고만 볼 수는 없다. 실제로 SETI(외계지적생명체탐사) 프로젝트에서는 우주 신호를 분석하고, 소수를 기반으로 필터링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수학의 개념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소수는 인류는 물론이고 우주 어디에서든 지적 생명체가 있다면 그들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수학적 개념이다. 소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주적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언어일지도 모른다.

과거부터 기밀문서 같은, 중요한 정보들은 암호를 이용해 보호되어왔다. 특히 암호화 과정에서 소수가 많이 활용되는데, 이는 합성수에 비해 해독할 수 있는 요소가 적어 보안성이 높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서는 데이터 보안과 정보보호가 필수가 되었고, 이를 위해 거대한 소수를 활용한 암호화 기법이 등장했다. 현대의 기업들은 강력한 보안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점점 더 큰 소수를 찾고 있으며, 큰 소수를 아는 것이 곧 강력한 무기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소수는 단순한 수학적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기술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수학자들이 연구하고 발견한 이론들은 암호학을 넘어 정보보호·금융·국가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사회는 더욱 안전하고 발전된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정경호 한국삼육고 교사
정경호 한국삼육고 교사
소수는 오랜 세월 수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암호화 기술을 통해 우리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금융시스템을 안전하게 유지하며, 국가 간 기밀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한 숫자처럼 보이지만, 소수는 세상을 연결하고 지키는 열쇠가 되고 있다. 수학이 사회를 변화시키듯, 앞으로도 소수를 이용한 기술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