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쓸모

다리 위에서는 수학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수학이 없으면 다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수학은 다리의 겉모습이 아니라 뼈대다. 보이지 않지만 빠지면 무너지는 것. 우리가 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도 같다. 당장은 쓸모가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를 세우고 싶은 날이 오면 반드시 필요해진다.
우리는 매일 수학 위를 걷고, 수학 위를 달린다. 그것이 수학인 줄 모를 뿐이다. 매일 아침 등굣길에 건너는 다리, 버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다리. 그 안에는 삼각형의 강체성, 포물선의 원리, 2차함수의 계산이 숨어 있다. 다리는 그냥 강 위에 놓인 길이 아니다. 무너지려는 무게와 버티는 수학이 팽팽하게 맞서는 전쟁터다.

퀴즈 하나를 먼저 풀어보자.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 중에서 가장 튼튼한 도형은? 답은 가장 단순한 삼각형이다. 직접 실험해볼 수 있다. 빨대 4개로 사각형을 만들어 모서리를 눌러보자. 쉽게 찌그러진다. 그런데 빨대 3개로 만든 삼각형은? 다른 도형에 비해 형태가 덜 변형된다. 세 변의 길이가 고정되면 모양이 단 하나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수학] 당신이 건너는 다리에 수학이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튼튼한 삼각형으로 어떻게 다리를 지을 수 있을까? 삼각형을 옆으로 반복해 이어 붙여 다리를 만들어보자. <그림 1>은 트러스교다. 다리의 위쪽과 아래쪽을 가로로 잇는 부재를 각각 ‘상부 코드’ ‘하부 코드’라고 한다. 이 두 코드 사이를 수직재와 대각재가 연결하는데, 바로 이 대각재가 삼각형을 만드는 핵심이다. 수직재가 위아래의 힘을 받아주고, 대각재가 비스듬히 버텨주면서 사각형이 아닌 삼각형의 배열이 완성된다. 그리고 양쪽 끝에 서 있는 주탑이 다리 전체의 하중을 땅으로 전달한다. 결국 트러스교는 삼각형을 촘촘히 이어 붙여, 어느 한 점에 무게가 실려도 구조 전체가 이를 나눠 갖도록 설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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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트러스교에는 한계가 있다. 다리가 길어질수록 트러스 자체가 무거워지고, 자기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발상을 했다. ‘다리를 매달아보면 어떨까?’ 이렇게 태어난 것이 현수교다.

<그림2>를 보자. 양쪽 주탑 사이에 굵은 주 케이블을 걸치면, 케이블은 아래로 늘어지며 곡선을 그린다. 이 곡선이 뭘까? 줄만 걸면 현수선이라는 곡선이 되지만, 무거운 상판을 매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판의 무게가 케이블 자체 무게를 압도하면서, 곡선은 수학 시간에 나오는 2차함수 y = ax²의 그래프, 즉 포물선에 가까워진다. 실제로 엔지니어들은 현수교를 설계할 때 이 곡선을 2차함수로 근사시켜 케이블의 장력과 주탑의 높이를 계산한다. 주 케이블에서 가느다란 현수재들이 내려와 보강형, 즉 상판을 잡아준다. 빨래를 집게로 하나씩 빨랫줄에 건 모습이다. 하중은 ‘현수재→주 케이블→주탑→땅’ 순으로 전달된다. 그런데 주 케이블이 주탑을 안쪽으로 잡아당기면 주탑이 쓰러질 수 있다. 이를 막는 것이 앵커리지다. 주 케이블 양쪽 끝을 땅속 깊이 묻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에 고정하는 것이다.

현수교는 멋지지만 까다롭다. 거대한 앵커리지를 묻을 땅이 필요하고, 주 케이블을 만드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다시 질문했다. “앵커리지 없이도 다리를 매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주 케이블이라는 중간 단계를 없애고, 주탑에서 상판으로 케이블을 직접 연결하면 된다. 이것이 사장교다.
[재미있는 수학] 당신이 건너는 다리에 수학이 살고 있다
<그림3>을 보자. 주탑에서 여러 가닥의 케이블이 부채처럼 펼쳐진다. 각각의 케이블은 주탑 꼭대기에서 출발해 비스듬히 내려오며, 상부 거더와 바닥판에 정착부를 통해 고정된다. 현수교에서는 주 케이블에 매달린 현수재가 상판을 지지하지만, 사장교에서는 케이블이 주탑과 상판을 직접 연결한다. 중간 단계가 사라진 것이다. 여기서 잠깐, 이 모양을 옆에서 바라보자. 주탑이 수직선, 거더가 수평선, 케이블이 빗변이 있다. 트러스교에서 출발한 삼각형이 여기로 돌아온 것이다. 각각의 케이블이 주탑과 거더 사이에 삼각형을 만들고, 이 삼각형들이 상판을 양쪽에서 잡아당기며 버텨준다.

정경호 한국삼육고 교사
정경호 한국삼육고 교사
현수교와 비교하면 뚜렷한 차이가 있다. 현수교는 하중이 ‘현수재→주 케이블→주탑→앵커리지’ 네 단계를 거쳐 전달되지만, 사장교는 ‘케이블→주탑→기초’라는 훨씬 짧은 경로로 끝난다. 주탑 양쪽으로 케이블이 대칭으로 뻗어나가기 때문에 왼쪽 케이블이 당기는 힘과 오른쪽 케이블이 당기는 힘이 서로 상쇄된다. 줄다리기에서 양쪽 팀의 힘이 똑같으면 줄이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덕분에 거대한 앵커리지 없이도 주탑은 스스로 균형을 잡고, 그 힘은 기초를 통해 땅으로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