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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습 길잡이 기타

    소수 기반 RSA 해독…사막서 바늘찾기 만큼 어렵죠

    “암호 편지 한 장이 한 나라의 여왕을 단두대로 이끌었다면, 우리는 암호를 단지 숫자의 장난으로 볼 수 있을까?”1586년,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 스튜어트는 옥중에서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는 치밀하게 암호화된 기호와 문자로 이루어진 정치적 음모의 기록이었다. 여왕은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동료들과 공유했고, 그 내용을 철저히 숨겼다. 그러나 영국의 정보국이 암호문을 가로챘고, 토머스 펠리페스라는 수학자이자 암호 해독가는 그 안의 규칙을 해석해냈다. 그날 단두대에 오른 것은 여왕 한 사람의 운명만이 아니었다. 암호가 역사의 흐름과 권력의 균형을 바꾼 순간이었다.메리 스튜어트가 사용한 암호는 단순한 단일 치환 암호였다. 알파벳을 일정한 기호나 다른 문자로 바꾸는 방식으로, 당시로서는 강력한 보안 기술이었다. 예를 들어 A는 △, B는 □, C는 ☆ 등으로 바뀌고, 특정 단어들은 전체 기호 하나로 요약되기도 했다. ‘Queen(여왕)’은 하나의 상징 기호로, ‘Death(죽음)’는 약어처럼 표현했다.하지만 이 암호는 결국 문자의 등장 빈도와 반복 주기를 분석하는 수학적 방식에 의해 해독되었다. 펠리페스는 편지 전체에서 반복되는 기호를 세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기호가 영어의 ‘E’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리고 그 주기를 파악해 특정 간격마다 나타나는 기호의 구조를 분석했고, 그 주기 길이가 소수(예: 7)일 때 해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소수 간격에서 나타나는 반복은 암호문의 패턴을 읽어내는 결정적 열쇠가 되었다.이런 방식은 훗날 더 정교한 암호 체계로 발전했다. 특히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공개

  • 학습 길잡이 기타

    막대·그림자로 각도 측정, 지구의 둘레 알아냈죠

    학생 여러분은 수학 선생님들이 간혹 수학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보통 아름답다는 표현은 다분히 감성적이고 우리의 감정에 기반을 두지만, 수학이 아름답다고 말할 때는 그 의미가 다소 다릅니다. 수학은 어떤 면에서 보면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타협의 여지가 없고, 느낌으로 결정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그런데도 수학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은 아마 다른 형태의 감정을 우리에게 불러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우리의 직관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매우 간결하게 표현하면서도 개념 사이의 관계가 마치 신이 만들어놓은 것처럼 잘 정의되고 제대로 맞아떨어질 때, 우리는 그 완벽함에 압도되고 경도되거나 전개 과정의 우아함을 보며 수학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대부분 학생이 중학교 1학년 때 에라토스테네스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이 사람은 북아프리카의 지중해 연안에서 태어났으며, 기원전 3세기에 이집트 지역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한 수학자이자 과학자, 철학자입니다. 또한 시인이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관장이기도 했죠. 그리고 하나 더, 아주 우아하고 고상한 방식으로 실제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을 계산해내는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수학의 아름다운 면을 하나 추가한 사람이죠.이 사람의 이름을 처음 듣는 순간은 대개 소수를 배우면서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라는 이름으로 소수를 걸러낼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을 이르는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100 이하의 자연수 중 소수를 찾는다고 해봅시다. 1은 제외, 2는 소수이며 이후의 2의 배수는 제외, 3은 소수이며 이후의 3의

  • 학습 길잡이 기타

    소수의견 존중 위해 '선호도 투표' 도입했죠

    이전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다수 투표 방식은 소수의 의견이 쉽게 무시될 수 있고, 때로는 정직하지 않은 전략적 투표를 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선호도 투표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선호도 투표 방식 중 순차적 결선 방식은 유권자가 후보들을 순위별로 평가하고, 과반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최하위 득표자를 제거해 표를 재분배하여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법입니다.예를 들어 어떤 선거에서 후보 A, B, C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호도 순위가 각각 다음과 같다고 합시다.1순위 득표수만 정리해보면 후보 A는 30+10=40(표), 후보 B는 35표, 후보 C는 25표이므로 후보 A가 최다 득표이지만, 40표로 절반을 넘지 못합니다. 순차적 결선 방식에서는 이때 최하위 후보인 후보 C를 탈락시키고, 후보 C를 1순위로 선택한 유권자의 표는 그 유권자의 2순위인 후보 B에게 재분배되어 합산됩니다. 즉 후보 C를 탈락시키면 후보 A는 30+10=40(표), 후보 B는 35+25=60(표)로, 후보 B가 과반수의 표를 얻었으므로 후보 B가 당선됩니다.순차적 결선 방식은 다수 투표 방식에 비해 당선된 사람의 지지율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18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장샤를 드 보르다(Jean-Charles de Borda, 1733~1799)는 유권자의 선호도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순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게 하는 보르다 투표 방식을 제안했습니다.예를 들어 어떤 선거에서 후보 A, B, C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호도 순위가 각각 다음과 같다고 합시다. 유권자는 1순위에 3점, 2순위에 2점, 3순위에 1점을 줍니다. 이때 유권자들로부터 받은 점수의 총합이 가장 큰 후보가 승리합니다.여기서 1순위를 가장 많이 받은 후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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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많이 얻었다고 다수 의견 대표할까요?

    지난 겨울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2>가 화제였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게임을 할 때마다 게임을 멈출 것인지,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 OX 투표를 합니다. 게임을 이끌어가는 이들은 참가자들의 투표를 통해 게임 지속 여부를 민주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단 한 표라도 많은 쪽이 결정한 방향으로 게임의 지속 여부를 정하다 보니 적은 쪽으로 투표한 사람은 원하지 않지만 정해진 대로 따라야 하고, 결국 원하지 않는 죽음으로까지 내몰리기도 합니다. 이를 보면 과연 투표가 민주적 절차로서 현재에도 여전히 유용한 수단인지를 고민하게 합니다.공정한 의사결정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투표 방법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투표 방법들은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수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여러 가지 투표 방법에 활용된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2회에 걸쳐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투표 방법 중 편리하고 공정한 의사결정 방법이라고 생각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다수결 투표입니다. 그런데 가장 많은 득표를 얻었다고 다수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단순 다수결 투표 방식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를 승자로 택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는 단순 다수결 투표를 실시합니다. 각 유권자는 한 명의 후보에게 투표하고,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승리합니다.그런데 어떤 선거에서 성향이 비슷한 후보 A, B와 성향이 반대인 후보 C가 <그림1>과 같이 득표했다고 합시다. 이 경우 후보 C가 가장 많은 득표로 당선되지만, 후보 A, B의 지지자들은 후보 C의 정책에 반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다수의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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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파수 '소수'로 배치하면 안정적 데이터 전송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 소수(素數). 이 단순한 정의 속에는 수학의 신비와 미해결된 수많은 문제가 숨어 있다.초등학교에서 배운 소수(小數, decimal)는 분수를 십진법으로 표현하는 것이었지만, 중학교에 올라가 마주한 소수(素數, prime number)는 전혀 다른 세계의 개념처럼 느껴졌다. 숫자 대신 문자가 등장하고, 3.14 대신 ‘파이(π)’를 사용하며, 익숙했던 소수와 완전히 다른 ‘나누어지지 않는 수’를 배우는 순간, 나는 이 새로운 개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그렇다면 소수란 무엇일까?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 그것이 바로 소수다. 하지만 이 단순한 규칙을 따르는 숫자들이 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가질까? “이 소수는 대체 어디에 쓰이는 걸까?” 세상의 모든 것이 실용적인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나에게, 그리고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지난 칼럼에서 건축물에서 공진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소수 간격을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 흥미롭게도, 이 개념은 무선통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무선 주파수가 겹치면 서로 다른 신호 간 간섭이 발생해 통신 품질이 저하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수를 기반으로 채널을 할당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소수 간격으로 주파수를 배치하면 특정 신호들이 배수 관계를 이루지 않게 되어, 서로 간섭 없이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와이파이, 휴대전화 통신, GPS 신호 등에서 필수적인 원리로 작용한다.소수는 지구상의 통신을 안정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주 신호를 분석하는 데에도 소수가 활용된다. 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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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형수를 계산할 땐 패턴을 찾아보세요

    학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개학과 함께 새로운 반과 선생님을 만나 올해도 잘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개학해서 여러모로 힘들 테니, 오늘은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정삼각형을 아래와 같이 배치하면 점의 개수는 총 6개가 됩니다. (그림 1) 위에서부터 가로선에 놓은 점의 개수는 1개, 2개, 3개로 하나씩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1+2+3의 결과로서 6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이 그림 아래에 정삼각형을 한 줄 더 붙여 전체의 모양을 유지하며 확장한다면 다음 그림이 됩니다. (그림 2) 이때 필요한 점의 개수는 어떨까요? 직접 세어봐도 좋겠지만, 패턴을 찾아본다면 더 쉬울 겁니다. 위부터 가로를 기준으로 더해나간다면 1+2+3+4로 계산할 수 있고, 총 10개의 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여기에서 나오는 6, 10과 같은 수를 바로 ‘삼각수’라고 부르는데요, 점 하나부터 시작해 점 세3개의 삼각형을 포함한다면 삼각수는 순서대로 1, 3, 6, 10, ⋯⋯ 으로 이어지게 됩니다.한 변의 길이를 더 늘린다면 어떨까요? 밑변에 총 100개의 점이 찍힐 때까지 확장한다면, 그때 놓여 있는 점은 총 몇 개일까요? 이런 상황에서라면 덧셈을 조금 더 길게 해야 할 것입니다. 1+2+3+⋯⋯+99+100을 계산해야겠죠. 이 계산으로 유명한 가우스라는 수학자가 있습니다.가우스가 초등학생일 때, 학교 선생님께서 이 문제를 냈는데 선생님이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 답을 내서 선생님을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가우스가 떠올린 수학적 아이디어는 바로 수끼리 짝을 지어주는 것입니다. 1+2+3+⋯⋯+99+100을 (1+100)+(2+99)+(3+98)+⋯⋯+(49+52)+(50+51)로 짝을 지어준 것입니다. 그러면 괄호마다 101이 되고 총 50개가 있으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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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감 판정받았다고 모두 독감에 걸릴까?

    지난 겨울에는 유달리 독감 환자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독감에 걸렸던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이번 독감이 특별히 많이 아팠다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보면 병원에서 독감으로 판정받았는데도 전혀 아프지 않고 지나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병원에서 독감에 걸렸다고 판정받은 사람이 실제로 모두 독감에 걸린 것이 맞는 걸까요?의료 진단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나면 감염되었음을, 음성반응이 나타나면 감염되지 않았음을 뜻합니다. 그러나 진단 검사용 의료 키트가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어서 감염된 경우에도 음성반응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감염되었을 때 양성반응이 나타날 확률을 그 의료 진단 키트의 민감도라고 하는데, 민감도가 클수록 의료 진단 키트의 정확도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간단한 예를 생각해봅시다.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에게 양성반응을, 감염되지 않은 사람에게 음성반응을 나타내는 민감도가 0.99인 의료 진단 키트가 있다고 할 때, 이 의료 진단 키트에 의해 양성반응을 나타낸 사람이 실제 감염자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은 그 확률이 0.99라고 성급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제 확률은 훨씬 낮습니다.예를 들어 어느 지역의 인구가 10만 명이고, 그 지역에서 실제 감염된 사람이 100명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의료 진단 키트의 민감도가 0.99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표를 얻을 수 있습니다.위의 표에서 검사 결과 양성반응을 나타낸 사람은 99+999=1098(명)이고, 이 중 실제 감염자는 99명입니다.따라서 이 의료 진단 키트에 의해 양성반응을 나타낸 사람이 실제 감염자일 확률은 , 즉 약 0.09에 불과합니다. 이는 이 의료 진단 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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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 울림, 기계 진동에 숨겨긴 수학원리는?

    “소리는 공기를 울리고, 다리는 흔들리며, 지진파는 건물을 뒤흔든다.” 우리는 일상에서 공명을 경험하지만, 그것이 수학과 연관이 깊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명(Resonance)은 특정한 주파수가 배수 관계를 가질 때 증폭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는 음악에서 화음을 이루고, 엔진이 특정 속도에서 진동하며, 심지어 다리가 무너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공명과 수학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 핵심에는 바로 약수와 배수의 개념이 숨어 있다.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사례는 고대 그리스의 유클리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클리드는 기원전 300년경 <원론>에서 최대공약수를 구하는 알고리즘을 소개했다. 이 알고리즘은 두 수를 나눈 후 나머지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오늘날 ‘유클리드 알고리즘’으로 불린다. 그의 연구는 단순한 수 계산을 넘어 비율과 배수 개념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 당시 그리스 수학자들은 수의 관계를 연구하며 비례와 공배수 개념을 활용해 기하학과 음악 이론에도 적용했다.중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 개념은 상업과 무역의 발전과 함께 더욱 중요해졌다. 유럽과 중동에서는 상인들이 서로 다른 단위의 화폐나 물품을 공정하게 나누기 위해 최대공약수를 활용했다.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최소공배수 개념은 기계공학에서도 필수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특히 톱니바퀴 시스템에서 기어의 회전수를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 최소공배수가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12개의 톱니를 가진 기어와 18개의 톱니를 가진 기어가 맞물릴 때, 두 기어가 처음 상태로 돌아오는 최소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