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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望雲之情 (망운지정)

    ▶ 한자풀이望: 바랄 망雲: 구름 운之: 갈 지情: 뜻 정구름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다타향에서 고향의 부모님을 생각함 - <당서(唐書)>측천무후(則天武后)는 당나라 고종의 황후로, 황태자들을 연이어 폐위시키고 자신이 황제가 된 여성이다. 스스로 주나라를 세워 15년간 다스린, 중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여황제다. 그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잔혹하게 제거했지만, 재능이 뛰어난 인물은 신분을 묻지 않고 파격적으로 기용했다. 이런 연유로 그의 주변에는 인재들이 모여들었는데, 적인걸(狄仁杰)도 그중 하나로 측천무후의 신임을 받아 재상에까지 올랐다. 군주의 곁에 가까이 가기 위한 모함은 어느 시대에나 있는 법. 그는 간신배 내준신(來俊臣)의 모함으로 옥고도 치렀다.적인걸이 병주 법조참군(法曹參軍)으로 있을 때, 그의 부모님은 하양(河陽) 땅 별업(別業)에 있었다. 그는 수시로 태행산에 올라 흰 구름이 외롭게 떠다니는 먼 곳을 바라보며 좌우 사람들에게 일러 말했다. “내 어버이가 저 구름이 나는 아래에 계신데, 멀리 바라만 보고 가서 뵙지 못하니 그 슬픔이 오래되었다.” 당나라 정사(正史)인 <당서(唐書)>에 전해오는 얘기다.망운지정(望雲之情)은 ‘구름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다’란 뜻으로, 타향에서 고향의 부모님을 그리는 마음을 이른다. 망운지회(望雲之懷)로도 쓴다. 백운고비(白雲孤飛) 역시 멀리 떠나온 자식이 부모님을 그리는 정을 일컫는다.짐승도 부모를 그리고, 고향을 그린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은 여우가 죽을 때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말이다. 근본을 잊지 않는다는 뜻, 죽어서라도 고향에 묻히고 싶어하는 마음을 함께 이른다. 호마의북풍(胡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중국향, 넌 어디서 왔니?

    “반도체 사이클 하향에도 서버향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게 무너지는 것 같다.” “제74회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가 … 트로피를 들고 활짝 미소 짓고 있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한창 시장에 나돌던 5월. 언론 보도에 ‘서버향’이란 낯선 단어가 등장했다. 지난 9월에는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 소식이 국내에 전해졌다. 이때 쓰인 ‘미소’는 아주 익숙한 말이지만 왠지 어색한 느낌을 준다. 우리말 체계에 없는 표현…의미 전달 어려워낯선 말은 당연히 의미 전달이 잘 안 된다. ‘쉬운 공공언어 쓰기’에 반하는, 공급자 위주의 기사 작성에서 오는 오류다. 반면 누구나 아는 말이라고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익숙한 말이지만 정확히 모르면 잘못 사용하기 십상이다. 그러면 말이 어색해지고, 이는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을 반감시킨다. ‘미소’ 용법 같은 게 그런 사례다. 물론 전부 공급자의 메시지 작성 오류에서 비롯된 ‘커뮤니케이션 실패’다. 문해력 논란도 대부분 읽는 이의 어휘력에 집중돼 있지만, 실은 글쓰기 과정에서의 잘못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PC향 칩’ 또는 ‘서버향 반도체’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중국향 제품’이니 ‘자동차향 부품’이니 하는 말도 쓴다. 10여 년 전부터 언론에서 업계 소식을 전할 때 쓰던 표현인데, 점차 대상을 확대하더니 근래에는 여기저기 가져다 쓴다. ‘향’은 어감상 ‘向’을 쓴 것 같은데, 우리말 ‘향’에는 남향이나 북향 같은 말은 있어도 PC향 같은 용법은 없다. 뜻이 통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사례로 개념 설명하는 'A처럼(와/과 같은) B'

    아도르노는 서로 다른 가치 체계를 하나의 가치 체계로 통일시키려는 속성을 동일성으로, 하나의 가치 체계로의 환원을 거부하는 속성을 비동일성으로 규정하고, 예술은 이러한 환원을 거부하는 비동일성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대중이 원하는 아름다운 상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그 자체로 추하고 불쾌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략>아도르노는 쇤베르크의 음악과 같은 전위 예술이 그 자체로 동일화에 저항하면서도, 저항이나 계몽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높게 평가한다. 저항이나 계몽을 직접 표현하는 것에는 비동일성을 동일화하려는 폭력적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불협화음으로 가득 찬 쇤베르크의 음악이 감상자들에게 불쾌함을 느끼게 했던 것처럼 예술은 그것에 드러난 비동일성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동일화의 폭력에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아도르노에게 있어 예술은 사회적 산물이며, 그래서 미학은 작품에 침전된 사회의 고통스러운 상태를 읽기 위해 존재한다. 그는 비동일성 그 자체를 속성으로 하는 전위 예술을 예술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으로 제시했다.-2022학년도 9월 평가원 모의평가-하나의 가치 체계로의 환원을 거부하는 속성을 비동일성으로 규정…대중이 원하는 아름다운 상품이 되기를 거부…추하고 불쾌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A 즉, B-ㄴ/는 것이다’라는 문장 구성을 A와 B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며 읽으라 했다. 지문에서 ‘비동일성’이 ‘하나의 가치 체계로의 환원을 거부하는 속성’이라고 했는데, 이 내용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출제 선생님은 좀 더 설명해 줄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모든 문제는 하나의 주제를 갖고 있다

    지난 시간 제시한 경희대 2022학년도 수시 기출문제(생글생글 9월 26일자 16면)를 풀어보겠습니다.[논제I] [다]의 시각에서 [가]와 [나]의 상황에 대해 평가하시오. [701자 이상 ~ 800자 이하: 배점 40점]답안을 구체적으로 구상하기 전 모든 문제에 ‘주제와 논지’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주제란 ‘중심이 되는 문제’입니다. 하나의 제시문이 하나의 주제를 갖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도 하나의 주제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시문 (다)를 중심으로 (가)와 (나)를 훑어보면서 제시문들이 공유하고 있는 주제를 포착할 필요가 있습니다.기준제시문인 (다)는 뉴올리언스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이 제시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인용해볼까요? ‘그들의 이름 자체가 상호부조와 기쁨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관계 안에서 서로를 묶어주는 유대가 의무인 동시에 축복임을 보여준다. 뉴올리언스 사람들은 잦은 축제 속에서 전통과 고향과 서로에 대한 유대를 새롭게 다졌다.’ 이 제시문은 공동체 속 상호부조와 축제를 통한 유대적 관계를 보여주고자 하네요. (가)와 (나)까지 훑어보니 ((가)는 정확히 이해되지 않았더라도 (나)는 어느 정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죠?) 공통 주제가 ‘건전한 관계맺음’에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TIP1]1. 한 문제에 엮여 있는 제시문들을 훑어보자2. 기준제시문 (다)부터 읽는 것도 방법이다. 기준제시문은 뚜렷한 핵심논지를 갖고 있기 때문3. ‘기준제시문=전체 주제’로 이해하고 대상제시문에 대입하면서 윤곽을 잡아보자여기서 힌트를 얻어 대상제시문 (가)와 (나)를 이해해보도록 하죠. (가) 제시문은 당황스럽죠? 마치 여러

  • 영어 이야기

    말을 타기 좋게 'leg up' 해주는 의미는?

    ‘Weaker won offers no leg up for Korean exporters’The steeper-than-expected decline in the won’s value is posing a grave threat to South Korean companies already struggling with rising inflation and higher interest rates.A softening won used to support Korean exporters such as Samsung Electronics Co., SK Hynix Inc. and Hyundai Motor Co. by making their products cheaper overseas. It also boosts the converted value of their overseas sales, contributing to first-half profits of major Korean exporters.But such benefits are now being outweighed by a surge in import costs accelerated by the cheaper local currency. Korean companies depend on imports of minerals and other raw materials to produce batteries, steel products and microchips.The won is the worst - performing currency among emerging Asian economies this year. It has shed 16% of its value against the greenback so far this year, hitting its weakest level in over 13 and a half years.‘한국 수출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원화 약세’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원화 가치가 가뜩이나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수출기업들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같은 한국 수출회사들은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가 생겨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요 수출기업의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이 늘어난 것도 이런 영향이 컸다.하지만 이런 효과는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비용 급등으로 상쇄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배터리나 철강제품, 반도체칩 등의 생산에 들어가는 광물과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올 들어 원화는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연초 이후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16% 하락해 13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설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옷깃'과 '소매'로 엿보는 우리말 속살

    ‘청렴결백(淸廉潔白)’은 일상에서도 흔히 쓰는 말이다. ‘토사구팽(死狗烹)’ 역시 중국의 <사기(史記)>에서 전하는 고사성어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말의 정확한 의미는 모른 채 상황에 따라 어림짐작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허점을 파고든 질문이 몇 해 전 삼성 입사시험에 나와 응시생들을 당혹스럽게 한 적이 있었다. “청렴결백과 관련한 색깔은 무엇일까?” “토사구팽에 나오는 동물은?” ‘옷깃 령(領)+소매 수(袖)’…우두머리 나타내청렴결백에서 떠올릴 수 있는 색깔은 흰색이다. 지원자들은 ‘청’에서 파란색을 연상해 오답을 낸 경우가 많았다. 단어 뜻을 정확히 모르다 보니 ‘맑을 청(淸)’ 자를 ‘푸를 청(靑)’으로 착각한 것이다. 토사구팽은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가 필요 없게 돼 주인에게 삶아 먹힌다’는 뜻이다. 그러니 정답은 토끼와 개다. 당시 인터넷에는 토끼와 뱀, 또는 토끼와 사슴인 줄 알았다는 시험 후기가 많았다. 토끼까진 알았는데 사(死)를 ‘뱀 사(巳)’나 사슴으로 오해한 결과다. 모두 정확한 이해 없이 말을 대충 알고 쓰는 데서 비롯된 오류다.조금은 어렵지만 좋은 글쓰기를 위해 알아둬야 할 말들…. 뉴스로 다뤄졌다는 점이 다를 뿐, 이런 범주의 우리말은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 거론하던 ‘영수(領袖) 회담’도 그런 말 중 하나다. 일각에선 권위주의적 표현이라고 해서 가급적 쓰지 말자는 지적도 한다. 이 말이 일상의 말이 아닌, 어려운 한자말이라 오히려 기피 대상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두머리를 뜻하는 이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어감을 고려한 의미 이해와 알아내야 할 특수 개념

    아도르노는 문화 산업에 의해 양산되는 대중 예술이 이윤 극대화를 위한 상품으로 전락함으로써 예술의 본질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도르노가 보는 대중 예술은 창작의 구성에서 표현까지 표준화되어 생산되는 상품에 불과하다. 그는 대중 예술의 규격성으로 인해 개인의 감상 능력 역시 표준화되고, 개인의 개성은 다른 개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고 보았다. 특히 모든 것을 상품의 교환 가치로 환원하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 예술은 개인의 정체성마저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아도르노는 서로 다른 가치 체계를 하나의 가치 체계로 통일시키려는 속성을 동일성으로, 하나의 가치 체계로의 환원을 거부하는 속성을 비동일성으로 규정하고, 예술은 이러한 환원을 거부하는 비동일성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대중이 원하는 아름다운 상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그 자체로 추하고 불쾌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예술가가 직시한 세계의 본질을 감상자들에게 체험하게 해야 한다. 예술은 동일화되지 않으려는, 일정한 형식이 없는 비정형화된 모습으로 나타남으로써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체험하게 하는 매개여야 한다는 것이다.- 2022학년도 9월 평가원 모의평가 - 문화 산업… 대중 예술… 상품… 모순과 부조리…표준화…상품의 교환 가치로 환원… 정체성철수 쌤이 대학에 다닐 때 1년간 신문방송학과에서 다양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는 정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대중문화(大衆文化)가 사회에 유행처럼 번져가기 시작하고 있었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道不拾遺 (도불습유)

    ▶ 한자풀이 道: 길 도   不: 아닐 불   拾: 주울 습   遺: 잃을 유길에 떨어진 것을 줍지 않는다법이 잘 지켜져 나라가 태평함-<공자세가(孔子世家)> 등상군(商君)은 위(衛)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앙(), 성은 공손(公孫)이다. 젊었을 때 형명학(刑名學)을 좋아해 정승 공숙좌를 섬겼다.형명학은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학문으로, 전국시대 신불해, 상앙, 한비자 등이 주창했다. 상군은 공숙자가 죽은 뒤 위나라에서 쓰임이 없자 천하의 영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秦)나라 효공을 찾아갔다.그는 효공을 설득해 연좌제와 신상필벌 등 변법(變法) 개혁을 단행했는데, 법 적용이 매우 엄중했다. 태자가 법을 범하자 태자의 보육관인 공자건과 사부 공손가를 처형했다. 그러자 10년쯤 뒤에는 ‘길에 떨어진 것을 줍는 자가 없고(道不拾遺)’, 백성들의 삶이 넉넉해졌으며, 군사의 사기도 높아져 싸우면 연전연승했다. <사기(史記)>에 나오는 얘기다.<한비자>에도 이와 유사한 얘기가 있다. 춘추시대 정(鄭)나라 재상 자산(子産)은 적재적소에 인재를 기용하면서 철저히 신상필벌 원칙을 지켰다. 그러니 5년 만에 도둑이 없고, 길에 물건이 떨어져도 주워 가지 않았으며, 길가에 과일이 열려도 따 가는 사람이 없었다.공자의 일대기를 담은 <공자세가>에도 비슷한 얘기가 전해온다. 노(魯)나라 정공(定公) 때 56세의 공자는 대사구(大司寇)가 돼 법 집행을 맡았다. 3개월이 지나자 거래에 속이는 일이 없어졌고, 남녀간에 음란함이 사라졌으며,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아 관(官)의 도움 없이도 잃은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도불습유(道不拾遺)는 ‘길에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