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글자로 풀어본 '대통령'의 의미와 역할

    이재명 대통령이 6월 3일에 취임하면서 선서에서 강조한 한 대목이 ‘대통령’의 의미를 새삼 소환했다. 이 대통령은 선서식에서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말은 물론 대통령이란 말 중에 ‘통’ 자에 방점을 찍어 의미를 부여한 발언일 것이다. ‘대통령’이란 말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원래 우리말에 있던 게 아닌, 일본에서 만든 한자어다.‘권위적 어감’이란 주장은 상투적일본은 19세기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외래어를 한자어로 번역해 썼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민주주의’를 비롯해 ‘사회, 개인, 근대, 미학, 자유, 문학, 의사, 내과, 산부인과, 헌병, 경찰’ 등 단어들이 다 일본식 한자어다. ‘대통령’도 그중 하나다. 영어의 ‘president’에 해당하는 번역어로 ‘통령(統領)’을 찾았고, 여기에 한 나라의 우두머리, 통치자란 의미에서 ‘큰 대(大)’ 자를 붙였다.한자 문화권에서 전통적으로 통령(統領)은 군대의 지휘관을 가리키던 말이었다. 국어사전에서는 ‘통령’을 “일체를 통할하여 거느림. 또는 그런 사람”으로 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말에는 ‘거느리고 통솔하다’란 의미를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오래전부터 ‘대통령’이란 용어에는 구시대적 권위와 지배 의식이 담겨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영어의 president가 대통령뿐 아니라 기업체의 대표이사, 협회 등 단체의 대표, 회의체 의장, 대학교 총장 등 조직의 우두머리

  • 학습 길잡이 기타

    파라볼라 안테나 단점, 쌍곡선으로 해결했죠

    지난 생글생글 895호, 897호의 ‘재미있는 수학’에서는 이차곡선 중 타원, 포물선과 빛의 성질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쌍곡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쌍곡선은 평면 위의 서로 다른 두 점 F, F′에서의 거리의 차가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고, 두 점 F, F′을 쌍곡선의 ‘초점’이라고 합니다. 쌍곡선의 두 초점 F, F′을 잇는 직선이 쌍곡선과 만나는 두 점을 각각 A, A′이라고 할 때, 선분 AA′을 쌍곡선의 ‘주축’이라고 합니다.이러한 쌍곡선의 정의를 이용하면 항해 중인 배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항해 중인 배의 위치를 찾을 때, 멀리 떨어져 있는 두 기지에서 동시에 전파를 보냅니다. 배는 보통 어느 한 기지에 더 가까이 있기 마련이므로, 두 기지에서 보낸 신호를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받게 됩니다. 두 기지 A와 B에서 발신한 신호가 배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각각 TA, TB 라 하고, 배의 위치를 P라 하면 다음 식이 성립합니다.(단, c는 전파의 속력)따라서 배는 두 점 A, B를 초점으로 하는 쌍곡선 위 어딘가에 있습니다. 배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싶으면 서로 다른 세 지점으로부터 발신된 신호를 이용하면 됩니다. A 기지와 또 다른 한 기지인 C에서 전파를 보내 거리의 차를 구하면, 위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배가 위치하는 A와 C를 초점으로 하는 쌍곡선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A, B를 초점으로 하는 쌍곡선과 A, C를 초점으로 하는 쌍곡선의 교점을 구해 배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지난 생글생글 897호의 ‘재미있는 수학’에서 다룬, 포물선과 빛의 성질을 이용한 파라볼라 안테나는 포물면의 중심에서 초점까지 거리가 멀어지

  • 영어 이야기

    성공 가능성 낮은 시도·계획 'long shot'

    South Korea, Japan and other countries want to partner with the US in a $44 billion natural gas pipeline project in Alaska, President Donald Trump said, claiming they would invest “trillions of dollars each.”While the Korean government said Seoul is closely looking at the project for cooperation, Korea’s energy firms are skeptical about their participation, citing the costs and logistical hurdles.The Alaska LNG project involves constructing a a nearly 1,300-kilometer pipeline from fields in Alaska’s vast North Slope to its southern port in Nikiski. Because of its high costs and the time required for construction, Alaska LNG has been viewed as a long shot within the industry.For years, major energy companies and officials in Korea and Japan rebuffed requests from Alaskan delegations to participate, stalling the project’s decades-long progress.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가 440억 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천연가스 배관 건설 사업에 각각 “수조 달러씩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한국 정부는 해당 사업에 대한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국내 에너지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과 물류상의 난관 등을 이유로 참여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의 노스슬로프 가스전에서 남부 니키스키 항구까지 약 1300km 길이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높은 비용과 긴 공사 기간으로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실현 가능성이 낮은 프로젝트로 평가돼왔다.수년 동안 알래스카 측은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요청해왔지만, 양국의 주요 에너지 기업들과 관계자들은 이를 계속해서 고사하고 있어 수십 년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해설북극과 인접한 알래스카는 미국의 49번째 주로,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지역으로

  • 학습 길잡이 기타

    MRI·노이즈캔슬링 기술 뒤엔 복소수 작동하죠

    ▶ 지난 생글생글 제897호에 이어서 계속코일과 콘덴서가 복소평면의 반대 방향에 위치하게 되는 것은 단지 계산상 편의가 아니라 전류와 전압의 실제 시간차를 수학적으로 정확히 반영한 결과다. 복소평면은 단순한 좌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 에너지의 진동, 신호의 패턴을 하나의 수로 응축한, 수학의 가장 정교한 지도다.복소수와 복소평면의 도입은 단지 수학적 표현의 변화가 아니라, 전기 기술 전반의 획기적인 도약을 이끌어냈다. 복소 임피던스를 이용한 회로 해석은 전력 손실을 줄이고, 안정적인 송전과 효율적인 설계를 가능하게 했다. 특히 대규모 송전망, 예를 들어 한전의 154kV 변전소와 같은 고전압 시스템에서는 각 부품의 위상 특성을 고려해 전체 회로의 동작을 해석해야 한다. 이때 복소수 기반의 임피던스 계산과 위상 분석은 전압 강하, 전력 손실, 공진 주파수 등을 정확히 예측하고 설계하는 데 핵심이 된다.진동하는 소리나 전기 신호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파형으로 표현된다. 수학적으로는 사인 함수나 코사인 함수, 즉 삼각함수의 조합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파형을 더 간단하게 다루기 위해 수학자들은 놀라운 방법을 개발했다. 바로 푸리에 해석(Fourier Analysis)이다. 이 방법은 어떤 복잡한 신호도 단순한 주파수들의 합으로 쪼갤 수 있다는 원리다. 그런데 이 주파수 하나하나는 단지 진동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위상(언제 시작되는가)과 진폭(얼마나 강하게 울리는가)도 함께 가진다. 예를 들어, 어떤 음파가 440Hz(피아노의 ‘라’음)에 해당하는 사인파로 구성되어 있다면, 그 신호는 시간에 따라  같은 식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이 신호가 단순한

  • 영어 이야기

    직격탄을 맞다 'bear the brunt of'

    Foreign dealers are pulling out, and domestic galleries are shuttering as a broader downturn in the global art scene is weighing on the sector.König Seoul, the Korean branch of German König Galerie, has effectively suspended its operations since hosting its last exhibition in January.The global art market experienced a notable downturn in 2024, with total sales declining by 12% to approximately $57.5 billion, according to the Art Basel and UBS Global Art Market Report published in April.This marked the second consecutive year of contraction, primarily due to a significant slowdown in high-end sales.Korea’s domestic art galleries are also bearing the brunt of the global art market slowdown. Many other art-related startups are said to be on the verge of business shutdown, according to industry sources.글로벌 미술계 전반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외국계 아트 딜러들이 철수하고, 국내 갤러리들도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독일 쾨니히 갤러리 한국 지점인 쾨니히 서울도 지난 1월 마지막 전시를 개최한 이후 사실상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2024년 글로벌 미술 시장은 전년 대비 12% 감소해 총매출 약 575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아트 바젤 UBS 글로벌 미술 시장 보고서(2025년 4월 발간)는 밝혔다. 이는 2년 연속 하락세로, 고가 미술품 거래의 급격한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국내 미술 갤러리들도 글로벌 미술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미술 관련 스타트업도 사업 중단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해설 한때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이던 홍콩은 중국 반환과 미·중 무역 갈등 이후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외국의 유명 갤러리들이 한국에 지점을 내기 시작했고, 한국은 점차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로 부상했습니다. 세계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기술발전의 양면성…활용 방식이 중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데요, 그 관점을 각각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먼저 찬성 입장에서는 기술을 인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도구로 봅니다. 기술은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보완해주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게 해주며, 결과적으로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병원 시스템은 환자의 질병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해주며, 로봇 기술은 노인이나 장애인의 이동을 돕기도 합니다. 또 원격근무가 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육아를 병행하는 직장인들이 더 유연한 일과 삶의 균형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기술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반자로 작용한다는 관점이 찬성 측의 핵심입니다.반면에 반대 입장에서는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더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일을 더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더 높은 성과를 요구받고 경쟁은 심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스마트폰이나 메신저 앱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소통할 수 있지만, 그 결과 ‘연결되지 않을 자유’를 상실하며 일과 휴식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또한 AI의 발전은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노동자에게 불안과 불평등을 가중시키기도 합니다. 즉 기술은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잘못 다룰 경우 인간을 소외시키고 통제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이처럼 기술은 양면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작용하느냐는 인간의 선택과 가치관에 달려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自家撞着 (자가당착)

    ▶한자풀이自: 스스로 자     家: 집 가     撞: 칠 당     着: 붙을 착자신에게 부딪힌다는 뜻으로말이나 행동이 모순되어 일치하지 않음 -<선림유취(禪林類聚)>자가당착자가당착(自家撞着)은 ‘자신에게 부딪힌다’는 뜻으로 같은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서로 맞지 않고 모순됨을 이르는 말이다. “자가당착에 빠졌다” “자가당착의 우(愚)를 범했다” 식으로 쓰면 된다.이 말은 <선림유취(禪林類聚)> 간경문(看經門) 편에서 유래한다. 원나라 때 승려 도태와 지경이 편집했다고 알려진 이 책은 중국 선종이 꽃을 피운 당나라 때부터 남송 말까지 불교 전적에서 채집한 내용을 편찬한 것으로, 이름난 승려들의 행적과 어록, 득도와 깨달음에 대한 견해와 문답, 시문 등이 실려 있다. 간경문은 ‘경전을 보면서 깨우치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그중 남송 때 승려 남당원정(南堂元靜)의 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전한다.수미산은 높아 봉우리를 볼 수 없고(須彌山高不見嶺)큰 바닷물이 깊어 바닥이 보이지 않네(大海水深不見底)흙 털고 먼지 날려 봐도 찾을 수 없고(簸土揚塵無處尋)고개 돌리다 부딪히니 바로 나 자신이네(回頭撞著自家底)경서를 읽으면서 진리를 찾아보지만 높고 넓은 경지를 쉽게 찾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발전이 없는 나 자신이라는 뜻이다. 자신의 마음속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괜히 헛된 목표로만 겉돌다가는 영영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말로는 진리를 찾는다고 하지만, 행동은 그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을 이른다. 여기서 전하여 자가당착은 자기 생각이나 주장이 앞뒤가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우리말 조어법 ④ '콜레라-호열자-호열랄-괴질'

    2023년 8월, 정부는 120여 년 전에 간행된 콜레라 예방서를 국가등록문화재로 채택했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호열자병예방주의서’가 그것이다. 대한제국 시기인 1902년에 보급된 책자로, 콜레라의 전염과 예방법 및 소독 방법 등을 적은 근대적 전염병 예방서다. 당시는 3년 4개월간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고 일상 회복의 첫발을 내디딘 직후라 더 주목을 끌었다. ‘섭씨, 화씨’는 대표적 음역어20세기 초 이 땅을 공포로 몰아넣은 치명적 질병 중 하나는 ‘콜레라’였다. ‘호열자병예방주의서’가 간행된 그 시절에도 콜레라가 전국을 강타했다. 책 이름에 쓰인 ‘호열자’는 외래어 ‘콜레라’를 한자어를 빌려 옮긴 음역어다. 음역어란 외래어 표기법이 없던 시절 외래 고유명사를 한자음을 갖고 나타내던 말이다. 지금은 외래어를 발음 그대로 한글로 옮겨 적는 방식이 자리 잡았지만, 지난 시절엔 음역어 표기가 널리 쓰였다.가령 ‘나파륜(拿破崙), 피택고(皮宅高), 색사비아(索士比亞), 야소(耶蘇), 석호필(石虎弼)’ 같은 게 그런 예다. 모두 외국 인명을 한자로 옮기고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다. 나파륜은 나폴레옹, 피택고는 피타고라스, 색사비아는 셰익스피어다. 지금은 이런 이름을 쓰지도 않고, 기억하는 이도 없겠지만, 지난날 우리말에서 실제로 쓰이던 이름이다. 국어사전에도 당당히 올라 있다. 야소는 예수(Jesus)를 음역한 말이다. 석호필의 정체는 일제강점기에 세브란스의전 교수로 들어온 영국 출신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다. 한국에서 의료, 선교, 독립운동 지원 등의 활동을 펼친 그가 스스로 지은 이름이 ‘석호필’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