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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평면에선 못 만나는 평행선, 구면 위에선 만나
지난호(제875호)에서는 유클리드기하학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클리드기하학은 불필요한 전제를 최소화해 어떤 사실을 설명하고자 할 때 반드시 그러한 전제들로만 혹은 전제들로 이미 증명된 사실만 사용하는 학문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러한 학문적 구조는 상당히 세련된 형태이며 과학적 접근법과 함께 논리적 추론을 이끌어내는 아주 중요하고 유용한 사고방식입니다.따라서 꼭 필요한 전제, 즉 기하학의 근원적 사실로서 다른 것들로 증명 불가능하고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당연히 옳다고 여겨지는 것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를 공준이라고 하는데, 유클리드는 총 5개의 공준을 제시합니다.이 공준을 자세히 살펴보면 점, 선, 각 등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질을 설명하는데, 원문에 가깝게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겠습니다.1. 서로 다른 두 점이 주어졌을 때, 그 두 점을 잇는 직선을 그을 수 있다.2. 임의의 선분은 더 연장할 수 있다.3. 서로 다른 두 점 A, B에 대해, 점 A를 중심으로 하고 선분 AB를 한 반지름으로 하는 원을 그릴 수 있다.4. 모든 직각은 서로 같다.5. 임의의 직선이 두 직선과 교차할 때, 교차하는 각의 내각의 합이 두 직각(180도)보다 작을 때, 두 직선을 계속 연장하면 두 각의 합이 두 직각보다 작은 쪽에서 교차한다.위의 사실들조차 인정하지 않고서는 단순한 논리조차 펼 수 없으면서도, 이 5개만으로 충분한 수학적 전개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아주 흥미로울 뿐입니다.마지막 공준은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엄밀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약간의 비약을 섞어 조금 이해하기 쉽게 바꿔본다면 &l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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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tit for tat'
North Korea flew into South Korea more than a thousand massive balloons carrying bags of trash and excrement. South Korea countered with an airwaves assault of its own: blaring the chart-topping hits of boyband BTS.On Sunday, a South Korean loudspeaker near the two countries’ border played a local radio program called “Voice of Freedom.”The broadcast began with the South Korean national anthem. And then there was K-pop.One of the BTS hits chosen was 2020’s “Dynamite,” which has racked up nearly 2 billion views on YouTube and topped the Billboard Hot 100 list. BTS, short for ‘Bangtan Sonyeondan,’ is a seven-member band whose fans worldwide officially dub themselves the ‘ARMY.’“So watch me bring the fire,” the song’s lyrics go, “and set the night alight.”The tit-for-tat shows how the two Koreas express their displeasure without military strikes.북한은 쓰레기와 배설물이 담긴 봉지를 실은 1000개가 넘는 거대한 풍선을 남한으로 날려 보냈다. 남한은 대북 방송으로 BTS 히트곡을 틀면서 맞대응에 나섰다.일요일 북한과의 국경지대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로 ‘자유의 소리’라는 남한 라디오방송을 통해 대한민국 애국가를 들려준 뒤 K-팝을 틀었다.방송된 BTS 노래 중 하나는 2020년에 발매한 ‘다이너마이트’로, 유튜브에서 거의 20억 조회수를 기록하고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곡이다. BTS는 ‘방탄소년단’의 약자로, 전 세계 팬이 공식적으로 스스로를 ‘아미’라고 부르는 7인조 밴드다.“그러니 내게 불을 가져와. 이 밤을 밝히는 것을 봐”가 노랫말 중 일부다. 이런 맞대응은 남한과 북한이 군사적 타격 없이 어떻게 불만을 표출하는지 보여준다.해설지난해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요 뉴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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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자료 해석·비판 후 자기견해 밝힐 수 있어야
지난 호에서는 차별과 갈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하여 분류·요약하는 문제를 풀어보았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자료에 대한 해석 및 비판과 함께, 자기 견해를 기술하는 유형으로 확장해 실전 문제에 적응해보도록 하겠습니다.[문제 1]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두 유형의 관점 중 적절한 것을 활용해 위 <자료>의 갑(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관점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갑의 관점으로 이러한 현상을 볼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서술해보시오.사회문화 현상을 보는 관점은 크게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으로 나뉜다. 거시적 관점을 취하는 대표적 이론에는 기능론과 갈등론이 있다. 기능론은 사회를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고 보는 사회 유기체설을 바탕으로 사회문화 현상을 이해한다. 사회도 유기체처럼 상호 의존적인 다양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분은 사회 전체의 합의에 따라 사회 안정과 질서 유지에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는 것이다. 기능론은 일시적으로 사회가 갈등으로 인한 불안정의 비정상적 상황에 빠지더라도 유기체가 항상성을 갖듯 사회가 조화와 균형을 회복할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 또한 이 관점에서는 차등 분배로 인한 사회 불평등은 사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정당하다.이와 달리 갈등론은 사회가 서로 대립하는 집단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직업이나 소득 등 사회적 가치가 희소하므로 갈등은 불가피하며 사회의 불평등을 타파할 사회 변동을 추구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회 변동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갈등은 정상적 현상이다. 지배 집단의 이익에 부합하는 분배 기준이 사회 불평등을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불평등은 부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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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을사년'에 기억해야 할 우리말
‘을사년(乙巳年)’의 해가 밝았다. 지난해 갑진년에 이어 올해는 을사년이다. 우리가 갑진년이니 을사년이니 하는 것은 ‘간지(干支)’를 이르는 말이다. “올해는 간지로 을사년이다”처럼 말한다. 간지란 ‘천간’과 ‘지지’를 합쳐 가리킨다. 천간(天干)은 예로부터 날짜나 달, 연도를 따질 때 쓰던 말이다.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10개가 있다. 그래서 이것을 달리 ‘십간(十干)’이라고도 한다. 요즘 세태에선 ‘간지’라고 하면 아마도 유행어 “간지난다”(느낌 있다, 멋지다)고 할 때의 그 간지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그것은 일본어 ‘感(かん)じ’에서 온 말이고, 우리말에선 전통적으로 써오던 천간과 지지를 따져서 하는 말이다.‘간지’를 짚으면 ‘육십갑자’가 돼십간이 하늘을 의미해서 천간이라 하는 데 비해 지지(地支)는 땅을 가리켜 지간이라고 한다.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십이지로 구성돼 있다. 각각은 ‘쥐,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잔나비, 닭, 개, 돼지’를 가리킨다. 우리가 ‘띠’라고 하는 것은 이를 이르는 말이다. 사람이 태어난 해의 지간을 동물 이름으로 상징화해 이르는 것이다.천간과 지간, 즉 간지를 ‘갑자, 을축, 병인, 정묘 …’ 식으로 순차적으로 배합하면 끄트머리에 ‘… 신유, 임술, 계해’로 한 바퀴를 도는데 그것이 모두 60가지다. 그래서 이렇게 짚는 간지를 달리 ‘육십갑자(六十甲子)’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를 다시 줄인 말이 ‘육갑’이다. 육십갑자를 짚어나가다 42번째가 청색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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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최상위대 수리논술, 꼼꼼한 문제해결력 길러야"
의학계열을 제외하면 연세대와 고려대는 자연계열에서 최상위 대학 수리논술을 대표하는 학교답게 시험 난도가 타 대학보다 매우 높다. 추론 능력과 함께 꼼꼼한 문제 해결력과 분석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다수 출제되기 때문에 연세대와 고려대 논술에 응시하고자 하는 수험생은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 평소에 엄밀한 풀이 과정에 기반한 증명형 문제 연습을 꾸준히 해봐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단기간에 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평소에 미적분과 기하, 확률과 통계의 기초 개념을 탄탄히 다지고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보아야 한다.▶연세대·고려대 수리논술 대비 포인트◀1. 미적분,기하,확통을 고르게 학습해야2. 엄밀한 풀이과정에 기반한 증명형(서술형) 문제연습3. 미적분 모의고사 1~2등급대를 유지해야- 미적분 문제해결 능력은 최상위대수리논술 합격의 필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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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디테일의 힘: '것이다-셈이다'의 구별
“김호중 본인도 음주 운전을 시인했지만, 뒤늦은 고백에 검찰은 그의 음주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은 그를 구속기소하면서 도주치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만 적용했다. 음주 운전 혐의는 빠진 셈이다.” 지난 5월 있었던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 사건이 연말을 맞아 연예계 소식 톱 10에 들면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이 사건을 언론은 앞다퉈 전달했다. 그중 한 대목을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 문장의 서술어가 어색하기 때문이다.겉잡아 헤아릴 때 ‘셈이다’를 써얼핏 보면 특이할 게 없는 것 같지만 ‘정교한 글쓰기’ 관점에선 걸리는 데가 있다. ‘셈이다’가 그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음주 운전 혐의는 빠진 것이다”가 적합하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음주 운전 혐의는 빠졌다’이다. 이것으로 충분한 표현이다. 미세한 차이지만, 글쓰기에서 이를 구현해내는 힘은 세련되고 정교한 우리말 감각에서 나온다.우선 ‘셈이다’와 ‘것이다’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국어사전에서는 ‘셈이다’를 어떤 일의 형편이나 결과를 나타내는 말로 설명한다. “이만하면 실컷 구경한 셈이다”처럼 쓴다. 이에 비해 ‘것이다’는 말하는 이의 확신, 결정, 결심 따위를 나타낸다. 어떤 사실을 강조하거나 설명함을 나타내는 데도 쓰인다. “좋은 책은 좋은 독자가 만드는 것이다” 같은 게 그 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두 용법의 차이를 구별하기 힘들다.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셈’은 수를 헤아리는 것이다. ‘것’은 구체적 사실을 나타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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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흐름을 바꾸다 'Turn the tide'
Samsung Electronics and SK Hynix are said to each be developing a sixth-generation high-bandwidth memory (HBM4) chip prototype at the request of Tesla, which has joined its US Big Tech peers in a race to develop its own artificial intelligence chips.Industry sources said that the US EV giant has asked the Korean chip duo to supply HBM4 chips for general use, and it is expected to choose one of the two companies as its HBM4 supplier after testing their samples. It is expected to use the next-generation HBM chip to enhance its AI chip capability.The Korean chipmakers have been developing customized HBM4 chips for US Big Tech companies.The HBM market is currently led by SK Hynix, a major HBM chip supplier for the global AI chip giant Nvidia, which controls more than 90% of the global AI chip market. Bagging an HBM4 order from Tesla would allow Samsung to turn the tide in the global HBM market.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테슬라의 요청으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추후 시제품 성능을 비교한 뒤 두 회사 중 하나를 HBM4 공급 업체로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반도체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다.우리나라 반도체 회사들은 미국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HBM4를 개발하고 있다.HBM 시장은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처인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이 테슬라로부터 HBM4를 주문받는다면 글로벌 HBM 시장의 흐름이 바뀔 것이다.해설고대역폭메모리 제품인 HBM(high-bandwidth memory)은 기존 D램 반도체에 비해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어 ‘AI 반도체’라고 불립니다.▶생글생글 24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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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거리 집회 참석인원은 어떻게 계산할까요?
2024년 12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며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제를 함께 즐기거나 부당한 일에 항의하고 집단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거리에 모여 집회를 열고 행진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렸을 때 엄청난 규모의 사람들이 붉은 옷을 입고 거리를 가득 메우며 열띤 응원을 펼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고, 2016년 가을과 겨울에는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촛불 집회를 열면서 한국 정치사의 흐름을 크게 바꾸어놓았습니다.그런데 인원이 적은 경우나 콘서트장처럼 입구가 제한된 곳은 인원을 정확히 셀 수 있겠지만 거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는 어떻게 셀 수 있을까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수학적 방법이 있는데, 이 중 페르미 추정이라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페르미 추정은 세계 최초로 핵반응로를 만든 이탈리아계 미국인 물리학자인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의 이름을 딴 것으로, 어떠한 문제에 대해 기초적 지식과 논리적 추론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대략적인 근삿값을 추정하는 방법입니다.페르미 추정에서 가장 유명한 예는 당시 페르미가 시카고 대학 학생들에게 출제한 ‘시카고의 피아노 조율사 수’라는 황당한 문제입니다. 페르미는 피아노 조율사의 정확한 수를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확한 수는 당시 시카고 지역의 전화번호부를 찾거나 관련 협회 혹은 단체에 문의하면 알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면 페르미는 왜 이러한 문제를 출제했을까요? 페르미는 학생들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