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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BTS '보라해', 좀 어색한 말 같나요? 여기에 숨은 조어법
“BTS를 새겨넣은 모자와 티, 멤버들을 상징하는 인형까지, 공연을 즐길 준비는 마쳤습니다. 현장에서는 아미들의 ‘보라해!’ 함성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21일 밤 전 세계를 달군 BTS의 컴백 무대 직전 한 방송사는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2일부터 25일까지 전광판 등에 환송 메시지를 띄워 공연을 보고 출국하는 팬들을 배웅했다. “보라해요 아미, 대한민국에서 또 만나요!”‘보라해’, 서로 믿고 사랑하자아미들이 있는 곳에 약방의 감초처럼 늘 따라다니는 말 ‘보라해’. 이 말은 태어난 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예사롭지 않다. 방탄소년단의 상징처럼 쓰이는 말이라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설다.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다. 어색함이 묻어나는 것은 이 말이 통상적인 우리말 조어법에서 벗어난 데다 독특하게 만들어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보라해’를 통해 우리말 조어법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접미사 ‘-하다’ 용법과 진화된 모습이다.보라해는 ‘서로 믿고 사랑하자’는 뜻으로 만든 조어다. 2016년 BTS 팬 사인회에서 멤버 뷔가 즉석에서 만들어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보라해’로 쓰이지만, “옷을 보라하게 입었다” “아미 여러분, 정말 많이 보라합니다” 식으로 활용해서도 쓴다. 동사 ‘보라하다’를 기본형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얼핏 보기에도 ‘보라+하다’의 결합으로 이뤄진 말임을 알 수 있다. 이때 ‘-하다’는 접미사다. 일부 명사 밑에 붙어 우리말에 부족한 동사, 형용사를 파생시킨다. 동작명사에 붙으면 그 말을 동사로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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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꽃샘 추위를 말할 땐 'cold spell'
People are suffering a so-called “appflation” crisis due to an apple production shortage amid accelerating climate change and aging apple growers.The average wholesale price of apples hit 5414 won per kilogram on Wednesday, up 1.96% from a week ago. Compared to the previous year, the price climbed by 97.33%.The key reason for soaring apple prices in Korea was extreme weather conditions, which have hurt apple production.Apples currently in the market in Korea were picked in 2023 but total apple production last year dropped to 394,000 tons from 566,000 tons in 2022 and 516,000 tons in 2021.“Last year’s spring frost and cold spell hampered fruit setting,” said a distribution manager at the Daegu-Gyeongbuk Apple Farming Cooperative.Climate change is set to reduce the country’s available apple-growing regions.기후변화의 가속화와 사과 재배 농가의 고령화 속에 사과 생산이 부족해지면서 이른바 ‘애플플레이션’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수요일 기준, 사과 평균 도매가는 킬로그램당 5414원을 기록하며 일주일 전보다 1.96% 올랐다. 전년과 비교하면 가격이 97.33%나 폭등했다.사과 가격이 치솟은 핵심 원인은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 감소다. 현재 국내시장에 판매되는 사과는 2023년에 수확한 것으로, 지난해 전체 사과 생산량은 39만4000톤으로 급감했다. 이는 2022년 56만6000톤, 2021년 51만6000톤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대경사과원예농협의 유통 관계자는 “지난해 봄철 서리와 한파로 열매가 제대로 맺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기후변화로 인해 사과 재배 가능 지역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해설우리가 흔히 아는 spell은 동사로 ‘철자를 쓰다’를 의미합니다. 명사형 spelling은 영어 단어를 알파벳으로 어떻게 쓰는지, 또는 외국어를 현지어로 어떻게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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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직선의 질서가 빚는 곡선의 숨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수만 개의 빛나는 직선이 뻗어갑니다. 그런데 그 직선들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형상은 놀랍게도 부드럽게 소용돌이치는 나선형 은하입니다. 이것은 착시가 아닙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차가운 실, 그 정직한 직선들이 그려내는 우아한 곡선의 미학, 바로 스트링 아트의 마법입니다.<그림 1>의 은하 소용돌이를 확대하면 곡선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그림 2>에서 보이듯, 이 모든 형상은 곡선을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팽팽하게 당겨진 직선들의 집합입니다. 이 직선들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미세하게 각도를 틀며 겹쳐질 때 우리 눈은 매끄러운 원형의 곡선을 인식하게 됩니다. 수학적으로는 무수히 많은 접선의 방정식들이 중첩되어 하나의 곡선을 형성하는 과정입니다.직선의 방정식에서 가장 친숙한 형태는 y=mx+n입니다. 이 식이 널리 쓰이는 이유는 m 과 n이 하는 역할이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입니다. m은 직선이 기울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기울기이며 n은 직선이 세로축인 y축과 만나는 지점인 y절편을 의미합니다.그렇다면 여기서 x와 y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좌표평면 위에 나타나는 모든 도형은 수많은 점의 집합입니다. 이때 x는 각 점의 가로 위치를, y는 세로 위치를 나타내는 변수입니다. 도형 위의 어떤 점을 잡더라도 그 좌표 (x, y)가 일정한 규칙을 따를 때 그 관계를 식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관계식입니다. 그 관계식이 일차식인 y=mx+n의 형태를 갖춘다면 그 점들이 모여 곧게 뻗은 직선을 이루게 됩니다. y=m(x-a)+b라는 형태는 기울기 m과 직선이 지나는 한 점 (a,b)가 주어진 경우 사용하면 유리합니다. 따라서 (1,1)을 지나는 접선을 설계하고 싶다면 기울기를 m이라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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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누군가를 상징하는 색 'signature color'
On an ordinary day, the broad avenue between Gyeongbok Palace and Gwanghwamun Gate carries buses, office workers and clusters of tourists.A few days later, hundreds of thousands of fans dressed in purple - BTS’ signature color - are expected to flood the boulevard for the group’s first full-band concert in nearly four years.Six years ago, it chose New York’s Grand Central Terminal to introduce its music to the world.This time, the group is coming home, inviting its global fan base to the capital city of South Korea.“This concert will be a historic moment tying Seoul’s identity to BTS,” said Kim Yoon-ji, a researcher at the Export-Import Bank of Korea and the author of a book on the global spread of Korean culture.“Gwanghwamun, in particular, could become a place the world remembers as part of K-pop’s global story.”평소 경복궁과 광화문 사이의 넓은 도로에는 버스가 오가고, 직장인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며칠 뒤면 이곳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가득 찰 것이다. 거의 4년 만에 열리는 BTS 멤버들의 완전체 공연을 보기 위해 수십만 명의 팬이 이 거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6년 전 BTS는 정규 4집 공개 장소로 미국 뉴욕의 기차역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정규 5집 앨범을 공개한다. 전 세계 팬을 한국의 수도로 불러들이는 셈이다.한류의 세계적 확산을 다룬 책의 저자인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이번 공연은 서울의 정체성과 BTS를 잇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며 “특히 광화문은 K-팝의 서사까지 더해서 전 세계가 기억하는 상징적 장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설 지난 21일 K-팝을 대표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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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이차곡선 위주로 전체 내용 꼼꼼히 점검해야
2027학년도 수리논술에서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등 주요 상위권 대학들이 출제 범위에 기하를 포함시켰다. 또 실제 기하 문항을 꾸준히 출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전에 잘 출제하지 않던 정사영, 삼수선의 정리 같은 공간도형 문항이 자주 출제되면서 기하 교과서 전체 내용이 고르게 반영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그럼에도 이차곡선과 관련된 문항들의 출제 비중은 여전히 높다. 그렇기 때문에 기하 수리논술을 대비하려는 수험생은 먼저 교과서나 EBS 교재 등을 활용해 이차곡선, 특히 포물선과 타원, 쌍곡선의 개념부터 꼼꼼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후에는 오른쪽 표를 참조해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들의 최근 기하 기출문항을 반복해서 풀어보면 좋을 것이다. ▶기하 수리논술 대비 포인트◀ 1. 출제율이 가장 높은 이차곡선-포물선, 타원, 쌍곡선의 정의와 초점 공식 암기할 것2. 기하 교과서 또는 EBS 교재(기하 특강-Level 1·2 위주) 등을 활용해 개념 학습3. 공간도형(삼수선의 정리, 정사영) 문항도 최근 자주 출제되므로 교과서 예제 위주로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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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하여튼'(하옇든×)과 '어떻든'(어떠튼×) 구별법
“日本(일본)서는 內閣(내각)이 變更(변경)될 때마다 依例件(의례건)으로 地方長官(지방장관)에 變動(변동)이 생긴다.”(1924년 5월 17일, 동아일보) “태풍은 의례껏 폭우를 몰고 왔으니….”(1961년 10월 6일, 조선일보) “모든 사람이 으레껏 부모를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요즘….”(1993년 11월 22일, 조선일보)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서 찾아본 ‘으레껏’에서 우리말의 변천 과정을 살짝 엿볼 수 있다. 단어로서의 자격 갖춘 ‘으레껏’‘두말할 것 없이 당연히, 틀림없이 언제나’란 뜻으로 쓰이는 ‘으레’. 지금은 ‘으레’가 표준어이지만 어원적으로 ‘의례(依例)’에서 왔다는 것을 지난 호에서 살펴봤다. 형태도 ‘의례→으례→으레’로 변했다. 이중모음에서 단모음으로 바뀐 것이다. 한글학회가 1957년 완간한 <조선말 큰사전>에선 ‘으례’(원칙적으로 당연히)를 표제어로 올렸다. 당시만 해도 중간 단계의 발음 변화가 진행되던 때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단순화는 발음을 조금이라도 더 쉽게 하려는 본능에서 비롯됐을 것이다.‘으례로 할 일’을 ‘의롓건(依例件)’이라고도 했다. 예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 100여 년 전부터 써온 우리말이다. 현행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의례건’으로 적는다. ‘의례’와 ‘건’, 즉 한자어 간의 결합이라 사이시옷을 붙일 필요가 없다. 지금도 이 말이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준어로 올라 있다. 이 말은 ‘전례나 관례에 비추어 있어온 일’을 뜻한다. “경제가 어려워져 치과 경영이 힘들다 보면 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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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伯仲之勢 (백중지세)
▶한자풀이伯: 맏 백 仲: 버금 중 之: 어조사 지 勢: 형세 세형과 아우의 형세라는 뜻으로실력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움을 이름 - <위서(魏書)>백중지세(伯仲之勢)는 맏이(伯)와 둘째(仲)의 차이라는 뜻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형세를 이르는 말이다. 실력과 재능, 지위 등이 비슷해 누가 더 낫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를 비유한다.백중이란 말을 먼저 쓴 사람은 중국 위나라 조비다. 그는 ‘전론(典論)’이란 논문의 첫머리에 “글 쓰는 사람끼리 서로 상대를 업신여기는 것은 옛날부터 그러했다. 예를 들면 부의(傅毅)와 반고(班固)는 그 역량에 있어 백중(伯仲)한 사이였다(伯仲之勢)”라고 썼다. 부의와 반고는 후한의 문장가로 뛰어난 글 실력이 비슷한 것으로 평가됐다.문인상경(文人相經)은 문인은 교만한 기운이 많아서 남을 깔보는 버릇이 있음을 말한다. 자기 글이 최고라고 여기는 문필가는 동료의 글솜씨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난형난제(難兄難弟)도 누구를 형이라고 부르고 누구를 아우라고 하기 어렵다는 말로, 서로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뜻이다.누가 맏형이고 누가 둘째 형인지 모른다는 난백난중(難伯難仲), 어느 것이 위이고 어느 것이 아래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막상막하(莫上莫下),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을 비유하는 호각지세(互角之勢)도 모두 백중지세와 뜻이 같다. 백중지세는 백중지간(伯仲之間)이라고도 한다. <위서> <삼국지> 등에서 전해온다.백중지세의 라이벌은 서로의 성장판을 자극한다. 서로에게 거울이 되고, 자극이 되는 라이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삶의 큰 축복이다. 전쟁터에서 적은 죽여야 내가 살지만, 삶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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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컬링의 빗자루질, 응원 아닌 수학이다
지난 2월에 열린 제25회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다양한 종목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의 눈길을 끈 종목은 컬링이었습니다.특히 화제가 된 장면은 선수들이 스톤이 멈출 위치를 거의 센티미터 단위까지 예측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스톤이 길게 미끄러질지, 중간에 멈출지, 혹은 다른 스톤을 맞히고 방향을 바꿀지까지 미리 계산하는 장면은 마치 얼음 위에서 이뤄지는 체스 경기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컬링을 흔히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경기를 보면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선수들이 스톤을 던지고 난 뒤 왜 저렇게 필사적으로 빗자루로 얼음을 문지르는 것일까요? 단순한 응원 행위도 아닙니다. 그 빗자루질 한 번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물리학과 수학이 숨어 있거든요.선수들이 스톤 앞에서 열심히 문지르는 행동을 ‘스위핑(sweeping)’이라고 합니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스위핑은 스톤의 궤적과 속도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핵심 기술입니다.컬링 경기장의 얼음 표면에는 ‘페블(pebble)’이라는 작은 물방울 돌기가 뿌려져 있습니다. 스톤은 이 울퉁불퉁한 표면과 마찰하면서 미끄러지는데, 스위퍼들이 페블을 문지르면 마찰열이 발생해 얼음 표면이 미세하게 녹습니다. 얇은 수막이 스톤과 얼음 사이의 마찰력을 줄여줘 스톤이 더 멀리, 더 곧게 나갈 수 있게 합니다.수학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어요. 스위핑의 강도를 높일수록 마찰 계수가 작아지고, 스톤에 작용하는 마찰력이 감소합니다. 마찰력이 줄면 감속이 느려져 스톤이 평균적으로 3~5m 더 나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스톤이 회전(컬링, curl)하는 방향도 스위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