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교과서와 책을 잇는 주제 읽기 ⑪ 기술발전과 인류의 삶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데요, 그 관점을 각각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찬성 입장에서는 기술을 인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도구로 봅니다. 기술은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보완해주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게 해주며, 결과적으로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병원 시스템은 환자의 질병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해주며, 로봇 기술은 노인이나 장애인의 이동을 돕기도 합니다. 또 원격근무가 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육아를 병행하는 직장인들이 더 유연한 일과 삶의 균형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기술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반자로 작용한다는 관점이 찬성 측의 핵심입니다.

반면에 반대 입장에서는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더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일을 더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더 높은 성과를 요구받고 경쟁은 심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스마트폰이나 메신저 앱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소통할 수 있지만, 그 결과 ‘연결되지 않을 자유’를 상실하며 일과 휴식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또한 AI의 발전은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노동자에게 불안과 불평등을 가중시키기도 합니다. 즉 기술은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잘못 다룰 경우 인간을 소외시키고 통제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기술은 양면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작용하느냐는 인간의 선택과 가치관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의 발전 그 자체보다, 기술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와 그 활용 방식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위의 찬반 입장을 문제로 바꾸어 논술 답안을 구성해봅시다. 출제가 유력한 주제에 대해 좋은 연습이 될 거예요.

[문제] [나], [다]의 통합적 관점에서 [가]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비판하시오.

[가] 우리는 생산의 문화, 끊임없는 행동의 문화, 강제적 자기 최적화, 지속적 분주함의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현대식 기술을 통해 시간을 절약하지만, 시간이 남으면 당장 다른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더 느긋해지기는커녕 더 바쁘고 더 정신이 없다. 어떤 사람이 말한 바처럼 “기술로 시간을 버는 만큼 우리의 기대와 요구는 더 늘어”날 뿐이다. 오늘날의 우리는 몇 주씩 배를 타지 않아도 비행기를 타고 단숨에 오지로 날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번 시간을 여유 있게 쓰지 못하고, 예전보다 더 멀리 그리고 더 많이 여행을 한다. 더 빨리, 더 쉽게 소통할 수 있다고 해서 시간이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과도하게 소통하고 있다. 남은 시간을 여유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새로운 긴장, 다른 일에 활용한다.

[나] 인류가 태어났을 때부터 노동은 벌이었다. 죄 많은 인간은 고통을 받아야 하며, 김을 매고 밭을 갈고 수확을 하다가 지치고 탈진하여 구원이 약속된 저세상으로 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다고 야훼는 말했다. 그러나 그 사이 노동의 의미는 엄청나게 변했다.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육체적으로 고단한 노동을 기계에 맡길 수 있게 된 이후 우리는 일을 고통이 아닌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해석하며 점점 많은 이가 노동을 진정한 향락으로 생각한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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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활동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덜 받게 되었을 뿐 아니라 성별과 인종, 나이를 초월하여 개인과 개인이 연결됨으로써 조직이나 국경을 넘어 합리적인 의사소통과 자유로운 교류가 가능하게 되었다. (중략) 또한 많은 양의 정보를 구할 수 있고 새로운 정보가 나오는 즉시 전 세계로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점점 더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정보 이용이 가능해진다. 특히 인간이 활동하는 영역이 물질적인 영역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비쿼터스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생산에 참여하는 프로슈머의 역할 등은 정보통신 기술이 가져온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해설] 제시문 [가]는 기술 발전이 인간을 여유롭게 만들기보다는, 더 분주하고 정신없게 만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절약된 시간은 또 다른 업무나 자기 계발에 사용되기 때문에 결국 더 바쁘고 피곤해진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오늘날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다소 일방적이고, 기술의 다른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제시문 [나]를 보면, 노동이 과거에는 신의 벌처럼 여겨졌지만, 현대에는 오히려 자율적 선택과 자아실현의 수단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인간은 반복적이고 고된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었고, 그 결과 자기 적성과 가치에 맞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기술이 인간의 삶을 더 주체적이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제시문 [다]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허물고, 성별, 연령, 국경을 초월해 더 많은 사람이 평등하게 소통하고 생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프로슈머’처럼 소비자이면서도 동시에 생산에 기여하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기술은 단순히 효율의 도구를 넘어 참여와 연결의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와 [다]의 관점을 종합해보면, [가]가 말하는 기술 비판은 너무 부정적인 면만 부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집니다. 기술이 인간을 지치게 만든다는 주장은 사실 기술 그 자체보다는, 기술을 다루는 사회 구조와 인간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의 진정한 역할과 가치는 우리가 어떤 노동 문화를 만들고, 어떤 삶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답안] 제시문 [가]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여유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분주함과 정신적 피로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두 가지 중요한 논리적 오류를 포함한다.

우선 기술이 시간을 절약해주면 반드시 여유로 이어져야 한다는 전제는 현실의 다양한 선택 가능성과 인간의 주체성을 무시한 일반화의 오류다. 제시문 [나]는 노동이 벌에서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변화했음을 설명하며, 이는 기술이 고된 노동을 덜어주고 인간의 주체적 선택을 가능케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제시문 [다]는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인간의 연결과 참여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기술이 오히려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노동의 장을 형성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따라서 시간의 사용 방식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관과 사회 문화에 따라 결정된다.

임재관 
대치 한걸음 입시논술 원장
임재관 대치 한걸음 입시논술 원장
다음으로 [가]의 오류는 기술로 인한 피로를 단정하면서도 그 기술이 제공하는 가능성과 다양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증거 은폐다. [가]는 기술 그 자체를 문제의 원인으로 몰아가며, 사회적 조건과 인간 선택의 책임을 외면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진정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있다. 기술은 피로의 원인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