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물 논술 강의노트

교과서와 책을 잇는 주제읽기 ④ 국가 중심의 질서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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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에서 종종 출제되는 문제 중 국가 중심의 질서에 관한 쟁점도 빼놓을 수가 없겠군요. 국가는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때때로 권력을 남용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국가 중심의 질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입장과, 오히려 국가의 권력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반대하는 입장이 대립하게 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실제 사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국가가 강력한 법과 제도를 통해 사회질서를 유지한 대표적 사례로 싱가포르를 들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엄격한 법률과 강력한 정부 통제를 통해 안정적인 사회를 구축한 나라입니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 쓰레기를 버리거나 껌을 씹는 것도 벌금 대상이 될 정도로 법을 엄격하게 운용합니다. 또한 마약 범죄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처벌을 적용하는 등 강력한 법 집행을 통해 범죄율을 낮추고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큰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이처럼 국가 중심의 질서는 공동체의 안전과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국가가 지나치게 권력을 행사하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 사례도 있습니다. 대표적 예로 독일 나치 정권을 들 수 있습니다. 1930년대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국가권력을 강화하며 독재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당시 독일 정부는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강력한 통제를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하고, 유대인과 소수집단을 탄압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습니다. 국가가 강한 권력을 가질수록 국민의 자유가 억압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또한 현대사회에서도 국가권력이 남용되는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국가가 모든 경제 및 정치 활동을 통제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국가의 허가 없이는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의견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국가 중심의 질서는 오히려 국민을 억압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위의 사례들을 보면 국가 중심의 질서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과도하게 작용하면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는 공동체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되, 동시에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아래에는 논술에서 출제되었고 또다시 출제될 수 있는 지문들을 실어보겠습니다.[지문 1] 옛날 아라비아에 트로글로다이트라고 하는 작은 부족이 있었다. 역사가들의 말에 따르면 이 부족은 인간보다는 동물에 더 가까웠던 이전 시대 트로글로다이트의 후손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지금 말하는 이 부족은 그들의 선조들처럼 그렇게 이상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곰처럼 털이 나지도 않았으며,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아주 사악하고 잔인해 자기들 사이에 어떤 공정성이나 정의의 원칙도 없었다. 한때 그들에게는 왕이 있었다. 왕은 부족의 타고난 사악함을 고치기 위해 사람들을 엄하게 다스렸다. 그러자 사람들은 음모를 꾸며 왕을 죽이고 왕족들까지 모두 없애버렸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 뽑힌 행정관들마저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새로운 통제로부터 벗어나자 이 부족국가는 타고난 사악함만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각기 어느 누구의 말도 따르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이해만을 돌볼 뿐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만장일치의 결정은 부족 구성원 각자의 마음에 꼭 드는 것이었다. ... 때는 바야흐로 곡식을 수확해야 하는 계절이었다. 그해는 몹시 가물어서 높은 지대의 농사는 완전히 실패했지만 물 공급이 잘된 낮은 땅은 큰 풍년이 들었다. 많은 수확을 거둔 사람들이 추수한 곡식을 나누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많은 산악지대 거주자가 굶어 죽었다. 다음 해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높은 지대의 땅은 이례적으로 비옥해졌고 낮은 지역은 홍수가 났다. 또다시 인구의 반이 굶주림으로 아우성쳤지만 작년에 홀대받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굶주린 사람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 그러는 동안 이 지역에 몹쓸 병이 창궐했다. 이웃 나라에서 유능한 의사가 와서 그에게 오는 모든 환자의 병을 치료해주었다. 병이 다 지나간 뒤에 의사는 환자들 집을 돌며 치료비를 요구했지만, 모두에게서 거절당했다. 오래지 않아 같은 병이 전보다 더한 기세로 그 지역을 휩쓸었다. 이번에는 트로글로다이트 부족 사람들이 직접 그에게로 와서 병을 고쳐주기를 빌었다. 그러나 의사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돌아들 가시오. 당신들은 정의롭지 못합니다. 당신들의 영혼 안에는 당신들이 치유하고자 하는 병보다 더한 독이 있습니다. 당신들에게는 아무런 인간성도 없고 공정한 규칙도 없기 때문에 이 세상에 살 자격이 없습니다...”

[지문 2]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대체트로글로다이트로 평등하고 어떤 특정 사회의 법률에 따라 구속되지 않으며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고 홉스는 생각한다. 자기 보존이 그 무엇보다 우선하며 우리의 자연적 욕구 그 자체는 선악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도덕은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한다. 인류의 자연 상태는 각 개인이 다른 모든 사람과 충돌하게 되는 상황이며 각자가 안전해지고자 노력하는 상황이다. ... 그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언급한다. 이 말은 반드시 실제의 투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말은 사람들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때 야기될 항구적 갈등을 비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홉스가 지적하는 것처럼 이러한 상태에서 사회는 어떠한 이익도 얻지 못할 것이다. 공업과 농업, 어업은 물론 과학적 지식조차 성립하지 못할 것이다. 그 대신 계속되는 공포와 잔인한 죽음의 위험만이 있을 따름이다. ... 각 개인이 타인의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에 대한 배려만 요구하는 한 이러한 권리 개념은 사회적 불안을 낳는 원인이 될 뿐이다. 이러한 상황을 홉스는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강제력이 없다면 계약은 한낱 말에 지나지 않으며, 인간을 안심시킬 수 있는 힘을 전혀 갖지 못한다.” 사람들은 합의에 이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근본적 경향이 변한다거나 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계약의 준수가 그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이성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국가가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 지상 명령이 되며, 따라서 우리는 저마다 자발적으로 우리의 힘을 어떤 집단이나 한 사람에게 양도하게 된다.

임재관 대치 한걸음 입시논술 원장
임재관 대치 한걸음 입시논술 원장
[해설] [지문 1]은 법과 질서에 관한 계몽주의자 몽테스키외의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지문은 고전의 비유이므로 여러분의 적극적 환문과 상징들의 의미도출이 필요합니다. 트로글로다이트 부족은 문명의 탈을 벗긴 인간의 본모습을 상징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공정한 규칙의 부재로 인해 최소한의 질서조차 거부한 채 결국 아무에게도 구제받지 못하고 자멸하고야 맙니다. 따라서 이 글은 인간 본성의 필연적 자멸성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며 강력한 질서와 공정한 규칙의 강제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는 왕이나 행정관처럼 사람이 통치하는 체제도 쉽게 전복되고야 맙니다. 따라서 그 이상의 강력한 체제와 강제가 필요합니다. 한편 [지문 2]는 사회계약론자 홉스의 주장을 전달합니다. 홉스 또한 몽테스키외처럼 국가적 질서의 필요성을 요청합니다. 다만 그는 자연권의 모순성에 대한 이성적 판단과 권리 양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개인의 자유와 국가권력 사이의 균형을 설명하기 위해 국가를 ‘사회적 계약(social contract)’의 결과물로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국가 질서 옹호론이 있습니다. 고전 지문들을 읽어나가며 여러분의 생각을 확장해보고, 또 그에 대해 다양하게 비판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금주의 추천 도서는 홉스의 <리바이어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