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

우리는 수학적 질서를 통해 자연의 조화로운 원리를 이해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설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수학은 단순한 계산 도구가 아니라 세상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는 열쇠이며, 우리가 이를 깊이 이해할수록 현실을 더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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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공기를 울리고, 다리는 흔들리며, 지진파는 건물을 뒤흔든다.” 우리는 일상에서 공명을 경험하지만, 그것이 수학과 연관이 깊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명(Resonance)은 특정한 주파수가 배수 관계를 가질 때 증폭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는 음악에서 화음을 이루고, 엔진이 특정 속도에서 진동하며, 심지어 다리가 무너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공명과 수학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 핵심에는 바로 약수와 배수의 개념이 숨어 있다.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사례는 고대 그리스의 유클리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클리드는 기원전 300년경 <원론>에서 최대공약수를 구하는 알고리즘을 소개했다. 이 알고리즘은 두 수를 나눈 후 나머지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오늘날 ‘유클리드 알고리즘’으로 불린다. 그의 연구는 단순한 수 계산을 넘어 비율과 배수 개념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 당시 그리스 수학자들은 수의 관계를 연구하며 비례와 공배수 개념을 활용해 기하학과 음악 이론에도 적용했다.

중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 개념은 상업과 무역의 발전과 함께 더욱 중요해졌다. 유럽과 중동에서는 상인들이 서로 다른 단위의 화폐나 물품을 공정하게 나누기 위해 최대공약수를 활용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최소공배수 개념은 기계공학에서도 필수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특히 톱니바퀴 시스템에서 기어의 회전수를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 최소공배수가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12개의 톱니를 가진 기어와 18개의 톱니를 가진 기어가 맞물릴 때, 두 기어가 처음 상태로 돌아오는 최소 회전수는 최소공배수인 36회전이 된다. 이러한 개념은 기계 설계뿐 아니라 반복적인 패턴을 지닌 주기적인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소리의 울림, 기계의 진동, 다리의 흔들림에는 공통된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가 자리한다. 공명은 특정 진동수(주파수)에서 큰 진폭으로 진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의 특정 진동수를 ‘공명 진동수’라고 하며, 공명 진동수에서는 작은 힘의 작용에도 큰 진폭과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모든 물체에는 각각의 고유한 진동수가 있으며, 이를 ‘고유 진동수’라고 한다. 물체는 여러 개의 고유 진동수를 가질 수 있으며, 특정한 외력이 고유 진동수와 같은 주기로 작용할 때 진폭이 크게 증가하는데, 이를 ‘공명 현상’이라 한다. 이때의 진동수는 공명 진동수가 된다. 공명은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수학적 원리를 따르는 필연적 결과이며, 그 핵심에는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의 개념이 숨어 있다.

공명은 음악, 건축, 기계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견된다. 음악에서는 2개의 음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 일정한 주파수 비율을 가져야 하며, 피타고라스는 이러한 관계를 수학적으로 설명했다. 예를 들어, 도(C)와 솔(G)의 주파수 비율이 3:2를 이루기 때문에 듣기 좋은 화음이 형성된다. 이는 최소공배수 개념과 연결되며, 배음과 공진 현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원리가 된다.

건축과 기계공학에서도 공명의 원리는 필수 요소다. 다리나 건물 같은 구조물은 특정한 고유 진동수를 가지며, 외부에서 가하는 힘이 이 진동수와 일치하면 공명이 발생해 진폭이 급격히 증가한다. 1940년, 타코마 내로스 다리는 강한 바람 주기가 다리의 고유 진동수와 맞아떨어지면서 극심한 흔들림이 발생해 결국 붕괴하고 말았다.

이러한 공명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건축물의 설계 단계에서 구조의 고유 진동수를 조정하는 다양한 방법이 활용된다. 고유 진동수는 건물의 무게와 재료의 강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건물이 무겁거나 구조가 단단할수록 진동수가 낮아지고, 가벼울수록 높아진다. 따라서 건축가들은 특정한 진동수를 피하기 위해 건물의 층마다 다른 재료와 구조적 특징을 적용한다.

또한 다리의 설계에서 최소공배수를 고려하는 방식도 있다. 다리의 기둥 간격이나 보강재의 배치는 자연 진동수가 바람이나 차량의 이동 주파수와 최소공배수 관계를 형성하지 않도록 조정된다. 즉 다리의 주요 구조 요소들이 서로 다른 진동 특성을 지니게 함으로써 특정한 배수 관계로 인해 공명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학적 접근법 덕분에 현대의 건축물과 다리는 더욱 안전하고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다.

정경호 한국삼육고 교사
정경호 한국삼육고 교사
공명이 단순한 진동이 아닌 수학적 질서 속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 역시 무질서한 숫자가 아닌 체계적인 패턴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