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유클리드기하학의 확장
기하학은 우리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를 뛰어넘어 우리의 사고를 상상력 너머로 끌어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안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하학은 우리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를 뛰어넘어 우리의 사고를 상상력 너머로 끌어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안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통 우리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 사고를 전개하는 데 익숙합니다. 특히 수학 문제를 풀 때 그렇죠. 하지만 일부 선생님은 수학 문제를 직접 만들어보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한편 어떤 수학 문제는 그 문제에서만 사용되는 특정한 조건이나 기호를 포함하기도 하죠. 이런 상황은 여러분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어디까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실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기하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소개했듯이, 유클리드기하학이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체계가 있고 이 규칙을 지키며 생각과 추론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직접, 이 규칙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사실 기하학에서는 이 사실을 깨닫는 것 자체가 아주 오래 걸린 일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사영기하학을 소개할까 합니다.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학 관련 교양서적에서 꾸준히 찾아볼 수 있는 기하학인데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기하학은 ‘무한하게 먼 곳’을 실제로 있는 것처럼 가정하고 논리를 전개합니다. 이 말은 한 쌍의 평행선이 있을 때 그 두 선의 교점이 아주 먼 곳에 ‘있다’라고 가정한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옆에 보이는 그림과 같이, 2개 직선은 하나의 교점을 가집니다.
이때 교점 A는 두 직선이 평행선에 가까워지면서 점점 오른쪽으로 밀려나는데, 결국 평행선이 되는 순간 교점 A는 갈 곳이 없어지죠. 그런데 오른쪽으로 무한하게 밀려나 버린 이 점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한대에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규칙을 받아들여 전개하는 기하학을 사영기하학이라고 합니다.
이 가정을 받아들인 사영기하학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결과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일단 모든 평행선이 만난다고 볼 수 있겠죠. ③번 그림의 교점 A는 무한대에 있어 볼 수 없을 뿐 존재하기로 한 것이니까요. 또한 무한의 위치를 가정하기에 직선의 양 끝이 이어지게 됩니다. 게다가 무한 위의 점을 삼각형 세 점 중 하나로 둔다면 절대 도형이라고 볼 수 없는 모양도 삼각형이라고 할 수 있게 됩니다.



위상기하학에서 새롭게 따르는 규칙은 길이, 넓이, 부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만 중점으로 보는 것이죠. 즉 기존의 것을 늘리고 줄이고 비틀어도 같은 것이라고 봅니다. 그 대신 끊거나 이어 붙이거나 자르면 완전히 다른 대상이 되는 것이고요. 이런 측면에서 위상기하학을 ‘고무판 기하학’이라고도 부릅니다.
위상기하학 측면에서는 원판과 축구공은 완전히 같은 것이며, 접시와 손잡이 없는 컵 역시 다 같은 모양으로 취급합니다. 누르고 늘려 같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도넛은 아무리 줄이고 구부려도 불가능하기에 다른 도형이 되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도넛과 손잡이 달린 컵은 위상기하학 입장에서는 같은 도형인 셈이죠.

그렇다면 우주의 모양은 어떤 모양일까요? 블랙홀은 구멍일까요? 무한하게 펼쳐질까요? 그게 아닌 경우 지구처럼 한쪽으로 가다 보면 출발한 곳으로 올 수 있을까요? 위상기하학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이러한 질문들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