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2010년 7월 1일부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시행하면서 '재래시장'을 버리고 '전통시장'을 쓴다고 밝혔다. 재래시장이라는 용어가 낙후된 느낌이 든다는 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502/AA.39393056.1.jpg)
예전에 재래시장이라 부르던 말이 전통시장으로 바뀐 것은 이미 15년 전 일이다. 정부에서는 2010년 7월 1일부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시행하면서 ‘재래시장’을 버리고 ‘전통시장’을 쓴다고 밝혔다. 재래시장이라는 용어가 낙후된 느낌이 든다는 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재래’라는 말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음을 뜻한다. 물론 ‘전통시장’이 법정 용어이자 공인된 말이지만 현실 언어에선 아직 ‘재래시장’이 통용된다. 이는 말이란 게 여간해선 인위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 고유의 옷인 한복의 진화 과정에서도 그런 사례를 엿볼 수 있다. ‘개량한복’과 ‘생활한복’의 관계가 그렇다. 전통한복은 남자는 통이 허리까지 오는 저고리에 넓은 바지를 입고 아래쪽을 대님으로 묶는다. 여자는 짧은 저고리에 풍성한 형태의 여러 가지 치마를 입는다. 남녀 모두 버선을 싣고, 외출할 때나 예복으로 두루마기를 덧입는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는 활동하기에 불편하다는 점이 지적돼왔다. 요즘은 평상시보다 명절이나 큰 행사 등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 주로 입는다.
그래서 나온 게 ‘개량한복’이다. 일상생활에서도 활동하기 편하게 현대식으로 고친 한복을 말한다. 그런데 이번엔 ‘개량’이란 말이 걸렸다. “뭐가 ‘나빠서’ 개량한 것”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개량(改良)’이란 말이 ‘나쁜 점을 보완하여 더 좋게 고침’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개량한복이라고 하면 전통한복은 좋지 않은 것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90년대에 들어서며 이번엔 ‘생활한복’이 등장했다. 생활 속에서 편히 입도록 한 한복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순수하게 언어적 측면에서도 중립적이다. 그러다 1996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한복 입기’를 추진하면서 ‘생활한복’을 공식 용어로 지정했다. 그런 까닭인지 <표준국어대사전>엔 ‘생활한복’이 표제어로 올라 있는 데 비해 ‘개량한복’은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안배에 따른 용어 변화 많아용어의 변천을 들여다보면 언어의 변화무쌍함과 복잡다기함을 느낄 수 있다. 사회적 필요에 따라 생겨나는 말은 ‘사회적 규정’에 의해 단어 형태가 정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복수의 말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 말을 ‘누가 결정하는가’가 논란이 된다. ‘말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뭇 이데올로기적이기도 하다.
![홍성호 이투데이 기사심사위원·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https://img.hankyung.com/photo/202502/AA.28105163.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