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인 물품'을 가리키는 '진품(眞品)'은 '정품(正品)'이란 말로도 쓴다. 이들은 사전에 올라 있다. 하지만 '거짓 가(假)'를 쓰는 '가품(假品)'은 국어사전에 없다. 이에 비해 가짜나 모조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 '짝퉁'은 사전에 등재돼 있다.

‘가품(假品)’이란 말이 요즘 많이 쓰인다. ‘거짓 가(假)’ 자를 썼으니 가짜 상품이란 뜻일 것이다. 하지만 국어사전에는 보이지 않는다. 단어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진품(眞品)’은 말 그대로 ‘진짜인 물품’을 가리킨다. ‘정품(正品)’이란 말도 쓴다. 진짜거나 온전한 물품이란 뜻이다. 이들은 사전에 올라 있다. ‘거짓 가(假)’를 쓴 ‘가품’이 ‘참 진(眞)’ 자를 쓴 진품에 상대하는 말이니 그럴듯한데, 아쉽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은 다루지 않았다. 그 대신 가짜 물품을 가리키는 말로 ‘모조품’이 있다. 다른 물건을 본떠 만든 물건이란 뜻이다. 그림이면 ‘모사품’이고, 속일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를 강조하려면 ‘위조품’이 될 것이다.
‘가품’이 국어사전에 오르지 못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 말이 우리말에서 쓰인 지가 꽤 오래됐기 때문이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를 보면 1930년대 언론에서도 이 말을 쓴 게 보인다. 하지만 그리 활발한 쓰임새를 보이지는 않았다. 국어사전에 오르지 못한 까닭은 아마도 ‘가품’이란 말 자체에 대한 반발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품이 아닌 가짜 상품에 ‘가품’이라는 명칭을 붙여 자칫 상품의 불법성을 희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 아닐까?
이에 비해 가짜나 모조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 ‘짝퉁’은 사전에 올라 있다. 이 말은 1999년 <표준국어대사전>이 종이 사전으로 처음 나올 때만 해도 표제어에 오르지 못했다. ‘짝퉁’이 언론 보도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대략 1990년대 후반이다. 이후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쓰임새를 보이자 2000년대 들어와 국립국어원에서 <표준국어대사전> 웹사전에 등재했다. ‘가품’의 역사에 비하면 일천하지만 ‘짝퉁’이 사전에 오른 데는 그런 배경이 있었다. ‘정책’은 정부에서 펼치는 방책“유통업체들이 소비자 신뢰 제고를 위한 ‘정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국내 대기업 이커머스사도 ‘위조품’으로 판명되면 대금 정산을 보류하는 ‘정책’을 펴기로 했다”에도 적절치 않은 말이 있다. ‘정책’이란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책이다. 정부 또는 정치권에서 쓰는 말이다. 민간기업에서는 ‘정책’이 아니라 ‘경영전략’이나 ‘방침’ ‘지침’ 등을 골라 쓰면 된다.
보통 ‘정사(政事) 정’으로 읽는 ‘정(政)’이 본래 ‘바르게 잡다’ ‘다스리다’라는 뜻으로 쓰는 글자다. 政은 ‘正(바를 정)’과 ‘攵(칠 복)’ 자가 결합한 형태다. 이때 ‘正’ 자는 사람이 성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바르다’라는 뜻이 있다. ‘攵’ 자는 작은 막대기를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회초리로 친다는 의미다. 그래서 政 자는 ‘바르게 잡는다’라는 의미에서 ‘다스리다’나 ‘정사(政事, 나라를 다스리는 일)’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