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어근(말뿌리)인 ‘비아냥’은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 독립된 단어로 올라 있지 않다. 아직 단어가 아니라는 얘기다. ‘비아냥’은 그저 어근일 뿐 낱말이 아니므로 명사처럼 단독으로 쓰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는 단어로 올렸다. ‘명사. 얄미운 태도로 비웃으며 놀림.’ 이게 ‘비아냥’의 풀이다. “옆집 아저씨는 동네 사람들의 온갖 비아냥에도 성 한 번 내지 않는 무던한 사람이다”처럼 쓴다. 고려대 사전에서는 ‘비아냥’을 명사로 처리한 것은 이 말이 이미 단어로서의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보았다는 뜻이다.
사전마다 이런 편찬 차이는 국민의 언어생활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표준국어대사전> 관점에서는 이 말을 단독으로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령 ‘비아냥거리다(대다)’를 명사처럼 쓰기 위해서는 이 말을 명사형으로 바꿔야 한다. 이때 쓰이는 게 명사 구실을 하게 하는 어미 ‘-ㅁ’ 또는 ‘-기’이다. “엄벌에 처함/학생 신분임을 밝히다/한글 배우기/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다” 등에 보이는 ‘-ㅁ’과 ‘-기’가 그것이다. 따라서 규범문법에서는 ‘비아냥’이 아니라 ‘비아냥거림/비아냥댐’ 또는 ‘비야냥거리기/비아냥대기’ 식으로 명사형을 취해야 비로소 명사처럼 쓸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언어에선 이런 과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비아냥’만 쓰는 현상이 많아지면서 문법적 타당성 논란이 벌어진다. 그렇다고 이를 비문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너무 많은 사용례가 있다. 더구나 고려대 사전에서는 ‘비아냥’을 이미 명사로 처리했기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이에 대한 관점을 분명히 밝히는 게 언어생활의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열심으로’는 비표준, ‘열심히’만 표준어근에 대한 논란으로 오래된 사례는 ‘열심이다/열심하다’가 있다. 흔히 쓰는 말로 ‘열심히’란 단어가 있다. ‘어떤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골똘하게’란 뜻의 부사다. 이 말과 ‘열심으로’란 말이 한때 경쟁 관계였다. 지금은 ‘열심히’만 표준으로 삼았고, ‘열심으로’는 비표준어다. 이는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고, 그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표준어사정원칙 제25항)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우리말에서 지금 ‘열심으로’는 사라져가고 있다.
이들 말의 어근인 ‘열심(熱心)’은 오래전부터 쓰던 말이다. 명사인데 주로 서술격조사 ‘-이다’를 붙여 ‘열심이다’ 꼴로 쓴다. 1957년에 완간된 한글학회 <조선말 큰사전>에 열심(熱心)이란 단어가 보인다. 그런데 이때 ‘-하다’를 붙인 ‘열심하다’란 동사도 올렸다. 하지만 요즘은 이 말을 거의 안 쓴다. 도중에 언어 세력이 약해지면서 언중의 쓰임새에서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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