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교과서와 책을 잇는 주제 읽기 ⑫ 경제적 효율성
경제적 효율성은 인문논술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우리 삶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대단히 자연스럽고, 동시에 경제적 사고와 도덕적·정서적 가치가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핵심은 경제적 효율성은 경제적 이익과 비용만 따진다는 점이에요. 감정이나 도덕, 윤리적 만족은 이 경제적 계산 안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를 섞어버리면 개념이 흐려지고, 논리적 분석에서도 실수하기 쉬우니, 반드시 분리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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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효율성은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합, 즉 총잉여(total economic surplus)를 최대화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물건을 팔고 사는 사람 모두가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지점을 찾았을 때, 자원이 잘 배분된다고 보는 것이죠. 그런데 시장은 항상 완벽히 작동하지 않아요. 외부효과 같은 제3자에게 영향을 주는 비용(예: 오염)이 있을 때, 시장은 실패하며 정부 개입이 필요해집니다. 인문논술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텍스트나 사례에 적용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아래에는 상당히 오답이 많이 나오는 문제를 실어두었습니다. 문제를 읽어보고 스스로 풀이해본 후 해설과 예시 답안을 읽으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평가해보세요.

[문제] [가]를 바탕으로 [나]의 상황을 효율성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설명하시오.

[가] 효율성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만족을 추구하는 경제 행위의 원칙으로 개인 또는 집단의 합리적 선택의 기준이 되어왔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에서, 소비자잉여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하면서 얻었다고 느끼는 이득의 크기로서 소비자가 그 상품에 최대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에서 실제 지불한 금액을 뺀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생산자잉여는 생산자가 어떤 상품을 팔면서 얻었다고 느끼는 이득의 크기로서 생산자가 그 상품을 판매해 실제로 받은 금액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든 비용을 뺀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를 합한 것을 ‘총잉여’라고 하는데, 총잉여는 시장에서 상품 교환에 참여한 경제주체들이 얻게 되는 사회 전체의 이득이라고 할 수 있다. 총잉여는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는 시장 균형 수준에서 가장 커진다. 총잉여가 최대로 된다는 것은 희소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시장에 의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시장실패’라고 한다. 특히 환경오염 등과 같이 어떤 경제주체의 행동이 제3자에게 피해를 주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정적 외부효과가 존재할 때, 이에 관련한 상품 생산 또는 선택 행위가 사회적으로 최적인 수준보다 많이 이루어짐으로써 시장실패가 발생한다.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경우 정부는 시장에 개입해 이를 개선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벌금 부과 등의 직접 규제 또는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와 같은 경제적 유인을 통해 대기오염이라는 시장실패를 개선할 수 있는데,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는 정부에서 온실가스의 배출 허용량을 정해 배출권을 할당하고, 남거나 부족한 경우 배출권의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나] “짐, 자기.” 그녀가 외쳤다. “나를 그런 식으로 보지 마. 머리카락을 잘라서 팔았을 뿐이니까. 당신한테 선물 하나 주지 않고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는 없었어. (···) 내가 자기를 위해 얼마나 멋진,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선물을 사 왔는지 짐작도 못 할걸.”

“머리카락을 잘랐다고?” 짐이 힘겹게 물었다. (···) 짐이 외투 주머니에서 꾸러미 하나를 꺼내더니 탁자 위로 툭 던졌다. “절대로 날 오해하지는 마, 델.” 그가 말했다. “당신이 머리를 어떤 식으로 자르건 밀어 버리건 아내에 대한 내 사랑을 조금이라도 줄어들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 꾸러미를 풀어보면 어째서 내가 처음에 잠깐 넋이 나갔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거야.” 하얀 손가락들이 날렵하게 포장 끈과 포장지를 잡아 뜯었다. 그러자 곧 환희에 찬 탄성이 터졌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아, 불쌍해라! 그녀의 마음이 급변하여 발작적인 눈물과 통곡이 뒤를 이었고, 이 집 주인은 혼신의 힘을 다해 아내를 위로해야 했다. 장식용 머리핀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델이 어느 가게 진열창 너머로 본 뒤 오랫동안 흠모해 마지않던 장식용 머리핀 세트였다. (···)

“굉장하지 않아, 짐? 이걸 찾으려고 온 시내를 다 뒤졌어. 이제부터 자기는 하루에 백 번쯤은 시계를 보게 될걸. 시계 좀 이리 줘 봐. 자기 시계에 달면 얼마나 잘 어울릴지 보고 싶어.” 짐은 그 말에 따르는 대신 소파에 주저앉아 두 손을 뒷머리에 받친 채 싱긋 웃었다. “델.” 그가 말했다. “우리 크리스마스 선물들은 한동안 다른 곳에 넣어두자. 그것들은 지금 당장 사용하기에는 너무 멋진 것 같아. 당신 머리핀 살 돈을 마련하려고 시계를 팔았거든. 자, 이제 고기를 올리면 어떨까 싶은데.” (···)

오늘날 현명한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마디는 선물을 주고받은 모든 사람 가운데 이들이 가장 현명했다는 것이다.

[해설]
먼저 문제를 해설해볼까요? [가]에서 설명하는 효율성은 각 개인의 행위가 자신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 즉 개인적 잉여가 얼마나 발생하는지로 판단해요. 그런데 [나]의 상황을 보면 부부가 각자 상대방을 위한 선물을 샀지만, 실제 상품 교환은 직접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경제학적 효율성을 평가할 때는 각 행위를 따로 분석해야 하는데, 이 부부의 각 행위는 상대방의 만족감을 본인의 효용으로 간주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본인의 행위가 본인에게 불필요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상황이 되었어요.

[답안]
먼저 [가]의 효율성 개념을 요약하자면, 효율성은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합이 최대가 되는 상태이며, 이를 통해 희소자원이 가장 가치 있게 배분된다고 본다.

이 기준에 따라 [나]의 상황을 분석하면, 델과 짐의 행동은 경제적 효율성 관점에서 완전히 비효율적이다. 두 사람은 거래의 당사자인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가 아니라, 각자가 소비자로서 서로에게 선물을 증여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두 소비자의 잉여만 단독으로 판단해야 한다. 즉 델의 머리카락 판매와 짐의 시계 판매는 개인 간 직접 거래가 아니라, 상대방의 효용을 기대한 간접적인 선물용 거래였다는 점에서 경제적 잉여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델은 머리카락과 교환해 시곗줄을 구매했지만 실제 사용할 시계가 없으므로, 시곗줄은 더 이상 자신의 소비자잉여를 제공하지 못했다. 이처럼 델에게는 잉여가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짐도 자신의 시계를 팔아 머리핀을 구했지만, 머리카락 없이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 되어 역시 소비자잉여는 소멸한다.

임재관 
대치 한걸음 입시논술 원장
임재관 대치 한걸음 입시논술 원장
이처럼 각자의 행위는 자신의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 보면 비효율적이다. 상대방의 감동과 만족을 고려한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경제적 효용과 비용만 따졌을 때 결과는 순손실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나]의 상황은 경제적 효율성의 기준으로는 완전히 비효율적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감정이나 도덕을 경제적 잉여 개념과 분리해서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