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쌕쌕거리다, 오뚝하다’의 어근인 ‘쌕쌕’ ‘오뚝’에 접미사 ‘-이’가 결합해 새말을 만든다. 그것을 그동안은 ‘쌕쌔기’ ‘오뚜기’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원래 형태가 달라져 그 의미가 쉽게 파악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형태 밝혀 적기’를 적용했다.

우리 맞춤법에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한글맞춤법 제23항). 이는 접미사가 붙어서 새로 만들어진 말의 발음이 달라질 때 원래 형태를 어떻게 적을 것인가를 규정한 것이다. 가령 ‘쌕쌕거리다, 오뚝하다’의 어근인 ‘쌕쌕’ ‘오뚝’에 접미사 ‘-이’가 결합해 새말을 만든다. 그것을 그동안은 ‘쌕쌔기’ ‘오뚜기’라고 적었다. 우리말 표기의 근간 중 하나인 ‘소리 적기’ 원칙에 따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원래 형태가 달라져 그 의미가 쉽게 파악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어근의 형태를 고정해 ‘쌕쌔기 X → 쌕쌕이 O, 오뚜기 X → 오뚝이 O’로 표기를 바꾸었다. 맞춤법의 또 하나 열쇠인 ‘형태 밝혀 적기’를 적용했다. 1988년에 고시하고 1989년부터 시행한 개정 ‘한글맞춤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더우기, 일찌기’로 적어오던 것도 이때 ‘더욱이(더욱+이), 일찍이(일찍+이)’로 표기를 바꾸었다. 이 역시 원형을 유지함으로써 그 관련성을 쉽게 드러내고 규칙의 일관성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이는 한글맞춤법 제25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부사에 ‘-이’가 붙어 뜻을 더하는 경우에는 그 부사의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라는 규정이 그것이다. 이로써 발음 습관에 따라 또는 감정적 의미를 더하기 위해 원래 있던 부사에 접미사 ‘-이’가 결합해 새 말을 만드는 경우 이를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에 관한 논란이 정리됐다. ‘깡총깡총→깡충깡충’은 모음조화 파괴‘오뚜기 → 오뚝이’로 표기를 변경할 때 하나 더 바뀐 게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전에 ‘오똑하다’ ‘오똑이’로 적던 말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1988년 한글맞춤법 개정 때 함께 고시된 ‘표준어 규정’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양성 모음이 음성 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단어는 음성 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이 그것이다.(표준어사정원칙 제8항)
이는 우리말 모음조화가 근래 들어 많이 무너지고 지금도 계속 약해지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모음조화란 한마디로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을 말한다.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양성모음, 즉 ‘아, 오’일 때는 어미도 양성인 ‘-아’로 적는다는 게 이 규정의 요체다. ‘바뻐’가 아니라 ‘바빠’로 적어야 하는 게 이 원칙에 따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