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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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폭싹 속았수다'에 담긴 또 다른 문법들
넷플릭스의 화제작 ‘폭싹 속았수다’는 그 인기 못지않게 우리말 적는 방식에 대한 주목도도 함께 높였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폭삭’과 ‘폭싹’의 관계는 한글맞춤법 가운데 ‘소리 적기’ 방식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따르면, ‘ㄱ, ㄷ’ 같은 폐쇄음 받침 뒤에서는 자음이 자연스럽게 된소리로 나므로 굳이 이를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깍뚜기’가 아니라 ‘깍두기’, ‘덥썩’이 아니라 ‘덥석’으로 적는 게 그런 까닭이다. ‘쌕쌔기→쌕쌕이, 오뚜기→오뚝이’로 바꿔하지만 겹쳐 나는 소리에서는 이와 상관없이 같은 글자로 적는다. ‘쌕쌕거리다, 짭짤하다’(쌕색- ×, 짭잘- ×) 같은 게 그 예이다(한글맞춤법 제13항). 그러면 ‘쌕쌕거리다’에서 접미사 ‘-이’가 붙어 파생된 말은 ‘쌕쌕이’일까 ‘쌕쌔기’일까? 이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한글맞춤법을 여는 두 가지 열쇠 중 나머지 ‘형태 밝혀 적기’에 관한 규칙을 알아봐야 한다.우리 맞춤법에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한글맞춤법 제23항). 이는 접미사가 붙어서 새로 만들어진 말의 발음이 달라질 때 원래 형태를 어떻게 적을 것인가를 규정한 것이다. 가령 ‘쌕쌕거리다, 오뚝하다’의 어근인 ‘쌕쌕’ ‘오뚝’에 접미사 ‘-이’가 결합해 새말을 만든다. 그것을 그동안은 ‘쌕쌔기’ ‘오뚜기’라고 적었다. 우리말 표기의 근간 중 하나인 &l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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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폭싹 속았수다'에 담긴 문법들
지난 3월 선보인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며 연일 화제다. 드라마 주요 무대인 제주와, 제목으로 쓰인 제주 방언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가 표준어를 쓰는 이들에겐 ‘완전히 속았네요’쯤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제주 방언에서 ‘폭싹’은 ‘매우, 몹시’란 뜻이다. ‘속았수다’의 기본형인 ‘속다’는 ‘수고하다’라는 의미다. 어미처럼 쓰인 ‘-수다’는 표준어 ‘-어요’에 해당한다. 이 말은 함남 지방 사투리로도 많이 알려졌다. 그러니 드라마 제목 ‘폭싹 속았수다’는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정도의 뜻이다. ‘ㄱ, ㅂ’ 받침 뒤에선 된소리로 적지 않아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폭싹’이란 표현이다. 우리말의 소리 적기, 그중에서도 된소리 적기에 관한 것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안 나오고,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는 ‘폭삭’의 비표준어로 나온다.그런데 표준어 ‘폭삭’을 우리는 “폭삭 망했다” “폭삭 늙었다” 식으로 어떤 상태가 아주 심한 것을 나타내는 말로 쓴다. 이는 ‘보통보다 훨씬 더, 더할 수 없이 심하게’란 뜻을 담은 ‘매우, 몹시, 아주’ 같은 부사와 의미 자질이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시중에서는 이 드라마의 제목에 쓰인 ‘폭싹’을 ‘폭삭’으로 바꿔 쓰는 경향이 있다.물론 표준어에선 ‘폭삭’만이 바른 표기다. ‘폭싹’은 허용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한글맞춤법의 된소리 표기 규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