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공유 비즈니스의 성공요건
공유경제는 디지털 경제에서 자원할당과 배분의 새로운 방식이다.
결국 폭망(We Crushed)했다. 공유 오피스 위워크 이야기다. 에어비앤비, 우버와 함께 공유경제를 대표하던 비즈니스인 위워크는 지난 11월 6일 미국 뉴저지법원에 파산보호 신청했다. 한때 기업가치 62조원을 인정받았던 위워크는 고금리와 재택근무로 상업 부동산에 불어닥친 어려움으로 인해 만기가 돌아온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된 것이다.
어려움을 겪는 공유 비즈니스는 위워크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급격히 상승했던 배달 수요로 공유주방 비즈니스도 성행했지만, 현재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 운영 중인 한 공유주방 기업의 경우 44개 점포 가운데 31곳이 현재 입점 식당 없이 비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유 모빌리티도 다르지 않다. 차량 공유 업체는 서비스 관리 문제로 30%가 감소했고, 공유 킥보드의 경우 미국의 라임과 버드, 독일의 윈드, 싱가포르의 뉴런모빌리티 등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성 악화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공유경제는 디지털 경제에서 자원할당과 배분의 새로운 방식이다.
반면에 공유숙박 분야의 에어비앤비는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활동과 여행이 다시 시작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성과를 누리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33% 증가했다. 문제는 규제다. 집주인이 자신의 주택을 임대시장에 내놓기보다 에어비앤비를 활용하면서 임대시장의 주택 수가 급감했다. 이는 임대료와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각국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에어비앤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와 계약 해지 후 1년간은 공유숙박에 활용할 수 없도록 강제하고, 뉴욕에서는 반드시 호스트가 같이 거주할 것을 전제로 하며 모든 공유숙박 호스트에게 개인 정보와 임대수익을 당국에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이탈리아에서도 공유숙박으로 얻은 수입에 대한 세금을 기존 21%에서 26%로 높였다.
공유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는 공유 비즈니스가 다른 비즈니스와 다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업을 한다는 점이다. 공유경제는 소유한 잉여자원을 다른 사람에게 줄 때 가치가 생겨나는 시스템이다. 레이철 보츠먼은 이를 ‘협력 소비’라고 표현하지만, 본질은 동일하다. 이때의 ‘공유’는 사이좋게 나눠 쓰는 개념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수익 창출이라는 경제적 가치를 중심으로 형성된 개념이다. 물론 비영리 성격의 공유도 있지만, 중개를 통해 수수료를 받는 공유 비즈니스가 일반적이다.
또한 ‘공동체’ 중심의 사업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디지털 수단의 발달로 사용 빈도가 낮은 잉여 자산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공유경제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공유경제는 잉여 자산의 순환이 신뢰로 구성된 공동체 안에서 순환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공유경제는 사용자들이 거래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관계를 맺고, 서로를 신뢰한다. 이들은 공동의 중요한 가치를 기반으로 행동하며, 그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서로 조심한다. 에어비앤비 역시 설립 초기에는 소규모 공동체를 중심으로 거실과 부엌을 공유하고, 공유한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가치를 공유하며, 그 대상을 조금씩 확장해 오늘날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다.
공유경제에서 공동체의 중요성은 공유 대상이 재화나 서비스가 아니라 그로 인한 ‘경험’임을 의미한다. 이는 앨빈 토플러가 일찌감치 예견한 바다. 그는 1970년 출간한 <미래의 충격>에서 탈산업 경제의 특징으로 ‘경험 산업’의 출현을 예견했다. 오늘날 공유 시스템을 통한 경험의 공유가 이와 유사하다. 경제적 가치 요소가 상품에서 점차 상품이 주는 경험으로, 무엇을 소비하는가보다 어떻게 소비하느냐로 이동한 것이다.
공유 비즈니스가 기존 대여 사업과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독특한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목적지까지의 이동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택시기사가 운전했다는 점 보다 누군가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독특한 경험과 감정에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유 비즈니스를 두고 C2C(Customer to Customer)가 아닌 P2P(Peer to Peer)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어비앤비는 그 경험을 나누는 수단으로 집을 이용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냈지만, 위워크는 사무실 공유에서 얻는 경험을 분명히 전달하지 못해 실패했다. 임대는 위워크 말고도 대안이 많다. 공유경제는 더 이상 공유냐 소유냐의 이분법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디지털 수단의 발전으로 잉여 자원의 접근이 용이해진 오늘날 자원의 할당과 배분 방식이 바뀐 형태로 바라봐야 한다. 공유 비즈니스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높이고자 한다면 경험의 공유가 핵심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