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디지털 경제와 AI
AI는 인간의 상황적, 사회적 지능 모두를 닮기는 어려워.
AI(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과장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021년 4월 ‘노동의 미래’ 특집을 통해 자본주의가 발흥한 이래로 사람들은 항상 걱정했지만, 언제나 현재는 과거보다 나았다고 주장했다. 퓨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100명이 넘는 테크 분야 연구자와 기업 리더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AI는 광범위한 경제적·사회적 이득을 줄 것이라는 답변이 압도적이었다.
AI는 인간의 상황적, 사회적 지능 모두를 닮기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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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작과 함께 하드웨어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다. AI 기술에 대한 확신은 인간의 역할에 대해 가치 절하라는 부분을 만들어냈다. ‘인간은 자연적으로 실수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에서 AI의 필요성을 찾는 일이 그것이다.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나 이러한 실수가 일터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AI를 활용해 줄이는 일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실수투성이의 비효율적 근로자들은 기계와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일이 되고, 사람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기도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된다. 게다가 노동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기업의 관심사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하지만 AI 시대에도 인간의 적응성과 독창성은 여전히 생산성 확대에 중요하다. 영국의 해변 도시 포티스헤드에서 진행한 실험은 이를 보여준다. 도시계획가와 엔지니어들은 차량이 적시에 안전하게 운행하는 데 신호등이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통행량이 많은 어느 교차로의 신호등을 모두 끄는 실험을 했다. 많은 전문가의 우려에도 운전자들은 더 많은 인간의 상식을 발휘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4주 뒤 차량 흐름에는 문제가 없었고, 사고나 부상도 발생하지 않았다. 기술이 때로는 인간의 주도력과 판단력을 없애면서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간이 사회적이라는 점도 기술에 대한 맹목적 과장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자동차 사고 시 한걸음에 달려온 보험사 직원 덕분에 안도했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직원은 사고를 당한 고객에게 공감하며 유대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의 속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축적되면 직원은 점점 더 일을 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고 파악 및 처리를 알고리즘으로 대체한다면 당면한 문제의 복잡성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인간 상담사는 고객이 아주 오랜 절차를 거친 후에나 문제 해결에 나서게 되고, 고객과 유대를 통해 소통할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이는 구체적 상황에서 정보를 얻고 이에 대응하는 역량의 부재로 이어지고, 경영자는 이러한 인간 근로자가 일을 못 한다고 판단해 추가로 AI를 업무에 투입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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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