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역설계

맛은 물론 겉까지 멀쩡한 A급 과일만 진열하던 대형마트에서 크기가 작은 B+급 상품을 내놓는 대신 값을 20% 이상 낮추기도 한다. 쇼핑객들이 제품을 살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요소가 가격이 되고 있어서다. 이마트는 5980원짜리 하이볼용 위스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음식점에서 파는 소주 한 병 가격(5000~7000원)을 감안한 역설계 상품으로, 시판 중인 위스키 원액 중 최저가에 속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눈에 띄게 저렴하다 보니 손님을 끌어모으는 효자 상품 역할을 한다”며 “이걸 사는 김에 다른 제품도 함께 집어 드는 연계 구매 효과까지 기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격 역설계의 원조 격인 이랜드 킴스클럽의 ‘델리 바이 애슐리’는 지난해 초 출시 이후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 개를 넘어섰다. 애슐리퀸즈 뷔페 메뉴를 기반으로 한 180여 종의 델리 식품에 3990원의 가격표를 붙여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적인 상품 기획 방식대로라면 8000원대에 팔아야 하지만 식재료를 대량 매입하고 마진을 최대한 줄였다는 설명이다. 최근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급등하자 하루 평균 판매량이 2만5000개 선까지 늘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벅찬 상황이라고 한다.
저가 경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던 편의점에서도 가격 역설계를 활용한 균일가 상품이 늘고 있다. CU는 880원 육개장, 990원 과자, 2990원짜리 캡슐커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실속형 소비 트렌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초저가 경쟁은 당분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소 연매출 4조, 저가 커피 매장은 1만 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