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주

황금주는 1984년 영국이 브리티시텔레콤(BT)을 매각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정부 소유 통신사였던 BT를 민영화한 뒤에도 최소한의 공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이후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황금주를 채택하는 국가가 줄을 이었다. 다만 주주 간 평등권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유럽연합재판소가 2002년 황금주 폐지를 권고한 이후 ‘본토’인 유럽에서는 사라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일본제철이 황금주를 쥐여준 것은 US스틸이 해외 자본에 넘어가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긴 미국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고육지책에 가까웠다. US스틸은 1901년 피츠버그에서 설립돼 제2차 세계대전까지 큰 호황을 누렸고, 한때 세계 시가총액 1위를 하던 기업이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일본, 중국, 독일 등의 철강 기업에 밀려 사세가 기울었다. 조강 생산량 기준 일본제철은 세계 4위, US스틸은 24위다.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US스틸 인수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러 차례 난관에 부딪쳤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쟁점화했고,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올 1월 ‘매각 불허’ 결정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후보 때는 US스틸 매각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이미 자생력을 잃어버린 상황이었기에 투자금을 수혈받는 대신 미국 내 생산 기반을 지켜 ‘실속’을 차리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인수 불허 재검토’를 지시한 데 이어 이달 13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허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日 언론 “나중에 족쇄 될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