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와 웰다잉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건수가 50만 건을 넘어섰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 3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유보(미시행)·중단 이행 건수는 7882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3월 말까지 누적된 연명의료 유보·중단 이행 건수는 총 50만622건으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시행한 2018년 이후 8년 만에 누적 50만 건을 넘어선 것이다. 성별로는 남성(29만2381명)이 여성(20만8241명)보다 많았고, 서울(32.7%)과 경기(19.4%) 등 수도권이 과반을 차지했다.무의미한 연명치료 안 받겠다
[김정은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어떻게 떠날까…'연명의료 중단'이 묻는 질문
연명의료(延命醫療, Medical Care for Life Prolongation)란 심폐소생술 시행,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을 통해 임종을 앞둔 환자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의료적 조치를 말한다. 연명의료 유보는 임종 단계의 처음부터 연명의료를 받지 않는 것을, 연명의료 중단은 시행하던 연명의료 자체를 그만두는 것을 뜻한다.

환자의 뜻이 반영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른 결정, 그리고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한 경우 가족이나 친권자가 대신 결정하는 경우로 나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임종에 대비해 연명의료에 대한 의향을 미리 작성해두는 문서다. 19세 이상이면 전국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가능하다.

근거가 된 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약칭 연명의료결정법)으로,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근거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웰다잉(Well Dying) 법’이라고도 불린다. 웰다잉은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한다는 뜻으로, 연명의료 거부도 이에 포함된다.환자 뜻 따른 중단 절반 넘어2009년 2월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병세가 악화하기 시작한 2008년 말부터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받아들여 화제가 됐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고등법원은 환자 김 모 씨의 가족이 세브란스 병원을 상대로 낸 연명의료 중단 민사소송에서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을 유형별로 보면 환자 가족의 진술이 31.9%, 연명의료계획서 31.9% 환자 가족의 의사 24.1%,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12.1%였다. 아직까지 환자 본인의 뜻보다 가족을 통한 결정이 더 많은 셈이다.

하지만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따른 유보·중단을 뜻하는 ‘자기 결정 존중’ 비율은 급증하는 추세다. 연도별 자기 결정에 따른 유보·중단 비율은 2024년(50.8%)에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고, 최근 52.9%를 기록했다.

[김정은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어떻게 떠날까…'연명의료 중단'이 묻는 질문
정부는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년)에서 연명의료 중단 자기 결정 존중 비율을 2028년 56.2%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인원은 총 330만 명에 육박했고,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는 19만356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