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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견해 논증형' 글 쓸때는 구체적 논거 제시해야 설득력
이번 호에서 다룰 유형은 견해논증형입니다. 자기 견해를 논증할 때 갖춰야 할 요소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구체적인 설득력입니다. 추상적인 기술로는 설득력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귤은 건강에 좋은 과일이다. 피로 해소 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기술보다 “귤은 건강에 좋은 과일이다. 비타민과 무기염류, 섬유질이 풍부해 질병을 예방한다. 특히 비타민 C와 구연산 등이 면역력 증강, 피로 해소, 항산화 효과로 인한 피부 개선 등에 도움을 준다”라고 기술해야 합니다. 논증 과정에 비약이 있으면 논리적 반감을 사거나 반례의 논리적 반박에 부딪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점차 이기적으로 변한다면, 사회는 붕괴할 것이다”라는 주장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논증이 없다면, 단지 이기주의의 확산으로 사회가 붕괴한다는 생각은 비약입니다. 두 번째 요소는 체계성입니다. 여러분은 MECE(미씨)의 경영전략을 아시나요? 전략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 앤 컴퍼니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진 이 용어는 상호배타적이고 전체포괄적인(Mutually Exclusive but Collectively Exhaustive) 관계를 뜻합니다. 이 용어는 논리논술에서의 체계적 사유를 잘 설명해줍니다. 예를 들어 ‘안’과 ‘밖’이라는 개념은 서로 겹치지 않지만, 두 개념을 합치면 포괄적이 됩니다. 무엇이든 안과 밖 둘 중 하나에 속하기 때문이죠. 논증할 때에도 이러한 미씨의 체계성을 사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가령 개인-사회의 관계를 활용해 개인적 측면에서의 이유와 사회적 측면에서의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이 체계적 사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많습니다. 정신적-물질적, 소극적-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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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羊質虎皮 (양질호피)
▶ 한자풀이 羊: 양 양 質: 바탕 질 虎: 범 호 皮: 가죽 피 양의 몸에 호랑이 가죽을 걸치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내실이 빈약함 - 중국 한(漢)나라 때 양웅(揚雄)이 지은 은 의 문체를 모방한 일종의 수상록이다. 오자 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혹자가 묻기를 ‘어떤 사람이 공자의 문하에 들어가 그 안채에 올라 공자의 책상에 엎드리고 공자의 옷을 입는다면 그 사람은 공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하니, ‘그 무늬는 그렇지만 그 바탕은 아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혹자가 다시 ‘바탕이란 무엇을 말하는지요’라고 물으니, ‘양은 그 몸에 호랑이 가죽을 씌어놓아도 풀을 보면 좋아라 뜯어 먹고, 승냥이를 만나면 두려워 떨며 자신이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 사실을 잊어버린다(羊質而虎皮, 見草而說, 見豺而戰, 忘其皮之虎矣)’라고 대답하였다.” 양이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써서 겉으로는 호랑이처럼 보일지라도 호랑이의 바탕(본질)까지 갖추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호랑이 가죽을 쓰고서도 예전처럼 풀을 뜯어 먹으며, 다른 짐승의 눈에는 자신이 호랑이로 보인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승냥이를 만나면 예전처럼 무서워하며 벌벌 떤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래한 양질호피(羊質虎皮)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그에 걸맞은 실력이나 실속은 갖추고 있지 못함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또 양의 본질을 바꾸지 못한 채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서 호랑이가 될 수 없듯이,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변화하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로도 쓰인다. 우리나라 속담 “빛 좋은 개살구”와도 의미가 통한다. 공자가 강조한 문질빈빈(文質彬彬)은 꾸밈(文)과 바탕(質)이 조화를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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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구직활동 하면 실업자, 안 하면 비경제활동인구
실업과 관련된 경제지표는 앞서 설명한 GDP, 물가상승률과 함께 국가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그런데 경제지표와 관련한 실업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경제지표에서의 실업은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 점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를 희망하지만 직업을 갖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같은 실업 상태는 소득의 관점에서 보면 벌이가 없어서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생산의 관점에서 보면 노동이라는 생산요소가 사용되지 못하므로 비효율적인 생산을 하게 만든다. 통계청은 노동시장의 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실업률과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률을 발표한다. 실업률을 중심으로 이들 지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자.만 15세 이상이면 생산가능인구실업률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한 나라에 실업자가 얼마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한 나라 안에 거주하는 전체 인구 중 나이가 너무 어려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과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에 도달한 사람으로 구분해야 한다. 일할 능력을 갖춘 이들을 생산가능인구 또는 노동가능인구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 15세 이상이 되면 생산가능인구로 본다. 만 15세 이상이라고 해도 의무복무 중인 군인이나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람은 생산가능인구에서 제외한다.일할 의사 있으면 경제활동인구실업자 수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생산가능인구를 다시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해야 한다. 경제활동인구는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며,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실업자는 단지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실업자로 분류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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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도쿠 여행
스도쿠 여행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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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명예살인'이란 말부터 바꾸자
뉴스나 소셜네트워크에서 ‘명예살인(honor killing)’이란 단어를 종종 보게 된다. 이는 가족과 가장의 명예를 훼손한 죄를 물어 살해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사회적약자인 여성, 즉 딸이나 아내, 친척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매년 세계에서 이런 피해를 보는 사람이 5000명은 된다는 통계도 있다. 명예살인은 어떤 나라, 어떤 문화 전통, 어떤 종교 공동체 속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살인’이라는 단어 앞에 ‘명예’라는 수식어를 붙임으로써 여성을 살해하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행위도 문제다.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성차별적 행동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명예살인의 가해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 명예살인이 행해지는 나라는 대부분 여성 인권을 무시하며 가부장적 문화 전통이 강하다. 그런 나라에선 가족의 명예를 훼손했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일 뿐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더라도 제지하기 어렵고, 처벌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 주제에 주목하면서 아직 몇몇 국가에서는 여성의 인권이 바닥이며, 인간적이지 않은 악습들을 당연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왜 명예살인이 사라져야 하는지 국제적으로 많이 거론되면 좋겠다. 나부터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일을 해야겠다. 많은 사람이 명예살인에 대해 알고 악습이 사라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송지수 생글기자 (예문여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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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략
가채점 결과 토대로 정시 지원 전략 최우선 점검해야
올해 수능이 마무리되면 이틀 후부터 곧바로 논술, 면접 등 대학별고사가 실시된다. 수험생 입장에선 잠깐의 여유도 없는 셈이다. 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정시 지원 전략을 점검하고, 수시 대학별고사 응시 여부를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수능 직후 입시 전략 등 수험생이 꼭 챙겨야 할 부분을 짚어본다. 주요대 인문계, 합격선 상승 염두에 둬야2022학년도부터 실시한 통합 수능에서 최대 이슈는 수학 선택과목에 따른 문·이과 유불리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수학 1등급 내 이과생(미적분 또는 기하 응시) 비중은 80%대를 넘기는 등 이과생 강세가 압도적이었다. 이과생들은 수학 강세에 힘입어 대학 수준을 높여 인문계 학과로 대거 교차지원에 나섰고, 주요대 인문계 학과 합격생 상당수가 이과생으로 채워지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문과생 백분위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통합 수능 첫해 인문계 학과의 합격선도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통합 수능 2년 차 주요대 인문계 합격선은 하락을 멈추고 상승 추세다. 주요 21개대의 정시 인문계 학과 합격선(어디가 발표 일반전형, 국수탐 백분위 평균, 학과별 70%컷)은 2022학년도 평균 86.4점에서 2023학년도 88.1점으로 1.7점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21개 대학 중 2곳을 제외하고 모두 합격선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자연계도 동시에 상승 추세를 보였다. 의약학을 제외한 주요 21개대의 정시 합격선 평균은 2022학년도 87.4점에서 2023학년도 88.6점으로 1.2점이 상승했다. 주요 21개대 내 의약학도 합격선이 올랐다. 10개 의대의 평균 합격선은 98.5점에서 98.9점으로, 9개 약대는 95.5점에서 96.4점으로, 3개 치대는 97.4점에서 97.5점으로 합격선이 올랐다. 한의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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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천재일우'에서 알아보는 숫자의 크기
“서울시 편입은 구리시에 주어진 천재일우의 기회다.” 국민의힘이 불 지핀 ‘서울 확장론’에 경기 김포시에 이어 구리시도 서울 편입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문장 안 ‘구리시’ 자리에는 하남·광명 등 다른 도시 서너 곳을 바꿔 넣어도 될 정도로 이 문제는 단숨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서울 메가시티’가 키워드로 부상한 가운데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따라붙는 말이 ‘천재일우’다. 이 말에서는 지난 호 ‘아토초’를 통해 살펴본 극미세 차원과는 다른, 우리말 초거대 수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천재일우-천추의 한’ 공통점은 ‘천 년’우리말 수의 단위는 ‘경’ 위로 ‘해, 자, 양, 구, 간, 정, 재, 극, 항하사, 아승기,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수’가 있다. 범어(梵語)의 수 단위가 한자로 번역돼 불교를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수 중에 가장 큰 것은 ‘무량수’이고, 이보다 더 큰 수는 현재 우리말에는 없다( 기준). 수학에서 쓰는 ‘무한대’는 실생활에서 많이 쓰긴 하지만, 우리말 수의 체계에는 없는 말이다. ‘불가사의(不可思議)’와 ‘무량수(無量數)’는 그나마 일상에서 비교적 익숙하게 들어봤을 것이다. ‘극(極)’도 우리가 꽤 자주 접하는 말이다. 하나가 더 있다. ‘재(載)’다. 낯선 것 같지만 의외로 가까이 있다. 우리말 ‘천재일우(千載一遇)’에 쓰인 ‘재’가 바로 그것이다. ‘재’는 ‘경’ 위로도 일곱 번째 있으니, 각 단계가 ‘만 배’씩 차이 나는 것을 생각하면 무려 10의 44제곱에 이른다. 게다가 ‘천재(千載)’이니 10의 47제곱인 까마득한 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때 ‘재(載)’를 ‘해 재’로 푼다. 재(載)는 주로 ‘싣다’는 뜻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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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글이 통신
공부 장소 바꿔 수능 '낯섦' 적응해보길
“수능과 모의고사는 다르다.” 저는 고교 시절 이 말을 참 안 좋아했습니다. 수능을 본 선배들이 “어쨌든 난 끝냈으니, 이번엔 네가 당해봐”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죠. 문제 상황만 제시하고 대책을 말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수능과 모의고사는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첫 번째 차이는 ‘낯섦’입니다. 모든 것이 어색합니다. 수능 볼 때가 되면 당장 날씨부터 추워지죠. 패딩을 입고 시험을 치자니 걸리적거리고, 벗으면 추울 것 같은 생각에 머릿속이 산만합니다. 게다가 샤프와 컴퓨터용 사인펜은 그동안 사용한 것과 달라 손에 익지 않습니다. 여기서 저의 조언은 낯섦에 최대한 자신을 노출시키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공부하던 학교 자습실, 독서실, 스터디 카페가 아닌 새로운 공부 장소를 찾아보세요. 기분 전환도 되고, 어색함에 대한 대비도 될 테니까요. 수능용 샤프와 컴퓨터용 사인펜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연습이라고 마킹을 안 하는 사람도 있는데, 시간 분배를 위해서나 낯섦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도 꼭 마킹해보기를 권합니다. 두 번째 차이는 ‘처음 경험하는 긴장감’입니다. 수능에서 느끼는 긴장감의 강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가령 어떤 문제에서 답에 확신이 없는 상태로 2개의 선지를 남겨두었을 때, 모의고사였다면 적당히 고민하고 찍어 넘길 수 있겠지요. 하지만 수능은 불가능합니다. 뒤쪽 문제를 풀면서도 그 문제가 계속 머릿속을 맴돕니다. 수능은 위압감이 워낙 커서 긴장을 안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긴장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전달하자면, 첫 번째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