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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농담하고, 공감하고…튜링 테스트 통과한 GPT-4.5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 등장하는 인공지능(AI) ‘사만다’는 사람처럼 말하고, 웃고, 위로하고, 농담을 건넨다. 주인공은 그런 사만다와 대화를 나누다 점점 그녀를 사람처럼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는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AI와 실시간으로 자연스럽게 대화한다. 과제를 물어보고, 글쓰기를 첨삭받고, 친구 관계나 연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AI는 문맥을 파악하고, 감정을 공감하는 듯한 말투로 답한다. 대화를 마친 뒤 “고마워, 네 덕분에 힘 난다” 같은 말을 AI에 건네는 일도 낯설지 않다.그렇다면 지금의 AI는 사람과 얼마나 비슷할까?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사람인지, AI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사람과 비슷할까? 지금으로부터 75년 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실험을 하나 고안했다. 바로 그 유명한 ‘튜링 테스트’다.튜링은 언젠가 인간의 지능을 완전히 모방하는 기계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너무 추상적이고 철학적이었기 때문에, 그는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꿨다. 기계가 실제로 생각하거나 감정을 느끼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으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즉 대화에서 얼마나 인간처럼 보이는지를 평가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튜링 테스트’다.튜링이 제시한 테스트는 간단하다. 질문자 한 명, 답변자 두 명이 등장한다. 답변자 중 한 명은 인간이고, 다른 한 명은 AI다. 질문자는 이 둘과 채팅으로 대화를 나눈 뒤, 누가 사람인지 추측한다. 둘 중 누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우리말 조어법② '장티푸스-장질부사-염병'

    100여 년 전 이 땅을 해마다 공포에 떨게 한 전염병은 ‘장질부사’와 ‘두창’ 같은 질병이었다. 의료시설은 낙후돼 있고, 위생도 열악하던 시절이었다. “장질부사 발생이 165인 내에 사망한 자 25인이요, … 두창 발생이 2047인 내에 사망한 자 539명이요, 천연두 환자 제일 다수하다더라.” 1920년 조선일보는 7월 14일 자에서 6월 한 달간 경기도의 전염병 발생 현황을 자세히 전했다. ‘장질부사’는 음역어, ‘염병’은 환칭‘장질부사(腸窒扶斯)’는 ‘장티푸스(腸typhus)’를 가리키던 말이다. 지금은 외래어를 현지 발음에 맞춰 한글로 적으면 되지만, 당시만 해도 외래어 표기법이 따로 없었다. 인명·지명 등 고유명사는 주로 한자음을 빌려 썼다. 이른바 ‘음역어’인데,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에서 이름 붙인 것을 우리 한자음으로 읽었다.‘장티푸스’는 티푸스(typhus)균이 장(腸)에 들어가 일으키는 병이란 뜻으로, ‘장’과 ‘티푸스’를 합성한 말이다. 이를 중국에서 ‘腸窒扶斯’로 적고 [창즈푸쓰] 정도로 읽던 것을 우리 한자음, 즉 음역어로 읽은 것이 ‘장질부사’다. 로스앤젤레스를 ‘나성’이라 하고, 프랑스를 ‘불란서’라 말하는 게 음역어 방식에 따른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익히고 말하는 ‘미국, 영국, 독일, 태국’ 같은 게 다 그렇게 우리말 체계에 들어왔다.당시 ‘장질부사’가 얼마나 무서운 병이었는지 나중에 ‘염병’의 대명사가 될 정도였다. ‘염병(染病)’은 두 가지로 쓰인다. 하나는 글자 그대로 전염병을 뜻하고, 다른 하나는 장티푸스를

  • 생글기자

    취지 못 살리고 혼란 낳는 고교학점제

    올해부터 전국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가 도입됐다. 학생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고 원하는 진로에 맞춰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고교학점제는 그런 이상과 거리가 멀다. 제도를 시행하는 데 필요한 준비가 미흡하다 보니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교학점제를 취지에 맞게 실행하려면 학생들에게 폭넓은 과목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 그럼에도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인해 실제 학교에서 운영할 수 있는 과목은 제한돼 있는 상황. 학생들은 원하는 과목에 대한 선택권을 갖지 못한 채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간표 내에서 과목을 정해야 한다.문제는 수강 신청에서도 드러났다. 과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자신의 진로에 어떤 과목이 도움이 될지 알 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다. 수강 신청 시스템이 불안정하거나 이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대학입시와 유기적으로 연결될지 역시 불투명하다. 고교학점제는 진로 중심 교육을 강조하지만, 대입은 여전히 기존과 비슷한 과목을 공부하도록 요구한다. 고등학교 교육제도는 바뀌었는데, 대입은 그대로인 상황은 학생들에게 혼란과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제도가 추구하는 방향과 대입의 현실이 다르다.고교학점제는 분명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 시스템과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고 학교 현장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반영해 제도와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책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혼란만 남길 것이다.김도경 생글기자(대원외고 1학년)

  • 대학 생글이 통신

    수시 카드 6장, 너무 분산하지 마세요

    대학입시는 정말 다양한 전형으로 이뤄집니다. 수시만 해도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논술, 실기·실적, 특기자전형, 지역균형선발, 학교장 추천 등이 있습니다. 수시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이 여러 가지 선택지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얘기해보겠습니다.우선 사전조사를 꼼꼼하게 해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전형이라도 실제 대학이 원하는 학생상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전형 이름만 보고 넘겨짚지 말고 해당 전형에서 대학이 어떤 유형의 학생을 선발하려고 하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예를 들어 같은 학과에서 정시, 학생부종합, 특기자전형으로 각각 학생을 뽑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전형마다 대학이 염두에 두고 있는 입학생에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전형을 통해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함께 공부할 때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학과와 대학을 발전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수험생 여러분도 자기가 어느 분야에 강점이 있는지, 어떤 점을 내세울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 전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둘째, 선택과 집중이 중요합니다. 학생부 종합 두 곳, 학생부 교과 두 곳, 논술 두 곳 하는 식으로 여러 전형에 나눠서 지원하면 입시 준비가 오히려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실기와 면접에 대비해 준비할 것이 많은 예체능 계열 학생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예체능 학과에 지원하기로 결심하면서 자신 있는 실기 전형과 면접 위주로 수시 지원 카드를 구성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면접을 본 대학은 모두 합격했습니다. 만약 학교 이름만 보고 무작정 지원했더라면 그런 결과를 얻기 어려웠을 것입니다.다른 전공도 비슷

  • 대학 생글이 통신

    대학에서도 통하는 수학 공부법 찾으려면 …

    고등학생들은 수학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문제집 여러 권을 반복해서 풀고 빠르게 정답을 찾아내는 훈련을 3년 내내 합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는 방식과는 매우 다릅니다. 우리는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데, 고등학교와 대학의 학습 방식이 크게 다른 것이죠.두드러지는 차이 중 하나는 학습 분량입니다. 고등학교에서 한 학기에 배울 양을 대학에서는 단 몇 주에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경제학을 공부하려면 고등학교 수학에 나오는 미적분을 알아야 하는데, 대학 경제수학 과목에서는 미적분을 일주일 만에 끝냅니다. 고등학교 미적분의 핵심 내용은 3쪽 분량으로 요약할 수 있지만, 대학에서 배우는 선형대수학의 정의와 정리를 요약한 노트는 20쪽에 달합니다.고등학교 수학 공부가 한정된 범위에서 깊이 있게 파고드는 훈련에 초점을 맞춘다면, 대학교 수학 공부는 넓은 범위의 개념을 빠르게 훑으며 전체적인 틀을 익혀야 합니다. 대학 수학에서는 수능에 등장하는 고난도 문제, 이른바 ‘킬러 문항’은 없습니다. 그 대신 다양한 개념을 이해해야 하고 단순한 문제 해결보다 개념을 기반으로 한 증명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답 찾기 위주의 수학 공부와 학문으로서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닙니다.학습 환경 또한 다릅니다. 고등학교 때는 인터넷 강의, 문제집 등을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이용할 만한 인터넷 강의가 거의 없고, 교수님들의 강의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공부했다면, 대학에서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공

  • 생글기자

    스마트폰·SNS 중독, 청소년 건강 위협한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과 SNS(소셜미디어) 중독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는 편리한 소통 도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에 이를 만큼 청소년의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아졌다.SNS는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치고 있다. SNS에서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고 ‘좋아요’와 팔로어 수 등 외적인 지표에 과도하게 신경 쓰는 문화가 생겨났다. 나와 남을 비교하는 습관은 자아 존중감을 떨어뜨리고 우울증, 불안증 등 심리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SNS에서 접하는 정보 중 왜곡되거나 과장된 것이 많다는 점도 큰 문제다. 청소년들이 잘못된 정보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이로 인해 비판적 사고력이 부족해지고 편향된 생각을 갖기 쉽다.신체건강도 위협한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목, 어깨, 손목 등의 통증을 유발한다. 디지털 화면을 장시간 보면 눈의 피로도도 높아진다. 그뿐 아니라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느라 수면이 부족해진 청소년이 많다. 수면 시간이 짧아지고 수면의 질도 나빠진다. 이는 학업과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준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부모는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SNS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 또 부모와 자녀 간 소통을 통해 SNS 사용에서 오는 고민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김서윤 생글기자(월촌중 2학년)

  • 영어 이야기

    진퇴양난일 때 'catch-22'

    Delta Air Lines, a friendly shareholder of Hanjin KAL Co., has bought an additional 1.7% stake in the company, the parent of Korean Air Lines Co. That is a move seen as further support for Hanjin Chairman Cho Won-tae in a family feud over management rights.The US airline purchased about 1.13 million shares of Hanjin KAL,With its additional stake purchase, Delta Air is widely expected to play the role of a “white knight” in the management dispute involving Hanjin Group and Korean Air.Hoban Construction is in a catch-22. Analysts said Hoban is in a difficult situation with Chairman Cho now clearly having the upper hand in Hanjin KAL’s management rights dispute.“Hoban may have bought into the family feud at the wrong time. Apparently, it won’t be easy for the company to recover its investment in Hanjin KAL,” said an industry official.한진칼의 우호적 주주인 미국 델타항공이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 지분 1.7%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는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 분쟁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더욱 지지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번 지분 확대를 통해 델타항공은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경영권 분쟁에서 백기사 역할을 할 것으로 널리 기대되고 있다.한편 호반건설은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조 회장이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한 가운데, 호반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고 분석가들은 진단했다.업계 한 관계자는 “호반이 시기적으로 좋지 않을 때 가족 간 분쟁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한진칼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해설 어느 쪽으로 가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을 때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런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을 영어로 뭐라고 표현할

  • 학습 길잡이 기타

    자동차 상향등의 비밀은 포물선에 있죠

    계수가 실수인 두 일차식의 곱으로 인수분해되지 않는 x, y에 대한 이차방정식 Ax2 + By2 + Cxy + Dx + Ey + F=0 (A, B, C, D, E, F는 실수)이 나타내는 곡선을 이차곡선이라 하고, 이차곡선에는 원, 포물선, 타원, 쌍곡선 등이 있습니다. 지난 생글생글 895호의 ‘재미있는 수학’에서는 이차곡선 중 타원과 빛의 성질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이차곡선 중 포물선과 빛의 성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어두운 밤에 운전할 때, 자동차의 상향등을 켜면 도로를 넓고 멀리 밝혀주어 운전하기가 편합니다. 이는 자동차의 상향등이 빛을 한 방향으로 집중되어 멀리까지 고르게 비춰주기 때문인데, 여기에 포물선과 빛의 성질에 관한 수학적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포물선은 평면 위의 한 점 F와 이 점을 지나지 않는 한 직선 ℓ이 주어질 때, 점 F와 직선 ℓ에 이르는 거리가 각각 같은 점들의 집합이고, 점 F를 포물선의 초점, 직선 ℓ을 포물선의 준선이라고 합니다. 이때 포물선의 초점 F를 지나고 준선 ℓ에 수직인 직선을 포물선의 축, 포물선과 축의 교점을 포물선의 꼭짓점이라고 합니다.포물선을 축 둘레로 회전시켜서 얻어지는 곡면을 포물면이라 하고, 포물면의 안쪽을 반사면으로 하는 오목거울을 포물경이라고 하는데, 포물선의 초점에서 나간 빛은 포물면에 반사되어 포물경의 축과 평행하게 나갑니다. 이를 이용해 한 방향만 밝게 비추도록 고안한 것이 자동차의 상향등입니다.포물선과 빛의 성질은 빛이 최단 경로로 진행한다는 페르마의 법칙과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도록 반사된다는 반사의 법칙에서 나옵니다. [그림1]과 같이 포물선의 초점에서 출발한 빛이 포물선에 반사되어 축과 평행하게 지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