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하던 2025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심화하면서 일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가 된 것 같습니다.이는 어느 정도 예견되긴 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는 올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미국 대 세계 각국의 관세전쟁으로 확전된 게 사실입니다. 세계경제 성장세와 관련해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두 “팬데믹 이전(3%대 중반)보다 낮은 저성장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거의 들어맞는 분위기입니다. 경제위기급 돌출 변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예상 밖 사건과 현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힘이 줄기는 했지만, 주식·암호화폐·금(金)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급등한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는 생각보다 파장이 컸습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이 대대적으로 일어나면서 거품 발생과 붕괴 우려 또한 커졌습니다.내년에는 세상과 세계경제가 어떻게 변화할까요? 적어도 ‘AI가 빚어내는 세상’은 우리 앞에 더욱 또렷한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세계 각국이 저성장 속에서 재정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란 전망도 많습니다. 주요 국제기구·언론과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모습을 4·5면에서 풀어보겠습니다. 미국·인도 경제 '견조', 유럽·일본 '저성장' "북극 자원 확보하라" 각국 선점경쟁 본격화 내년 세계 경제는 올해와 비슷한 저성장 국면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힘이 강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각국은 재정 위기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어서 재정지출 여력이 크지 않고, 보호무역주의 흐름 또한 강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세계 경제 ‘3% 성장’에 갇히나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약 3.1~3.2% 수준으로 전망합니다. 세계적 고금리 현상은 정상을 되찾겠지만, 관세율 인상 등 무역 갈등이 내년에도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국가별로는 미국(2.0% 성장)과 인도(6.5%)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견조하고,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 1.6%)과 일본(1%)은 저성장, 중국은 4%대 중반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약 1.8%로 예측했습니다.세계은행은 2027년까지는 세계 경제가 ‘저투자-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예상합니다. 다만, 물가 안정과 일부 통화 완화정책의 영향으로 내년엔 소폭 회복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중·후반으로 갈수록 관세율 인상의 영향이 희석되고 금융시장 여건이 좋아져 글로벌 경제가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생산성 증가세 정체 등으로 성장률의 상단이 낮아졌다고 평가합니다.JP모건,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은 내년 주식시장에서 인공지능(AI), 친환경,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관련한 테마주가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들 투자은행은 고위험(하이일드) 채권과 신흥국 채권에도 많이 투자합니다. 다만, 내년엔 채무불이행(디폴트) 등 리스크를 국가별로 따져볼 때라는 신중한 입장입니다.유가 하락, AI 포비아…새해를 전망해보는 책자로 가장 유명한 것은 이코노미스트의 ‘세계대전망’ 시리즈입니다. 올해도 <2026 세계대전망(The World Ahead 2026)>(이하 세계대전망)에 폭넓고 깊이 있는 전망과 키워드가 즐비합니다.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경제와 관련해 선진국발 재정위기의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과도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문제로 올해도 국채 가격이 급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내년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10%를 넘어서며 더 위태로워질 전망입니다. 문제는 유럽 국가인데요, 러시아의 안보 위협으로 군사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 설상가상입니다.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재정적자 문제로 경제정책의 초점을 옮기고 있습니다.미국의 관세정책과 중국의 경기둔화는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를 수 있습니다. 특히 원유가 공급과잉 몸살을 앓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산 원유에 미국이 제재를 가하지 않을 전망이고, 중동 국가도 수년간 감산하던 생산량을 회복하고 있어 내년 국제유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요즘 자동차 휘발유 가격이 급등해 걱정인데요, 내년엔 그 부담을 덜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반면 금은 안전자산 선호로 더욱 수요가 늘어 현재 온스당 4200달러대 가격이 내년엔 4500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있습니다.세계 각국의 자원 개발 경쟁은 북극으로 향하고 있고, 북극을 중심으로 한 해상무역로 확보 각축전도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세계대전망>은 “북극이 세계 경제 속으로 녹아들 것”이라고 표현합니다.조금 잠잠해진 인공지능(AI) 거품 우려는 내년에도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대전망>은 “AI의 진짜 영향력은 2026년 비로소 명확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AI가 호황을 이끌 동력인지, 금융 붕괴를 몰고 올 불씨인지 판가름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듣기만 해도 조마조마해집니다. ‘AI 포비아(phobia, 공포)’가 퍼지고 있다는 얘기가 괜한 소리가 아닙니다. 한편 비만 치료제의 확산으로 비만약이 대중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눈길을 끕니다. NIE포인트1. 유로존과 일본의 경제가 침체한 이유는?2. 우리나라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비율은 어떤지 살펴보자.3. AI가 내년 우리 일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토론해보자. 미국 중간선거, 국제분쟁이 리스크 요인 '필코노미' '1.5가구' '픽셀라이프' 주목 경제 영역 밖에도 지구촌을 뒤흔들 위험 요소는 적지 않습니다. 이는 종국적으로 글로벌 경제 질서와 개인의 삶, 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국제 평화 표류할까, 정착할까가장 먼저 ‘트럼프 리스크’를 떠올리게 됩니다. 특히 내년은 미국 건국 2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1월엔 중간선거까지 예정돼 있습니다. 중간선거(mid-term election)란 대통령 취임 2년 후 실시하는 선거(연방 상원의원의 3분의 1, 하원의원 전원 선출)로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합니다. 이런 중요한 정치 일정 앞에서 트럼프주의, 미국 우선주의가 더욱 선명해질 수 있습니다. 내년 초 미국 중앙은행(Fed) 새 의장에 누가 임명될지도 관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금리인하 권고를 받아들이는 식으로 Fed가 ‘정치화’하면 세계 경제도 요동칠 수 있습니다.‘지정학적 표류(geopolitical drift)’라는 키워드도 눈길을 끕니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세계에선 인권·민주주의·자유무역과 같은 가치와 규범에 근거한 협력체제 또는 질서가 쇠퇴했습니다. 그 대신 미국·중국의 극한 대결과 동맹 재편이 지정학적 불안을 고조시켜왔죠. 표류하는 듯한 국제정치가 평화의 길로 나아갈지 관심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여부, 중국과 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변곡점이 될 것 같습니다.회계사 국제단체인 국제내부감사인협회(IIA)는 ‘리스크 인 포커스(Risk in Focus) 2026’이란 보고서를 냈습니다. 여기에선 내년 글로벌 리스크 요인으로 사이버 보안, 정책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법·윤리 기준 준수), 인재와 노동시장, 지정학, 공급망 교란 등을 꼽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사이버테러의 위험성은 가공할 수준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비자 정책을 강화하는 미국 때문에 인재의 국경 간 이동에 제약이 생기고, 기업은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결국 AI 이끄는 인간개인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바뀌어갈까요? 매년 관련 책자를 발간하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팀이 이번에도 <트렌드 코리아 2026>을 냈습니다. 이 책의 몇 가지 키워드를 인용해보겠습니다.김 교수는 사람과 AI의 본격적인 역할 분담에 주목합니다. 즉 반복·계산·추천하는 일은 AI에게 맡기고, 감정·가치판단·관계 형성 등 ‘인간다움’이 필요한 부분에 사람들이 에너지를 집중한다는 겁니다. 그렇더라도 최종 판단과 조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란 점을 강조합니다. 과정과 순환 속에 사람이 반드시 개입한다는 뜻에서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로 잡았습니다.‘필코노미(Feelin’ Economy)’는 소비의 기준점을 말합니다. 기능과 제품 사양 중심으로 소비하던 데서 ‘내 기분이 좋아지는가’가 새로운 기준이 된다는 겁니다. 스트레스와 불안을 떨치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공간·콘텐츠에 대한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제로 클릭(Zero Click)’은 검색·선택·클릭을 최소화하고, 알아서 맞춰주는 서비스에 익숙해지는 삶의 변화입니다. ‘픽셀 라이프(Pixel Life)’는 삶이 큰 스토리보다는 짧고 선명한 ‘스냅샷’의 연속으로 인식되는 경향을 말합니다. 화장품·향수·식음료·여행 등에서 소용량·단기·마이크로한 경험이 늘어나고, 인생을 픽셀처럼 조합해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 주류가 된다는 얘기입니다.‘1.5가구(1.5 Household)’도 재미있습니다. 이는 1인 가구와 다인 가구 삶의 장점을 모아놓은 겁니다. 함께 살되, 철저히 각자의 삶을 지키는 새로운 주거 형태와 관계를 말합니다. 주거·가전·식품·콘텐츠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합니다. NIE포인트1.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주식시장과 환율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아보자.2. ‘미국 중앙은행의 정치화’란 무슨 뜻일까?3. 친구들과 2026년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놓고 토론해보자.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올해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3.11%에 그치면서 2018학년도 절대평가 도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47점, 1등급 구간 내 최고·최저 격차가 14점까지 벌어지면서 국어 영향력은 어느 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정시에서 국어와 영어의 변별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6학년도 실채점 기준 주요 대학 및 의약학 계열 정시지원 가능 점수를 분석해본다.올해도 의대는 자연계 최상위학과로 가장 높은 합격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어·수학·탐구(2) 표준점수 합산 기준, 전국 의대 일반전형 자연계의 평균 합격선은 413.6점이며, 최고 423점에서 최저 408점 사이 지원을 고려해볼 수 있다. 치대는 평균 408.6점, 최고 417점에서 최저 403점 사이, 한의대는 평균 403.6점, 최고 412점에서 최저 401점 사이 합격을 기대해볼 수 있다. 수의대는 평균 401.3점(410~399), 약대는 평균 400.8점(413~392) 수준에서 합격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올해 의대 모집 정원은 2025학년도 대비 1400여 명이 줄면서 2024학년도 수준으로 회귀했다. 각 대학 입시 결과는 2025학년도뿐 아니라 2023, 2024학년도 등 정원 확대 전 입시 결과도 참고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SKY 인문계열 학과는 평균 400.2점이며, 지원 가능 점수대는 최고 409점에서 최저 394점 사이로 보인다. 서울대는 평균 404.1점(409~402), 연세대는 399.1점(403~394), 고려대는 398.6점(403~394) 수준에서 합격이 예상된다. 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이화여대·한국외대 등 주요 10개 대학 그룹은 평균 388.5점이며, 합격선은 최고 403점에서 최저 383점 사이로 추정된다. 성균관대는 평균 395.8점(403~393), 서강대는 393.7점(399~391), 한양대는 391.6점(399~390), 중앙대는 388.4점(392~386), 경희대는 385.2점(389~383), 이화여대는 388.1점(391~386), 한국외대는 385.8점(391~383) 수준에서 합격선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서울시립대·건국대·동국대·홍익대·숙명여대 등 주요 15개 대학 그룹은 평균 382.4점, 최고 389점에서 최저 374점 사이 지원을 고려해볼 수 있다. 서울시립대는 평균 385.8점(389~384), 건국대는 383.4점(386~381), 동국대는 381.3점(387~374), 홍익대는 381.7점(384~380), 숙명여대는 381.1점(383~378)으로 분석된다. 국민대·숭실대·세종대·단국대(죽전)·아주대·인하대 등 주요 21개 대학 그룹은 평균 372.3점, 최고 384점에서 최저 365점 사이 합격을 기대할 수 있겠다.의약학 계열을 제외한 SKY 자연계 학과는 평균 398.4점, 최고 413점에서 최저 393점 사이가 합격선으로 전망된다. 서울대는 평균 403.2점(413~397), 연세대는 395.0점(403~393), 고려대는 396.3점(403~393)으로 분석된다. 대기업 계약학과, 첨단학과 등은 의약학 계열과 경쟁 관계를 형성할 대표적인 학과로 높은 합격선이 예상된다. 서울대 첨단융합학부는 407점 수준에서 합격을 기대해볼 수 있고,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402점으로 전망된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은 401점,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398점으로 예상된다.주요 10개 대학 자연계 학과는 평균 390.8점이며, 최고 401점에서 최저 382점 사이 합격을 기대해볼 수 있다. 성균관대는 395.4점(401~392), 서강대는 393.2점(399~392), 한양대는 392.3점(399~390), 중앙대는 387.9점(391~385), 경희대는 384.8점(390~382), 이화여대는 385.7점(387~384), 한국외대(Language&AI융합학부)는 390점 수준에서 합격이 예상된다.주요 15개 대학 자연계 학과는 평균 382.0점이며, 최고 393점에서 최저 371점 사이 지원을 고려해볼 수 있다. 서울시립대는 평균 386.5점(393~382), 건국대는 384.6점(386~381), 동국대는 380.3점(384~377), 홍익대는 380.6점(385~378), 숙명여대는 374.2점(378~371)으로 분석된다. 주요 21개 대학 합격선은 평균 372.4점, 지원 가능 점수대는 최고 389점에서 최저 364점 사이로 예상된다.입시기관 예측치를 참고할 땐 최소 3곳 이상의 자료를 분석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입시기관 예측은 모의 지원 등을 통한 표본이 쌓일수록 더 정확해지므로 원서 접수 직전까지 점검하기를 권한다. 현재 대학별로 발표하는 탐구과목 변환표준점수 적용 방식도 필수 점검 사항이다. 사탐런으로 인한 탐구과목 간 유불리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학별 변환표준점수에 맞춰 대학별 계산과 결과를 꼭 확인해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국민주권 정부는 우리 국민의 위대한 용기와 행동을 기리기 위해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발표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 성명’에서다. 이 대통령은 “법정공휴일로 정해 국민들이 1년에 한 번쯤 이날을 회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공휴일 지정은 대통령 말 한마디로 되는 건 아니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정할 수 있는 임시공휴일과 달리 특정일을 영구적 휴일로 지정하려면 국회에서 ‘공휴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특별 성명 이후 국민주권의 날 지정과 관련해선 위대한 국민주권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12월 3일을 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치적으로 과도한 해석으로 다른 민주화운동이나 항쟁의 날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지정은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민주권의 날 지정과 관련한 찬반 의견을 자세히 들어보자. [찬성] 국민이 계엄 평화적으로 막아낸 의미…후대 계승·교육하는 강력한 수단 12월 3일을 법정공휴일인 ‘국민주권의 날’로 지정하는 것은 단순히 휴식을 하루 늘리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민주주의의 역사적 전환점을 확고히 하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이재명 대통령이 성명에서 말한 대로 12·3 비상계엄에 맞서 불의한 권력을 몰아낸 우리 국민의 행동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일대 사건”이라 평가할 만하다. 국민이 스스로 폭력이 아닌 평화로운 춤과 노래로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시도를 저지한 것은 민주주의의 성숙함을 전 세계에 증명한 사건이다. 공휴일 지정은 이러한 위대한 용기와 행동을 후대에 길이 계승하고 교육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매년 이날을 되새기며 국민들은 주권자의 권리와 책임을 깨닫고 민주주의는 결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임을 후세에 가르쳐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가 굳건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역사적 사건을 기리는 공휴일은 국민을 하나의 역사적 기억으로 묶어내는 힘이 있다. 국민주권의 날은 특정 이념이나 계층을 넘어 모든 국민이 불법과 불의에 맞섰던 순간을 공유하게 한다. 이는 분열된 우리 사회에 ‘국민주권’이라는 공통의 가치 아래 정의로운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초석이기도 하다. 공휴일 지정은 이러한 개혁 의지를 국가 기념일이라는 영속적인 형태로 법제화하는 행위다. 이날을 통해 국민주권의 성취를 기념하고 미완의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국가적 다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공휴일 지정은 민주주의 수호의 역사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하며 정의로운 국가 건설의 의지를 다지는 시대적 요청이다. 이날을 통해 우리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명제를 각인시키고 전 세계 민주주의에 희망의 빛을 던지는 선진 민주국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반대] 국민적 합의와 역사적 보편성 미흡…정치적 해석 위험성 간과해선 안 돼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제정하고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제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공휴일 지정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파장과 정치적 해석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역사적 사건의 의미 부여는 신중해야 하며 공휴일 지정에 따른 현실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국가공휴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등 국민적 합의와 역사적 보편성을 확보한 기념일이어야 한다. 12·3 사태가 민주주의 수호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사실이라 해도 이를 특정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빛의 혁명’이라는 이유로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은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역사적 평가가 완전히 정립되기 전에 현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정치적 대립을 심화시키는 수단으로 오용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기념하는 중요한 날들이 있다.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화 항쟁 기념일 등이다. 12·3 사태의 의미가 독자적이라 할지라도 연이어 민주주의 관련 공휴일을 추가하는 것은 기념일의 희소성을 떨어뜨리고 그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 그냥 ‘국가 기념일’로 지정해 그 의미를 되새기면서도 경제적 부담은 피하는 방안도 있다. 공휴일 증가는 국민의 휴식권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국가 경제의 생산성 하락으로 직결된다. 특히 12월 3일은 연말에 가까워 기업의 업무 집중도가 높은 시기다. 연간 공휴일이 늘어날수록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게는 추가적인 공휴일이 인건비 증가와 납기 지연 등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12월 3일 공휴일 지정은 경제 활력 저하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정치적 논란을 야기해 국민 통합에 역행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국가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현명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 생각하기 - 실제 지정하려면 국민 공감대 더 무르익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특별 성명을 내놓자마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정공휴일 지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관련 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민주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정부·여당이 의지를 갖고 ‘국민주권의 날’ 지정을 위해 법 개정을 강행하면 휴일로 지정할 수는 있다. 당정은 사전 교감이 있었던 듯 속도전에 돌입한 모습이지만 너무 성급하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역사적 기념일은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더구나 비상계엄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계엄 전후로 벌어진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잇따른 장관 탄핵에 대한 비판적 여론 또한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제 막 12·3 비상계엄 1년이 지났다. 내란 관련 재판이 한창인 상황에서 공휴일 지정을 서두르기보다 역사적 평가와 국민적 공감대가 무르익을 때까지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서정환 논설위원
구글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3.0’이 화두입니다. 지난달 중순에 선보인 이 모델은 그간 AI 최강자로 인정받아온 챗GPT를 성능 면에서 압도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AI 평가 잣대인 ‘인류의 마지막 시험(Humanity’s Last Exam)’에서 제미나이 3.0 프로는 정답률 37.5%를 기록하며 챗GPT 5.1 프로(30.7%)를 앞섰습니다.제미나이 3.0은 특히 추론 능력이 뛰어납니다. 어떤 질문을 받으면 사용자가 왜 그런 질문을 던졌는지 깊이 생각해본 뒤, 가장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는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보려고 제미나이와 챗GPT에 같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요즘 많습니다.사실 AI 기술 개발의 포문을 연 곳은 구글이었습니다. 2014년 AI 연구 스타트업인 딥마인드를 인수하고, 2016년 바둑 AI 알파고로 이세돌 기사를 꺾었죠. 그런데 3년 전 챗GPT가 혜성처럼 나타나면서 AI 분야에서 구글은 잊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제미나이 3.0의 공개는 AI 분야에서 구글이 권토중래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언론은 벌써부터 구글이 AI 분야 선두권에 복귀했다고 보도합니다.기업 경쟁에서 주도권을 회복한 선발 업체의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업계를 다시 선도하는, 또는 부활하는 기업의 역동성엔 어떤 비결이 숨어 있을까요? 이어지는 4·5면에서 깊이 파보겠습니다.칩까지 직접 개발하며 AI 경쟁력 키운 구글이미징·콘텐츠 집중한 소니, 지속가능 기업 변신구글은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를 거치며 가장 강력한 빅테크로 성장했습니다. 인수합병(M&A) 전략도 잘 활용해 검색·클라우드·동영상·자율주행차 등 팔을 뻗지 않은 분야가 없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 초입에서 챗GPT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습니다.구글, HW에서 SW까지 ‘풀 장착’구글은 2023년 첫 생성형 AI 모델로 ‘바드(Bard)’를 개발했습니다. 챗GPT의 대항마로 내세운 거죠. 그런데 자존심 회복은커녕 망신만 당하고 말았습니다.구글은 바드 시연 자료에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을 아홉 살 아이에게 설명해보라”는 질문을 했는데요, 여기에 바드는 “제임스 웹이 태양계 밖(exoplanet) 행성을 처음으로 촬영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명백한 오류였어요. 이미 외계 행성을 직접 관측한 다른 망원경이 있었던 거죠. 챗GPT의 등장에 초조해진 구글이 AI 모델 출시를 서두르다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못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구글의 AI 분야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구글의 기술력보다는 회사 조직과 사업 구조,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많았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검색·광고 수익을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잠식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생성형 AI를 검색 사업의 전면에 내세우지 못했습니다. 대기업 특유의 관료주의, 소통하지 않는 조직, 책임 회피 문화가 의사결정을 지연시켰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브랜드만 남기고 모두 바꿔라”구글은 결단을 내립니다. 회사에 산재해 있던 AI 개발 기능을 딥마인드 중심으로 재편하고, 바드의 이름도 ‘제미나이(Gemini)’로 바꿉니다. 이어 검색·유튜브·안드로이드(모바일 운영체제)·클라우드 서비스 전반에 제미나이를 심는 전략을 추진했습니다. 특기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AI 칩 ‘TPU(텐서처리장치)’를 자체 개발한 겁니다. 이는 엔비디아의 AI 칩인 GPU(그래픽처리장치) 최신 제품과 동급 성능을 자랑합니다. 자체 칩 개발을 통한 비용 절감 및 성능 확보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수익성을 높이고, AI 모델의 성능을 향상시킵니다. 시장에선 구글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AI 기술 전체의 생태계를 확보한 유일한 기업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기업의 성장세가 내리막을 걷다 부활한 사례는 IBM과 레고, 소니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IBM은 컴퓨터 산업을 일으킨 기업인데요, 메인프레임 중심의 중앙 집중 컴퓨팅 사업에 매출의 절반을 의존한 게 문제였습니다. 정보기술(IT)의 패러다임은 개인용 컴퓨터(PC)와 클라이언트-서버 컴퓨팅(분산처리 방식)으로 급속히 바뀌는데, 과거 사업 방식을 답습했죠. 결국 1990년대 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시장점유율도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IBM은 절치부심합니다. 하드웨어 부문을 축소·매각하고 IT 컨설팅과 소프트웨어·서비스 등으로 사업 축을 이동시켰습니다. 이어 기업용 AI, 양자컴퓨팅, 클라우드 서비스에 집중하는 2차 사업 재편을 통해 비즈니스 솔루션 및 서비스 회사로 거듭납니다. 이름만 IBM이지, 사업 구조를 완전히 바꾸며 부활에 성공합니다.완구업체 레고는 2000년대 초 무리한 사업 확장과 비용 구조 악화로 파산 직전까지 갔습니다. 2004년 CEO로 취임한 크누스트로프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고는 ‘결합 가능한 브릭(brick, 레고 부품)을 통한 창의적 놀이’를 사업의 본질이라고 재정의했습니다. 이후 비핵심 사업 정리, 핵심 제품과 브랜드 스토리에 집중, 영화·게임·라이선싱을 통한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확대 등에 노력합니다. 일본 전자산업의 상징인 소니는 모바일(스마트폰)과 TV 부문에선 주도권을 잃었지만, 카메라(미러리스 풀프레임)·센서의 이미징 기술과 음악·영화 등 콘텐츠에서 최강 기업을 만들자는 전략으로 부활했습니다. 다종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일부 특정 품목으로 깊이 파고든 게 주효했죠.NIE 포인트1. AI 기술개발 경쟁이 어떻게 진행돼왔는지 알아보자.2. 오픈AI의 경쟁력은 무얼까?3. 혁신에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좀 더 찾아보자.혁신 게을리하면 고객과 동떨어질 위험캐시카우에 미련 버린 기업이 결국 성공앞서 살펴본 부활한 기업의 공통점 또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 핵심 산업(사업)에 관성적으로 의존해선 위기를 피할 수 없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속칭 ‘잘나가는 사업’도 시간이 지나면 성장 정체 사업이 되고 맙니다. “1등일 때 변화하지 않으면 망한다”라는 말은 진실에 부합합니다.‘1등 기업’도 혁신 필요흔히 혁신(innovation)을 기업 지속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1등 기업이라면 뭔가 바꿔보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일 수 있을까요? 당장 문제없어 보이는 기존 수익모델을 뜯어고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업의 위기가 하루아침에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산업의 패러다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소비자의 요구(needs)는 빠르게 바뀝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엔 새로운 수익원 찾기를 빨리 시작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어요.이처럼 혁신에 둔감해 잊힌 기업들의 사례는 중요한 반면교사가 됩니다. 모바일 시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노키아,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하고도 무너진 ‘필름 제국’ 코닥이 그런 경우입니다. 이들은 핵심 사업(필름·피처폰) 방어에만 집착해 대체 기술을 외면했습니다. 비디오 대여점 체인 블록버스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전 세계 수천 개 매장을 보유한 시장 지배자였지만, 우편 DVD·스트리밍·정액제 구독 모델의 파괴력을 과소평가했죠. 결국 넷플릭스에 밀렸습니다.애플, IBM, 소니 등 변신에 성공한 기업은 기존의 캐시카우(cash cow,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를 일정 부분 희생하는 결정을 감수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혁신을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해 애플은 아이폰·맥북 등의 디자인과 사용자경험(UX)을 세련되게 바꾸고, 아이튠즈부터 각종 IT 기기에 이르는 통합 생태계를 멋지게 재구성해냈습니다. IBM도 ‘무거운 장비 회사’에서 ‘민첩한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했죠. 기술과 생태계뿐이 아닙니다. 그에 맞는 기업의 조직 구조와 조직 내 문화,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였죠. ‘제미나이 3.0’이 주목을 끄는 것은 구글이 이런 혁신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어서입니다.혁신은 린(lean)하게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갈수록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고실업, 정부부채 증가, 규제 강화가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됐습니다. 성장과 번영, 사업 확장이 예전처럼 당연시되지 않습니다. 최근엔 미국·중국 간 패권 다툼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 미국발 관세 폭탄에 따른 세계 교역 침체 등 예측 불허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죠.그럼에도 기업이 변화를 게을리하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서비스와 동떨어진 것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이 점점 관료화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업계획 수립, 제품 개발, 자금 조달 등 일상적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나에게 필요한 것이 고객에게도 필요할 것이란 막연한 생각이 이를 부채질합니다. 이는 기업 경영이 실패하는 지름길입니다.혁신의 방법론엔 여러 주장이 있겠지만, 기본은 몸집을 가볍게 하는 겁니다. <린 스타트업>이란 책을 쓴 창업 컨설턴트 애시 모리아는 ‘낭비 없이 빠르게’라는 뜻을 가진 린(lean)을 키워드로 새 경영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최소기능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을 만들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아니라고 판단되면 다시 방향을 바꿔 효과적으로 대안을 찾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유튜브가 그 예입니다. 유튜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첸은 2004년 친구를 사귀는 데 도움이 되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개발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동영상 보는 건 좋아해도 동영상을 올린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첸은 동영상 공유 자체만 편리하게 하는 것에 집중했고, 결국 유튜브를 성공시킵니다.NIE 포인트1. 최근 30년간 ‘1등 기업’을 유지한 사례를 찾아보자.2. ‘혁신’을 강조한 경영 이론에 대해 공부해보자.3. 린 스타트업 경영 방법론을 좀 더 알아보자.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