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제미나이 3.0은 특히 추론 능력이 뛰어납니다. 어떤 질문을 받으면 사용자가 왜 그런 질문을 던졌는지 깊이 생각해본 뒤, 가장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는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보려고 제미나이와 챗GPT에 같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요즘 많습니다.
사실 AI 기술 개발의 포문을 연 곳은 구글이었습니다. 2014년 AI 연구 스타트업인 딥마인드를 인수하고, 2016년 바둑 AI 알파고로 이세돌 기사를 꺾었죠. 그런데 3년 전 챗GPT가 혜성처럼 나타나면서 AI 분야에서 구글은 잊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제미나이 3.0의 공개는 AI 분야에서 구글이 권토중래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언론은 벌써부터 구글이 AI 분야 선두권에 복귀했다고 보도합니다.
기업 경쟁에서 주도권을 회복한 선발 업체의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업계를 다시 선도하는, 또는 부활하는 기업의 역동성엔 어떤 비결이 숨어 있을까요? 이어지는 4·5면에서 깊이 파보겠습니다.칩까지 직접 개발하며 AI 경쟁력 키운 구글
이미징·콘텐츠 집중한 소니, 지속가능 기업 변신
구글, HW에서 SW까지 ‘풀 장착’
구글은 2023년 첫 생성형 AI 모델로 ‘바드(Bard)’를 개발했습니다. 챗GPT의 대항마로 내세운 거죠. 그런데 자존심 회복은커녕 망신만 당하고 말았습니다.
구글은 바드 시연 자료에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을 아홉 살 아이에게 설명해보라”는 질문을 했는데요, 여기에 바드는 “제임스 웹이 태양계 밖(exoplanet) 행성을 처음으로 촬영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명백한 오류였어요. 이미 외계 행성을 직접 관측한 다른 망원경이 있었던 거죠. 챗GPT의 등장에 초조해진 구글이 AI 모델 출시를 서두르다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못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구글의 AI 분야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구글의 기술력보다는 회사 조직과 사업 구조,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많았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검색·광고 수익을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잠식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생성형 AI를 검색 사업의 전면에 내세우지 못했습니다. 대기업 특유의 관료주의, 소통하지 않는 조직, 책임 회피 문화가 의사결정을 지연시켰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브랜드만 남기고 모두 바꿔라”
구글은 결단을 내립니다. 회사에 산재해 있던 AI 개발 기능을 딥마인드 중심으로 재편하고, 바드의 이름도 ‘제미나이(Gemini)’로 바꿉니다. 이어 검색·유튜브·안드로이드(모바일 운영체제)·클라우드 서비스 전반에 제미나이를 심는 전략을 추진했습니다. 특기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AI 칩 ‘TPU(텐서처리장치)’를 자체 개발한 겁니다. 이는 엔비디아의 AI 칩인 GPU(그래픽처리장치) 최신 제품과 동급 성능을 자랑합니다. 자체 칩 개발을 통한 비용 절감 및 성능 확보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수익성을 높이고, AI 모델의 성능을 향상시킵니다. 시장에선 구글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AI 기술 전체의 생태계를 확보한 유일한 기업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성장세가 내리막을 걷다 부활한 사례는 IBM과 레고, 소니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IBM은 컴퓨터 산업을 일으킨 기업인데요, 메인프레임 중심의 중앙 집중 컴퓨팅 사업에 매출의 절반을 의존한 게 문제였습니다. 정보기술(IT)의 패러다임은 개인용 컴퓨터(PC)와 클라이언트-서버 컴퓨팅(분산처리 방식)으로 급속히 바뀌는데, 과거 사업 방식을 답습했죠. 결국 1990년대 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시장점유율도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IBM은 절치부심합니다. 하드웨어 부문을 축소·매각하고 IT 컨설팅과 소프트웨어·서비스 등으로 사업 축을 이동시켰습니다. 이어 기업용 AI, 양자컴퓨팅, 클라우드 서비스에 집중하는 2차 사업 재편을 통해 비즈니스 솔루션 및 서비스 회사로 거듭납니다. 이름만 IBM이지, 사업 구조를 완전히 바꾸며 부활에 성공합니다.
완구업체 레고는 2000년대 초 무리한 사업 확장과 비용 구조 악화로 파산 직전까지 갔습니다. 2004년 CEO로 취임한 크누스트로프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고는 ‘결합 가능한 브릭(brick, 레고 부품)을 통한 창의적 놀이’를 사업의 본질이라고 재정의했습니다. 이후 비핵심 사업 정리, 핵심 제품과 브랜드 스토리에 집중, 영화·게임·라이선싱을 통한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확대 등에 노력합니다. 일본 전자산업의 상징인 소니는 모바일(스마트폰)과 TV 부문에선 주도권을 잃었지만, 카메라(미러리스 풀프레임)·센서의 이미징 기술과 음악·영화 등 콘텐츠에서 최강 기업을 만들자는 전략으로 부활했습니다. 다종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일부 특정 품목으로 깊이 파고든 게 주효했죠.NIE 포인트1. AI 기술개발 경쟁이 어떻게 진행돼왔는지 알아보자.
2. 오픈AI의 경쟁력은 무얼까?
3. 혁신에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좀 더 찾아보자.혁신 게을리하면 고객과 동떨어질 위험
캐시카우에 미련 버린 기업이 결국 성공
‘1등 기업’도 혁신 필요
흔히 혁신(innovation)을 기업 지속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1등 기업이라면 뭔가 바꿔보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일 수 있을까요? 당장 문제없어 보이는 기존 수익모델을 뜯어고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업의 위기가 하루아침에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산업의 패러다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소비자의 요구(needs)는 빠르게 바뀝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엔 새로운 수익원 찾기를 빨리 시작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어요.
이처럼 혁신에 둔감해 잊힌 기업들의 사례는 중요한 반면교사가 됩니다. 모바일 시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노키아,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하고도 무너진 ‘필름 제국’ 코닥이 그런 경우입니다. 이들은 핵심 사업(필름·피처폰) 방어에만 집착해 대체 기술을 외면했습니다. 비디오 대여점 체인 블록버스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전 세계 수천 개 매장을 보유한 시장 지배자였지만, 우편 DVD·스트리밍·정액제 구독 모델의 파괴력을 과소평가했죠. 결국 넷플릭스에 밀렸습니다.
애플, IBM, 소니 등 변신에 성공한 기업은 기존의 캐시카우(cash cow,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를 일정 부분 희생하는 결정을 감수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혁신을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해 애플은 아이폰·맥북 등의 디자인과 사용자경험(UX)을 세련되게 바꾸고, 아이튠즈부터 각종 IT 기기에 이르는 통합 생태계를 멋지게 재구성해냈습니다. IBM도 ‘무거운 장비 회사’에서 ‘민첩한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했죠. 기술과 생태계뿐이 아닙니다. 그에 맞는 기업의 조직 구조와 조직 내 문화,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였죠. ‘제미나이 3.0’이 주목을 끄는 것은 구글이 이런 혁신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어서입니다.
혁신은 린(lean)하게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갈수록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고실업, 정부부채 증가, 규제 강화가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됐습니다. 성장과 번영, 사업 확장이 예전처럼 당연시되지 않습니다. 최근엔 미국·중국 간 패권 다툼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 미국발 관세 폭탄에 따른 세계 교역 침체 등 예측 불허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죠.
그럼에도 기업이 변화를 게을리하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서비스와 동떨어진 것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이 점점 관료화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업계획 수립, 제품 개발, 자금 조달 등 일상적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나에게 필요한 것이 고객에게도 필요할 것이란 막연한 생각이 이를 부채질합니다. 이는 기업 경영이 실패하는 지름길입니다.
혁신의 방법론엔 여러 주장이 있겠지만, 기본은 몸집을 가볍게 하는 겁니다. <린 스타트업>이란 책을 쓴 창업 컨설턴트 애시 모리아는 ‘낭비 없이 빠르게’라는 뜻을 가진 린(lean)을 키워드로 새 경영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최소기능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을 만들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아니라고 판단되면 다시 방향을 바꿔 효과적으로 대안을 찾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유튜브가 그 예입니다. 유튜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첸은 2004년 친구를 사귀는 데 도움이 되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개발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동영상 보는 건 좋아해도 동영상을 올린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첸은 동영상 공유 자체만 편리하게 하는 것에 집중했고, 결국 유튜브를 성공시킵니다.NIE 포인트1. 최근 30년간 ‘1등 기업’을 유지한 사례를 찾아보자.
2. ‘혁신’을 강조한 경영 이론에 대해 공부해보자.
3. 린 스타트업 경영 방법론을 좀 더 알아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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