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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정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이정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다사다난(多事多難)하던 2025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심화하면서 일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가 된 것 같습니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되긴 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는 올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미국 대 세계 각국의 관세전쟁으로 확전된 게 사실입니다. 세계경제 성장세와 관련해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두 “팬데믹 이전(3%대 중반)보다 낮은 저성장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거의 들어맞는 분위기입니다. 경제위기급 돌출 변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상 밖 사건과 현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힘이 줄기는 했지만, 주식·암호화폐·금(金)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급등한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는 생각보다 파장이 컸습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이 대대적으로 일어나면서 거품 발생과 붕괴 우려 또한 커졌습니다.

내년에는 세상과 세계경제가 어떻게 변화할까요? 적어도 ‘AI가 빚어내는 세상’은 우리 앞에 더욱 또렷한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세계 각국이 저성장 속에서 재정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란 전망도 많습니다. 주요 국제기구·언론과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모습을 4·5면에서 풀어보겠습니다. 미국·인도 경제 '견조', 유럽·일본 '저성장'
"북극 자원 확보하라" 각국 선점경쟁 본격화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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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세계 경제는 올해와 비슷한 저성장 국면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힘이 강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각국은 재정 위기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어서 재정지출 여력이 크지 않고, 보호무역주의 흐름 또한 강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경제 ‘3% 성장’에 갇히나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약 3.1~3.2% 수준으로 전망합니다. 세계적 고금리 현상은 정상을 되찾겠지만, 관세율 인상 등 무역 갈등이 내년에도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국가별로는 미국(2.0% 성장)과 인도(6.5%)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견조하고,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 1.6%)과 일본(1%)은 저성장, 중국은 4%대 중반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약 1.8%로 예측했습니다.

세계은행은 2027년까지는 세계 경제가 ‘저투자-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예상합니다. 다만, 물가 안정과 일부 통화 완화정책의 영향으로 내년엔 소폭 회복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중·후반으로 갈수록 관세율 인상의 영향이 희석되고 금융시장 여건이 좋아져 글로벌 경제가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생산성 증가세 정체 등으로 성장률의 상단이 낮아졌다고 평가합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은 내년 주식시장에서 인공지능(AI), 친환경,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관련한 테마주가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들 투자은행은 고위험(하이일드) 채권과 신흥국 채권에도 많이 투자합니다. 다만, 내년엔 채무불이행(디폴트) 등 리스크를 국가별로 따져볼 때라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유가 하락, AI 포비아…

새해를 전망해보는 책자로 가장 유명한 것은 이코노미스트의 ‘세계대전망’ 시리즈입니다. 올해도 <2026 세계대전망(The World Ahead 2026)>(이하 세계대전망)에 폭넓고 깊이 있는 전망과 키워드가 즐비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경제와 관련해 선진국발 재정위기의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과도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문제로 올해도 국채 가격이 급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내년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10%를 넘어서며 더 위태로워질 전망입니다. 문제는 유럽 국가인데요, 러시아의 안보 위협으로 군사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 설상가상입니다.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재정적자 문제로 경제정책의 초점을 옮기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세정책과 중국의 경기둔화는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를 수 있습니다. 특히 원유가 공급과잉 몸살을 앓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산 원유에 미국이 제재를 가하지 않을 전망이고, 중동 국가도 수년간 감산하던 생산량을 회복하고 있어 내년 국제유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요즘 자동차 휘발유 가격이 급등해 걱정인데요, 내년엔 그 부담을 덜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반면 금은 안전자산 선호로 더욱 수요가 늘어 현재 온스당 4200달러대 가격이 내년엔 4500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자원 개발 경쟁은 북극으로 향하고 있고, 북극을 중심으로 한 해상무역로 확보 각축전도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세계대전망>은 “북극이 세계 경제 속으로 녹아들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조금 잠잠해진 인공지능(AI) 거품 우려는 내년에도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대전망>은 “AI의 진짜 영향력은 2026년 비로소 명확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AI가 호황을 이끌 동력인지, 금융 붕괴를 몰고 올 불씨인지 판가름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듣기만 해도 조마조마해집니다. ‘AI 포비아(phobia, 공포)’가 퍼지고 있다는 얘기가 괜한 소리가 아닙니다. 한편 비만 치료제의 확산으로 비만약이 대중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눈길을 끕니다. NIE포인트1. 유로존과 일본의 경제가 침체한 이유는?

2. 우리나라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비율은 어떤지 살펴보자.

3. AI가 내년 우리 일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토론해보자. 미국 중간선거, 국제분쟁이 리스크 요인
'필코노미' '1.5가구' '픽셀라이프' 주목
Chat GPT
Chat GPT
경제 영역 밖에도 지구촌을 뒤흔들 위험 요소는 적지 않습니다. 이는 종국적으로 글로벌 경제 질서와 개인의 삶, 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국제 평화 표류할까, 정착할까

가장 먼저 ‘트럼프 리스크’를 떠올리게 됩니다. 특히 내년은 미국 건국 2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1월엔 중간선거까지 예정돼 있습니다. 중간선거(mid-term election)란 대통령 취임 2년 후 실시하는 선거(연방 상원의원의 3분의 1, 하원의원 전원 선출)로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합니다. 이런 중요한 정치 일정 앞에서 트럼프주의, 미국 우선주의가 더욱 선명해질 수 있습니다. 내년 초 미국 중앙은행(Fed) 새 의장에 누가 임명될지도 관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금리인하 권고를 받아들이는 식으로 Fed가 ‘정치화’하면 세계 경제도 요동칠 수 있습니다.

‘지정학적 표류(geopolitical drift)’라는 키워드도 눈길을 끕니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세계에선 인권·민주주의·자유무역과 같은 가치와 규범에 근거한 협력체제 또는 질서가 쇠퇴했습니다. 그 대신 미국·중국의 극한 대결과 동맹 재편이 지정학적 불안을 고조시켜왔죠. 표류하는 듯한 국제정치가 평화의 길로 나아갈지 관심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여부, 중국과 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변곡점이 될 것 같습니다.

회계사 국제단체인 국제내부감사인협회(IIA)는 ‘리스크 인 포커스(Risk in Focus) 2026’이란 보고서를 냈습니다. 여기에선 내년 글로벌 리스크 요인으로 사이버 보안, 정책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법·윤리 기준 준수), 인재와 노동시장, 지정학, 공급망 교란 등을 꼽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사이버테러의 위험성은 가공할 수준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비자 정책을 강화하는 미국 때문에 인재의 국경 간 이동에 제약이 생기고, 기업은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결국 AI 이끄는 인간

개인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바뀌어갈까요? 매년 관련 책자를 발간하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팀이 이번에도 <트렌드 코리아 2026>을 냈습니다. 이 책의 몇 가지 키워드를 인용해보겠습니다.

김 교수는 사람과 AI의 본격적인 역할 분담에 주목합니다. 즉 반복·계산·추천하는 일은 AI에게 맡기고, 감정·가치판단·관계 형성 등 ‘인간다움’이 필요한 부분에 사람들이 에너지를 집중한다는 겁니다. 그렇더라도 최종 판단과 조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란 점을 강조합니다. 과정과 순환 속에 사람이 반드시 개입한다는 뜻에서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로 잡았습니다.

‘필코노미(Feelin’ Economy)’는 소비의 기준점을 말합니다. 기능과 제품 사양 중심으로 소비하던 데서 ‘내 기분이 좋아지는가’가 새로운 기준이 된다는 겁니다. 스트레스와 불안을 떨치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공간·콘텐츠에 대한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제로 클릭(Zero Click)’은 검색·선택·클릭을 최소화하고, 알아서 맞춰주는 서비스에 익숙해지는 삶의 변화입니다. ‘픽셀 라이프(Pixel Life)’는 삶이 큰 스토리보다는 짧고 선명한 ‘스냅샷’의 연속으로 인식되는 경향을 말합니다. 화장품·향수·식음료·여행 등에서 소용량·단기·마이크로한 경험이 늘어나고, 인생을 픽셀처럼 조합해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 주류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1.5가구(1.5 Household)’도 재미있습니다. 이는 1인 가구와 다인 가구 삶의 장점을 모아놓은 겁니다. 함께 살되, 철저히 각자의 삶을 지키는 새로운 주거 형태와 관계를 말합니다. 주거·가전·식품·콘텐츠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합니다. NIE포인트1.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주식시장과 환율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아보자.

2. ‘미국 중앙은행의 정치화’란 무슨 뜻일까?

3. 친구들과 2026년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놓고 토론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