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의 결정조건

수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균형을 보여주는 숫자 3, 그리고 태생적 불안정함을 감수하면서도 더 넓은 공간과 편안함을 얻기 위해 인간이 선택한 숫자 4. 우리는 어쩌면 이 두 숫자 사이에서 매일 줄타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수학은 그 불안정함조차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흔들리는 테이블을 그저 제자리에서 돌리는 단순한 행위만으로 다시금 완벽한 균형을 찾아주는 사잇값 정리처럼, 수학은 언제나 문제 속에 명쾌한 해답을 숨겨두고 있습니다.
그 어떤 거친 땅 위에 무심코 툭 던져놓더라도, 마치 땅과 한 몸이 된 것처럼 흔들림 없이 착 달라붙는 ‘마법의 의자’를 만들고 싶다면, 우리는 과연 다리를 몇 개로 설계해야 할까요? 이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학생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4개요!”라고 대답합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앉는 의자도, 카페의 테이블도, 집 안의 식탁도 모두 다리가 4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경험 속에서 숫자 ‘4’는 튼튼함과 안정감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수학의 눈으로 냉정하게 바라보았을 때, 정답은 4개가 아닙니다. 오히려 다리 4개는 평평하지 않은 땅 위에서 필연적으로 덜컹거릴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이 기하학적 수수께끼의 정답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중학교 1학년 기하학 파트에서 배우는 평면의 결정 조건에 있습니다. 평면의 결정 조건이란 공간상에서 평면이 단 하나로 정해지기 위한 조건을 말하는데, 교과서에는 다음 네 가지 경우가 나옵니다.

첫째, 한 직선 위에 있지 않은 서로 다른 세 점.
둘째, 한 직선과 그 직선 밖의 한 점.
셋째, 한 점에서 만나는 두 직선.
넷째, 평행한 두 직선.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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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첫 번째 조건인 한 직선 위에 있지 않은 세 점입니다. 의자의 다리 끝을 점이라고 생각해봅시다. 다리가 3개라면, 다리 끝점 3개는 수학적으로 무조건 단 하나의 평면을 만들어냅니다. 지면이 아무리 울퉁불퉁해도, 이 세 점을 동시에 포함하는 평면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3개의 다리는 언제나 땅에 착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거친 산악 지형에서 사진작가들이 다리가 4개인 테이블 대신, 다리가 3개인 삼각대를 사용하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기하학적으로 다리가 3개인 구조물은 흔들림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완벽한 안정을 갖습니다.

카메라를 지면에 놓고 찍을 때 우리는 삼각대를 사용합니다. 왜 하필 다리가 3개일까요? 다리가 4개인 사각대를 들고 울퉁불퉁한 산으로 출사를 나갔다고 상상해봅시다. 4개의 다리가 동시에 땅에 딱 맞게 닿으려면, 땅의 네 지점이 우연히도 정확하게 한 평면 위에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거친 자연에서 그런 우연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결국 다리 하나가 공중에 떠서 덜컹거리게 되겠지요. 반면 다리가 3개인 삼각대는 지면이 아무리 험해도 세 발끝이 닿는 순간 즉시 그 자체로 하나의 평면을 결정해버립니다. 삼각대는 다리가 3개라서 불안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리가 3개이기에 그 어떤 곳에서도 흔들림 없는 완벽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기하학적으로 그렇게 완벽하다면, 왜 우리 주변의 식탁이나 책상은 대부분 다리가 4개일까요? 여기에는 흔들리지 않음보다 더 중요한 넘어지지 않음의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다리가 3개인 의자는 바닥과 닿는 지지 기반이 삼각형이 됩니다. 이 경우, 무게중심이 삼각형 내부를 벗어나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삼각형의 변 쪽에 치우쳐 앉거나 모서리에 팔을 기댄다면, 무게중심이 지지 기반 밖으로 이동해 의자가 콰당 하고 넘어질 위험이 큽니다. 또한 지면의 굴곡에 따라 상판이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밥을 먹는데 식탁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다면 국물이 쏟아지겠지요. 결국 우리는 약간의 덜컹거림을 감수하더라도, 무게중심을 넓게 받쳐주어 쉽게 넘어지지 않고, 평평한 바닥에서 수평을 유지하기 유리한 다리 네4개의 사각형 구조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4개의 다리 길이가 모두 일정하다고 가정했을 때, 거친 자갈밭은 아니지만 표면이 매끄럽고 약간의 높낮이 차이가 있는 곳에서 탁자가 덜컹거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종이나 받침대를 괴지 않고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놀랍게도 오직 수학적 원리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테이블을 그 자리에서 천천히 회전시키는 것입니다.

정경호 한삼고 수학교사
정경호 한삼고 수학교사
이것은 단순히 운에 맡기는 행동이 아니라,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배우는 사잇값 정리(중간값 정리)에 의해 수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단, 여기에는 지면의 높낮이가 끊어지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져 있다는(연속성) 전제가 필요합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리 4개 중 하나가 공중에 떠 있어서 덜컹거리는 상태를 양수(+)라고 가정해봅시다. 이제 테이블을 제자리에서 90도 정도 돌리면, 구조적으로 대각선 위치가 바뀌면서 떠 있던 다리가 오히려 땅속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즉 높이 차가 음수(-)가 되는 지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사잇값 정리는 연속적인 함수에서 양수와 음수 사이에는 반드시 0이 되는 지점이 존재함을 보장합니다. 즉 테이블을 돌리는 과정에서 4개의 다리가 모두 완벽하게 땅에 닿는 순간이 적어도 한 번은 반드시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다음번에 카페에서 테이블이 흔들린다면, 휴지를 끼우는 대신 우아하게 테이블을 돌려보세요. 수학은 언제나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균형을 잡아주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