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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집값 못 잡고 혼란만 산으로 가는 부동산정책

정부가 급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3주 전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시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이라는 3중 그물망으로 묶는 초강력 규제책입니다. 그간 규제 지역에서 15억원 넘는 집을 살 때 은행에서 6억원을 빌릴 수 있었는데, 이를 4억원으로 크게 줄이는 등 대출 규제도 강화했습니다.국내 주택시장은 최근 과열 양상입니다. 작년 이후 서울·수도권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10~15% 올랐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들어서만 4.6% 상승했어요. 비상한 시국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합니다.하지만 주택 실수요자나 전문가들은 비판을 쏟아냅니다. 대출을 옥죄는 바람에 정작 집이 필요한 사람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현금 부자만 득을 보게 생겼다는 겁니다.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면 전세금 급등은 물론, 셋집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할 수 있습니다.차분하게 따져봅시다. 집을 사고팔 때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거래허가는 사유재산권, 계약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합니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데 말이죠. 이런 강력한 규제책을 경기도까지 적용하는 것이 과연 합당할까요? 시장 기능에 제약을 가하는 정부의 직접 개입은 항상 뒤탈을 부릅니다. 10·15 부동산 대책이 경제이론에 맞는 정책인지, 정부의 시장개입은 어디까지 선(善)인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사유 재산권 제한하는 토허제…논란 여전 국익 핑계로 시장개입 늘리는 글로벌 사회토지거래허가제는 국내에서 시행하는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라 볼 수 있습니다. 사적(私的)인 거래인데도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론 자금 마련 계획, 토지이용 계획 등의 서류를 제출하고 허가를 기다려야 합니다. 거래하는 사람 입장에선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개인의 재산권(처분권)과 거주·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권리에 상당한 제약을 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단체 등에선 ‘경제 계엄령’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나옵니다.공공복리 vs. 시장 왜곡이와 관련된 위헌 논란이 과거에 있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토지 소유자의 거래와 처분 행위를 직접 제한해 헌법 제23조(재산권 보장), 제119조(자유·창의 존중 경제질서), 제14조(거주·이전의 자유)와 상충된다는 문제 제기였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토지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1989년과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토허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판결 내용을 보면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재산제도의 부정이 아니라 그 제한의 한 형태고, 토지의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다” “토지는 특별한 사회적 기능과 공공성이 있으므로, 헌법상 공공복리에 맞는 범위에서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이와 달리 위헌이라는 소수의견도 나왔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재산권 보장과 정당한 보상의 원칙, 계약 자유의 원칙 등을 감안할 때 토허제는 과도한 제한이란 것이죠. 경제 전문가 사이에선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라면 명확한 정책 목표와 타깃, 최소한의 사용 원칙, 임시로 시행하는 점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조치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시장 기능이 크게 왜곡돼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벌어진다는 것이죠.불안해진 세계…민간 통제 움직임우리나라와 경우는 다르지만, 지금 세계에선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정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정부는 관세 인상을 통한 보호무역주의 추진, 반도체·첨단산업에 대한 직접투자와 개입, 그리고 대규모 보조금 지급 정책을 펴고 있어요. 심지어 민간 기업의 지분을 취득해 사실상 국영기업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미국 정부가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된 것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민간 기업의 수익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 AMD 등 주요 반도체 회사들이 중국에서 얻는 수익 중 15%를 가져가고, 희토류 등 전략 물자와 관련된 기업에도 직접 투자한다고 합니다.중국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과 일본 정부도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와 독일 정부, EU 집행부는 에너지·방위산업 등에 대규모 지원을 하고, 안보와 국민 경제 보호 차원에서 시장을 직접 통제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어요. 일본도 반도체 및 소재 관련 첨단산업에 정부 예산을 직접 투입하고, 외국인투자 제한과 토지 소유 규제 확대 등 시장개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세계 각국 정부는 왜 민간 기업의 경영과 시장 자율에 깊숙이 개입할까요? 바로 국가안보와 제조업 공급망이 예전만큼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유주의 서방 진영은 미국이 경제적으로 맏형 역할을 하고, 어느 정도 무역장벽을 낮춰 함께 번영하는 세계를 지향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기 나라 국익을 가장 우선시하고 자유·인권·법치 등 공통의 가치를 가진 나라들과의 협력은 뒷전이 됐습니다. 자기 나라의 전략 산업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그런 가치가 의미가 없다는 얘기처럼 들립니다.물론 이런 정책 방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민간의 창의와 기업가 정신은 그 속에서 점점 쪼그라들 수밖에 없습니다. 바람직한 역사의 흐름이라 보기는 어렵겠죠? NIE 포인트 1. 토지거래허가제의 문제점을 “벼룩 잡으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에 비유할 수 있을까?2. 시장과 민간 기업을 통제 및 규제하면 경제가 활력 있게 움직일 수 있을까?3. 국익 우선, 각자도생의 세계적 흐름이 자유시장경제에도 해악이 될까? 규제 일변도 정책, 불행한 결과 몰고 와 시장실패 대응하려다 정부실패 부르죠이번에는 전통 경제이론으로 부동산 규제 정책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시장실패(market failure)’,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부동산 분야의 시장실패 때문에 정부의 규제와 개입이 동원되지만, 문제는 오히려 악화하고 비효율은 늘어나는 정부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정부실패의 메커니즘시장실패란 시장의 수요와 공급, 가격 형성 기능만으로 사회 전체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자원배분이 이뤄지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원인으로 외부효과, 공공재, 불완전경쟁, 정보 비대칭 등이 있습니다.외부효과(externality)는 어떤 사람의 생산이나 소비활동이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이 시장 거래나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을 뜻합니다. 시장에 반영되지 않는 외부의 효과라는 얘기죠. 과도한 투기 행위와 부동산 가격 급등이 무주택자와 젊은 세대의 주거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게 부동산 분야의 대표적 외부효과입니다. 이에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서지만, 그 외의 지역으로 집값 급등세가 옮겨붙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토허제로 인해 부동산 매물이 줄어 주택 실수요자는 집을 사기 힘들어집니다.주택 건설에 들어가는 원가와 관련한 주택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도 시장실패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부는 아파트 분양가가 가파르게 치솟아 문제라고 여기며 분양가상한제라는 규제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민간기업의 수익성을 쪼그라들게 하고, 주택공급 위축을 가져오는 점입니다. 그러면 수년이 지난 뒤 아파트 수요만큼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분양가가 다시 치솟는 정부실패가 생겨날 수 있죠. 주택 투기수요를 막는다며 은행 대출 등을 규제하면 집을 못 사는 사람들이 전세시장에 몰려 전세금이 급등할 위험도 충분합니다.이 모든 게 정부실패입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오히려 시장 기능을 왜곡시키고, 향후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며, 종국에는 주택공급 부족으로 다시 시장 과열을 몰고 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민이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기 어렵습니다.과격한 가격 통제의 결말정부의 직접적 시장 통제는 장기적·구조적으로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이는 ‘정책 무력성 명제(Policy Ineffectiveness Proposition)’로 설명됩니다. 즉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은 합리적 기대에 기초해 정부 정책에 대응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예상될 경우, 투자자나 실수요자를 가리지 않고 미리 집을 사고팔거나, 규제 지역 밖의 주택을 매매하게 됩니다. 적절한 주택공급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수년 뒤 다시 집값이 뛸 것으로 보고 주택수요를 줄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경제사에서도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의 부작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 예가 1971년 미국의 ‘임금·물가 동결’ 정책입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쟁과 복지 확대로 재정적자가 심했습니다. 또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이었어요. 이에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임금과 물가를 동결하는 강력한 가격통제 정책을 폈습니다. 초기엔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이런 통제를 조금 풀자 물가는 다시 급등했습니다. 임금동결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버티기 힘들었던 기업은 생산량을 줄여야 했고, 생필품 공급 부족 문제가 생겼습니다. 또 공장가동률을 떨어트리자 실업률은 높아졌습니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말았습니다.정부 당국자들은 이런 점을 경계하며 정책의 강도와 시장개입 범위를 고민해야 합니다.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과도한 통제와 개입은 불행한 결과를 낳기 마련입니다. NIE 포인트1. 외부효과에 따른 시장실패를 해결하는 경제적 방법을 공부해보자.2. 가격통제의 부작용을 볼 수 있는 사례를 더 찾아보자.3. 정책 무력성 명제의 의미를 좀 더 풍부하게 알아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시사이슈 찬반토론

주간 아파트값 통계조사, 폐지해야 하나

아파트값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 가운데 하나다. 2008년부터 주간 단위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지수를 발표해오고 있다. 올 들어 “집값에 다시 불이 붙었다”는 뉴스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주간 변동률을 보면 10억원 아파트 기준으로 수백만원의 가격 변화에 불과하다. 주간 시세가 실제 가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그럼에도 언론과 시장은 “집값이 반등한다”는 식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정부는 이 통계를 바탕으로 부동산 대책과 같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간 단위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쓰고 있다. 하지만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의 장점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주간 시세를 없애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찬성] 정확성 부족한데 시장심리만 자극…세계서 한국만 주간 단위 집값 발표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시세는 우선 정확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조차 평균 거래 주기가 11년을 넘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매주 지수를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조사원이 과거 거래나 인근 단지 가격을 토대로 시세를 추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부동산원 통계는 실거래 지수라기보다 ‘시세 지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시장심리를 왜곡하는 것도 문제다. 0.1%의 시세 변동은 실제로는 몇백만원 정도의 가격 변화에 불과하지만, 언론은 이를 ‘서울 아파트값 반등’ ‘매수세 확산’ 등으로 해석한다. 이 뉴스를 토대로 매도자는 호가를 올리고, 매수자는 지금이라도 추격 매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 심리에 빠진다. 결국 주간 통계 자체보다 해석이 시장을 움직이는 ‘꿈보다 해몽’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속도에 집착하면서 신뢰성을 희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주간 단위로 발표하다 보니 정부나 국민 모두 매주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 때문에 시세를 조작하는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원 통계가 실제 시장과 동떨어졌다는 논란이 불거진 게 대표적이다. 실거래가가 급등하는데도 통계에는 보합이나 미미한 상승으로 나타난 경우가 있었다. 결국 감사원은 2022년 “부동산원 통계 작성 과정에 문제 소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집값 통계를 불신하게 됐고, 이는 곧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국제적 기준과의 괴리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월간이나 분기 단위로 집값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주간 단위로 집값 시세를 내놓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뿐이라는 얘기다.  [반대] 부동산 시장 동향 빠르게 포착 가능…통계 연속성과 공공성 확보 위해 필요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지수는 빠른 시장 동향 파악과 정책 활용성 면에서 필요하다. 주택 거래량은 주식처럼 많지 않고, 실거래 신고도 계약 후 최대 30일 이내에 이뤄진다. 이 때문에 월간이나 분기 지표만으로는 시장의 단기적 흐름을 제때 읽기 어렵다. 불완전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주간 지수는 급등이나 급락의 조짐을 미리 알려주는 경보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부가 대출 규제나 보유세 개편, 신규 공급 방안 등을 내놓았을 때 시장의 반응이 어떤지를 조기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피드백을 빠르게 받아야 정책의 효율성을 판단하고 적절한 수정과 보완에 나설 수 있다.주간 통계는 민간 지수와 균형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현재 금융권과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민간 지표는 KB국민은행 시세다. KB시세는 전국 4000~5000개 협력 공인중개사 네트워크에서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다. 각 지역 중개업소에서 거래 사례와 호가를 수집해 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 지표는 신속성 등 장점이 있지만, 시세가 실제 거래 가격보다 매도자의 희망 가격에 치우칠 가능성도 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 지수는 정부가 직접 선정한 2만여 표본 아파트를 기반으로 한다. 전문 조사원이 현장에 투입돼 동향을 파악하고, 거래가 없으면 과거 실거래가와 주변 단지 시세를 참고해 평가액을 산출한다. 다소 보수적이고 즉시성은 떨어지지만, KB시세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표본 수와 조사 방법의 차이 때문에 KB시세는 시장 분위기를 빠르게 읽는 데, 부동산원 지수는 공신력 있는 정책 자료로 각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KB시세는 은행 담보대출 심사나 금융회사 자산평가 등 실무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고, 부동산원 지수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수립을 위한 통계로 사용된다. 이렇게 역할이 분담된 상황에서 부동산원 주간 통계를 없애면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변동성이 큰 민간 지표만으로 정책을 수립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 생각하기 - 집값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풍조 개선돼야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는 정책 당국이 시장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고, 민간 지수의 독점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기능이 있다. 그러나 정확성이 떨어지고 시장심리를 불필요하게 자극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제도를 개선한다면 이 같은 양쪽 의견을 잘 살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무엇보다 제도 개선에 앞서 집값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아파트도 재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경제성장과 함께 가격이 상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단지 아파트만 ‘투기 대상’으로 간주해 절대 가격이 올라서는 안 된다는 시각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 주식이나 금값이 오를 때는 가만히 있으면서, 아파트값만 오르면 곧바로 규제와 대책을 반복해 내놓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단기간의 집값 변동률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이고 일관된 공급 등 주택정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서욱진 논설위원

대입 전략

현 고2 전국학력평가 분석…사탐런 이미 진행 중

현재 고2가 치르는 2027학년 대입에서 사탐런은 올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의 경우 수능 접수자 기준 사탐 1과목 이상 접수 비중은 77.3%에 달한다. 현 고2는 이 수준을 넘어 80%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뿐 아니라 내년 대입에서도 사탐런이 입시 최대 변수로 부상할 것이란 얘기다. 현 고2 사탐런 추이를 분석해본다.현행 통합 수능 체제에서 사탐런은 2025학년도 수능부터 감지된다. 수능 사탐 1과목 이상 접수 비율은 2023학년도 53.3%, 2024학년도 52.2%로 5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하다 2025학년도 62.2%로 급등했다. 이어 2026학년도 수능에선 77.3%까지 폭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현 고2가 응시하는 2027학년도 수능에선 80%대 이상을 기록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과탐 접수자는 10%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된다.사탐으로 쏠리는 현상은 순수 문과생의 증가뿐 아니라 사탐런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사탐런이란 수학은 미적분, 기하 등에 응시하면서 탐구 과목만 과학에서 사회로 갈아타는 현상을 말한다. 수시 수능최저 충족에서 사탐·과탐에 대한 제한이 없는 대학이 많고, 과탐 가산점의 영향력이 미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2 사탐런 심화는 올해 내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금년 고2 전국연합학력평가 사탐·과탐 전체 응시 인원 중 사탐 응시 비율은 3월 51.2%, 6월 53.0%, 9월 56.7%로 꾸준하게 증가했다. 9월 기준 사탐 응시 비율은 2023년 49.6%, 2024년 52.0%, 2025년 56.7%로 매해 증가세다. 전년 대비 4.7%포인트가 상승했다.고2 3월 대비 9월 증가 폭은 더 커졌다. 고2 때 사탐 응시 비중은 후반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이긴 하다. 학교에선 고2부터 본격적으로 과학 선택과목을 배우는데, 고2 교육과정을 밟아가면서 어려운 과학 대신 사회를 선택하는 학생 비중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3월 대비 9월 증가 폭은 심상치 않다. 3월 대비 9월 증가 폭은 2023년 1.8%포인트, 2024년 3.2%포인트를 기록했다 2025년 5.5%포인트로 커졌다. 학생들이 예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과탐에서 사탐으로 갈아타고 있다는 것이다.사탐 9개 과목 중엔 생활과윤리 쏠림이 도드라진다. 생활과윤리 응시생 수는 9월 학력평가 기준 전년 8만5127명(23.6%)에서 금년 9만3611명(25.0%)으로 늘었다. 사회문화는 전년 7만1348명(19.8%)에서 금년 7만4657명(19.9%)으로 증가했다. 윤리와사상은 전년 5만518명(14.0%)에서 금년 5만4051명(14.4%)으로 3533명이 증가했다. 사탐 9개 과목 합산 인원은 전년 36만395명에서 금년 37만4223명으로 1만3828명이 늘었다.과탐 인원은 반대로 큰 폭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화학1은 전년 대비 1만4656명(20.2% 감소), 생명과학1은 1만4536명(12.6% 감소), 지구과학1은 1만1533명(13.3% 감소), 물리학1은 6248명(10.7% 감소)이 줄었다. 4개 과목 합산 전년 대비 4만6973명(14.1% 감소)이 줄었다.이처럼 고2에서 이미 사탐런은 진행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사탐런은 탐구 과목 간 유불리를 심화시킬 수 있다. 사탐런 심화로 과탐 응시생 수가 크게 줄면서 과탐에서 2등급 이내 상위 등급 인원은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과탐 응시생은 본인의 실력과 무관하게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더군다나 2027학년도 입시가 현행 통합 수능 마지막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험생 사이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2027학년도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자연계 학과에서 사탐을 광범위하게 인정해주고 있다는 점도 사탐런을 더 가속화하는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10개 대학 자연계 학과 대부분이 수시에서 사탐 과목을 수능 최저 과목으로 인정하고 있다. 연세대 학생부교과, 서울대 학생부종합(일부 학과 제외)만 과탐을 필수로 응시해야 하고, 나머지 대학은 수능최저가 없거나 사탐이 허용된다. 서울대 학생부종합도 간호, 의류, 식품영양 등 일부 학과는 사탐을 인정한다. 수시에선 사실상 사탐 응시에 따른 불이익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정시에선 대부분 사탐 응시를 허용하면서, 과탐에 3~6% 수준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차이를 두고 있다. 서강대와 한국외대는 정시에서 과탐 가산점도 없다. 과탐 가산점이 아쉽지만, 어려운 과탐보다는 쉬운 사탐에 응시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나올 법도 하다.혼란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고3 3월 학력평가를 지켜봐야겠지만,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반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혼란에 대비해 현 고2 학생들은 겨울방학 동안 본인이 응시할 탐구 과목 선택에 대한 현실적이고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커버스토리

식지 않는 '에브리싱 랠리'…뉴노멀? 또 다른 거품?

요즘 시사·경제 용어로 많이 등장하는 것 중에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식이나 암호화폐 같은 위험자산과 채권, 금(金), 달러 같은 안전자산은 경기 상황에 따라 가격이 반대로 오르내립니다. 경기가 좋으면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높은 수익을 쫓기 때문에 위험자산에 수요가 몰리고 가격이 오르죠. 반면 경기가 나쁘면 사람들이 위험을 꺼리게 되어 안전자산의 가격이 상승합니다. 이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간에 역(逆)의 상관관계(trade-off)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 세계 각국에서 그야말로 모든 자산의 가격이 함께 덩달아 오르고 있습니다.생글생글은 작년 3월 18일 자(제840호)에서 ‘에브리싱 랠리’를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새롭고도 기이한 현상이어서 ‘오래가진 않겠지’라고 생각한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게 벌써 1년 반 넘게 지속되고,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 증시 대표 지수인 S&P500은 올 들어 약 13% 상승했는데, 금값도 50% 넘게 뛰었어요. 두 자산이 같은 날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경우가 올해만 벌써 일곱 번째입니다. 근래 50년 가까이 없던 일이죠. 이에 생글생글은 세계경제 역사에 남을 기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살펴보고, 인공지능(AI) 산업의 초호황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4·5면에서 다뤄보겠습니다.주식·코인·원자재에 금까지 2년째 상승유동성 홍수, 화폐가치 하락이 기현상 불러위험·안전자산의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위험자산(risky asset)은 경기나 시장 상황에 따라 가치(가격)가 크게 오르거나 내리는 자산을 말합니다. 주식, 암호화폐, 부동산, 산업용 원자재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순 있지만, 동시에 가격이 급락해 손실을 끼칠 가능성도 큽니다. 이에 반해 안전자산(riskless asset)은 가치의 움직임이 안정적인 게 특징입니다. 경기가 불확실하거나 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어느 정도 가치가 유지됩니다. 현금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유동성도 뛰어납니다. 금, 미국 달러와 국채, 예금 등이 대표적입니다.‘포트폴리오 이론’ 쓸모 없어졌나?이들 자산은 경기에 따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 경기가 좋을 때는 사람들이 고수익을 쫓기 때문에 위험자산의 가격이 오르고 안전자산 가격은 떨어집니다. 반대의 경우, 즉 경기 침체나 하락기에는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이 상승하고 위험자산은 하락합니다. 경제정책에도 다르게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경기를 살리려고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증시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한 주식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는 오르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듭니다. 그래서 주식 가격과 금·채권 등의 가격은 서로 어긋나는 게 정상입니다.자산을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으로 나누는 것은 이런 성질을 이용해 안정적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전략의 필요성 때문입니다. 즉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을 투자 바구니에 나눠 담으면 그만큼 투자 손실의 위험을 줄이고 일정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마코위츠의 포트폴리오 이론’이라고 부릅니다.그런데 작년부터 이상한 흐름이 나타났어요. 주식,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과 금 등의 안전자산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기 시작한 겁니다. 앞서 주가와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비트코인도 2024년 연초부터 지금까지 대략 145% 올라 개당 10만8000달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금은 1979년처럼, 주식은 1999년처럼 동시에 파티를 벌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여기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재점화하면서 원자잿값도 덩달아 뛰고 있어요.정치가 경제를 압도한 것도 원인전통 경제이론도 주가와 금값의 동반 상승이라는 기현상에 대해 설명을 내놓습니다. 예를 들어,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이 예상되자 ‘화폐(달러)만 아니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겁니다. ‘탈(脫)화폐 거래(debasement trade)’라는 말이 그래서 등장했어요. 또 미국이 일으킨 관세전쟁과 보호무역주의가 각국이 알아서 생존해야 하는 시대를 열며 언제 경제위기가 터질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번졌습니다. 이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게 된 겁니다.기본적으로는 세계 전체에 돈이 넘치는 ‘유동성 홍수’와 인공지능(AI)발 대규모 투자가 자산시장 활황세를 불렀습니다.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Fed)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폈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액의 유동성은 여전히 세계경제 시스템 주변을 맴돌고 있으며, 주식과 금을 포함한 많은 자산을 사들이고 있죠. Fed가 경기 하강 위험을 막기 위해 올 들어 기준금리를 인하 기조로 바꾼 것도 에브리싱 랠리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폈습니다. 저금리가 온갖 자산 가격을 올려놓는 원인 제공자가 된 겁니다. 이런 금융완화 정책으로 인해 세계 각국 은행들의 대출 총합은 34조7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습니다.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약세를 유도한 결과입니다. 한마디로 ‘정치가 경제를 이끌고 압도하는 현실’이 에브리싱 랠리를 부추겼다는 겁니다.NIE 포인트1. 마코위츠의 포트폴리오 이론에 대해 공부해보자.2. 탈화폐 거래의 개념을 좀 더 알아보자.3. 에브리싱 랠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부추긴 효과도 있을까?'모든 거품 결국 꺼진다' 변치 않는 진리AI 시대, 닷컴 버블의 전철 밟을 우려도여러분, 설명을 잘 따라오고 있지요? 막대한 돈의 힘 외에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낙관론도 에브리싱 랠리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산업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에 빅테크들이 AI와 관련한 투자지출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는 겁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 네 곳은 작년 2240억 달러(전년 대비 51% 증가), 올해는 2800억 달러(약 400조 원)어치를 AI 투자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신생기업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를 ‘벤처캐피털’이라고 하는데요, 미국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수익성이 확인되지 않은 AI 관련 스타트업 10곳에 올 들어서만 1610억 달러(약 230조원)를 투입했습니다.‘위험=고성장’ 인식하는 AI 시대투자자들은 AI 혁신으로 인해 미래의 ‘투자위험’을 덜 느낀다고 합니다. 고(高)위험 자산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 때문에 경기가 둔화하는 국면에서도 온갖 자산에 매수세가 몰리고 가격이 함께 상승하고 있습니다.이쯤 되면 어딘가 과도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AI 투자와 관련한 거품(버블) 발생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옵니다. 예를 들어, AI 가속기를 만드는 엔비디아는 핵심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공급 부족을 배경으로 높은 공급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고, 수익성도 상당했습니다.하지만 이런 공급망 애로가 풀리고 GPU 가격이 내려간다면 엔비디아의 수익성 또한 떨어질 겁니다.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등은 AI 랠리가 1990년대 초 닷컴 버블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물론 모든 전문가가 그렇게 보는 건 아닙니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아직 AI 랠리를 버블로 볼 단계는 아니며, AI 시장 내 경쟁이 심화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는 AI 투자 열기가 과도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AI 기술 자체의 중요성은 여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에브리싱 랠리는 ‘뉴노멀’일까여기서 1990년대 닷컴 버블 때와 지금의 AI 랠리가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공통점은 두 시기 모두 혁신 기술에 대한 과한 기대와 투자 유입으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실제 수익성보다 높게 평가됐다는 사실입니다. 조금 비꼬아서 ‘기술 낭만주의’가 횡행했다는 표현도 있습니다. 반면 이런 기업들의 수익모델과 장기적 성장 경로는 예나 지금이나 불투명합니다.차이점도 있습니다. 닷컴 버블 때는 인터넷 기술의 초기 단계인 데 반해, 지금의 AI 기술은 이미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중입니다. 또 과거 닷컴 기업들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현재 AI 기업 중 일부는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닷컴 기업들은 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산업 중심으로 성장했으나, 지금의 AI 기술은 제조업·금융업·서비스업 등 광범위한 산업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AI 산업이 닷컴 버블 때보다 훨씬 더 정교한 기술 기반 위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투자 과열과 일부 기업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고 지적합니다.원점으로 돌아가 ‘에브리싱 랠리는 버블경제의 전조인가’를 물어봐야 합니다. 분명히 전통 경제이론에는 맞지 않는 과열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열린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습니다. ‘뉴노멀(New Normal)’이란 말을 들어보셨죠?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겨난 세계경제의 새로운 현상을 뜻합니다. 저성장, 저금리, 고소비, 높은 실업률, 규제 강화, 미국 경제 역할의 축소 등이 ‘새로운 표준’이 됐다는 겁니다. 에브리싱 랠리가 과거 버블의 전철을 밟지 않고, 2020년대의 ‘뉴노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귀추가 주목됩니다.NIE 포인트1. AI 투자가 과연 버블인지에 대해 토론해보자.2. 닷컴 버블이 일던 1990년대 초반의 세계경제를 살펴보자.3. ‘뉴노멀’이란 용어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알아보자.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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