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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크림전쟁 패배한 러, 농노해방 선포했지만…
19세기 중반 제정러시아의 발목을 잡고 있던 것은 농노제였다. 황제도, 귀족도, 심지어 당사자인 농노도 그게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폐지하는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던 것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농노제를 폐기할 경우 러시아 전제군주제의 토대인 귀족계급이 몰락한다. 그러면 뒤이어 거대한 사회변혁이 따라올 것인데 러시아 구(舊)지배계급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미증유의 사태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정치체제를 놓고 가장 방황을 많이 한 것은 황제인 차르다. 대세는 전제군주정에서 입헌군주정으로의 이행이다. 따르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황제는 상충하는 욕구를 털어버리지 못했다. 차르가 생각하는 헌법은 ‘군주의 행동에 제약이 없는’ 이상한 헌법이었다. 바꿀 생각은 있으나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상한 심리 상태에서 알렉산드르 1세, 니콜라이 1세, 알렉산드르 3세가 정책 실행에 따른 중압감과 과다한 스트레스로 사망한다(중간의 알렉산드르 2세는 피살).인구 6700만 명 중 4000만 명이 농노농노(農奴)는 고대 로마제국에서 본격적으로 유래해 유럽 중세 봉건제까지 이어진 농업 생산양식에서 생산을 담당하던 하층민을 총칭한다. 땅에 예속되어 그 땅의 소유주인 영주에게 종속되었지만 사유재산이 인정되었으며, 다만 각종 권리의 제한으로 자유민과는 구별된다. 사유재산권 유무로 노예와 구분하기도 하지만 시대별·지역별로 경우가 다 달라(가령 사유재산을 가진 노예도 있었다) 실재하는 계급이라기보다 학술을 위한 추상적 개념이나 전근대적 농업사회의 주류 생산양식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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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 매일 달라져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영국 지질조사국(BGS)이 지난해 말 세계 자기장 모델(World Magnetic Model, 이하 WMM) 최신판을 공개했다. WMM은 지구가 방출하는 자기장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나타내는 ‘자기장 지도’다. 두 기관은 1985년 WMM 첫 공식 버전을 공개한 후 대략 5년마다 최신 데이터를 반영해 업데이트하고 있다. WMM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될까.지구가 방출하는 자기장은 중심부에 있는 외핵에서 발생한다. 지구의 내부구조를 살펴보면 지표면인 지각, 핵을 감싸는 고체층인 맨틀, 그리고 주로 철과 니켈로 이뤄진 외핵과 내핵으로 구분된다. 내핵은 고체지만, 외핵은 액체다. 지구가 자전하면 액체 상태의 금속이 대류하고 회전하면서 그 안의 전자도 함께 움직인다.전자의 흐름은 곧 전류이고, 전류가 흐르면 주변에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외핵에서 발생한 자기장은 지구의 남극에서 나와 북극으로 향한다. 자석 주위에 생기는 자기장이 N극에서 S극으로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지구는 남극이 N극, 북극이 S극인 거대한 자석인 셈이다. 자석의 특징 중 하나는 서로 다른 극끼리 잡아당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석으로 만들어진 나침반 바늘의 N극은 S극인 북극을 가리킨다.그런데 나침반 바늘이 가리키는 ‘자기장의 북극(자북극)’과 지구의 자전축과 북반구의 지표면이 만나는 곳(위도 90도)인 ‘지리적 북극’은 일치하지 않는다. 지리적 북극은 고정된 지점이지만, 자북극은 외핵의 움직임이 일정하지 않은 탓에 조금씩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나침반이 가리키던 북쪽이 오늘 가리키는 북쪽과 다르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기장의 변화를 추적해 지리적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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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트럼프의 '돈로주의'…국제분쟁 도화선 될까
미국 현지 시간으로 오늘(20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집권당이 바뀌는 데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세계 정치와 경제가 요동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트럼프는 미국에 수출하는 전 세계 국가를 향해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내 저임금 근로자를 지키기 위해 불법 이민 유입을 차단하는 등 이전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정책을 펼칠 예정입니다.그런데 세계 각국을 긴장하게 만드는 요인이 하나 더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의 운영권을 다시 사들이고,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카리브해에 인접한 미국 남부와 멕시코 연안을 ‘멕시코만’이라고 부르는데요, 이것도 예컨대 ‘아메리카만’으로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각국 언론은 19세기 유럽의 미주대륙 간섭 금지를 선언한 ‘먼로 독트린(The Monroe Doctrine, 먼로주의)’이 부활하는 듯하다고 보도합니다. ‘돈로(도널드+먼로) 독트린’을 천명했다고 전하기도 했어요.먼로주의는 세계사를 뒤바꿔놓은 사건이고, 돈로 독트린은 우리나라 안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입니다. 먼로주의란 무엇이고, 어떤 역사 속에서 나타났으며, 초강대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기 어려운 이유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슈퍼파워의 출발 '먼로 독트린' 일방·팽창주의라는 비판 많아요먼로 독트린(이하 먼로주의)은 미국 5대 대통령을 지낸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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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기타
양력과 음력의 유래
주니어 생글생글 제145호 커버 스토리의 주제는 양력과 음력입니다. 설날을 앞두고 양력과 음력의 유래와 개념을 알아봤습니다. 고대부터 인류가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따져 농사를 짓고 종교적 의식을 치르는데 달력을 활용했다는 점도 살펴봤습니다.꿈을 이룬 사람들에선 누구나 집에서 그림을 배울 수 있도록 11년 동안 TV 프로그램을 진행한 미국의 화가 밥 로스의 생애를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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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두 달 지구궤도에 머문 '미니 달', 정체는 달의 파편?
지구의 동반자, 달은 약 40억 년 동안 지구와 함께했다. 한편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불과 두 달 동안 지구의 위성궤도에 머문 '미니 달'이 발견됐다. 이 천체를 발견한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연구팀은 "진짜 위성이 매장 안에서 물건을 사는 고객과 같다면, 지구를 잠시 찾아왔던 미니 달은 창밖에서 잠시 매장을 보고 간 쇼핑객과 같다"고 비유했다.미니 달의 정식 이름은 소행성 2024 PT5로, 길이는 10m밖에 되지 않는다. 보통 지구에 접근한 소행성은 두 가지 행보를 보인다. 지구를 비껴가 다시 우주 멀리 떠나는 소행성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지구 하늘에 밝은 줄무늬를 남기며 타버리거나 드물게 지상에 충돌한다. 그러나 2024 PT5는 지구를 비껴가지도, 지구에 충돌하지도 않고 지구의 중력에 잡혔다. 천문학자들이 2024 PT5처럼 지구의 중력에 잡힌 미니 달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매우 드문 케이스다. 크기가 작고 이동속도가 빨라 식별하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때로는 미니 달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인공 물체로 밝혀지는 경우도 많다. 연구를 이끈 라울 데 라 푸엔테 마르코스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연구원은 “지구와 비슷한 궤도를 가진 물체를 발견하고 처음엔 당연히 우주선의 잔해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관측 결과 2024 PT5는 자연 물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2024 PT5는 8월 7일에 처음 발견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소행성 충돌 방지 시스템 아틀라스(ATLAS)에 속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천문대에서 확인됐다. 이후 2024 PT5는 지구의 중력의 영향권에 들어오면서 말굽 모양의 경로를 따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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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법정 최고금리 내리면…서민 대출 더 힘들어지는 '역설'
사상 초유의 정치적 혼란 속에 지난해 말 국회에서 ‘민생 법안’ 하나가 통과됐다. 이자율이 법정 최고금리(연 20%)의 3배 이상이면 대출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이다. 종전에는 연 20%가 넘는 금리로 대출했을 때 이 상한선을 초과하는 이자만 무효로 봤다. 이제는 금리가 연 60% 이상일 경우 원금과 이자 전액이 무효가 된다. 법정 최고금리를 더 엄격하게 적용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법 개정 취지다. 그러나 법정 최고금리 규제는 의도한 바와 다른 결과를 낳을 위험도 안고 있다. 대부업자가 돈을 버는 방법간단한 사고 실험을 해보자. 한 대부업자가 있다. 이 사람이 10명에게 100만원씩 빌려준다. 대출금리는 연 30%, 대부업자의 조달금리는 연 10%이고, 돈을 빌린 10명 중 1명은 갚지 않고 떼어먹는다고 가정하자. 이때 대부업자의 이자수익은 270만원(30만원×9명)이다. 여기서 조달 비용 100만원(10만원×10명)과 떼어먹힌 돈 100만원을 뺀 70만원이 대부업자의 순이익이다.어느 날 정부가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을 보호하겠다며 대출금리를 연 20%로 제한했다. 이제 대부업자의 이자 수익은 180만원(20만원×9명)이다. 조달 비용 100만원, 떼어먹힌 돈 100만원을 빼면 대부업자는 20만원을 손해 본다. 금리가 낮아진 덕분에 고객이 못 갚는 돈이 50만원으로 줄어든다고 해도 대부업자의 순이익은 전보다 감소한다. 대부업자는 꾀를 낸다. 돈을 못 갚을 것 같은 사람은 빼고 7명에게만 대출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이자수익은 140만원(20만원×7명)으로 낮아지지만, 조달 비용도 70만원(10만원×7명)으로 줄어 대부업자는 전과 같은 70만원의 순이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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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시사경제
한국인 보유 美주식, 1000억달러 넘었대요
한국인이 보유한 미국 주식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어치를 넘어섰다. 주요 국가 증시 중 수익률 최하위권을 기록한 한국 시장에 등을 돌리고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주식 투자에 열중하는 ‘서학개미’가 늘어난 영향이다. 연초 K증시 수익률 전세계 1위인데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와 수출 둔화세로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점도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게 하는 데 한몫했다. ‘국장’ 떠받치던 동학개미, ‘미장’ 대이동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달 말 기준 1121억181만 달러로, 연초(673억6096만 달러)에 비해 70% 이상 늘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미국 주식 보관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됐다. 거래량(매수·매도 건수의 합)이 전년 대비 20%, 거래대금(매수·매도 금액의 합)은 80% 안팎 급증한 점도 눈길을 끈다.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를 일컫는 서학개미라는 신조어는 2020~2021년께 탄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한 이후 저점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를 필두로 ‘동학개미 운동’이 일어났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주식은 우리가 사 모으자”며 결집한 개인들의 분위기를 동학운동에 빗댄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을 서학개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당시와 현재의 차이는 국내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고 미국 주식에만 투자하는 개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2020~2021년 ‘1차 머니무브’ 때는 글로벌 유동성을 바탕으로 미국과 국내 거래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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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열네 살이 만난 힘겨운 현실…"사랑·관심에 기대라"
지난해 연말 모 출판사 시상식 뒤풀이 장소에서 백은별 작가와 인사를 나눴는데, 중학생이 장편소설 〈시한부〉를 출간했다고 해서 매우 놀랐다. 바로 구입해 작가 프로필을 읽다가 “꽤 많은 학생이 본인들의 살날을 스스로 정하는, 자발적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어요”라는 문구에 가슴이 쿵 떨어졌다.책을 읽는 동안 14세 어린 친구들의 힘겨운 삶이 내내 마음을 때렸다. 노련한 솜씨로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는 가운데 또래만 알 수 있는 디테일이 가득해 충격과 먹먹함 속에서 독서를 이어갔다. 지난해 1월에 발행한 〈시한부〉는 12월에 33쇄를 돌파했다. 현재 교보문고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하고 있다.8년간 등하교를 같이한 가장 친한 친구와 아프게 이별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수아는 그날부터 자책에 시달리며 의욕을 잃어간다. 윤서의 고통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과 마음을 알 수 없는 친구들, 친구들과의 비교, 공감하지 못하는 엄마까지 모든 상황이 수아를 점점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초등학교 때 나쁜 소문에 휘말려 얻은 상처 위로 많은 것이 덧씌워지면서 우울의 늪에 깊이 빠지게 된 것이다.3학년이 되어서도 우울을 벗어나지 못한 수아에게 잘생긴 전학생 성민이 다가온다. 아역배우로 활동할 때 많은 상처를 받은 성민은 수아의 아픈 마음을 알게 되자 그녀가 의지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다. 두 사람의 우정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절망과 맞닥뜨리면 선택지가 없다소설에서 수아는 14세가 바라보는 불안하고 불공평하고 불편한 세상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한다. 수아를 통해 알게 된, 그 나이대 친구들이 ‘절망과 맞닥뜨리면 다양한 선택지를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