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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타

    시장 자유냐 정부 개입이냐…끝없는 경제 논쟁

    취임 한 달이 지난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재정을 통한 성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민간 소비와 투자가 활발하지 않을 때는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를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할지, 아니면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지는 수백 년간 지속된 경제학계의 논쟁거리다. 시장이냐, 정부냐. 어떤 정책이 좋은 경제정책일까. 생성과 소멸, 진화를 거듭해 온 경제학파의 역사에서 답을 구해 보자.노동가치설에서 한계혁명까지경제학자들은 18세기를 근대 경제학의 출발점으로 본다. 그중에서도 1776년은 주목할 만한 해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이 해에 <국부론>을 내놨다. 제임스 와트가 최초의 상업용 증기기관을 공장에 설치한 해도 1776년이다. 대량 생산 시대를 목도하면서 스미스는 경제주체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경제를 맡겨 놓을 때 국가가 부유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미스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18~19세기 경제학 이론을 고전학파라고 한다.고전학파의 주요 이론 중 하나는 상품 가격은 투입된 노동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노동가치설이다. 그런데 노동가치설을 정면으로 뒤집은 사람들이 1870년대에 등장했다. 이들은 노동량이 아니라 소비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가치인 효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특히 상품 한 단위를 더 소비할 때 추가로 얻게 되는 효용, 즉 한계효용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런 전환을 ‘한계혁명’이라고 한다. 한계효용을 중심으로 이론을 전개한 학자들이 신고전학파다. 수요·공급 곡선, 한계효용 체감 법칙, 소비자잉여 등 현대 경제학의 근간이 되는 주요 개념이 이때 탄생했다.세 이긴 케

  • 시사 이슈 찬반토론

    창고형 약국, 규제해야 하나

    경기도 성남시에서 문을 연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11일 문을 연 이곳은 약 460㎡(140평) 규모로 대형마트와 흡사하다. 매대엔 진통제와 감기약, 건강기능식품 2500여 종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소비자들은 카트를 밀고 다니며 의약품을 구매한다. 시중 약국보다 가격이 20~30%가량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복약지도도 받을 수 있다. 계산대 옆에 약사들이 대기하면서 소비자들의 문의에 답해준다. 가성비가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매장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가팩토리 같은 창고형 약국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의견은 둘로 갈린다. ‘약국 유통 구조의 혁신’이라는 주장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업주의’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찬성] 약은 상품 아닌 공공재…국민 안전과는 타협 안돼약은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공공재로 일반적인 상품과는 구분해야 한다. 소비자가 직접 의약품을 고르다 보면 증상에 맞지 않는 약을 사거나, 필요 이상으로 약을 쌓아두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약물 오남용, 충동구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한약사회가 지난달 23일 입장문을 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단체는 “‘창고형’이라는 공산품 판매 방식을 약국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직업윤리와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무분별한 할인판매는 의약품 유통 질서를 위협하며 오남용을 부추기고 신뢰를 저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메가팩토리 약국엔 약사들이 상주하고 있지만 이들의 도움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 계산하는 데만 20~30분이 걸리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민족의 아픈 역사 견디게 한 힘은 사랑과 믿음

    600페이지에 이르는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으면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게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과 우리 땅의 아픈 역사가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기 때문이다. 김주혜 작가는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나 아홉 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 프린스턴대학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영어가 더 익숙한 작가는 <작은 땅의 야수들>을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발표했다.6년에 걸쳐 집필한 대작을 2021년에 펴냈고, 세 군데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오른 끝에 2024년 톨스토이 재단이 주관하는 러시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야스나야 폴랴나상(톨스토이 문학상)을 받았다. 전 세계 14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TV 시리즈로 제작 중이다.<작은 땅의 야수들>은 1917년이 배경인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1부는 3·1운동이 일어난 1918~1919년, 2부는 일제강점기에도 문화가 꽃피는 경성을 그린 1925~1937년, 3부는 태평양전쟁과 광복·정부수립 시기인 1941~1948년, 4부는 국가의 기강을 잡아나간 1964년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프롤로그부터 마지막까지 각종 복선과 효과적인 소품, 필연적 관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긴 이야기지만, 의미 있는 장치들이 무게를 더하며 확산되어가는 과정이 묘미를 안기는 작품이다.소설 속에는 일본인과 친일파, 공산주의자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들은 정보가 없어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있다. 예를 들어 3·1운동을 준비하는 명보에게 친구 성수는 “진정한 권력이 없는 독립선언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일본인들이 행하는 압제를 더욱 강화할 뿐이야. 수천 명이 체포되어 연행될 거고, 더 심한 일도 벌어지

  • 숫자로 읽는 세상

    쌀값 4년 만에 6만원…이 와중에 양곡법 재추진

    쌀값이 1년 새 10% 넘게 올라 4년 만에 20kg당 6만원대에 육박했다. 이상기후로 지난해 쌀 생산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양곡관리법 개정 논란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지역농협에 ‘가격 지침’을 내리고 과도한 시장 격리에 나서는 등 가격을 통제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지난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쌀 20kg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4일 기준 5만9159원으로 1년 전 5만3572원에 비해 10.4% 올랐다. 평년(5만2003원)과 비교하면 13.8% 뛰었다. 쌀값은 전통시장에선 20kg에 5만7256원이지만, 유통업체 기준으로는 6만82원으로 6만원 선을 돌파했다. 전국 평균으로 쌀값이 6만원을 넘어선 것은 2021년 9월 1일(6만1670원)이 마지막이다.지난해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쌀 가격이 너무 낮아 농가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법을 밀어붙였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께 각 지역농협에 “농가에서 쌀을 비싸게 사들이고, 쌀을 싸게 팔지 말라”는 취지의 공문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또 농심(農心)을 달래기 위해 지난해 쌀 초과 생산량(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 5만6000톤보다 네 배 가까이 많은 20만 톤을 사들였다.하지만 정부의 쌀 시장 격리는 ‘과속’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쌀 생산량을 365만7000톤으로 내다봤다. 쌀 초과 생산량(쌀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이 12만8000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15일 20만 톤 규모의 쌀 시장 격리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통계청이 한 달 뒤 발표한 실제 생산량은 예측치를 밑돌았고, 초과 격리 물량은 초과 생산량(5

  • 경제 기타

    넓은 의미의 유동성은 국가부채도 포함해요

    요즘 뉴스를 보면 유동성이란 말이 자주 나옵니다. 유동성은 시중에 돈이 얼마나 잘 돌아다니는지를 설명해주는 지표인데요,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을 어떻게 측정한다는 걸까요. 수능에서도 유동성 관련 지문이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시중에 돌고 있는 돈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내 지갑에 든 돈도 유동성에 포함되죠. 내가 3년짜리 정기예금을 들면 그것 또한 유동성에 들어갑니다. 다만 시중에 풀려 있는 건 같더라도 묶인 돈과 바로 쓸 수 있는 돈은 유동성의 정도가 다르겠지요. 유동성이 높은 현금은 빠르게 돌고, 유동성이 낮은 정기예금은 천천히 도는 돈입니다.이렇게 성질이 다른 유동성을 측정하기 위해 국제 경제에서는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요. M1, M2, Lf, L 같은 지표가 대표적입니다. 하나씩 볼까요. M1은 가장 좁은 의미의 범위를 포함하는 유동성 지표입니다. 지폐, 동전, 당장 꺼내쓸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이죠. 개인으로 보자면 당장 내가 꺼내 쓸 수 있는 돈을 말해요. 예를 들어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M1은 전월 대비 0.6% 줄었어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들고 있는 현금이 줄어들었단 얘기가 되죠.M2는 무엇일까요. M1보다 좀 더 넓은 범위를 다루는 지표입니다. 정기예금이나 수익증권 등 시간이 지나면 쓸 수 있는 자산을 포함해요. M1보다 당연히 넓죠. 한국의 M2는 현재 4200조원을 넘어섰어요. 5년 전보다 40% 이상 늘어난 수준이죠. 그만큼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있다는 뜻입니다.Lf는 금융기관 유동성이라 부르는데, 여기엔 보험·연금·펀드까지 다 포함해요. 더 넓은 개념이죠. 사람들이 투자한 돈도 여기에 모두 포함되는 겁니다. 각 개인이 당장 돈으

  • 시사·교양 기타

    애그플레이션이 뭐길래?

    주니어 생글생글 제169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입니다. 영어로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물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말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여러 가지 이유를 살펴보고 다른 물가까지 끌어올리는 현상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교양 기타

    퓰리처상 수상 시인이 발견한 행복 [고두현의 아침 시편]

    행복                               칼 샌드버그인생의 의미를 가르치는 교수들에게행복이 무엇인지 물었네.수천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유명한 회사 사장들에게도 물었네.모두들 고개를 저으며 마치 내가농담이라도 하는 듯 웃음을 지었네.그러던 어느 일요일 오후데스플레인즈 강을 따라 산책 나갔네.그리고 보았네, 한 무리의 헝가리 사람들이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나무 밑에서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을.미국 시인 칼 샌드버그(1878~1967)의 시입니다. 스페인 이민자의 아들인 그는 어릴 때부터 무척 가난하게 자랐습니다. 대장장이인 아버지의 수입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지요. 그는 11세부터 이발소 급사로 일했고, 우유배달과 벽돌공, 농장 일꾼 등 온갖 밑바닥 일을 다 했습니다.스무 살 때 미국-스페인 전쟁이 터지자 자원해서 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 고학으로 대학을 마쳤습니다. 이후 신문 기자가 되어 취재 현장을 누비면서 시를 썼습니다. 문예지에 작품을 활발하게 발표하면서 ‘시카고 르네상스’를 이끌었으며 시집과 링컨 전기로 퓰리처상을 연거푸 받았습니다.이 시는 38세 때 펴낸 첫 시집 <시카고 시편>에 실린 것으로, 행복의 의미를 한가로운 가족의 모습과 함께 묘사한 것입니다. 지식과 명예를 상징하는 교수, 부와 성공을 상징하는 사장이 아니라 휴일 오후 가족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헝가리 이민자들로부터 행복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내용이지요. 이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에서 일상의 즐거움을 한껏 누릴 줄 압니다. 행복은 감사의

  • 역사 기타

    십자군전쟁, 세계경제의 흐름 바꾸다

    “신께서 원하신다(Deus Le Volt).” 1095년 11월 27일. 프랑스 클레르몽에서 교황 우르반 2세의 연설을 듣던 군중은 어느 순간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신의 영광’을 지상에서 구현하기 위한 열정이 운집해 있는 군중을 휘감았다.군중을 자극한 우르반 2세의 연설은 튀르크인들의 침입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동방 기독교도를 도와야 하며, 더는 이교도가 동방의 기독교 영지를 침입해 성지와 교회를 휩쓸고 다니는 상황을 내버려둘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교황의 열변을 들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전체 기독교 세계가 동방을 구원하기 위해 진군해야 한다고 느꼈다.자연스럽게 ‘신이 이끄는’ 전쟁이 시작됐다. 이제 이교도와 싸우다가 죽는 것은 구원받는 길이 돼버렸다. 현생의 삶은 비참하면서도 사악한 것이었고, 가난과 불운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저세상에선 즐겁고 풍요로우며, 진정 신의 곁으로 가는 길이 열려 있었다. 이처럼 십자군전쟁은 종교적·정신적·감성적인 요인으로 촉발됐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을 따져보면 그 배경엔 경제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는 법. 중세 유럽인들이 그처럼 대외적인 공격과 팽창의 목소리에 쉽게 감응하고 공격적 움직임이 오래 지속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당시 유럽은 인구가 빠르게 늘기 시작하던 때였다. 온난한 기후와 삼포제 등 농업기술의 개선 덕에 농업생산량이 늘어난 영향이었다. 자연스레 11세기 말부터 13세기 말까지 일어난 십자군전쟁의 전 기간은 유럽 인구가 증가하던 때와 겹쳤다. 인구 관련 사료가 상세하게 남아 있는 잉글랜드의 경우, 12세기 하반기 0.2%이던 연평균 인구증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