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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하루가 급해, 1만개 만들어줘" 반도체 칩 '긴급 주문' 쏟아진다
챗GPT 열풍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인공지능(AI)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에 긴급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전반적인 파운드리 불황 기류에도 AI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공정의 매출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 삼성전자 등 업계 상위권 업체는 고성능 칩 생산능력 확대,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설비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TSMC 1월 실적 시장 예상 웃돌아외신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의 지난 1월 매출은 2001억대만달러(약 8조4042억원)다. 전월 대비 4%, 전년 동월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실적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 시장의 전망과 다른 결과다.GPU, CPU(중앙처리장치) 같은 고성능 컴퓨팅용 칩의 위탁생산 요청이 꾸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 엔비디아가 지난해 하반기 신형 GPU인 ‘H100’ 1만 개 이상을 생산해달라고 TSMC에 주문한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물량은 모두 챗GPT 개발·운영사인 오픈AI에 납품된 것으로 알려졌다.올 들어 챗GPT 열풍이 세계로 확산하면서 최근 TSMC에 GPU에 대한 ‘긴급 주문’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 같은 업체들이 서비스 강화를 위해 GPU 추가 납품을 요청한 영향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AMD 등 고객사들이 머신러닝 연산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GPU 등의 주문량을 늘리면서 TSMC의 1월 실적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도 AI 반도체 전문 기업들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 ‘아톰’을 선보인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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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경험 많은 작가의 속 깊은 내면 드러나는 에세이
알랭 드 보통은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나고 영국에서 자란 소설가, 수필가, 철학자다. 23세에 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첫 소설이 30개국에서 출간돼 초강력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우리나라에서도 70만 부 기념 리커버가 출간될 정도로 사랑받았다. 이후 <우리는 사랑일까> <너를 사랑한다는 건>까지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을 완성해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켰다.알랭 드 보통은 소설가로도 유명하지만 문학과 철학, 역사, 종교, 예술을 아우르며 일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에세이 작가로도 사랑받고 있다. <불안> <일의 기쁨과 슬픔>을 비롯한 여러 에세이집을 냈다. 워낙 많은 작품을 펴내 주요 에세이집을 소개할 때 <동물원에 가기>는 미처 리스트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2006년 발표한 <동물원에 가기>는 산문가로서 그의 자리를 확인해주는 책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영국의 유명 출판사 펭귄북스가 70주년을 기념해 70권으로 이뤄진 문고판 총서 ‘펭귄 70’을 출간할 때 마지막으로 포함시킨 작품이다. 당시 37세였던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이 카뮈, 카프카, 체호프, 피츠제럴드, 플로베르 같은 대가들의 작품과 함께 오른 것이다.여러 문학작품 가운데 에세이가 특별히 독자들의 마음에 와닿는 것은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에세이는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로,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이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경험 많은 작가의 속 깊은 내면을 독서를 통해 공유한다는 점이 큰 수확이라 할 만하다. 나와 똑같은 공간에서 작가는 어떤 점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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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 찬반토론
'자유·시장' 외친 尹정부까지 15년째 등록금 개입, 타당한가
2009년 이래 동결돼온 대학 등록금이 한계점에 달했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또 동결을 공개적으로 가로막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재정난이 심각해지는 대학들은 더는 견디기 어렵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화장실조차 고칠 형편이 안 된다는 부산 어느 대학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봇물처럼 터졌다.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을 막는 큰 이유는 치솟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이미 각종 생활물가가 고공행진이고 공공요금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등록금까지 오르면 ‘민심’이 나빠지면서 2024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 보인다. 온갖 명목의 지원금과 함께 국가장학금 배분권이 교육부에 있어 대학은 따르지 않기 어렵다. 재정위기 대학에 대한 등록금 간섭, 용인할 수 있나.[찬성] 고물가 와중에 서민영향 감안해야…한국 대학들 학비 올릴 수준은 되나대학 진학률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이 서민에게 미칠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 더구나 정부는 치솟는 물가에 맞서 전쟁 치르듯 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값은 장기간 고공 행진하는 데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억지로 가격 인상을 억눌러 한계 상황에 달한 전기료와 대중교통 요금을 비롯해 공공요금도 줄줄이 오르게 돼 있다. 이런 판에 대학 등록금도 오르면 중산층 이하의 가계에는 큰 부담이 된다.대학을 졸업한다고 취업이 수월한 것도 아니다. 4년 만에 졸업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데, 등록금이 올라가면 학비를 스스로 벌어야 하는 학생과 그런 가정은 사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졸업도 여의치 않고 졸업해도 취업도 쉽지 않은 데다 대학 교육의 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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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이 글은 누가 썼을까? 챗GPT인가, 사람인가
[챗GPT는 오픈AI에서 훈련한 큰 언어 모델입니다. 사람이 문장을 입력하면, 챗GPT는 적절한 대답을 생성합니다. 이것은 인공지능 기술의 일종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대답할 수 있습니다.]위 문장은 사람이 직접 쓴 것일까요? 아니면 기계가 쓴 것일까요?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무엇인지를 중학생과 고등학생용으로 써달라’는 사람의 글을 읽고 ‘대규모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가 생성해낸 답입니다. 문장만 보면 쓴 주체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영어로는 더 완벽한 문장을 구사합니다.지구촌이 챗GPT 열기로 뜨겁습니다. 페이스북, 넷플릭스보다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고 있습니다. 나온 지 두 달 만에 3억 명을 넘었죠. 챗GPT는 키워드를 입력해 검색하는 구글형 서비스를 구식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키워드가 아니라 글로 질문하면 맞춤형 문장으로 정리한 답을 제시합니다. 특정 주제로 논문을 쓰고, 소설을 쓰고, 컴퓨터 코딩을 짜고, 미국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정도입니다.모든 것은 진화한다고 했습니다. 인공지능도 예외가 아닙니다. 생물이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진화했듯이 인공지능도 그러합니다. 찰스 다윈은 진화를 촉진하는 것은 경쟁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을 꺾기 위해 챗GPT를 내놓자 구글도 곧 경쟁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뜨거운 이슈, 챗GPT를 알아봅시다. 세계가 깜짝 놀란 챗GPT 서비스…1분도 안 걸려 햄릿 독후감 써요챗GPT가 지구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인공지능(AI)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 놀라운 녀석입니다. 키워드로 하는 검색은 이제 구식입니다. 질문을 글로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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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선생님 감사합니다”…한복 입고 졸업식
지난 7일 서울 대조동 동명여고에서 열린 100회 졸업식 및 성년례(成年禮)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졸업생들이 큰절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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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 찬반토론
'주인 없는 회사' CEO 선임 논란…정부 개입 타당한가
지배적 대주주가 없는 기업에 대해 흔히 ‘주인 없는 회사’라고 한다. 민간은행의 지주회사를 비롯해 포스코, KT처럼 과거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대기업을 통상 그렇게 지칭한다. 물론 엄밀하게 말해 경영권을 확실하게 장악한 지배 주주가 없을 뿐 주인이 없는 회사는 아니다. 책임경영 주체가 모호하다는 것으로, 정부 소유에서 민영화한 데 따른 역설적 부작용 같은 현상이다. 이런 기업일수록 주식 한 주 없는 정부나 여당 중심의 정치권에서 낙하산 인사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내부 인사가 대표에 오른 뒤 경영권을 쉽게 내놓지 않는 이른바 ‘CEO(최고경영자) 셀프 연임’ 현상도 나타난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통상 낙하산·관치 논란이 그렇게 생기고, CEO 셀프 연임은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한다. 그러면 정부 개입은 타당한가. [찬성] 스스로 잘 운영되면 간섭 필요 없어…'스튜어드십 코드'로 관리 책임 다 해야경영에 전적으로 책임지는 대주주가 없는 기업이 스스로 잘 굴러간다면 정부가 개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해 KT 등에서 회장 선임을 둘러싼 잡음이 너무 컸다. 은행의 경우 내부 임원이 노동조합 등과 연대해 회장 자리를 쉽게 장악하려 하고 있다. 내부 종사자들이 외부의 ‘개혁 세력’을 배제하고 거대한 상업은행을 전횡하려 든다. 임원 선임 절차가 투명해지지 않은 채 도덕적 해이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KT에서는 CEO가 스스로 연임을 추진하면서 뒷말을 남겼다. 주주가 통상 경영진을 구성하지만, 소액 주주가 워낙 광범위한 데다 지배 주주가 없자 대리인이 주인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다.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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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붓 1000자루·벼루 10개 갈아 없앤 추사의 신필
부작란(不作蘭) - 벼루 읽기이근배다시 대정(大靜)에 가서 추사를 배우고 싶다아홉 해 유배살이 벼루를 바닥내던바다를 온통 물들이던 그 먹빛에 젖고 싶다획 하나 읽는 줄도 모르는 까막눈이저 높은 신필을 어찌 넘겨나 볼 것인가세한도(歲寒圖) 지지 않는 슬픔 그도 새겨 헤아리며시간도 스무 해쯤 파지(破紙)를 내다보면어느 날 붓이 서서 가는 길 찾아질까부작란 한 잎이라도 틔울 날이 있을까* 이근배: 1940년 충남 당진 출생. 1961~1964년 경향신문, 서울신문,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시·시조·동시 당선. 시집 <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 <노래여 노래여> <추사를 훔치다>등 펴냄. 유심작품상, 육당문학상, 만해대상 등 수상.추사 김정희에 관한 시 한 편을 더 소개합니다. 위의 시에 나오는 ‘대정(大靜)’은 추사가 유배 살던 귀양지예요. 추사가 여섯 차례의 국문 끝에 초주검이 돼 제주도 대정골에 유배된 것은 54세 때인 1840년이었습니다.가까스로 죽음은 면했지만 도성에서 가장 먼 섬으로 쫓겨났으니 돌아갈 기약이 없었지요. 언제 사약을 받으라는 금부도사의 행차가 있을지 모르는 나날이었습니다. 그곳에서 9년을 보내는 동안 추사는 ‘먹빛’ 같은 바다를 보며 벼루에 바닥이 날 정도로 글과 그림에 몰두했어요.그 외롭고 쓸쓸한 적소(謫所)의 어둠 속에서 탄생한 걸작이 조선 문인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세한도(歲寒圖)’입니다. ‘세한도’는 ‘추운 계절을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 추위는 엄혹한 세태를 상징하기도 하지요. 그 속에는 ‘그림에서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문자의 향기와 서책의 기운)가 느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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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한·중 간 민감한 문제로 남은 간도 영유권 갈등…간도협약, 국제질서 재편이란 관점에서 살펴야
만주의 지정학적·지경학적 가치를 잘 알고 국경 분쟁을 자주 벌인 러시아도 만주지역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러시아는 1948년 2월 간도 일대에 조선인 자치구 설치를 골자로 하는 평양협정을 북한과 체결했다. 연길 등 간도지역 일부를 북한 영토로 편입시키려 했다는 문건이 공개됐다.중국 정부가 만주 지역을 장악하지 못했던 불안정한 상황 속에 6.25전쟁이 발발했다. 이때 팔로군에 소속된 조선족 다수가 북한군으로 편입돼 남침에 참여했다. 이에 남북통일을 저지하고 만주를 지킬 목적으로 중공군이 대거 파병될 때도 동원돼 크게 희생당했다. 전쟁이 끝난 뒤 만주에서 조선족의 힘은 약화됐고, 1955년에는 ‘조선족 자치구’에서 ‘자치주’로 격하됐다. 이후 1962년 북한과 중국은 국경선을 재조정한 ‘조·중 비밀변계조약’을 맺었다. 뒤늦게 밝혀진 내용을 보면 간도문제와 연관된 조항들이 있다. 백두산의 천지를 분할하고, 동서로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했는데, 두만강은 상류인 홍토수를 국경선으로 확정했다. 이는 이중하가 주장한 조건과 동일하다. 또 천지의 소유권은 북한이 54.5%로 중국보다 넓고, 두 강 안의 섬도 북한이 더 많이 소유했다. 이 때문에 협상 책임자였던 저우언라이는 중국에서 비판받았고, 대만도 이 조약을 인정하지 않는다.반면 우리 입장에서도 ‘토문’을 두만강으로 인정했으므로 간도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100년의 시한(2009년)을 넘긴 정부를 비판한다. 그런데 을사늑약 자체가 정당한 국제법에 벗어나고, 간도협약도 조약 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