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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서울대, 2028년 입시서 지역 인재 더 뽑는다
서울대가 2028학년도 입시에서 정시 지역균형 일반전형을 폐지하고 수시 지역균형 전형을 확대한다. 우수한 지역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에서 시행한 정시 지역균형 전형이 수능 성적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서울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8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대는 정시 지역균형 전형을 없애는 대신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수시 지역균형 전형 선발 인원을 확대한다. 고교별 추천 인원은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고, 과학고·영재학교·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등 특목·자사고 학생은 지원할 수 없다. 정시 지역균형 전형은 수능 성적을 고려하는 전형이다 보니 ‘수도권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대 지역균형 선발 인원 중 수도권 고교(서울 인천 경기) 출신 학생 비율은 2020년 51.6%에서 지난해 61.5%로 늘었다.정시 일반전형에서도 수능 반영 비중을 낮추고 교과역량평가 반영 비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1단계에서는 수능 ‘점수’ 대신 ‘등급’을 기준으로 3배수를 선발한다. 기존에는 수능 점수 합산으로 2배수를 뽑았다. 2단계에서는 수능 60%와 교과역량평가 40%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지금은 수능 80%와 교과역량평가 20%를 반영하고 있다.교과역량평가는 내신 등급 외에도 전공 연계 과목 이수 여부, 학업성취도, 학업 수행 과정, 출결, 공동체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수능 점수 위주보다 창의성·적응력·전공 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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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소비쿠폰發 '반짝 호황'…온기 벌써 식었다
정부가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해 반짝 살아난 내수 경기가 한 달 만에 다시 꺾였다. 대미 통상 협상 불확실성과 정부의 ‘산재와의 전쟁’ 영향 등으로 제조 및 건설업계가 투자와 고용을 꺼려 정부의 소비 진작책이 단기 효과를 내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통계청이 30일 발표한 8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2.4% 감소했다. 7월에는 소매판매가 7월 21일부터 지급한 소비쿠폰 효과로 2.7% 늘어났지만, 한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신용카드 사용액에서도 드러났다.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7월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77조2504억원으로 전달(74조2334억원) 대비 4.3% 늘었지만, 8월에는 75조595억원으로 다시 줄어들었다.8월 전산업생산지수는 114.5로 전달과 같았다. 자동차 생산이 21.2% 늘었지만, 7월 부분파업의 기저효과로 해석됐다. 반도체 생산은 3.1% 줄었다. 투자는 설비투자(-1.1%)와 건설기성(-6.1%)이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특히 자금 경색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는 안전 규제 강화 영향으로 투자가 더욱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기업들도 소비 효과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기업심리지수(CBSI)는 91.6으로 나타났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 지수(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를 이용해 산출하는 지표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심리를 보여준다. 이 숫자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CBSI는 비상계엄 직후인 올해 1월 85.9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때보다는 다소 회복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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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시사경제
가입은 쉽게, 탈퇴는 어렵게…美아마존의 꼼수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쇼핑 기업인 미국 아마존이 경쟁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거금 25억 달러(약 3조5000억원)를 쓰게 됐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3년 아마존이 유료 멤버십의 가입은 쉽게, 탈퇴는 어렵게 만들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 아마존은 25억 달러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FTC와 전격 합의했다. 민사 벌금으로 10억 달러를 내고,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15억 달러를 돌려주기로 했다.취소 버튼 숨기고, 충동구매 부추기고아마존은 2005년 선보인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유료 멤버십을 통해 세계 2억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연회비로 139달러(약 19만5000원)를 내면 무료 배송, 영상 스트리밍 등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상품이다. FTC는 이 회사가 아마존 프라임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다크패턴(dark pattern)’을 활용했다고 봤다.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가입 버튼을 누르는 일이 적지 않았고, 취소 절차가 복잡해 원하는 때 해지하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는 것이다.이번 합의를 계기로 아마존은 결제와 관련한 세부 정보를 명확하고 눈에 띄게 고지해야 한다. 요금을 청구하기 전 소비자의 명시적 동의를 받고, 간편하게 가입을 취소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이번 합의는 소비자와 FTC에게는 승리지만 아마존에는 가벼운 타격”이라고 지적했다.다크패턴이란 소비자가 의도치 않게 물건을 사거나 이용료를 결제하게끔 유도할 목적으로 홈페이지나 앱의 디자인을 교묘하게 짜놓는 것을 뜻한다. 우리말로는 ‘눈속임 설계’라고 한다.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면 별다른 고지 없이 자동결제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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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편안한 음악이 뇌 활동 안전상태로 되돌려
차나 배를 타면 종종 어지럽고 속이 미식거리는 멀미 증상이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그간 멀미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가설을 내놓았는데, 그중 ‘감각 불일치’로 발생한다는 해석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달리는 차에 앉아 있으면 눈은 ‘가만히 있다’고 인식하고, 귓속 평형감각 기관은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뇌가 혼란을 일으켜 멀미가 생긴다는 것이다. 다만 감각 불일치만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우므로 멀미는 여러 요인이 겹쳐 나타나는 복합적 현상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원인이야 어찌 됐든 이 불청객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왔다. 멀미약을 먹거나 생강 캔디를 씹고, 차 앞좌석에 앉아 페퍼민트 향을 맡으며 창밖 수평선을 바라보는 식이다. 흥미롭게도 이 가운데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음악 듣기’다. 음악이 긴장을 풀고 주의를 분산시켜 멀미 증상을 완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적으로도 정말 효과가 있을까? 또 음악이라면 아무 장르나 괜찮은 걸까 아니면 특정한 장르의 음악이 더 효과적일까. 최근 중국의 한 대학교 연구팀이 이 질문에 답을 내놨다.연구팀은 달리는 차에 앉아 있는 상황을 재현한 ‘운전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실험 참가자 40명에게 일부러 멀미를 유발한 후 밝고 경쾌한 음악, 잔잔하고 편안한 음악, 슬프고 우울한 음악, 그리고 무작위 소리(화이트 노이즈) 등 네 가지 유형의 음악을 들려줬다. 그리고 뇌파를 측정해 멀미 정도를 수치로 나타냈다. 이른바 ‘멀미 지표’다. 멀미가 심해지면 뇌파는 다양한 패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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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무슨 일 있어도 기죽으면 안 된대이" [고두현의 아침 시편]
하석근 아저씨 고두현참말로아무 일 없다는 듯이제 그만 올라가 보자고20리 학교 길 달려오는 동안 다 흘리고 왔는지그 말만 하고 앞장서 걷던 하석근 아저씨.금산 입구에 접어들어서야말이 귀에 들어왔습니다.너 아부지가 돌아가셨……그날 밤너럭바위 끝으로무뚝뚝하게 불러내서는앞으로 아부지 안 계신다고 절대기죽으면 안 된대이, 다짐받던그때 이후살면서 기죽은 적 없지요.딱 한 번, 알콩으로 꿩 잡은 죄 때문에두 살배기 딸 먼저 잃은 아저씨돌덩이 같은눈물 앞에서만 빼면 말이에요.그날 이후. 그날 밤 아저씨가 해준 한마디열네 살 때였으니까, 중학교에 들어간 첫해였습니다. 그 시절 우리 가족은 남해 금산 보리암 아래의 작은 절집 곁방에 살았는데, 그 절에 나무도 하고 궂은일도 하는 하석근이라는 처사가 있었습니다.어느 날 그 아저씨가 학교로 찾아왔습니다.“…너그 아부지가…… 돌아가셨…….”금산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정신이 없었습니다. 산길을 오르는 동안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돌부리에 차인 발이 아픈 것도 몰랐고 그 소리에 산 꿩이 놀라 푸드덕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요.초등학교 때부터 산에서 자랐기 때문에 ‘집도 절도 없이’ 지내던 저로서는 아버지의 죽음이 황망하고 두려웠습니다. 세속 동네의 단란한 모습이 부러워 친구네 집에서 일부러 끼니때가 되도록 눌러앉아 놀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 국밥을 얻어먹곤 했던 터라, 갑작스러운 부음에 마음이 혼란스럽고 아리기만 했지요.그날 밤늦게 하씨 아저씨가 저를 밖으로 불러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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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엄마와 함께 달리며 서울대에 합격한 삼 남매
엄마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마도 자녀 문제일 것이다. <오늘도 불안한 엄마들에게>는 엄마들이 왜 불안한지, 자녀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양소영 변호사는 2007년 KBS ‘아침마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송인이기도 하다. 대개 전문가로서 해박한 법 지식을 전하지만, 일반 토크 프로그램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 ‘스타 변호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양소영 변호사는 한부모 가정을 돕는 칸나희망서포터즈의 이사장으로 사회 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오늘도 불안한 엄마들에게>는 변호사가 아닌 삼 남매를 서울대에 합격시킨 ‘엄마 양소영’의 이야기를 담았다. 양 변호사의 두 딸은 서울대 경영학과, 아들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25학번으로 입학했다가 최종적으로 미국 MIT를 선택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풀어보기세 자녀도 사춘기 때 문을 쾅쾅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 부모 속을 태웠으며,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는 일도 겪었다. 특히 아들은 기면증을 진단받아 엄마가 학기 초만 되면 담임선생님께 “아이에게 기면증 증세가 있어요. 수업 시간에 졸더라도 이해해주시고, 체육·놀이 시간에 힘들어하면 쉬게 해주세요. 공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는 부탁을 써서 보냈다. 아픈 아이니까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 것이다.그런데 6학년 담임이 “건강 걱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이가 목표가 생기면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그때부터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아이와 대화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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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남자 옷 입은 죄"…사형 선고 받은 잔 다르크
백년전쟁 중 영국군에 잡혀 종교재판소에 넘겨진 잔 다르크에게 사형 명령이 내려졌다. “잔 다르크가 남자 옷을 입었다”는 게 최고형이 내려진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중세 서양 사회에서 여자가 남자 옷을 입는다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한 행위의 대가는 몹시 가혹했다.백년전쟁이 한창이던 1428년경 영국군은 무적처럼 보였고, 신은 영국인의 편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상황을 단번에 바꾼 것은 1412년 프랑스 샹파뉴 동부 지역 뫼즈 인근 동레미에서 태어난 잔 다르크라는 소녀였다.잔 다르크는 위기에 빠진 조국을 구하라는 천사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1428년 시농에서 잔 다르크를 만난 왕세자(도팽) 신분이던 샤를은 “사내아이처럼 옷을 입은 시골 소녀”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가졌다고 전해진다. “당시 여자가 남장한다는 것은 20세기 초 남자가 여장하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일이었을 것”이라는 게 역사 저술가 데즈먼드 시워드의 평이다.하지만 당시 신학자들이 잔 다르크를 살펴본 뒤 “이단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없으며, 미친 것도 아니다”라며 그녀가 오를레앙에 들어오도록 샤를에게 조언하면서 잔 다르크의 남장 문제는 일단락되었다.하지만 이후 샤를의 반대파들은 잔 다르크에게 백전백패하는 도중에도 국왕으로 즉위한 샤를에게 “왕의 칭호를 참칭한 자”라는 비난과 함께 “남자의 옷을 입은 수치스럽고 분별없는 계집애와 놀아난 자”라고 자극했다.이 시기 잔 다르크를 둘러싸고 있던 신비한 전설도 점점 힘을 잃어갔다. 생드니 요새 근처 전투에서 잔 다르크가 허벅지에 화살을 맞아 상처를 입은 채 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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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 찬반토론
중국으로 간 KAIST 석학, 선택 존중해야 하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최연소로 임용된 국내 한 석학이 정년 퇴임 후 중국 청두 전자과학기술대(UESTC)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뜨겁다. 한국 과학기술을 대표해온 인물이 은퇴 직후 곧바로 중국행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은 더욱 크다. 특히 이 대학은 군사적 응용이 가능한 기술 연구를 진행한다는 이유로 미국 상무부가 지정하는 ‘수출규제 명단(Entity list)’에 2012년부터 오른 곳이다. 해당 교수는 28세의 나이로 KAIST 최연소 교수에 임용돼 37년간 연구하며 무선통신 시스템과 통계적 신호처리 분야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이 일은 단순한 연구 연속성 차원을 넘어 국가 핵심 인재 유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석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제도적 공백을 지적하며 국내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찬성] 세계적 학자 영입 제안 흔한 일, 연구 기회 확대…학문 발전 도움해당 교수의 중국행은 단순한 ‘두뇌 유출’로만 보기 어렵다. 정년 이후 연구 공백이 발생하는 한국의 제도적 한계 속에서 해외로 나가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은 학문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봐야 한다.국내 석학들은 65세 정년이 지나면 연구실과 월급, 연구원도 지원받지 못한 채 명예직 타이틀만 받게 된다. 일부 대학에서는 70세 또는 나이 제한 없이 강의나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정년 후 교수’ 제도가 신설됐지만, 실제로는 연구비 수주를 요구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제한적이다. 국가 과학기술 인프라 발전에 기여해온 인물들이 사실상 ‘연구 기회 박탈’ 위기에 놓이는 셈이다.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아낌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