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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트럼프 vs 푸·시·킴…'新냉전' 시작되나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그의 왼편에 김 위원장, 오른편에 푸틴 대통령이 자리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서방 진영을 향해 자신들의 결속력을 선보이는 무력시위 같았습니다.미국과의 이해관계가 조금씩 달라 북·중·러 3국 합동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반미(反美) 연대를 공식화하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반대하는 분위기는 역력했죠. 이 때문에 결국 ‘신냉전(New Cold War)’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양 진영이 체제 경쟁에 몰두하고 군사적 긴장 또한 고조되던 시기가 1950~1980년대 냉전기였습니다. 핵전쟁의 공포 속에서 인류 위기를 걱정해야 하던 때였죠. 중국 전승절 행사에선 ‘트럼프 대(vs) 푸·시·킴(푸틴, 시진핑, 김정은)’이라는 대결 구도가 확연히 드러나 신냉전이 기우만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중국 중심의 브릭스(BRICS)와 같은 국제협력 모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듯합니다. ‘하나의 시장’을 중심으로 번영하는 지구촌을 만들려던 이상이 퇴보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대립과 갈등의 시대가 다시 시작되는 지금의 국제 정세를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핵전쟁 공포 엄습하던 냉전 뒤로하고 시장경제 확산이 세계를 하나로 연결 역사와 시대의 변화는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과 같습니다. 방향이 정해진 물줄기는 돌려세우기 어렵고, 역행하는 움직임은 얼마 못 갑니다. 지금의 세계가 어떤 흐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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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더 이상 응축할 수 없는 서정시의 극치 [고두현의 아침 시편]
랑서정춘랑은이음새가 좋은 말너랑 나랑 또랑물 소리로 만나서사랑하기 좋은 말올해 84세인 서정춘 시인의 제7 시집 <랑> 첫머리에 나오는 표제작입니다. ‘랑’이라는 말의 둥근 어감에다 ‘이음새가 좋은 말’이라는 의미까지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지요. 고도로 응축된 언어로 서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시입니다.여기에서 ‘랑’은 ‘너랑 나랑’을 이어주는 ‘사랑’의 접속 조사이면서 ‘또랑물 소리’로 우리와 세상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입니다. ‘시인이랑 독자랑’ 이어주는 교감의 이음새이기도 합니다. 이 시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피아노랑’이라는 시를 볼까요.‘<피아노랑>은 피아니스트 박지나 님이 서정춘의 시 「랑」에서 영감을 얻어 여러 또랑물 소리를 모시고 연주 동아리 이름을 지은 거다// 정녕, 랑은 이음새가 긴 온음표 같은 것’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조사 하나에서 이렇게 놀라운 세계를 펼쳐내다니, 대단한 경지입니다. 이번 시집에는 이처럼 짧고도 웅숭깊은 시가 31편 실려 있습니다. 시만 짧은 게 아니라 수록 편수도 다른 시집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시집 앞머리의 ‘시인의 말’ 또한 짧습니다. ‘아하, 누군가가 말했듯이/ 나도 “시간보다 재능이 모자라 더 짧게는 못 썼소.”’ 이전 시집 <이슬에 사무치다>의 ‘시인의 말’에 썼던 말을 인용한 것입니다. 이 이상 더 응축할 수가 없다는 뜻이지요.이 같은 시적 염결성은 그의 인생 전체를 관통합니다. 1941년 전남 순천에서 마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가난과 독학으로 시의 길을 헤쳐왔습니다. 신문 배달 중에 우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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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다섯 살짜리에게 '관직'을 준 고려 음서제
음서제(蔭敍制)는 고위 관료의 친족을 과거시험 없이 관직에 임명하는 제도다. 고려는 초기부터 5품 이상 관리의 자제에게 문음(門蔭)으로 관리가 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해 귀족사회의 성립 기반을 닦았다.음서제는 고려 7대 왕인 목종 때 기록에서 처음 등장한다. 이 제도는 고려시대 전 시기를 통해 일반화돼 귀족의 자손은 이 통로를 거쳐 관리에 등용되고 가문의 덕택으로 고관까지 오른 경우가 많았다. 고려시대에 음서는 과거와 쌍벽을 이루는 관리 등용의 양대 기둥이었다.이처럼 음서제가 고려 사회에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사람들의 관념에 음서제가 큰 저항 없이 수용되었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사람들에게는 생업을 무사하게 다음 세대로 계승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구현하는 것이 위민정치(爲民政治)를 추구하는 국왕의 소임이었고, 주요 관료 등 관리층(官吏層)도 신민(臣民)의 일원으로 그 대상이었다.그러나 사회 상층부를 구성하는 관리층을 무조건 대를 이어 계승시킬 수는 없었다. 이에 관리(官吏)의 소임(所任)을 설정하고, 그들이 쌓은 실적을 공(功)으로 삼아 공헌이 충분히 쌓이면 음(蔭)이 생성되어 후대로 전해지도록 했다. 국왕은 이런 ‘음’을 토대로 직(職)을 수여했다. 관료 등 사회 상층부가 ‘음’을 생성하기 위해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게 하는 장치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이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음서제를 시행하는 데 제약이 적지 않았다. 초기 문음 출신들은 문한(文翰)·학관(學館)직을 맡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권력 핵심부에 들어갔어도 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전원균이나 김방경 같은 사람들은 급제하지 못한 것을 한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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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재미난 소설 일곱 편이 만든 '생각의 블랙홀'
활자가 환영받지 못한다지만 작가들은 의미 있고 재미난 작품으로 쉴 새 없이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새로운 작가를 환영하며 지켜보는 독자들이 2024년에 예스24를 통해 선정한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는 성해나 작가였다.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성해나 작가는 2024·2025 젊은작가상, 2024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2024 김만중문학상 신인상을 받았다. 그동안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혼모노>, 경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을 펴냈다.소설집 <혼모노>는 종합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진입해 독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중이다. 올해 3월에 출간해 단 3개월 만에 10쇄를 돌파했다. <혼모노>에는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는데, 띠지에 인쇄된 배우 박정민의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말처럼 정말 재미있다.혼모노(진짜)와 니세모노(가짜)를 논하는 표제작 ‘혼모노’에는 흥미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30년간 점을 치고 굿을 해온 문수의 앞집에 스무 살 정도 된 신애기가 이사 온다. 그간 이곳으로 이사 온 무당들이 대부분 몇 달 못 버티고 떠난 음침한 골목인지라 문수는 신애기도 곧 떠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신애기가 문수에게 “신빨이 다했다더니 진짠가 보네. 할멈이 나한테 온 줄도 모르고”라며 조소하더니 살기 어린 눈으로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이라는 독설을 날린다.진짜와 가짜, 혼모노와 니세모노‘혼모노’ 속에서는 진짜와 가짜가 계속 교차한다. 바나나 우유와 바나나 맛 우유, 보이차 판별법 등도 양념처럼 등장한다. 진짜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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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시사경제
앨범 7장이 1위…새 역사 쓴 스트레이 키즈
8인조 보이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팀 통산 일곱 번째 정상에 등극했다. 빌보드는 지난달 31일 스트레이 키즈의 새 정규 앨범 ‘카르마’가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 차트에서 앨범 7장을 연달아 1위에 올린 가수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6장의 앨범이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BTS) 기록까지 깼다. 앨범·음원 소비 합산…세계적 권위 인정받아미국의 음악 전문 잡지인 빌보드는 1956년부터 앨범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는 ‘빌보드 200’을, 1958년부터는 곡 단위의 싱글 차트인 ‘빌보드 핫 100’ 등을 발표하고 있다. 두 차트는 대중음악 인기 순위로서 세계적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빌보드 200은 실물 음반을 비롯한 앨범 판매량,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2017년 JYP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스트레이 키즈는 2022년 ‘오디너리’를 시작으로 ‘맥시던트’ ‘에이트’ ‘합’ 등의 앨범을 이 차트 1등에 올린 바 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해외 작곡가나 다른 가수와 피처링하는 데 집중하지 않고 자신들의 색을 지키려 한 노력을 보상받은 것”이라며 “뚝심과 기본기, 음악과 퍼포먼스를 고루 갖춘 매력이 인기의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스트레이 키즈가 또 한 단계 도약하려면 보다 대중적인 히트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멤버들이 자체적으로 곡 제작에 참여하고, 한국의 정체성을 음악에 녹이려는 시도가 개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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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관세 쇼크' 한국 수출, 대만에 처음 추월 당해
대만의 지난달 수출액이 처음으로 한국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수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다.9일 대만 재정부는 8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1% 급증한 584억9000만 달러(약 81조554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고 밝혔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8월 수출액은 584억 달러(약 80조930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8월 반도체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37.4%, 전자부품은 34.6% 증가하면서 수출 호조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8월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65.2% 늘어난 196억3000만 달러(약 27조2000억원)로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재정부는 올해 대만의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가 1000억 달러(약 138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의 1~7월 대미 수출액은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반면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8월 대미 수출이 87억 달러를 기록해 작년 동월 대비 12% 줄었다. 올 들어 8월까지 수출액도 812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845억 달러)보다 4.0% 감소했다. 25% 품목 관세를 물어야 하는 자동차 수출이 3.5% 감소했고, 자동차 부품 수출(-14.4%)은 더 큰 영향을 받았다. 관세 50%가 부과되는 철강은 32.1%나 줄었다. 우리 정부는 관세로 교역 조건이 나빠져 대미 무역이 상당 기간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7일부터 대만산 제품에 상호관세 20%를 부과했지만, 반도체 등 대만 주력 수출 품목 상당수는 아직 이 관세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품목관세 부과를 예고했지만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TSMC 등 대만 기업에 관세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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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통화정책, 변동환율제에서 큰 효과 내죠
지난주 변동환율제도에서 재정정책의 효과를 확대재정정책 중심으로 폐쇄경제와 비교해 살펴봤다. 이번에는 통화정책의 효과를 보겠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변동환율제도를 가정하고 확대통화정책 중심으로 폐쇄경제와 비교할 것이다. 변동환율제도를 완전하게 시행하면 환율은 국가의 개입 없이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수요와 공급을 통해 자유롭게 결정된다. 이에 비해 고정환율제도는 환율 결정 과정에 국가가 개입하는 방식이다. 이번 주까지는 변동환율제도를 가정하고 거시경제정책의 효과를 찾아보고, 다음 주부터는 고정환율제도 내 거시경제정책의 효과에 대해 살펴보겠다. 폐쇄경제와 통화정책통화정책은 경기변동을 줄이기 위해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해 기준금리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면 기준금리가 하락해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므로 총수요가 늘어 경기가 좋아지게 된다. 반대로 경제 호황으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면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줄여 기준금리를 인상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기업 투자와 총수요가 줄어들고 인플레이션의 정도도 감소한다. 상품이나 자금의 국가 간 이동이 전혀 없는 폐쇄경제의 통화정책 효과는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중앙은행이 경기침체 시 확대통화정책을 펼치면 총수요의 증가를 가져와 GDP와 물가가 상승하면서 침체된 경제 상황에서 벗어난다. 반대로 긴축통화정책을 시행하면 GDP와 물가가 하락해 지나친 호황과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 변동환율제도와 확대통화정책개방경제 국가의 통화정책 효과는 폐쇄경제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개방경제에서 통화정책을 실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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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벤츠, 루이 비통, 롤렉스…한정판은 왜 더 비쌀까?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45년 G클래스 역사를 기념하는 한정판 모델 ‘G클래스 스트롱거 댄 더 1980 에디션’을 4일 출시했다. 1980년대 G클래스의 상징적 색상과 디자인 요소를 반영했다. G450d와 G500 두 가지 버전으로 460대 생산하는데, 한국에는 G450d 25대가 배정됐다. -2025년 9월5일자 한국경제신문-많은 이가 ‘드림카’로 꼽는 벤츠의 SUV ‘G클래스(G바겐)’ 한정판 모델이 공개됐다는 뉴스입니다. 주문 후 인도까지 2년이 걸릴 정도로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차인데, 한국에 단 25대만 배정됐다고 하니 애호가 간 경쟁이 상당했을 것 같네요..이처럼 우리는 매일 자동차뿐 아니라 시계, 카메라, 위스키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한정판 출시를 알리는 뉴스를 보게 됩니다. 기업들은 왜 한정판을 내놓는 것일까요. 오늘은 ‘한정판의 경제학’을 주제로 희소성·베블런 효과·리셀 시장 등 다양한 개념을 풀어보겠습니다.경제학의 기본 원리 가운데 하나가 희소성의 법칙입니다.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가 널리 구할 수 없고 수량이 제한적일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더 가치 있게 여깁니다. 물은 생존에 필수지만 흔하기 때문에 값이 싸고, 다이아몬드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희소하기 때문에 비쌉니다.자동차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G바겐은 원래부터 생산량이 제한적이지만, 이번처럼 기념 에디션으로 숫자를 더 줄이면 그 자체가 ‘부의 상징’이 됩니다. “나만 가질 수 있다”는 희소성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입니다.행동경제학에선 한정판이 ‘희소성 효과’와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를 자극해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