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소비자의 '주관적 판단'이 결정
시장경제서 '적정 가격'이란 것은 없어
수요·공급따라 결정 '균형 가격'만 존재

'적정한 이윤' 붙여 파는 게 좋은 것일까
기업·생산자, 원가 절감할 노력 않게돼
시장에 질 나쁜 싸구려 상품만 넘칠수도
이번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때아닌 커피 원가 논란이 있었다. “커피 한 잔에 8000~1만원 받을 수 있는데, 알아보니 원가가 120원이더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 논란을 불렀다. 커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우리가 폭리를 취한다는 거냐”며 반발했고, “인건비와 임차료는 원가에 안 들어가느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 후보나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이나 원가, 가격, 이윤에 대해 오해하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그들은 무엇을 착각하고 있을까.커피 원가는 얼마일까
[경제야 놀자] 원가가 가격결정?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다
커피 원가부터 따져보자. 자영업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커피점에서 사용하는 원두는 저렴한 것도 1㎏짜리 한 팩에 1만7000원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더블샷)에는 원두 20g이 들어간다. 사용 과정에서 버려지는 양을 감안하면 원두 1㎏으로 커피 40잔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커피 한 잔당 원두 가격은 최소 425원이다. 고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에 납품하는 원두 가격은 ㎏당 3만원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3만원으로만 잡아도 한 잔당 750원이다.

라테에는 우유가 추가된다. 라테 한 잔에 보통 우유 200mL를 넣는다. 우유 가격을 L당 2000원으로 잡으면 잔당 400원이다. 생두를 사서 로스팅하면 원두 원가를 낮출 수는 있다. 그러나 로스팅 장비 하나에 수천만원이 들어간다.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소규모 카페는 오히려 손해다.

또 있다. 원두와 우유는 커피 판매량에 따라 변하는 비용, 즉 가변 비용이다. 이것 말고 고정 비용이 있다. 아무리 작은 카페도 전기요금이 한 달에 수십만원 들고, 임차료도 내야 한다. 카페 인테리어에 1억원은 우습게 깨진다. 이런 것은 커피를 한 잔도 못 팔아도 들어가는 비용이다. 이 후보가 저지른 실수는 커피점의 비용 중 가변 비용, 그중에서도 일부에 불과한 원두 가격만 언급하면서 판매 가격에서 원두값을 뺀 전부가 커피점의 이윤인 것처럼 말했다는 점이다.커피 원가와 커피 가격의 관계자영업자들은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커피 원가는 120원보다 훨씬 높다. 우리는 폭리를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커피 원가와 커피 가격은 상관이 없으며 원가 120원짜리를 1만원에 팔아도 문제가 될 건 없다”고 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는 더 적절하다.

생산 과정에 투입된 비용이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결정한다는 관념은 오래된 착각이다. 그 기원은 18세기 경제학자들의 노동가치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노동가치설은 이미 150년 전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카를 멩거가 주창한 ‘주관적 가치론’에 의해 깨졌다. 주관적 가치론의 핵심은 재화와 서비스의 ‘객관적 가치’는 없으며 소비자의 ‘주관적 판단’, 즉 소비자가 얻는 효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비싼 재료를 써서 만든 상품도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원가 이하로 ‘땡처리’해야 한다. 반면 전국에서 몰려들 정도로 인기가 있는 상품이라면 원가의 두세 배 혹은 그 이상 비싼 가격에도 판매할 수 있다. 시장경제에서 적정 가격이란 것은 없다. 그때그때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균형 가격이 있을 뿐이다. 적정 가격이 없으니 적정 이윤 또한 있을 수 없다. 정말로 커피 원가가 120원이고, 그것을 1만원에 팔아 자영업자들이 큰돈을 번다고 해도 잘못된 일은 아니다.이윤을 제한하면 소비자에게 손해원가에 ‘적정한’ 수준의 이윤을 붙여 가격을 정하게 하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낮아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적정 가격과 적정 이윤이 있다면 기업과 생산자는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진다. 원가를 낮추면 이윤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2013~2022년 시행된 원유 가격 연동제가 그런 부작용을 낳았다. 우유 원재료인 원유 가격에 생산비가 반영되도록 하자 우유 수요가 감소하는데도 우유 가격이 오르는 일이 일어났다.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없다면 기업은 혁신을 게을리하고 좋은 제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덜 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시장에는 질 나쁜 싸구려 상품만 넘치게 될 것이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의 부가가치를 더해 소비자에게 높은 효용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비난할 일이 아니라 장려할 일이다.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1. 커피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2. 시장경제에 적정 가격이 없는 이유는?

3. 원유 가격 연동제가 우유값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