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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타

    정부는 돈 푸는데…서민 지갑은 왜 얇아지나

    잠시 숨을 고르던 코스피지수가 다시 4000을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 집도 주식도 없는 사람은 ‘벼락 거지’가 될까 불안에 떤다. 나만 뒤처질까 불안해지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다. 열심히 일하며 월급 받아 알뜰하게 살았을 뿐인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비밀은 인플레이션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현대 화폐 시스템과 순진한 당신의 재산을 교묘하게 빼앗아가는 정부 정책에 있다. 숨만 쉬고 살아도 가난해지는 이유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전반적·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과 같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돈의 양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돈을 늘리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닐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현대 화폐경제에서 돈이 늘어나는 메커니즘은 이렇다. 김 씨가 A 은행에서 100만원을 빌린 뒤 이 돈을 같은 은행의 예금 계좌에 넣어뒀다고 하자. 은행의 지급준비율은 10%로 가정한다. A 은행은 김 씨의 예금 100만원 중 10만원을 제외한 90만원을 이 씨에게 대출해준다. 이 씨는 이 90만원을 B 은행에 예치한다. B 은행은 90만원 중 9만원을 제외한 81만원을 박 씨에게 빌려준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최초의 100만원은 1000만원까지 불어난다.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있다. 돈은 새로 생겼지만, 이자는 생겨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출금리가 연 5%라면 김 씨, 이 씨, 박 씨 등이 갚아야 할 돈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1050만원이다. 그런데 이 경제의 통화량은 1000만원뿐이다. 이자를 갚을 돈이 없다.이런 모순을 해결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또 다른 누군가가 빚을 내 새로운 돈을

  • 경제 기타

    손흥민 연봉, K리그의 50배…비싼 몸값의 비밀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MVP를 차지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몸값은 무려 3억2500만 달러(약 4707억 원)에 이른다. 계약 기간이 12년으로 길지만, 총액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고액이다. 이렇듯 스타들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 손흥민의 연봉도 1152만 달러(약 166억 원)으로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선수들의 작년 평균 연봉(3억499만 원)의 50배가 넘는다. 슈퍼스타의 몸값은 왜 그렇게 비쌀까?대체 불가능한 실력자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셔윈 로젠은 1981년 발표한 논문 ‘슈퍼스타 경제학’에서 소수의 특급 스타가 압도적으로 높은 소득을 얻는 현상을 경제학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슈퍼스타 현상이 나타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첫째는 슈퍼스타의 대체 불가능성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사람이 슈퍼스타가 된다. 야마모토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3승을 올렸다. 우승에 필요한 4승 중 3승을 혼자 책임지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연봉이 비싸다고 해서 야마모토 대신 다른 선수를 샀다면 LA다저스는 우승에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대체 불가능한 선수라면 비싼 값을 주고라도 잡아야 한다. 야구팬들에게 평범한 투수가 나오는 경기를 두 번 보는 것과 야마모토가 나오는 경기를 한 번 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야마모토의 경기를 택할 것이다.둘째로 슈퍼스타가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는 여러 사람이 함께 소비할 수 있어야 하고,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 즉 한계생산비용이 제로(0)에 가까워야 한다. 야마모토의 투구는 경기장은 물론 TV,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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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실 뺑뺑이…문제는 '의료시장 가격상한제'

    구급차에 실린 응급 환자가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 환자가 현장에서 출발한 후 병원 도착까지 1시간 이상 걸린 사례가 2만7218건이었다. 3시간 이상 지연된 건수만 551건이었다. 응급실 뺑뺑이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라 불리는 필수 의료과목 붕괴 현상의 한 단면이다. 일부에선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소위 인기과로 몰리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의사들에게 돈을 밝힌다고 비난만 할 수 있을까. 의료 분야도 돈이 오고 가는 경제 원리가 작동하는 시장이다. 감기 진료비가 10만원이라면?필수 의료 붕괴의 배경을 살펴보려면 의료수가 얘기부터 해야 한다. 의료수가는 의사(병원)가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받는 돈이다. 한마디로 의료서비스의 가격이다.의료수가는 일반적인 재화·서비스 가격과 달리 정부가 정한다. 항생제 주사는 1만원, 소독약 처방은 5000원 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의료수가 제도는 일종의 가격상한제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환자를 잘 보는 의사도, 명성이 자자한 병원도 의료수가를 초과하는 돈을 받을 수 없다.정부가 의료수가를 통제하는 근거는 간단하다. 의료서비스는 전 국민에게 필요할 뿐만 아니라 판매자(의사)와 구매자(환자) 간 정보 비대칭이 크다는 것이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요즘 환절기라 감기 환자가 몰려서 진료비가 올랐다”며 10만원을 내라고 한다면 어떨까.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수가로 감기 진료비를 묶어 놓는다. 환자가 많으면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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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투자' vs '나쁜 투기' 구분할 수 있을까

    이제 서울과 경기 남부 12개 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투기 목적이 아니라 실거주 목적임을 지방자치단체에 증명해야 한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이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의 배경에는 부동산 투기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범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과거를 돌이켜보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려고 내놓은 정책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부동산 ‘투자’는 없다경제학에서는 투자를 미래에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재화, 즉 자본재를 구입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쉬운 예로 기업의 공장 건설, 장비 구입, 신축 건물 건설이 있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는 신축 주택을 구입하는 것 말고는 투자가 아니다.조금 넓게 보면 수익을 기대하고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매입하는 것을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무리한 이익을 목표로 지나치게 큰 리스크를 감수하며 각종 자산을 매입하는 행위를 보통 투기라고 부른다. 워런 버핏은 “투자는 장기적인 사업 전망을 보는 것이고, 투기는 주가의 움직임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둘을 구분했다. 투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speculation’에는 확실한 근거 없이 추측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즉, 자산의 가치를 면밀하게 분석해 돈을 장기적으로 묻어 두는 것은 투자, 가격이 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만으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은 투기라고 할 수 있다.이 같은 정의에 따르면 주식시장 참가자 대부분은 투자자가 아니라 투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 자체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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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벅보다 비싼 동네 커피점 '배짱 영업' 하는 이유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독보적 1위 업체다. 작년 매출이 3조1001억원으로 2위 투썸플레이스의 여섯 배다. 하지만 스타벅스 커피가 가장 비싼 커피는 아니다. 스타벅스보다 커피값이 비싼 프랜차이즈가 있다. 심지어 주택가의 작은 커피점 중에도 스타벅스보다 비싸게 파는 곳이 종종 눈에 띈다. 커피 전문점이 10만 개가 넘는다는데 1등보다 비싸게 팔다니 ‘배짱 영업’일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은 커피 전문점 시장이 ‘독점적 경쟁시장’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똑같은 커피는 없다국내에 커피 전문점이 무한히 많고, 모든 커피의 맛과 품질이 똑같다고 가정해 보자.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가격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어느 커피점도 균형 가격보다 비싸게 받지 못한다. 가격을 올리는 순간 손님이 다 떨어져 나간다. 굳이 가격을 싸게 할 이유도 없다. 일시적으로 손님이 몰릴 순 있겠지만, 하루 생산량이 제한된 상태에서 가격을 내리면 매출만 줄어든다.이런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한다. 다수의 판매자가 거의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며 진입 장벽이 없는 시장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 개별 생산자는 판매가를 스스로 정하지 못한다. 시장 가격을 받아들일 뿐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상품은 드물다. 경제학 교과서에선 쌀과 우유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의 사례로 들지만, 쌀도 이천 쌀과 강진 쌀이 다르고, 우유에도 등급이 있다.이미 100년 전에 이걸 이상하다고 생각한 경제학자들이 있었다. 20세기 초반까지 고전 경제학은 완전경쟁시장을 전제로 이론을 전개했다. 그러나 1930년대 영국의 조안 로빈슨과 미국의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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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에게 싼 이자는 나쁘다?…금리는 신용이 결정

    고리대금이 죄악이라는 관념은 오래됐다. 구약성서 출애굽기에는 “가난한 자에게 돈을 꿔 주면 이자를 받지 말라”는 구절이 나온다. 정치인들은 “부자는 이자율이 싸고, 가난한 사람은 높은 이자를 내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이재명 대통령), “고신용자는 낮은 이율, 저신용자는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것은 구조적 모순”(문재인 전 대통령)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신용 저금리, 저신용 고금리’를 기본으로 하는 신용 시스템은 그렇게 부당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의롭다.금리 결정하는 것은 소득 아니라 신용도은행 대출 금리는 ‘대출 기준 금리+가산 금리-가감조정 금리’라는 공식에 따라 산출된다. 대출 기준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와는 다른 것으로, 자금 조달 금리와 비슷한 개념이다. 대출의 ‘원재료비’라고 할 수 있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은행채 금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이 은행의 대출 기준 금리다.가산 금리엔 인건비를 비롯한 은행의 경영 비용과 일정 수준의 이윤이 포함된다. 가감조정 금리는 우대금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적금 가입 여부, 신용카드 거래액 등에 따라 은행이 깎아주는 금리다. 이 가운데 대출받는 사람의 신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가산 금리다. 리스크 프리미엄 즉 돈을 빌리는 사람이 돈을 안 갚고 떼어먹을 확률이 얼마나 될지를 은행이 판단해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낮은 금리를,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는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정치인들은 종종 ‘고소득층은 낮은 이자를 내고 저소득층은 높은 이자를 낸다’고 말하지만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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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내 돈 풀자'는 정부…투자로 불린 싱가포르 봐라

    대한민국 국민은 0세 신생아부터 100세 넘은 노인까지 1인당 2500만원의 빚을 안고 있다. 나라가 진 빚이다. 내년엔 1인당 200만원씩 빚을 더 낼 것이라고 한다. 증가 속도가 빨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경기 회복과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정부 역할이 필요한 면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한 됫박 빌려다가 뿌려서 가을에 한 가마니 수확할 수 있으면 당연히 씨를 빌려다가 뿌려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가부채는 이 대통령 말대로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미래 세대의 짐으로 남을까. 씨앗 빌려 잘 키운 나라빌려서 뿌린 씨앗이라도 잘 키우기만 하면 풍성한 수확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싱가포르다. 지난해 말 기준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75.8%다. 올해 말 49.1%로 예상되는 한국의 세 배가 넘는다. 그러나 싱가포르 경제를 불안하게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싱가포르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A를 받고 있는 11개국 중 하나다. 미국보다도 신용등급이 높다.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4%였다. 한국(0.6%)과 비교가 안 된다.싱가포르가 국가부채 비율이 높은데도 우량한 신용등급과 함께 탄탄한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빌린 돈을 알뜰하게 쓰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국채로 조달한 돈을 구멍 난 나라 살림을 메우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종잣돈으로 활용한다.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MAS)과 국부펀드 테마섹이 세계 각국의 우량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정부 부채가 국부펀드의 자산이 되니 순부채는 겉으로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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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장사'막으려는 관치, 서민 대출 문턱 높인다

    은행은 돈을 너무 잘 벌어도 고민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10조3254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은행의 이익은 대부분 돈을 빌린 사람들이 부담한 이자다. 그게 잘못은 아니지만 대출 상환에 허덕이는 이들의 눈에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은행을 향해 “이자 놀이에 매달리지 말라”고 말했다. 이자가 무엇이길래 은행은 돈을 벌고도 마음껏 웃지 못하는 것일까.시간 선호와 이자의 역할흔히 이자를 ‘돈을 빌려 쓴 대가’라고, 금리(이자율)는 ‘돈의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이자를 죄악시하는 관념 또한 이런 인식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돈이 돈을 버니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화폐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고대에도 이자는 존재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 기록인 수메르 문명의 쐐기문자 점토판에 이자 얘기가 있을 정도다.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법전에는 곡물을 빌렸을 때 33%의 이자를 얹어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돈이 없어도 이자는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자 혹은 금리를 돈의 가격이라고 하는 것은 불완전한 설명이다.이자의 본질은 그것이 시간 선호의 결과라는 것이다. 사람은 같은 재화라면 나중에 갖기보다 지금 소유하기를 원한다. 똑같은 아파트 한 채를 지금 소유하는 것과 10년 후에 갖는 것 중 10년 후에 갖는 쪽을 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미래 재화보다 현재 재화를 좋아하는 것이 시간 선호다.만약 A에겐 배불리 먹고도 남을 만큼의 쌀이 있고 B에겐 당장 먹을 쌀이 부족하다고 해보자. A가 B에게 남는 쌀을 빌려주고 1년 뒤 갚게 하면 이런 불균형은 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