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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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주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의 교훈
코스피지수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허니문 랠리(정권 초 증시 강세)다. 미국 뉴욕 주식시장의 S&P500지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언제 또다시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주식시장에서 수많은 투자 전문가와 경제학자들은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지,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는 초과 수익을 내는 것은 가능한지 연구를 거듭했다.종목 분석이 의미 없다는 이론유진 파마 시카고대 교수는 1970년 발표한 논문 ‘효율적 자본시장’에서 효율적 시장 가설을 제시했다. 이 가설은 합리적 기대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합리적 기대 이론에 따르면 경제 주체들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한다. 이를 주식시장에 적용하면 투자자는 공개된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린다고 할 수 있다. 즉 현재 시점에서 알려진 모든 정보가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 효율적 시장 가설이다.공개된 모든 정보가 주가에 반영된다면 주가의 움직임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A 기업이 내일 실적을 발표한다고 하자. 주가가 상한가로 갈 정도의 좋은 실적이 발표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를 안 투자자는 당장 A 기업 주식을 사려고 달려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A 기업 주가는 오늘 이미 가격제한폭까지 오른다. ‘선반영’이다. 내일 이 기업의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실적 발표 후 새로 나올 정보에 달렸다. 그런데 내일 새로 나올 정보는 오늘 시점에선 알지 못한다. 따라서 내일 주가는 예측할 수 없다. 이렇게 주가는 예측할 수 없고, 무작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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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원가가 가격결정?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다
이번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때아닌 커피 원가 논란이 있었다. “커피 한 잔에 8000~1만원 받을 수 있는데, 알아보니 원가가 120원이더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 논란을 불렀다. 커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우리가 폭리를 취한다는 거냐”며 반발했고, “인건비와 임차료는 원가에 안 들어가느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 후보나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이나 원가, 가격, 이윤에 대해 오해하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그들은 무엇을 착각하고 있을까.커피 원가는 얼마일까커피 원가부터 따져보자. 자영업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커피점에서 사용하는 원두는 저렴한 것도 1㎏짜리 한 팩에 1만7000원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더블샷)에는 원두 20g이 들어간다. 사용 과정에서 버려지는 양을 감안하면 원두 1㎏으로 커피 40잔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커피 한 잔당 원두 가격은 최소 425원이다. 고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에 납품하는 원두 가격은 ㎏당 3만원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3만원으로만 잡아도 한 잔당 750원이다.라테에는 우유가 추가된다. 라테 한 잔에 보통 우유 200mL를 넣는다. 우유 가격을 L당 2000원으로 잡으면 잔당 400원이다. 생두를 사서 로스팅하면 원두 원가를 낮출 수는 있다. 그러나 로스팅 장비 하나에 수천만원이 들어간다.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소규모 카페는 오히려 손해다.또 있다. 원두와 우유는 커피 판매량에 따라 변하는 비용, 즉 가변 비용이다. 이것 말고 고정 비용이 있다. 아무리 작은 카페도 전기요금이 한 달에 수십만원 들고, 임차료도 내야 한다. 카페 인테리어에 1억원은 우습게 깨진다. 이런 것은 커피를 한 잔도 못 팔아도 들어가는 비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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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무역적자가 나쁘다고?…美경제는 '플러스 효과' 누려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미국)는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 우방과 적국으로부터 약탈당하고, 강탈당하고, 수탈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백악관에서 대미 무역흑자국의 수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약탈(loot), 강탈(pillage), 수탈(plunder)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정말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미국을 약탈했을까. 미국의 최고 수출 상품은?작년 미국 무역적자는 9184억달러였다. 웬만한 중진국의 국내총생산(GDP)보다 큰 규모다. 미국은 1975년 무역흑자를 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거의 50년간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규모도 점점 커져서 1980년대 초반 연간 1000억달러 정도였던 것이 최근엔 1조달러에 가까워졌다.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무역적자가 커지면 통화 가치가 하락해 그 나라의 수출품 가격이 세계 시장에서 저렴해지는 효과가 생긴다. 그러면 수출이 늘어나 무역적자가 줄어든다.하지만 미국은 다른 나라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미국 통화인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점이다. 이 세상 모든 나라가 국제 결제 통화인 달러를 갖고 싶어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최고 인기 수출 상품은 달러다. 그래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져도 달러 가치는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약탈한 결과라기보다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강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무역적자가 미국에 주는 이득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무역적자는 미국에 큰 이득이 된다.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를 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돈이 미국에 유입되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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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兆단위 공약들, 국가재정 '공유지 비극' 만든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각 당 대선 주자들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 공약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스케일도 전보다 훨씬 커졌다. 100조원짜리가 나오더니 200조원짜리도 나왔다. ‘묻고 더블로 가’라는 식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약이라고 믿고 싶지만, 뚜렷한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100조원 단위 공약은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잠겨 있지 않은 나라 곳간공유지의 비극이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한 자원을 과다하게 사용해 고갈되는 현상을 말한다. 공유 자원의 비극이라고도 한다. 공유 자원은 소비의 배제성은 없지만, 경합성은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바닷속 물고기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다. 누군가가 물고기 잡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바닷속 물고기는 배제성이 없다. 어떤 사람이 물고기를 잡는 만큼 다른 사람이 잡을 수 있는 물고기는 줄어든다는 점에서 경합성이 있다.국가 재정도 이런 성격을 띤다. 국민이라면 누구든 복지를 비롯해 정부 예산으로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즉 배제성이 없다. 그러나 누군가가 예산을 가져가는 만큼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경합성이 있다.공유 자원을 잘 관리하면 여러 사람이 오래도록 편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의 미래보다 눈앞의 사익을 챙기는 것이 인간 본성이다. 내가 아껴봤자 남이 다 써 버리면 나만 손해다. 그러느니 내가 먼저 쓰는 것이 낫다. 그렇게 너도나도 쓰다 보면 공유 자원은 고갈되고 만다.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것, 공중화장실이 지저분해지는 것, 공공 기물이 쉽게 파손되는 것 등이 공유지의 비극 사례다. 정치인과 국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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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비만인구 늘어난 게 간편음식 때문?
날씨가 부쩍 따뜻해졌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얇아졌다. 기온이 오르고 옷차림이 가벼워지면 몸매 고민이 커진다. 살이 찌는 이유는 간단하다. 먹기는 많이 먹는 반면 먹는 것에 비해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많이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르몬 작용 때문일까, 자제력이 부족해서일까. 혹시 경제적 이유는 없을까. 내 뱃살에 숨은 경제 원리를 찾아보자.간식과 야식을 자꾸 먹는 이유데이비드 커틀러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인은 왜 뚱뚱해졌을까’ 논문에서 비만율이 높아진 이유를 수요의 원리로 설명했다. 수요의 원리는 단순하다. 재화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은 증가한다. 식품 비용이 내려가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많이 먹게 됐다는 것이 논문의 요지다.경제학에서 말하는 비용은 돈뿐만이 아니다. 시간도 비용이다. 1965년 미국 전업주부는 식사 준비와 설거지에 하루 평균 137.7분을 썼다. 1995년 이 시간은 68.8분으로 줄었다. 식사 준비의 기회비용이 감소한 것이다. 2003년에 나온 논문이지만 20여 년이 흐른 지금 더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다. 오늘날 식사 준비에 필요한 시간은 더 짧아졌다. 밀키트로 단 몇 분 만에 근사한 요리를 차릴 수 있다. 배달 앱을 이용하면 밀키트 포장을 뜯어 냄비에 넣고 끓이는 정도의 수고조차 필요 없다. 이런 변화로 사람들은 더 자주 먹게 됐다고 커틀러 교수는 분석했다. 한 끼에 먹는 식사량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간식이나 야식을 먹게 돼 총 칼로리 섭취가 증가했고, 그 결과 비만해졌다는 것이다.에릭 핑켈슈타인 듀크싱가포르국립대 의과대학 교수와 키르스텐 스트롬보트네 보스턴대 교수도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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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용의자의 딜레마'…믿었던 측근이 배신하는 이유
가위바위보 할 때를 생각해 보자. 상대방이 무엇을 낼지 잠시 고민한다. 알 수는 없지만 짧은 순간 머리를 굴린다. 회사에서 신제품을 내놓는다. 소비자 반응은 어떨지, 경쟁사는 어떻게 나올지 고민을 거듭한다. 인생은 게임이다. 가위바위보부터 회사 신사업까지 우리는 상대방의 행동을 예상하며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전략적 상황’에 처한다. 이런 상황에 놓인 경제주체들의 행동을 연구한 경제학 분야가 있다. 게임이론이다. 협력과 배신 사이게임이론의 고전적인 사례로 다양하게 응용되는 것이 ‘용의자의 딜레마’다. 검찰 수사를 받는 두 용의자가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할 만한 범죄의 증거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심각한 범죄에 대해선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다. 검사는 두 사람을 각각 다른 방에 불러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당신이 자백하고 공범이 부인한다면 당신은 무죄로 석방해 주고 공범에게는 징역 10년을 구형하겠다. 둘 다 자백하면 각각 징역 5년을 살게 하겠다. 둘 다 끝까지 부인하면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하겠다.두 사람이 받을 징역형의 총량을 따져보면 둘 다 끝까지 부인해 1년씩 구형받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내가 부인했는데, 상대방이 자백한다면 상대방은 석방되고 나만 10년 형을 받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 그러느니 자백하는 것이 낫다. 자백하면 10년 형을 받을 일은 없고, 운이 좋으면 석방될 수도 있다. 결국 두 용의자 모두 자백한다. 두 사람 다 징역 1년씩만 받을 수 있는 선택지를 놔둔 채 둘 다 5년 형을 받고 만다.한때 동지적 관계였던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른 뒤 수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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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썸남썸녀' 중매 나선 정부…결혼업체보다 나을까
“벚꽃 흩날리는 계절, 우리 썸 타지 않을래?”지난 4일 열린 서울 서대문구의 단체 소개팅 ‘썸대문 with 벚꽃’ 안내 문구다. 서대문구에서 거주하거나 직장 생활 중인 28~39세 미혼 남녀 20명을 대상으로 커플 게임과 저녁 식사 등 6시간의 데이트를 구청이 주선했다. 부산 사하구는 다음 달 3일 가덕도의 한 펜션에서 ‘두근두근 사하 브릿지’ 행사를 연다. 29~39세 남녀가 참가하는 1박 2일 소개팅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소개팅이 많이 열린다. 정부와 지자체는 유능한 중매쟁이가 될 수 있을까.일부일처제의 존재 이유연애·결혼 시장에서도 시장실패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지만 시장 기능만으로는 그 목적이 달성되지 않을 때가 있다. 10년 전의 70% 정도에 불과한 혼인 건수와 합계출산율 0.75명의 초저출산이 연애·결혼 시장의 시장실패를 암시한다. 이럴 때 정부의 적절한 개입은 시장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시장실패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우선 독점이 있다. 독점이란 어떤 기업이 공급하는 상품에 밀접한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고, 그 상품을 오직 하나의 공급자가 공급하는 상황을 말한다. 독점시장에선 상품 가격이 완전경쟁시장의 균형 가격보다 높게 형성된다. 이에 따라 수요가 감소해 거래량이 줄어들고, 거래량이 감소한 만큼 경제적 순손실이 발생한다.일부 남성과 일부 여성은 외모와 사회경제적 조건 등에서 평균적인 남성 혹은 여성보다 월등하다. 이런 소수의 남성 또는 여성에게 이성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연애·결혼 시장에 개입한다. 그 수단은 다름 아닌 일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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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산업보호 위한 관세, 경제 무너뜨릴 '자폭' 우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고 충격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방으로 던지고 있는 ‘관세 폭탄’ 얘기다. 캐나다, 멕시코, 유럽에 이어 한국을 향해서도 폭탄이 날아오고 있다. 관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레버리지다. 관세가 무엇이기에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위대한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것일까. 관세는 과연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을까.원조는 트럼프가 아니다관세는 오랜 옛날부터 유용한 세금이었다. 부과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소득세를 매기려면 소득을 파악하고 재산세를 부과하려면 재산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전근대 시대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반면 관세는 국경과 항구 길목만 지키고 있으면 부과할 수 있다.기원전 2000~3000년에 이미 관세가 존재했다. 당시 메소포타미아 지역 상인은 국경을 넘을 때 오늘날의 관세와 비슷한 통행세를 내야 했다. 소득세가 19세기, 법인세와 부가가치세가 20세기에 와서야 등장한 것과 비교하면 역사가 매우 긴 세금이다.근대 이후 무역 규모가 커지면서 관세는 보호무역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조가 아니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유치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며 그 수단으로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제안했다. 18~19세기 후발 산업국인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이 산업혁명의 선두주자 영국을 겨냥해 고율 관세를 매겼다.20세기 들어선 한국과 대만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산업을 육성했다. 다만 이 같은 유치산업 보호 정책이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대만은 예외다.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는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