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규제' 단기적으론 효과 있지만
수익성 떨어진 집주인들, 세입자 안 구해
장기적으론 매물 줄고 관리 소홀해져

'임대료 상한제' 도입했던 베를린
주택공급 40% 감소…인근지역월세 '쑥'
“뉴욕 유권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에서 밀려난 요리사, 배달원, 택시 운전사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 미국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의 승리 연설 중 일부다. 뉴욕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위한 맘다니의 핵심 공약이 100만 가구 임대료 동결이다. 뉴욕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대료 규제는 저소득층을 도시 바깥으로 더욱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임대료 규제의 오랜 역사
[경제야 놀자] 임대료 규제의 역설…서민 집 마련 더 힘들어진다
맘다니의 임대료 규제 공약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뉴욕에는 오래전부터 임대료 규제가 있었다. 시작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대였다. 전쟁 특수로 많은 근로자가 뉴욕으로 밀려들었는데 건설사들이 군수 지원에 집중하느라 주택 공급이 부족했다. 이에 뉴욕시는 세입자가 임대료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법원이 ‘합리성을 기준으로’ 적정성을 판단하도록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3년엔 미국 연방 정부가 식료품과 연료, 원자재 가격 그리고 주택 임대료를 통제했다. 참전 군인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제공할 목적으로 미국 전역의 주택 임대료를 동결했다. 전쟁이 끝난 뒤 연방 정부는 가격 통제를 해제했지만, 뉴욕시는 임대료가 계속 오르자 시 차원에서 임대료 인상률의 상한을 정했다.

1969년엔 임대료 안정화법을 제정해 임대인 대표와 세입자 대표, 공공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임대료 인상률을 결정하도록 했다. 1990년대 이후 규제를 완화한 시기도 있었지만, 2019년부터는 임대료 인상률을 1.5~2.5%로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자기 집에 불을 지른 집주인이런 규제는 단기적으로 임대료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낸다. 시장 균형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임대료가 형성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규제가 장기화했을 때다. 임대료로 얻을 수 있는 수입이 줄어들면 임대인은 집을 빌려주지 않으려 한다. 주택을 다른 용도로 개조하기도 한다. 새로운 주택 건설도 줄어든다. 결국 임대주택 공급이 감소한다.

집주인이 집을 제대로 관리하지도 않는다. 임대료를 많이 받지도 못하는데 노후한 집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돈을 들이면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택 품질이 저하하고 도시가 슬럼화한다.

기존 세입자들은 저렴한 임대료를 내며 살 수 있지만, 새로 집을 얻어야 하는 사람은 집을 구할 수조차 없게 된다. 또 임대료를 적게 내는 대신 점점 노후하고 유지, 보수도 안 되는 낡은 집에 살아야 한다.

뉴욕의 임대료 규제가 그런 결과를 초래했다. 집주인들이 수익성이 낮아진 낡은 주택을 방치해 한때 뉴욕에선 빈집이 노숙인 수의 네 배에 달했다. 세를 줘 봐야 얼마 받지도 못하는데 보험금이나 타자며 자기 집에 불을 지르는 집주인도 있었다.저소득층 밀어내는 임대료 규제맘다니 같은 정치인들은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임대료 규제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와 정반대되는 일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독일 베를린시는 2020년 미에텐데켈(Mietendeckel)이라는 임대료 규제를 도입했다. 직역하면 ‘임대료 뚜껑’이라고 할 수 있는 임대료 상한제다. ㎡당 월세 상한을 9.8유로로 정하고 위반하는 집주인에겐 무거운 벌금을 물렸다.

그러자 베를린의 임대주택 공급이 40% 줄었다. 베를린에서 집을 못 구한 저소득층은 옆 동네 포츠담으로 이사 갔다. 그 바람에 포츠담의 임대료가 급등했다. 애초 베를린의 비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포츠담에 살던 저소득층의 부담이 더 늘었다.

스웨덴도 임대료 규제의 대표적 실패 사례다. 스웨덴에서는 임대주택 입주자를 신청한 순서대로 정한다. 가격 규제로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니 선착순 방식으로 집을 배급하는 것이다.

작년 스톡홀름에서 임대주택에 입주한 사람들의 평균 대기 기간은 8.8년이었다. 현재 밀려 있는 인원만 89만 명이다. 정부가 임대주택을 더 지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공공 임대주택 건설은 집값을 밀어 올릴 수 있다. 임대주택이 늘어난 만큼 매매할 수 있는 주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아사르 린드베크는 일찍이 “임대료 통제는 폭격 다음으로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맘다니는 다를 수 있을까. 임대료 규제의 오랜 역사는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1. 임대료 규제의 단기효과와 장기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2. 임대료 규제가 장기적으론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는?

3. 베를린의 임대주택 규제 사례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