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과 경제모형
경제는 어떻게 전망할까요. 경제 전망은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하겠다고 예측하는 겁니다. 하지만 숫자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왜 그 숫자가 나오게 됐는지 배경을 설명하는 게 전망의 목적이죠. 예를 들어 내년 경제성장률을 2%로 예상한다고 했을 때 왜 그런 전망이 나왔는지 현재의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소비가 늘어날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좋아질 것이다” 등 현재 상황을 토대로 한 전망이 중요하죠.
문제는 경제가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경제는 데이터가 쌓여서 그 데이터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데이터가 아무리 쌓여도 정답이 아닐 수 있죠. 그래서 경제 전망을 ‘주사위 굴리기’라고도 해요. 확률의 문제인 셈이죠. 이렇게 복잡한 경제를 조금이라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경제모형입니다.
경제모형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이론에 맞는지를 따지는 모형, 다른 하나는 데이터에 부합하는지를 중시하는 모형입니다. 이론 관련 모형에는 DSGE(동태확률일반균형) 모형이 있어요. 경제의 흐름을 수학적으로 따지는 접근 방식이죠. 가계와 기업이 어떻게 소비하고 투자하는지, 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숫자로 따져가며 균형점을 찾으려고 애쓰죠. 모든 게 수학 공식처럼 움직이는 셈입니다. 한 정책이 바뀌면 경제 상황이 어떻게 바뀌는지 예측하는 데 유리하죠. 다만 디지털화폐 같은 새로운 통화가 미치는 영향이나 급격한 경제 상황 변동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대표적 모형으로는 VAR(벡터자기회귀)이 있어요. ‘지난 분기에 유가가 오르면 이번 분기 물가는 얼마나 오르더라’ 같은 패턴을 수학적으로 잡아내죠. 인공지능 등을 더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토대로 단기 예측을 하는 데 유리해요. 이 두 부류는 서로 경쟁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예요. 이론적 모형은 ‘왜’를 설명하는 데 강하고, 데이터 모형은 ‘얼마나’를 맞히는 데 강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여러 모형을 함께 씁니다. 단기 전망에는 VAR과 나우캐스팅 모형을, 중기 전망과 정책 분석에는 DSGE를, 구조 변화나 특수 상황 확인에는 AI 기반 모델까지 섞어 사용합니다.
사극에서 임금이 저마다 다른 성격의 신하들을 불러 의견을 듣는 것과 비슷해요. 어떤 모형은 늘 조심하라고 하고, 어떤 모형은 더 공격적으로 보라고 하고, 어떤 모형은 평소에는 별 성과가 없지만 가끔 결정적인 통찰을 제공합니다. 중요한 건 각각의 모형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아는 것, 즉 ‘이 모형은 이런 상황에서 강하다’는 특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경제모형의 근본적 한계는 경제가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다는 겁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요. 예측하는 행위 자체가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바꾸기도 합니다.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는데, 정부 의도와 다르게 집값을 부추기는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죠. 또 모형으로 단순화하기에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작은 요소 하나만 놓쳐도 결괏값이 완전히 달라지죠.
경제가 진화하고 있단 점도 고려해야 해요. 모형은 과거를 기반으로 만들죠.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고, 국제관계가 바뀌며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지는 게 인류 역사입니다. 안 그래도 주사위 던지기처럼 불확실한데, 이번엔 주사위 모양까지 바뀌어버리는 거지요.
그런데도 경제모형은 경제를 전망하고 예측하는 데 여전히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필요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경제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론이기도 합니다. 수능에서는 경제모형의 구체적 방법론까지 출제하긴 어렵지만, 경제모형의 특징 등을 설명하는 지문의 출제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NIE 포인트
2. 경제 모형은 왜 필요할까.
3. 경제 모형의 한계를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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