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가 오히려 부작용 초래
투기 수요 없었다면 주택건설 줄어
장기적으로 집값 더 오를 확률 높아
‘똘똘한 한 채’ 광풍에 집값 격차 커져
과도한 규제 정책이 더 큰 재앙 불러
이제 서울과 경기 남부 12개 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투기 목적이 아니라 실거주 목적임을 지방자치단체에 증명해야 한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이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의 배경에는 부동산 투기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범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과거를 돌이켜보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려고 내놓은 정책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부동산 ‘투자’는 없다
투기 수요 없었다면 주택건설 줄어
장기적으로 집값 더 오를 확률 높아
‘똘똘한 한 채’ 광풍에 집값 격차 커져
과도한 규제 정책이 더 큰 재앙 불러
조금 넓게 보면 수익을 기대하고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매입하는 것을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무리한 이익을 목표로 지나치게 큰 리스크를 감수하며 각종 자산을 매입하는 행위를 보통 투기라고 부른다. 워런 버핏은 “투자는 장기적인 사업 전망을 보는 것이고, 투기는 주가의 움직임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둘을 구분했다. 투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speculation’에는 확실한 근거 없이 추측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즉, 자산의 가치를 면밀하게 분석해 돈을 장기적으로 묻어 두는 것은 투자, 가격이 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만으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은 투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의에 따르면 주식시장 참가자 대부분은 투자자가 아니라 투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 자체도 모호하다. 자산의 가치를 얼마나 깊이 분석해야 제대로 된 분석인지, 얼마나 오래 투자해야 장기 투자인지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없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이른바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집값이 오르는 지역은 많은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렇듯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모호하다.좋은 투기도 있다과열된 투기는 가격 거품으로 이어지고,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막대한 피해와 사회적 비용을 낳는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투기, 1980년대 일본 부동산 버블, 2000년을 전후한 미국 닷컴 버블이 모두 그랬다.
그러나 투기에는 순기능도 있다. 어떤 상인이 김장철 배추 가격이 1만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포기당 5000원에 매입하는 선물 계약을 농부와 맺었다고 하자. 실제로 배춧값이 1만원이 되면 이 상인은 떼돈을 번다. 농부가 벌었을 돈 5000원을 가로챈 투기꾼이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다. 그 대신 상인은 농부가 짊어졌어야 할 가격 하락의 리스크를 덜어줬다. 배추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는 점에서 가격 안정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 그래서 시카고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은 “투기는 가격을 본질적 가치에 가까워지게 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시장의 투기 수요도 일정 부분 순기능을 한다. 투기 수요가 없다면 주택 건설이 줄어 장기적으로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거주 목적 외의 주택 매입을 막는다면 전·월세 공급이 끊길 것이다.
투기는 기술 발전을 촉진하기도 한다. 튤립 광풍 시대에 더 값비싼 튤립에 대한 투기 수요는 화훼 기술 발전을 추동해 네덜란드를 화훼 강국으로 이끌었다. 1700년대 초반 영국에서 활동한 네덜란드 출신 사상가 버나드 맨더빌은 “인간의 탐욕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전세 사기 부른 부동산 투기 억제투기를 막으려는 시도는 때때로 더 큰 재앙을 불러왔다. 문재인 정부는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사람에게 종합부동산세를 중과세했다. 그러자 다주택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오피스텔, 빌라, 다세대주택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이들 주택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낮아졌다. 전세가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집주인들은 전세 보증금을 떼어먹었고 청년들은 전 재산을 날렸다. 다른 지역의 집은 팔고 서울 강남 아파트에 올인하는 ‘똘똘한 한 채’ 현상으로 강남과 다른 지역 간 집값 격차도 확 벌어졌다.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소얼이 한 말을 곱씹어볼 만하다. “오늘날 유행하는 거의 모든 어리석은 아이디어는 과거에 이미 시도했고, 반복해서 재앙적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NIE 포인트
2.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3. 네덜란드 튤립 투기, 일본 부동산 버블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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