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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시사경제
성장 더뎌지는데…다시 들썩이는 물가
물가상승률이 다섯 달 만에 2%대에 재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5.71로 1년 전보다 2.2%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1.3%까지 떨어진 물가는 이후 방향을 바꿔 11월(1.5%), 12월(1.9%)에 이어 오름폭을 키워가고 있다. 우리 경제가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 초기 단계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시 2%대 진입한 물가상승률슬로플레이션이란 경제성장 속도는 느린(slow) 상황에서 물가는 뛰는(inflation) 현상을 말한다.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비해서는 충격이 덜하지만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다.지난달 물가를 끌어올린 주된 요인은 국제 유가와 환율이었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류가 7.3% 상승해 전체 물가를 0.27%포인트 높였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1400원대가 굳어졌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1~12월 환율 상승이 석유류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가공식품과 기타 원자재에 시간을 두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물가가 상반기까지는 상방 압력을 받겠지만, 한 해 전체로는 둔화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물론 1월 물가는 한국은행이 관리하는 중장기 목표치(2.0%)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 수치이기에 당장 ‘초비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문제는 추세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촉발한 관세전쟁이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고환율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가 조만간 단행할 가능성이 있는 추가경정예산은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인 만큼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이런 와중에 성장에 대한 전망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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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대졸 초임 5300만원 vs 3300만원…격차 왜 생길까
“머슴살이도 대감집에서 해라.” 이는 이왕 월급쟁이를 할 거라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 하는 게 낫다는 뜻으로 직장인들이 하는 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대졸 초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정규직 대졸 초임은 연 5302만원(초과 급여 포함)으로, 300인 미만 중소기업 정규직 대졸 초임 3328만원의 1.6배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녀 간 임금 격차도 크다. 이런 격차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가 돈 많이 버는 이유시장경제에선 임금도 수요·공급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노동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 임금은 상승하고, 노동 수요가 공급에 못 미치면 임금은 하락한다.노동 수요와 공급은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이룰까. 여기 동네 빵집이 하나 있다. 이 빵집의 제빵사가 한 달에 빵을 1000개 만들고, 빵 한 개 가격이 5000원이라면, 제빵사의 월급은 5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그래야 빵집 주인이 제빵사 월급을 주고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만약 이 제빵사가 숙련도를 높여 한 달에 빵을 1200개 만든다면 월급을 600만원까지 올려줄 여지가 생긴다. 이 간단한 예시를 통해 노동시장의 균형 임금은 근로자 한 명이 추가로 창출하는 매출(한계생산가치)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여기서 한계생산가치는 곧 노동생산성이다. 제빵사가 빵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되면, 즉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 한계생산가치도 높아진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기본적으로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의 생산성 차이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노동생산성은 누가 더 열심히 일하느냐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어느 근로자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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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단 15분밖에 없다면 뭘 할까요? [고두현의 아침 시편]
나무 중 가장 사랑스런 벚나무 앨프리드 E. 하우스먼나무 중 제일 어여쁜 벚나무가 지금가지마다 꽃을 활짝 피우고숲속 승마길 옆에 줄지어 서 있네.부활절 맞아 하얀 옷 입은 듯이.이제 내 칠십 인생에서스무 해는 다시 오지 않으니,일흔 번 봄에서 스물을 빼면고작해야 쉰 번이 남는구나.만발한 꽃들을 바라보기엔쉰 번의 봄도 많지 않으니나는 숲속으로 가리라눈꽃송이 활짝 핀 벚나무 보러.* 앨프리드 E. 하우스먼(1859~1936) : 영국 시인이자 고전학자.칠십 인생에서 스무 해는 다시 오지 않으니시인 하우스먼은 세월의 단면을 잘라 인생의 봄을 이렇게 보여줍니다. 그것도 꽃다운 스무 살 젊은이의 관점을 통해서 말이죠.“내 칠십 인생에서 이제/ 스무 해는 다시 오지 않으리./ 일흔 봄에서 스물을 빼면/ 고작해야 쉰 번이 남는구나.”그러면서 “만발한 꽃들을 바라보기에/ 쉰 번의 봄은 많은 게 아니니/ 나는 숲속으로 가리라/ 눈같이 활짝 핀 벚나무 보러”라고 노래합니다.프랑스 명배우 장 가뱅이 한 말과 비슷하군요. “생의 늦가을에 들어선 내게 아직도 경이로운 일은 그토록 많았던 슬픈 저녁들은 잊히지만, 어느 행복했던 아침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는 것이다.”오늘 시를 오래 음미하는 동안 ‘단지 15분’이라는 서양 연극이 생각났습니다. 자기 생명이 15분밖에 남지 않은 한 젊은이가 주인공이지요.이 젊은이는 어려서부터 총명해서 뛰어난 성적으로 박사과정을 마치고 논문 심사에서도 극찬을 받았습니다. 이제 학위를 받을 날만 남았죠. 앞날이 장밋빛 그 자체였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가슴에 심한 통증이 왔습니다. 곧이어 청천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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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목재 살 돈으로 석유공장 매입…장남의 '神의 한수'
스웨덴의 위대한 발명가 임마누엘 노벨이 러시아로 이주한 게 1837년이다. 화학제품 공장을 설립한 그는 크림전쟁(1853~1856) 당시 지뢰와 수중 기뢰를 러시아 군부에 납품했는데 파병을 위해서는 죽으나 사나 바다를 건너야 하는 영국군에게 이보다 위협적인 무기는 없었다. 상대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은 수요가 엄청나다는 의미이기에 임마누엘은 돈방석에 앉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쟁에서 패한 러시아 정부는 잔금 지불을 잊었고, 영국·프랑스 등 연합군에게도 미운털이 박혀 노벨은 파산하고 만다. 이에 공장은 채권자들의 손에 넘어갔는데, 문제는 생산품이 워낙 전문 영역이다 보니 이를 돌릴 사람을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세 아들 로베르트·루드비그·알프레드가 자신들의 인건비와 수익으로 채무를 변제하는 방식으로 공장을 운영했고, 덕분에 형제들은 일하면서 자신들의 연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먼저 대박을 터뜨린 건 둘째 루드비그다. 그는 일명 ‘노벨 수레’를 발명했는데 지면이 고르지 못한 러시아 도로에 안성맞춤인 제품이었다. 셋째 알프레드는 니트로글리세린에서 힌트를 얻어 다이너마이트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가문의 막내인 에밀이 알프레드의 공장에서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동생의 그늘 벗어나려 한 형의 돌발 행동수레에 이어 러시아 정부에 소총을 납품하는 대규모 계약을 따낸 루드비그는 소총 개머리판에 필요한 나무를 조달하기 위해 형 로베르트를 캅카스 남쪽 지역으로 파견한다(발명은 물론 경영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인 루드비그와 달리 이렇다 할 재능이 없던 맏형 로베르트는 동생 밑에서 일하는 처지였다). 1873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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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기타
현금 없는 사회
니어 생글생글 제148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현금 없는 사회’입니다. 경제 활동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금 없는 버스, 현금 없는 매장에 이어 현금을 취급하지 않는 은행 지점까지 등장했습니다. 현금이 사라져가는 이유는 무엇이며, 현금 없는 사회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꿈을 이룬 사람들에서는 항공, 해운, 육상 운송까지 한국 물류 산업의 기반을 닦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의 생애를 조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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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대한민국 전체가 사람 못사는 땅으로 지정됐다
2044년 제1차 세계 기후 재난 발생, 2050년 제2차 세계 기후 재난 발생, 2051년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오클랜드 협약 체결, 두 차례 기후 재난으로 인해 지구 육지의 57%를 사람이 살지 않는 땅으로 지정, 대한민국 전체가 노 휴먼스 랜드(No Human’s Land)로 지정되다.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 어덜트 소설상 대상 수상작 〈노 휴먼스 랜드〉의 배경이다.디스토피아 소설이 앞다퉈 발표되고 있지만 현실감이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혐오스럽거나, 억지스러운 전개로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으로 기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읽는 〈노 휴먼스 랜드〉는 실화인 듯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이다.2070년, 19년간 방치해온 대한민국 서울 용산공원에 ‘노 휴먼스 랜드 조사단’ 대원이 도착한다. “향후 10년 안에 지구의 평균온도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보고서에 힘입어 과학자들이 적극적인 연구를 주창하자 유엔기후재난기구(UNCDE)에서 조사단을 파견한 것이다.비행기를 타고 용산공원에 내린 대원은 단장이자 지질학자 파커, 기상학자 한나, 동물행동학자 아드리안, 학생 인턴 크리스, 이 소설의 화자 미아까지 모두 5명이다.기후 난민인 18세 소녀 미아,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캐나다의 난민 캠프에 살다가 그곳이 도시로 변하면서 집세가 올라가자 엄마 혼자만 남고 할머니와 둘이 알래스카로 떠난다. 할머니에게 말로만 듣던 땅,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땅을 직접 찾은 것이다.비행기 고도가 서서히 낮아지면서 미아는 “빽빽하게 자리한 높은 건물들과 그 사이를 촘촘하게 잇는 도로들이 빈틈없이 땅을 메운” 광경을 본다. 땅과 가까워지면서 “무너진 다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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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나라별 자원·기술·학습효과가 차이나기 때문이죠
교우위는 상대적 효율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교환과 거래를 발생시키는 원인이다. 국가 간 거래인 무역도 비교우위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난주에 살펴봤다. 이번에는 비교우위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비교우위가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설명하겠다. 어떤 나라의 수출 상품과 수입 상품을 결정하는 비교우위가 발생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많이 언급되는 것으로는 부존자원의 차이, 기술 수준의 차이, 학습효과의 차이다. 부존자원 가장 중요각국의 비교우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부존자원의 차이다. 각 나라가 보유한 부존자원의 종류와 양은 동일하지 않다. 천연자원의 경우 원유를 많이 보유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 철광석을 많이 보유한 나라도 있다. 생산요소로 살펴본다면 인구가 많아 노동력이 풍부한 나라도 있고, 인구가 적어 노동력은 작지만 상대적으로 자본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도 존재한다.원유를 많이 보유한 나라는 원유를 이용해 생산하는 석유 제품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수출도 많이 할 것이다. 철광석을 많이 보유한 나라는 비교우위가 생기는 철을 이용해 만드는 제품을 수출할 것이다. 노동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는 노동이 많이 투입되는 노동집약적 상품에 비교우위를 갖게 되고, 자본이 풍부한 나라는 자본을 많이 투입해 생산하는 자본집약적 상품에 비교우위를 갖게 돼 관련 상품을 수출할 것이다. 기술도 무시 못해아무리 자원이 풍부하더라도 그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면 비교우위가 생길 수 없다. 비교우위를 따질 때 기술의 유무는 자원의 보유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술의 차이로 비교우위가 크게 발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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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전세계 뒤흔든 中딥시크…AI업계 게임체인저 될까
중국 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DeepSeek) R1’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개발 비용이 미국 기업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데, 성능은 챗GPT에 필적한다는 결과가 나와서죠. AI 과다 투자 우려를 낳던 미국 빅테크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일반인의 관심도 높아져 애플 등의 앱스토어에서 딥시크가 챗GPT를 제치고 무료 다운로드 앱 1위에 오르기도 했죠.평가하기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지만, 미국 기술기업들은 난리가 아닙니다. 미국의 유명 벤처투자자는 1957년 옛 소련이 인공위성을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리면서 미국에 충격을 던진 ‘스푸트니크 모멘트’가 연상된다고 했습니다. 메타는 딥시크의 관련 기술을 분석하는 비상작전실(워룸)을 만들었어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는 “중국의 발전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죠. AI 패권 경쟁에서 중국에 덜미를 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에 미국 정치권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기업에게 ‘웨이크업 콜(경종)‘이 될 것이라며 애써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일반인과 학생들도 딥시크의 출현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AI의 미래, 결국 인류의 미래를 바꿔놓는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어지는 4면에서 AI에 대한 이해를 다시 다지고, 5면에서는 딥시크에 관심을 가져야 할 주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인간 뇌' 복제판 만드는 인공지능"중국도 있다"…총성 울린 AI 전쟁연일 전해지는 ‘딥시크(DeepSeek) 쇼크’ 뉴스는 챗GPT를 넘어선 인공지능(AI)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