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다음으로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부실기업을 정상화하는 프로그램인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는데요, 그 소유주가 사모펀드(MBK파트너스)여서 이례적입니다. 사모펀드는 주로 기업을 인수한 후 구조조정을 통해 가치를 높이고 다시 시장(인수합병)에 매력적인 매물로 내놓는 일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차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죠. 그런데 이런 일이 항상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펀드(fund)는 일상생활에서 참 많이 사용하는 경제용어입니다. 용도와 성격이 다른 펀드들을 뭉뚱그려 ‘OO펀드’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펀드란 무엇이고, 어떤 종류로 나뉘며, 국부펀드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여러사람 돈 모아 전문가가 굴려주는 펀드
1970년대 이후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

분류 기준 따라 다종다양
금융상품으로서 펀드는 분류 기준에 따라 다종다양하게 나뉩니다. 먼저, 투자 대상에 따른 구분입니다.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증권펀드,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파생상품펀드,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 선박·석유·금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실물펀드, 다른 펀드 상품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 펀드를 현금화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하는 환금성으로 비교해보면, MMF가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가장 뛰어나고, 다음이 증권펀드입니다. 실물펀드나 부동산펀드는 환금성은 낮지만, 장기투자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요. 이 가운데 증권펀드는 주식에 자산의 60% 이상을 투자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주식형펀드, 채권에 60% 이상을 투자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채권형펀드, 주식과 채권에 모두 투자하되 주식 비중을 60% 이하로 제한하는 혼합형펀드로 다시 나눌 수 있습니다.
투자 지역에 따라서는 국내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국내형 펀드, 해외 주식 및 채권을 사고파는 해외형 펀드가 있습니다. 해외형 펀드는 투자 대상국의 조세제도와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습니다. 또 투자자를 공개 모집하는 공모펀드, 그렇게 하지 않는 사모펀드로 나뉠 수 있죠. 증권사 등에서 살 수 있는 펀드의 대부분은 공모펀드입니다. 사모펀드는 49인 이하로부터 비공개로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펀드를 말합니다. 최소 가입 금액이 3억원으로,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합니다.
‘효율적 시장’ 기초한 인덱스펀드
펀드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인덱스펀드(Index Fund)와 상장지수펀드(ETF)입니다. 이들 펀드의 등장은 일반인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해준 혁명적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펀드의 역사는 18세기 네덜란드 상인들이 해외무역을 위해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19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돈을 굴려주는 투자신탁이 등장했고, 20세기 초엔 투자자들이 언제든 주식을 매수하거나 환매(현금화)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가 등장했어요.
그리고 1970년대 들어 특정 종목의 주가가 아닌, 주가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인덱스펀드가 탄생했습니다. 미국의 존 보글이 1976년에 설립한 뱅가드그룹의 ‘뱅가드 500’이 효시였죠. 펀드가 몇몇 주식 종목에만 투자할 경우 수익이 날 때는 크게 나지만 손실을 볼 때는 그 폭 또한 커집니다. 이에 반해 전체 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주가지수를 따라 오르내리도록 펀드를 만들면 훨씬 수익이 안정적이 됩니다. 여기엔 효율적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란 경제이론이 기초가 됐습니다. 즉 주식 가격은 이미 공개된 정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주식을 잘 골라 투자하더라도 시장 평균(예, 주가지수)을 초과하기 어렵다는 이론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ETF도 인덱스펀드의 일종입니다. 다만, 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켜 일반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한 게 차이점이자, 최대 장점이죠. 인덱스펀드나 ETF 투자는 흔히 “종목이 아닌 시장을 산다”는 말로 유명한 금융상품입니다. 이렇게 개인들도 쉽게 투자할 수 있는 펀드가 다양하게 개발되면서 자본시장은 더욱 활성화하고 고용 창출 등 실물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NIE 포인트1. 펀드 투자가 활성화하면 경제에 어떤 파급효과가 나타나는지 토론해보자.
2. 상장지수펀드(ETF)가 등장한 배경과 현재의 시장 규모 등을 알아보자.
3. 효율적시장 가설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자. 국부펀드는 나라의 부 키우는 게 주 목적
기초 자원이 충분해야 성공 가능성 높죠

국부 그냥 두면 기회 손실
국부펀드는 나라의 부(富)를 기초자산 삼아 국부를 더 키우고 경제적 안정을 추구하는 펀드를 말합니다. 주로 외환보유액이나 자원 수출로 확보한 자금을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합니다. 쿠웨이트투자청은 석유 수출로 인한 초과수익, 즉 ‘오일머니’가 원천이 됐습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때 쌓은 외환보유액으로 재원으로 2007년 외환투자공사(CIC)를 설립했습니다.
이런 국부펀드와 일반적인 펀드의 차이점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될 겁니다. 둘 다 똑같이 수익 증대를 목표로 하지만, 일반 펀드는 개인의 단기 혹은 중기 수익에 주목하고, 국부펀드는 20년 이상 장기 투자전략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공공적 성격의 펀드인 연기금과는 어떻게 다를까요? 대표적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경우, 퇴직한 연금 납입자에게 지급할 연금의 재원을 확보하는 게 목적입니다. 이는 국부의 증식과 나라 경제의 안정이 목적인 국부펀드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납니다. 또 국민연금은 투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반면, 국부펀드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라의 여러 정책적 목표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는 만큼 일반 대중에게까지 투명하게 관련 정보를 공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제안한 국부펀드는 국민도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연기금과 국부펀드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는 펀드라 볼 수 있습니다. 참여 국민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실익을 주기 때문이죠. 발상은 파격적이지만 생각해볼 부분은 있습니다. 먼저, 대부분의 국부펀드는 이미 조성돼 있는 국가의 부를 원천으로 삼습니다. 국가의 부는 개인의 부와 마찬가지로 가만히 두면 썩히게 됩니다. 가능한 한 많이 굴려 국민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해야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뭉칫돈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국민을 비롯해 기업·정부·연기금 등에서 돈을 걷는 게 과연 가능할지, 효율적일지는 검증된 바가 없습니다. 국부펀드는 복수로 여러 개 둘 수 있지만, 그 목적이 명확한 것이 좋습니다. 중국이 최근 밝힌 20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 조성 계획은 미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용도로 명확한 목적을 가진 겁니다.
PEF와 사모펀드 구분해야
다음으로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는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미 큰손이 됐습니다. 2023년 성사된 국내 기업 M&A에서 사모펀드가 주도한 게 85%에 달합니다. 흔히 기업 인수에는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와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가 참여합니다. FI는 일명 ‘자금줄’ 역할을 하는 곳이고, 기업 실적을 환골탈태시켜 매력적으로 만드는 구조조정 전문가는 바로 SI입니다. PEF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공모펀드의 반대말인 사모펀드와 헷갈려선 안 됩니다. 사모펀드는 단순투자 목적의 주식형 사모펀드, 기관의 자금만 굴리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 특정 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인수해 기업 경영에 참여하고 기업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사모투자 전문 회사로 세분됩니다. 지금 얘기하는 ‘기업 M&A 시장의 강자’ 사모펀드(PEF)는 바로 사모투자 전문 회사를 말하는 겁니다. 통상적인 펀드는 주식을 운용해주는 금융회사와 투자자가 신탁계약을 맺는 데 반해, PEF에 투자하는 사람은 사모투자 전문 회사에 사원(일종의 주주)으로 참여하는 게 큰 차이점입니다. NIE 포인트1. 세계의 대표적 국부펀드와 투자 사례, 최근 수익률을 알아보자.
2. PEF가 발전해온 역사와 최근 이슈에 대해 살펴보자.
3. 세계 인수합병 시장에서 PEF가 점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