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집값 불안에 놀란 정부는 신속한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한도를 6억원으로 못 박고, 6개월 이내 실제 입주해 사는 것을 의무화하는 강도 높은 대책을 지난달 말 발표했죠.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한 액수가 절반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봤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주택 수요 억제책을 많이 갖고 있으며 집값이 불안해지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고물가에 집값까지 들썩거리니 민생이 더욱 힘들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집값 급등’ 문제가 뉴스에 나오면 여러분은 어떤 느낌을 받나요? 집이 없는 가정이나 신혼부부만 신경 곤두세울 주제일까요? 가계 운영이나 재테크의 요소인 집값에 관심은 갖지 않더라도 경제 현상으로서 주택 가격과 시장에 대해서는 공부해볼 만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약 75%가량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을 정도로 나라 경제에서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최근 집값 급등의 원인은 무엇이고, 집값이 경제에서 왜 중요한지, 투기와 투자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집값은 건설경기·거시경제에 큰 영향
주택가격 급등이 인플레 심화시킬 수도

건설업 고용 유발, 반도체보다 커
우리나라 건설업은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5%를 담당했습니다.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도 막대합니다. 2016년의 경우, 전체 성장률 2.9% 중 건설투자의 기여도는 1.4%p였습니다. 작년엔 건설투자의 부진이 성장률 0.4%p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건설업은 일자리 수도 많이 좌우합니다. 2023년 기준으로 국내 건설업 취업자 수는 약 211만 명으로, 전체 고용의 7.4%를 점했습니다. 건설업 생산액이 10억원 늘어나면 일자리는 11.1개 생겨납니다. 이를 ‘고용유발계수’라고 하는데요, 반도체(2.1개), 자동차(7.4개), 선박(8.2개), 서비스업(9.2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집값이 오를 땐 건설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집값이 떨어질 땐 가계의 자산가치가 줄어 소비가 위축되고 건설경기 침체와 실업 증가가 불가피해집니다. 집값은 물가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 되기도 해 정부는 늘 긴장하고 집값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미국·유럽 집값도 역대 최고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유럽·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글로벌 현상이죠. 작년 한 해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8개국 가운데 37개국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미국에선 이민자 수, 제조업 투자 등이 늘어나면서 주택가격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 국가들의 주택가격지수도 작년 4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습니다.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싸움을 하면서 각종 제조업의 원료 공급과 분업 생산체제가 많은 차질을 빚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분쟁이 곳곳에서 터지면서 주택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여파도 큽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나게 풀린 돈(유동성)과 저금리의 지속이 인플레이션을 글로벌 현상으로 만든 것입니다. ‘에그(egg)플레이션’ ‘커피플레이션’ ‘런치(lunch)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유행이 될 정도로 물가상승은 중요한 이슈입니다. 세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5% 안팎, 올해도 4~4.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택도 하나의 상품이란 점에서 가격 상승은 불가피했습니다.
주택가격, 물가지수에 반영돼야
한번 오른 집값은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다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됩니다. ‘집값’ 또는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상가 등의 부동산 가격도 꿈틀대기 마련입니다. 상가 등을 소유한 사람은 그 기회비용으로 임대료를 받는데요, 상가 가격이 올라가면 임대료를 높이는 것은 당연한 선택입니다. 임대료 상승은 각종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죠. 따라서 집값이 계속 오를 경우, 자칫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거비(임대료)를 CPI 계산 때 포함시키지만 주택 매매가격 자체는 반영하지 않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주택 매매가격도 CPI 계산에 넣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집값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표상으로 더 큽니다. 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주택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주 경고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경제문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물가를 못 잡으면 선거에 승리하기 어렵고 정권 교체까지 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NIE 포인트1. 다른 나라의 건설산업 비중은 어떤지 알아보자.
2.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어떤 수준인지 확인해보자.
3. 우리나라는 소비자물가지수산출에 집값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유가 뭘까?집값 잡겠다고 투기세력 몰아선 안돼
원활한 거래 돕는 투자는 활성화 해야

“집이 투기 수단 된 게 문제”
이재명 대통령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습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투자 수단이 주택이나 부동산으로 한정되다 보니까 주택이 투자 또는 투기 수단이 되면서 주거 불안정을 초래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선 오랫동안 주택이 자산 증식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서울 강남 지역에서 축적되면서 ‘강남(부동산) 불패’라는 유행어까지 낳았죠. 서울 강남과 강북, 서울·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집값 격차가 벌어지면서 집을 가진 사람들도 자산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을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집값 상승은 전·월세 임대료도 끌어올려 서민층 주거 부담을 더욱 늘리죠. 이러다 보니 ‘집값 오를 때 사지 않으면 영영 낙오자 된다’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나타났고, 전 국민이 집을 투자·투기 수단으로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대통령의 지적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서울 집값
세계 주요 국가와 우리나라 집값을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통상적인 비교 수단은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입니다. 이는 한 도시의 평균 주택 가격을 가구의 평균 연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서울의 PIR은 국내 통계로는 17.8배, 글로벌 기준으로는 27배입니다. 즉 서울 시민은 집 한 채 사기 위해 한 푼도 안 쓰고 최대 27년간 소득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뉴욕이 11.7배, 런던 8.6배, 홍콩은 20.7배이니, 서울 집값은 거의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국제적으로 적정 PIR 수준은 3~5배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절대 금액으로 비교해도 서울 집값은 세계 톱 수준입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13억4500여만원, 특히 강남의 비싼 아파트들은 3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뉴욕 맨해튼의 주택 가격 평균은 87만 달러(약 12억원), 런던도 평균 65만 파운드(약 12억원)대입니다.
케인스와 프리드먼이라면?
그렇다면 이 모든 게 투기의 결과일까요? 여기에서 투자엔 투기적 요소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이 대통령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만약 현대 경제학을 대표하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밀턴 프리드먼이 이에 대해 설명한다면 어떨까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중시하는 케인스는 “투자자는 특정 자산의 미래 수익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자산을 매수하는 사람이고, 투기자는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 변화를 예측해 자산을 매수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투자란 자산의 본질적 가치와 미래 수익에 대한 분석에 기반을 두는 것이고, 투기는 단기적 가격 변동과 시장 심리에 베팅하는 행위라는 얘기죠. 하지만 그도 투자와 투기의 경계를 나누기는 어렵다고 답할 겁니다. 다만, 투기의 부작용을 알기에 아마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펴겠죠. 비록 규제가 시장을 일부 왜곡시킨다고 해도 시장에 맡겨만 둬선 최선은 물론, 차선의 결과도 얻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요.
이에 반해 시장의 자율 기능을 믿는 프리드먼은 주택시장에도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겁니다. 그는 “정부가 시장 효율을 무시하고 정의, 평등, 도덕 등 가치에 매몰되면 오히려 시장의 활력과 창의력이 사라진다”고 비판했습니다. 프리드먼은 시장참여자 각자가 자신의 책임하에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두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정부가 투기 억제를 명분으로 시장에 개입하면 자원 배분의 왜곡, 풍선효과, 실수요자 피해 등 부작용만 커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최고의 경기부양책은 규제완화”라고 강조합니다.NIE 포인트1. 신도시가 많이 지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집값이 크게 상승하는 이유는 뭘까?
2. PIR의 개념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공부해보자.
3. 경제학에서 언급하는 ‘투기’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