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프리드먼 <100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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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 만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100년 후를 예상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2009년 미국에서 출간해 1년 후 우리나라에 소개된 〈100년 후〉(NEXT 100 YEARS)를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읽는 이유는 뭘까. 출간 15년이 지나는 동안 ‘인류 사회의 구조, 체제, 세계정치’에 대한 미래 예측이 대부분 맞았기 때문이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국제정세분석가 조지 프리드먼은 놀라운 적중률로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린다. 1949년생인 저자는 부모를 따라 소련 점령하의 헝가리를 탈출해 미국으로 왔다. 미 국방부, 미 육군 국방대학, 미 국립국방대학 등에서 안보·국방 문제를 강의하고 자문한 정보통이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국제 체제의 흐름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매체인 ‘지오폴리티컬퓨처스’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는 실제 전쟁과 무역전쟁으로 늘 긴장 상태다.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미리 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조지 프리드먼은 “이제 유럽의 시대는 끝났고 북미대륙의 시대가 시작됐으며, 앞으로 100년간 북미 대륙은 미국이 지배한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21세기는 미국의 시대과거 500년간 세계의 중심은 유럽이었으나 이제 미국의 시대라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가 체감하고 인정하는 일이니 ‘대체 미국이 언제까지 흥할 것인가’가 초관심사다. 저자는 다양한 근거를 대며 21세기 내내 미국이 대국으로 군림할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이 시대를 이해하려면 미국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미국 문화가 세계에 스며들어 세계를 규정하고, 21세기의 세계가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대체 미국은 언제까지 흥할 것인가"
〈100년 후〉는 미래 예측이기 때문에 많은 상상력이 동원됐다.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미래를 예측했는지 두 문장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태도를 유지하되, 불가능한 것을 예상하라.’

조지 프리드먼은 풍부한 경험과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서 ‘지정학적·기술적·인구통계적·문화적·군사적’ 추세를 광범위하게 파악하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을 예측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미국에 맞설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지만, 저자는 이 두 나라는 쇠퇴하고 일본·튀르키예·폴란드가 떠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나라들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2050년경 미국과 전쟁을 벌이지만 막강한 군사력과 첨단기술력을 장착한 미국의 벽을 넘지 못한다.

앞으로의 전쟁은 지상전이 아닌 우주전쟁이어서 양상이 달라진다. 각국의 각축장이 된 우주 현황, 각국의 군사력 등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과연 미국에 대항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많은 영토를 미국에 빼앗긴 데다 엄청난 숫자의 자국민이 미국에 뿌리내린 멕시코가 21세기 말이 되면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며 미국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일 한국은 훨씬 높은 자리 차지세계 200개국 가운데 〈100년 후〉에 중요하게 언급되는 나라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 대한 분량은 많지 않지만 요소요소에 등장한다. 조지 프리드먼은 2030년이 되기 훨씬 이전에 통일이 될 것으로 내다보며 “통일한국의 인구는 약 7000만 명으로 일본에 비해 그리 뒤떨어지지 않는다. 한국은 현재 세계 12위의 경제국이며, 통일 이후 2030년이 되면 훨씬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고 예측했다.

‘훨씬 이전’이라는 예측은 빗나갔으나 “한국은 그 자체로 만만한 나라가 아니지만 한국의 실질적 중요성은 미국이 한국을 일본의 힘을 견제하기 위한 평행추로, 그리고 동해에서 자신의 힘을 주장하기 위한 토대로 삼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견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울러 “한국은 부상하는 일본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지원을 원할 것이며, 반일연합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100년 후〉에는 과학 발전을 바탕으로 한 군사력, 인구소멸 대책, 종교 외면 등 생각할 포인트가 많이 담겨 있다. 과거 강대국이 약화된 이유와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과정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조지 프리드먼의 예측 가운데 많은 부분은 상상이다. 근거 있는 상상을 하려면 많이 알아야 한다. 역사와 지식이 가득한 〈100년 후〉는 폭넓은 시각으로 세계와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